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준, 나랑 한 글자 달라.”김주혁의 눈이 위험하게 가늘어졌다.“의사야?”고유현이 기뻐했다.“형, 우리 형 알아? 대단한데, 우리 형 잘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잘났어? 형처럼 본 적 없는 사람도 다 알 정도로...”김주혁이 피식 웃었고 마침 웨이터가 술을 가져오기에 건네받아 단번에 들이켰다.고유현이 말렸다.“형, 이거 보드카야. 한 모금에 다 들이켜는 게 아니라고, 천천히 마셔.”“네 형이 누구 좋아하는지 알아?”고유현은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도 철저히 숨겨서 우리 엄마도 몰라.”이야기를 나누던 중 고유현은 지인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주호민, 여기야!” 주호민은 한걸음에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형.”고유현은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형이 한참 기다렸어.”“차가 막혀서, 밖에 차 엄청나게 막혀.”주호민은 김주혁 옆에 앉자마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잠금 화면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물었다.“형, 내가 알려줄까 아니면 직접 볼래?”김주혁이 물었다.“또 올렸어?”“응, 조금 전에.”고유현이 물었다.“뭘 올려? 얼마인데? 주호민, 왜 이렇게 흥분해?”주호민은 그를 흘겨보았다.“SNS에 사진 올렸다고, 돈이 아니라.”“누가 사진 올렸는데?”“권진아.”고유현은 순간 당황한 듯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그 여자 SNS는 왜 보는 거야?”주호민은 콧방귀를 뀌었다.“형 일에 참견하지 마.”그러고는 SNS를 열어 김주혁에게 건넸다.“형, 봐.”김주혁은 전화를 건네받았고 권진아는 글 없이 사진 한 장만 올렸다.사진 속 장소는 그도 아는 곳이었는데 오늘 그 식당 밖이었다. 권진아가 주위 구경꾼들을 모자이크 해놓아서 가운데 있는 두 사람이 무척 눈에 띄고 분위기가 있었다.남자는 카메라를 등진 채 여자를 품에 안고 달리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품에 안긴 여자는 너무 작아서 그의 몸에 완전히 가려져 폭포수처럼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과 날리는 치맛자락만 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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