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속으로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고, 곧바로 답을 얻게 되었다.공인중개사가 문지성에게 서류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말씀하신 인테리어 업체들을 알아봤습니다. 각각 스타일이 다르지만, 신혼집을 꾸미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여기입니다.”그 순간, 내 가슴이 조여오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나의 문장이 내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돌았다.‘문지성... 곧 결혼하다니...’문지성은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예전에 우리가 결혼 후의 삶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 보였던 냉정하고 무관심했던 태도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나는 문지성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다 잊고,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억눌린 분노와 억울함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더 이상 이 자리에 버틸 수 없어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문득 계약서를 한 번 더 보게 되었고 그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이것은 부동산 매매 계약서가 아닌, 담보 대출 계약서였다.서명할 때 문지성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서둘러 사인을 했고,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설마 문지성 같은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잘못된 것이다.“문 대표님, 이 계약서가...”“문제라도 있나?”계약서의 변화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문지성의 차가운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다.“우리가 서명한 건 부동산 매매 계약서여야 하는데, 이건...”문지성은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서류를 덮어 테이블 위에 던졌다. 그의 눈빛에는 한층 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내가 필요 없는 것이라고 해서 아무나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그의 냉정한 시선 속에서,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이 집을 가리키는 건지, 나를 가리키는 건지 헷갈렸다.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이가 가장 큰 상처를 준다고 말했다. 그 말은 정말 맞았다.우리 사이의 모든 친밀한 기억들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