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님은 내 가정환경에 대해 전혀 묻지 않으셨고, 오히려 나라는 사람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셨다. 사실 혹시라도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아무리 이 상황이 연기여도 솔직하게 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었기에 조금은 불안했다. 다행히도, 안석현의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었다. “우리 석현이가 일찍부터 말했거든. 오늘 미래 며느릿감을 데리고 올 거라고. 그래서 특별히 내가 직접 요리를 준비해뒀지. 지금 바로 하니까, 여기서 석현이랑 편히 앉아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벌써 어머님의 밝고 활달한 성격에 마음이 놓였다. 어머님이 주방으로 가자, 오히려 나는 곧장 어색해졌다. 아버님도 그걸 눈치채셨는지 잠시 앉아 계시다가 핑계를 대며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거실에는 나와 안석현만 남았다. 안석현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우리 부모님 정말 좋은 분들이야.” 그가 말을 꺼내자 나는 갑자기 불만을 토해내고 말았다. “나한테 도움을 청하려면, 최소한 상황을 미리 얘기해줬어야지. 아무런 준비도 못 했잖아. 네 부모님이 어떤 분들인지도 모르는데, 만약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시면 오늘 이 연극은 다 물거품 되는 거잖아!” 안석현은 자신의 잘못을 느꼈는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때 어머님이 주방에서 나왔다. “아가, 매운 음식 좋아하니?” “네, 어머님. 아무거나 해주셔도 다 잘 먹습니다.” 어머님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도와드리러 가고 싶었지만, 아버님도 그곳에 계셔서 망설이던 찰나에 안석현이 내 손에 사과 하나를 쥐여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기다려.” 저녁 식사 시간에 어머님은 계속해서 나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요즘 젊은 애들 다 다이어트 한다고 음식을 잘 안 먹더라. 유나야, 그러지 말고 잘 먹어. 몸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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