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은 그녀를 잊지 못해: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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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혼자 착각하지 마

식당에 도착한 후 안서희와 권진아는 따로 움직였다. 안서희는 자리를 차지했고 권진아는 번호표를 뽑았다.이 가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는데 인테리어가 유럽풍이었다.안서희는 이곳이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라서 SNS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이 되었기에 맛은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중세기 유럽풍 건물에 바로크 지붕이었고 금빛이 반짝이는 게 연회를 여는 궁전을 방불케 했다.그리고 레스토랑 문 앞에 호박 마차가 있었는데 많은 여자애들이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그런데 그때 호박 마차 주변에서 말다툼이 일어난 듯 사람들이 몰렸다.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안서희의 귀에 날카롭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애들은 다 이렇게 버르장머리가 없어? 임산부가 우선인 거 몰라?”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더욱 익숙한 모습의 그 사람이 서 있었다.못 본 사이 김주혁은 많이 수척해진 듯했다. 귀티가 나던 암밴드도 오늘은 착용하지 않았다. 안서희는 그의 옷소매를 힐끗 보았다. 늘어나서 착용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안유진이 앞에서 열 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김주혁은 뒤에서 난감해하며 안유진을 말렸다.“됐어. 그만해.”“말리지 마. 오늘 이 버르장머리 없는 애를 혼 좀 내야겠어. 노약자와 임산부는 취약 계층이라 어디서든 항상 양보해야 한다고.”여자아이가 울면서 말했다.“여긴 버스나 지하철이 아니잖아요. 사진을 찍는 곳일 뿐이라고요.”“공공장소면 취약 계층한테 양보해야 해. 그리고 왜 자꾸 우리 남편한테 달라붙어? 이미 가정이 있고 내가 임신한 게 안 보여?”“전 그런 적 없어요.”“없다고? 아까 우리 남편을 몰래 찍는 거 봤어.”“저...”여자아이는 법정에서 설전을 펼치던 변호사의 상대가 아예 아니었다. 단 몇 마디에 말문이 막혀 울면서 인파 속을 뛰쳐나갔다. 그러다가 실수로 안서희와 부딪히고 말았다.“죄송해요...”여자아이는 울면서 사과하고는 급하게 도망쳤다. 곧이어 김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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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첫사랑 얼굴

듣고 있던 권진아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 남자한테 아내가 있는데도 그 여자는 사진을 찍어요?”“그 남자 아내 임신까지 했어요! 저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는 번호표 받으러 갔어요. 그 아가씨는 아내가 있는 걸 몰랐고 알고 나서는 바로 사진 지우고 아내한테 사과까지 했어요. 태도가 정중한 걸 봐서 예의 바른 아가씨 같아요.”“그럼 끝난 거죠. 몰랐다잖아요. 알고 나서 바로 사과하고 사진도 지웠네요.”“네, 하지만 그 여자가 가만히 있지 않았죠. 대로변까지 쫓아가서 자기 남편 꼬드겼다고 욕설을 퍼붓더라고요. 사실 아가씨는 임산부 상대로 싸우기 싫어서 다른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다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려고 했는데 그 여자는 자기가 임산부라는 걸 빌미로 굳이 그 여자가 약자를 괴롭힌다고 떠들어댔죠. 사실 줄 서는 것과 상관없이 그냥 아가씨를 욕할 핑계가 필요했던 거고 그렇게 욕해서 쫓아내려는 생각이었죠.”권진아는 그 말을 들으며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쫓아내요? 욕만 하면 됐지, 굳이 쫓아내기까지 해요?”여자는 어깨를 으쓱했다.“위기감을 느꼈나 보죠. 꽤 예쁘게 생긴 아가씨였는데... 엇, 그쪽이랑 좀 닮은 것 같아요.”여자는 안서희를 가리키며 말했다.“두 사람 다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에 머리는 포니테일로 단정하게 묶고 옷도 심플하게 입었어요... 언뜻 보면 그쪽이랑 많이 닮았네요.”그녀의 남자 친구도 옆에서 덧붙였다.“첫사랑 같은 얼굴이죠.”여자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네네네, 캠퍼스 여신 같은 느낌. 여보, 저 여자분이랑 닮지 않았어?”남자 친구는 안서희를 자세히 살펴본 뒤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외모는 아닌데 분위기가 엄청 비슷하네요. 뒷모습만 보면 정말 닮았어요.”이 말을 들은 권진아는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그 임산부가 이해되네요. 그 여자가 정말 내 친구처럼 예쁘면 남편 마음이 흔들릴까 봐 겁나는 것도 당연하죠.”안서희가 그녀를 툭 건드렸다.“적당히 해.”“난 진지해.”권진아가 주절주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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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세상에 남자가 하나뿐인가

안서희는 권진아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앞줄로 갔다.김주혁과 안유진을 본 권진아는 충격을 받은 듯 안서희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재밌는 구경이 저 두 사람이었어?”안서희는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를 끄덕였고 권진아는 차가운 비웃음을 터뜨렸다.“김주혁도 웃긴다. 20년 넘게 저 여자 좋아했다며? 왜 너랑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여자를 보고 움직이지도 못해?”안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말할 틈이 없었다.안유진은 시종일관 기관총처럼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며 번호 확인을 담당하는 식당 종업원을 혼냈다.다행히 그 웨이터는 남자라서 울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여기 유명한 레스토랑이라 오기 전에 이미 사람 많이 올 걸 알아야 하지 않나? 줄 서기 싫으면 안 오면 되지, 굳이 새치기까지 하다니. 정말 웃겨.”“그러게. 임산부는 사회적인 약자라 보호받아야 한다지만 저렇게 가차 없이 욕설을 퍼붓는데 저게 어디 보호받아야 할 사람 모습인지.”“저런 사람들은 자기 능력 좀 있다고 다른 사람들 우습게 보잖아. 대중교통에서 젊은이들한테 자리 양보하라고 강요하는 노인들과 다를 게 뭐가 있어?”“어르신보다도 못해. 어르신은 그래도 정말 연세가 있긴 하잖아. 저 여자는 임신 한번 한 것 갖고 온 세상이 다 양보해 줘야 한다는 거야 뭐야. 아까 지나가는 아가씨도 한바탕 욕했잖아.”수군거리는 말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고 그 와중에 안유진이 소리치는 게 들렸다.“나는 임산부인데 당신들은 임산부 배려 안 해? 경고하는데 나 변호사야. 내가 당신네 가게에서 무슨 일 생기면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거야!”하도 욕설을 들어 이젠 익숙해진 웨이터가 조용히 설명했다.“저기요, 저기 기다리는 곳에 의자가 있어요. 제가 손님이 앉을 소파까지 내드렸는데 그걸로도 부족하세요?”“그냥 날 먼저 들여보내면 다 해결되지 않나?”“다들 줄을 서고 있어요. 저기 봐요,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분들,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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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대체 어딜 봐서

안유진은 차갑게 웃으며 조롱했다.“안 선생님, 포기 못 하면 못하는 거지, 진실을 말하는 게 수치스러운 것도 아닌데 왜 부정하세요?”“어딜 봐서 내가 포기 못 한 것처럼 보이죠?”안서희의 말투는 충동적이지 않았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말싸움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임수경에게 말했던 것처럼 상대가 자신을 괴롭혔을 때 결코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이는 안서희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거침없이 쏘아붙인 말이기도 했다.이전에도 대치한 적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예의 바르게 대했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맞받아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안유진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이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우리 한 달 넘게 못 봤죠? 전에 내 집 마련한다고 하시던데 집은 사셨어요?”“...”“아직 돈이 부족하죠?” 안유진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하긴. 안 선생님은 아직 나이도 젊으시고 내 집 마련에 필요한 돈이 한두푼이 아니라서 월급쟁이가 집 살 돈이 없는 것도 당연하죠. 주혁이랑 헤어지고 지낼 곳도 없는데 어디서 지내요? 호텔?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월급으로 호텔비가 감당돼요?”안서희가 차갑게 말했다.“전 친구가 있어서 안유진 씨가 걱정할 일은 아니네요. 길거리 노숙할 정도는 아니라서요.”“아, 친구 집에서 지내는 거였어요?” 안유진이 말했다.“그러면 남한테 빌붙어 사는 거네요. 왜요, 주혁이한테 불쌍한 척해서 돈이라도 좀 받아내려고요?”“걱정 마요. 집 사고 싶어도 내 노력으로 사는 거지, 그런 식으로 부자 될 생각은 없으니까.”“그럼 여긴 왜 왔어요, 주혁이랑 재회하려고?”“그만해!” 김주혁의 얼굴이 굳어지며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사람들도 많은데 그만하지 못해?”안유진은 곧바로 반박했다.“내 말이 틀렸어? 저 여자가 이런 레스토랑에 올 사람이야? 전에는 그렇게 고고한 척하더니 사실은 마음 편히 먹고 자는 생활이 그리웠던 것 아니냐고? 김주혁, 정신 차려. 저 여자는 너 노리고 온 거야.”“입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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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

인기 레스토랑 안은 여느 때처럼 만원이었고 열댓 명의 웨이터로는 부족해 여기저기 접시를 끌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권진아는 안서희를 빈자리로 끌어당겨 앉히더니 고개를 기울이며 푸념했다.“재수 없어, 맛있는 밥 먹으러 왔다가 쓰레기를 만났네.”고유준은 천천히 두 여자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진아야, 너 제인 알아?”권진아는 잠시 멈칫했다.“죄인이 누구야?”“아까 밖에 있던 그 임산부.”권진아는 그제야 깨달은 듯 조롱하며 웃었다.“영어 이름이야? 허, 그래도 주제 파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네. 자기랑 딱 어울리는 이름을 지었어.”고유준은 메뉴판을 돌려 두 여자에게 건넸다.“두 사람이 알아서 시켜.”권진아가 건네받으며 말했다.“내가 주문할게. 인터넷에서 미리 검색해 봤어. 여기 메인 요리도 다 알아. 절대 맛없을 리가 없어!”고유준이 물었다.“안 닥터는?”안서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도 다 괜찮아.”“못 먹는 건 있어?”“아니, 난 뭐든 다 괜찮아. 주는 대로 먹어.”고유준은 금테 안경을 콧등에 슥 올리며 눈썹을 찡긋하더니 가볍게 웃었다.“먹여 살리기 쉽네. 요즘 여자들은 굉장히 까다롭게 굴어서 밥 한번 사주기도 힘든데. 혹시나 싫어하는 음식 시키면 그 자리에서 아웃이라고 하더라.”안서희가 물었다.“경험담이야?”“아니, 다 주변 친구들한테 들은 거야.”안서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사실 연인 사이엔 무슨 음식을 시켰는지, 어떤 걸 먹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여자들은 남자가 자기를 신경 쓰고 있는지, 자기 음식 취향이나 습관에 관심을 가졌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마음 편히 먹고 살게 해주는 것보다 그런 태도에 더 신경 쓰지.”고유준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한 수 배웠네.”“허, 넌 그럴지 몰라도 아닌 사람도 있어.” 권진아는 출입구 방향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누구는 네가 재벌가 생활을 포기하지 못해서 김주혁에게 매달리고 편히 먹고 지내는 생활을 바란다고 단정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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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아는 사이라고 다 친구는 아니지

이 말에 고유준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저 사람은 이 사건을 중간까지 맡았다가 갑자기 귀국하면서 다른 변호사에게 넘겼어. 나도 그때 응급조치한 의사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했을 뿐, 나랑은 상관없는 사건이었지. 그리고 나도 귀국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이 사건 아마 아직 판결 안 내렸을걸?”권진아는 불만을 털어놓았다.“해외는 정말 업무 효율이 낮네, 쯧쯧.”고유준은 가볍게 웃었다.“그래도 제인 변호사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왜?”“이건 여자 사생활이라 사생활 존중 차원에서 일단은 얘기하지 않을게.”권진아는 입을 삐죽거렸다.“분명 좋은 일은 아니겠지.”고유준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묵인하는 듯한 표정이었다.잠시 후 웨이터가 서둘러 다가와 말했다.“안녕하세요...”권진아가 물었다.“설마 파인애플 라이스 또 매진됐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여기 그게 제일 핫해서 자주 매진되잖아요. 없으면 됐어요. 환불해 주세요.”웨이터는 고개를 저었다.“파인애플 라이스는 이미 주문되었습니다. 그런데 친구 두 분이 오셔서 합석하시겠다고 하셨어요.”“제 친구들이요?”“네, 그렇게 말했어요.”권진아는 고유준을 바라보았다.“또 누구 불렀어?”고유준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아니.”“나도 없는데.” 권진아는 웨이터에게 다시 확인했다.“제 친구 맞아요? 제 이름을 얘기했어요?”“방금 문 앞에서 얘기 나누셨는데... 아, 저기 오네요.”웨이터는 정중하게 안내하는 손짓을 보내며 허리를 살짝 굽혔고 안서희의 자리에서 안유진의 불러온 배와 걱정이 가득한 김주혁의 얼굴이 보였다.권진아가 단호하게 말했다.“저 사람들 제 친구 아니에요. 전 저 사람들 몰라요.”웨이터는 당황했다. “엇, 친구가 아니라고요?”“당연히 친구죠.”안유진은 배를 부여잡고 웃으며 걸어와 웨이터에게 말했다.“아까 봤잖아요, 우리 얘기 나누는 거.”권진아가 조롱했다.“싸운 거겠죠.”“어쨌든 우린 서로 아는 사이잖아요.”“아는 사이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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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그쪽 여자 간수 똑바로 해요

김주혁은 헛웃음을 지었다.“장 비서... 그만뒀어.”안서희는 갑자기 깜짝 놀랐다.맞다, 안유진이 장 비서를 해고하고 그녀의 사촌 동생을 그 자리에 데려왔다.“그럼 회사 법무팀에 얘기해서 나랑 같이 법원으로 가라고 해요.”“안서희,” 김주혁이 한숨을 쉬었다.“미안해, 너랑... 아기한테도.”“이미 다 지나간 일을 왜 얘기해요.” 안서희는 안유진을 돌아보았다.“안유진 씨, 이제 마음이 놓여요?”안유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피식 웃었다.“안 선생님께서 뱉은 말은 지키셨으면 좋겠네요.”“그럼 법무팀 찾아갈 필요 없이 김주혁 씨보고 당신한테 위임장 써달라는 건 어때요. 우리 둘이 가서 하면 되죠. 어차피 당신도 변호사고 본인이 직접 처리해야 마음이 편한 거 아니에요.”안유진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안 될 것도 없죠. 사실 그렇게 귀찮게 안 해도 돼요. 나랑 주혁이 구청 가서 혼인신고 할 건데 그날 이혼도 같이 진행하죠. 그러면 시간상으로 더 효율적이지 않겠어요?”안서희가 말했다.“알아서 해요, 전 상관없으니까.”“안 선생님,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요. 주혁이는 저랑 제 아이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제 배가 하루가 멀게 불러오는데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건 싫어서요. 알다시피 저한테 억울한 일이 생기는 걸 그냥 두고 보지 못해서.”안서희가 피식 웃었다.“그래요, 두 사람 제일 친한 친구잖아요.”그녀의 말에는 빈정거림이 섞여 있었고 고유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김주혁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지고 게다가 최근 살이 엄청나게 빠진 탓에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침울해 보여 이전의 자신감 넘치고 고고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불과 한 달여 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권진아가 재촉했다.“얘기 끝났어요? 끝났으면 꺼져요, 남들 식사 방해하지 말고.”안유진은 입꼬리만 올렸다.“안 선생님 친구분은 원래 말을 이렇게 더럽게 하세요?”안서희가 고개를 들었다.“뭐가 더럽다는 거죠?” “꺼지라고 말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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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김주혁이 누굴 먼저 구할까

“미안해 서희야, 난...”“미안해야죠.” 안서희가 말했다.“하지만 그 말 말고 다른 말은 못 해요?”이를 악문 김주혁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꿈틀거렸다.“나한테 시간을 줘, 내가 해결할게.”“김 대표님께서 뱉은 말은 지키셨으면 좋겠네요. 다시는 그쪽 ‘절친’이 내 일상 방해하는 일 없길 바라요.”김주혁이 직접 안유진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자 안유진은 정신없이 몸부림치며 소리쳤다.“김주혁, 너 뭐 하는 거야! 나 안 가! 나 여기 밥 먹으러 왔어!”“이러고도 밥이 넘어가?” 김주혁이 거칠게 소리쳤다. “난 이미 너 때문에 안서희도 잃고 내 아이도 잃었는데 뭘 어떻게 더 해줘야 만족할래?”힘으로 그를 이길 수 없었던 안유진은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에게 삿대질하며 울먹거렸다.“김주혁! 이젠 원하는 걸 가졌다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거야? 너 요즘 점점 이상한 것 같아! 아까 문 앞에서 그 여자도 빤히 쳐다보더니, 그 여자가 안서희랑 닮아서 그랬지?”원래는 작게 소란을 피우고 있었는데 이 난리에 주위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의 이목이 쏠렸다.오늘 레스토랑이 유난히 붐비고 시끄러운 데다 그들이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어 이쪽의 치정극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하지만 안유진이 너무 심하게 울었고 게다가 배가 많이 나온 임산부였기 때문에 크게 이슈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게다가 일부러 일을 크게 만들려는 듯 김주혁의 큰 소리로 불렀다.“김주혁! 넌 날 쫓아다닐 때 자전거로 학교 데려다주고 자기는 비를 맞으면서 난 막아주고 체육대회 때 발목 다치니까 선생님보다 더 걱정하면서 안고 보건실로 달려갔어. 우리 사이 20년도 더 됐다고! 근데 이제 내가 임신하고 몸도 망가지고 예전처럼 예쁘지도 않으니까 싫어진 거지?”안서희는 처음으로 우리 말의 정수를 느끼게 되었다.안유진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지만 한 마디로 조합하니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말끝마다 김주혁을 긴 애정에 지쳐 마음이 변한 나쁜 남자로 만들었다.하지만 진실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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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김주혁 씨, 자중해요

안서희는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래’ 그 질문이 어느 날 자신에게도 벌어질 줄은 몰랐다.시어머니 백금희와는 나름 화목하게 지냈다.모녀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였기에 이런 질문에 대해서 김주혁은 겪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당사자가 자기 어머니와 아내가 아니라 전처와 현 아내일 줄은 더더욱 몰랐겠지.안유진은 배가 불렀음에도 악력이 작지 않았기에 안서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레스토랑은 사람이 많았지만 그녀는 임산부였기에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나가니 행여 부딪혀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성가신 일이 생길까 봐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안유진은 임신한 지 오래되었고 자궁경부 수술도 받았기에 그녀의 태도는 강경했다. 안서희를 끌어들여 김주혁에게 둘 중 한 명을 선택하게 할 생각이었다. 안서희는 그녀에게 끌려가면서 차마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만 돌아보며 얼굴을 찡그린 채 소리쳤다.“김주혁 씨, 뭐 하고 있어요?”김주혁은 재빨리 달려와 안유진의 앞을 온몸으로 막았다.“그만하지 못해?”“아직 부족해!”김주혁은 안서희를 잡아당기는 그녀의 손을 끌었다.“손 놔, 나랑 같이 집에 가자.”“안 돼!”안유진은 더 꽉 움켜쥐었고 안서희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그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본 김주혁의 눈가에 죄책감의 흔적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더 이상 세게 잡아당기지 못한 채 간절히 애원했다. “그만해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어?”안유진은 그를 바라보고 비웃으며 매섭게 노려보다가 모두가 방심하고 있을 때 안서희를 거칠게 잡아당긴 다음 망설임 없이 차들이 오가는 도로로 달려갔다.“꺄아악!”식당 입구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며 이윽고 여러 대의 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사람 부딪힌 것 같아요!”“피가 나요!”“맙소사, 누가 좀 도와줘요. 임산부가 있어요!”김주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늘한 기운이 밀려오며 문 쪽으로 몰려드는 인파를 밀어내고 밖으로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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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엉망인 식사 자리

김주혁은 손이 허공에 굳어버린 채 한참을 머물다가 힘겹게 거두었다.“난 네가 다쳤는지 궁금해서.”“괜찮아요.”안서희가 말했다.“가서 안유진 씨나 챙겨요. 전 친구들 왔어요.”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권진아와 고유준이 도착했다.권진아는 안서희에게 다가가 부축해 주며 피를 흘리지는 않았는지 먼저 땅바닥을 보고 나서야 조금 안심했다.그녀는 위아래로 안서희를 살폈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안서희는 고개를 저었다. “진아야, 오늘 밥 못 먹을 것 같아.”“밥은 안 먹으면 그만이지... 네 말대로 오늘 이 시끄러운 곳에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안 그럼 이런 역겨운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응.”“걸을 수 있어?”“...조금 힘들어.”고유준은 그 말에 곧바로 쪼그려 앉아 그녀의 다리를 확인했다.오늘 그녀는 발목까지 오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치마가 흘러내리자 다리를 다 가려서 안쪽의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실례할게요.”고유준은 나지막이 속삭이며 손을 뻗어 치맛자락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아뇨.”안서희가 그를 말렸다.“일단 가요. 여기서 길 막으면 안 되잖아요.”고유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두 팔로 그녀를 안아 든 채 성큼성큼 인도로 향했다. 권진아도 잔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김주혁은 인도로 들어선 뒤에도 고유준이 안서희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낮은 목소리로 권진아에게 한마디 했고 권진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차장 방향으로 재빨리 달려가 이내 붉은 색 작은 승용차를 몰고 왔다.고유준은 안서희를 껴안고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앉힌 뒤 자신도 덩달아 올라탔고 붉은색 승용차는 그렇게 현장을 떠났다.“저기 손님.” 웨이트리스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달려왔다.“사모님이 배가 아프다며 선생님을 불러달라고 하셨어요.”정신을 차린 김주혁은 웨이터 여러 명에 둘러싸여 소파에 앉아 있는 안유진을 돌아보았다.그녀는 배를 움켜잡은 채 물 한 잔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전혀 아픈 기색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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