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 임수경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선생님, 산모님 남편분이랑 아는 사이였어요?”안서희는 눈앞의 익숙한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두 눈에 경악과 놀라움, 그리고 불안이 섞여 있었지만 안에 누워있는 여자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았다.지금 충분히 억제하고 있는데도 두려움과 다급함은 숨기지 못했다.“당신이 저 환자...”안서희가 수술실 안을 힐끗거렸다.“남편이에요?”임수경이 한발 먼저 말했다.“네. 아까 수술 동의서에 사인한 가족이 바로 이분이에요.”안서희는 온몸이 으스스해졌고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그래요...”김주혁이 이를 꽉 깨물었다.“서희야, 나중에 내가 다 설명할게.”안서희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의사라면 의사답게 행동해야 하기에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수술 아주 성공적으로 잘됐고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근데 아직 유산기가 있으니까 며칠 병원에 입원해서 주사 맞아야 해요. 입원해서 아무 문제 없다면 주말에 퇴원해도 됩니다.”김주혁도 그제야 시름을 놓은 듯했다.“알았어.”그러더니 잠깐 멈칫하다가 이어 말했다.“고생했어, 서희야.”“아니에요. 저분이 누구 아내든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살려냈을 거예요.”안서희는 사무실로 들어와 찬물 한잔을 들이마셨다.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이 겨우 진정되었다.그러다가 십여 분 후,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밖에서 김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희야, 나야.”안서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김주혁의 낯빛이 아까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눈시울은 여전히 붉어 있었고 미간 사이의 걱정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조금 전 수술실 밖에서 너무 놀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김주혁의 흰 셔츠에 핏자국이 묻어있었고 옷도 잔뜩 구겨져 있었으며 옷소매가 다 젖어 있었다.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여자를 안고 병원에 오다가 양수가 묻었거나 아니면 조금 전 병실에서 그 여자가 흘린 눈물이거나.안서희는 의자로 돌아가 덤덤하게 물었다.“가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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