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501 - 챕터 510

565 챕터

제501화

왕청여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고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아니옵니다, 저희는 1층을 둘러보겠습니다…”그녀는 평서백부의 적녀였기에 이곳에서 시어머니께 대꾸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억울함을 삼키며, 1층에서 고를 수 있게 해달라고 조심스레 부탁할 뿐이었다. 1층 물건들도 결코 싸지 않았고 금경루자체에 저급한 장신구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전소환은 그것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싫습니다. 전 꼭 이 세트로 할 겁니다.”왕청여의 온몸이 떨렸고, 여기저기에서 구경꾼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그들의 시선에 왕청여는 치욕스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삼사만 냥을 그녀가 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혼수를 다 털어내고 심지어 방시원의 위로금까지도 그들에게 줘야 한단 말인가?이게 말이 되는가?온몸을 떨면서 서 있던 그녀는 생애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 당혹스러운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재빨리 그녀를 불러세웠다.시어머니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머리가 윙윙 울렸다.전노부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눈빛에는 무언의 압박이 가득했다.“어디를 그리 급히 가느냐? 점원과 함께 가야 하지 않겠느냐?”“저거...”점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돈도 주지 않고 물건도 돌려주지 않는 손님은 또 처음이었다.“소인이 부인을 따라 저택에 다녀올까요?”보통 3층 고객들은 물건을 먼저 가져가고, 나중에 수금하러 집으로 찾아가거나 그들이 사람을 보내 은전을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것은 3층의 고객 대부분이 단골이거나 유명한 권세가들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점원은 이번 일이 타소 특이한 경우라 생각되었다. 물건을 이대로 주게 된다면 왠지 은전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왕청여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아닙니다.”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몇몇 사람들은 아예 방에서 나와 구경하기 시작했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던 왕청여였기에 그들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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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전소환을 바라보던 주인장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 홍보석 세트 외에도 다양한 품목이 많은데 다른 것도 한 번 보시지 않겠습니까?”전소환은 고개를 들어보니, 점원이 계축목 쟁반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한눈에 자신이 고른 세트와는 가치를 비교할 수 없는 물건임을 알아차렸다. 1층이나 2층에서 가져온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즉시 장신구를 보호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전 꼭 이 세트를 원하옵니다.” 옆에 있던 전노부인도 발끈했다.“무엇을 더 고른단 말이냐? 이 세트를 원한다고 말했지 않느냐? 우리와 함께 가서 은표를 받기만 하면 될 것을 금경루에서는 어찌 이리도 쓸데없는 말이 많단 말이냐?” 견문이 넓었던 주인장은 이런 손님들이 금경루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3층에는 이러한 경우가 드물었다. 이는 모녀가 며느리에게 혼수를 사게 하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 가문은 다소 이상해 보였다. 나이가 많지 않은 노부인은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임이 분명했기에 이런 금전 문제는 그가 주도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옆에 있는 젊은 부인이 울상인 것을 보면 그녀가 내야 하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즉, 그녀의 사적인 돈을 써야 할 가능성이 제일 컸다.두 사람은 그녀에게 강매를 요구하고 있었고, 젊은 부인은 체면을 잃고 싶지 않아 눈물을 참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억울한 표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상황이 점점 꼬여가는 그때, 소박한 옷차림의 한 부인이 방에서 나왔다. 그녀의 표정은 온화했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이 홍보석 세트는 제가 예약한 것이 아닙니까? 어찌 다른 사람에게 팔고 있는지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왕청여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두 사람은 아는 사이였다. 부인은 이석이라 불리었으며, 형부상서 이 대감의 조카딸이었다. 그녀는 선평후 차남 장문수에게 시집갔고, 장문수는 방시원과 함께 전장에서 전사했다. 하지만 이석은 장문수가 전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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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경애하고 추모한다는 말만 들어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이 전장에서 남편을 잃은 이들로서, 이석은 왕청여를 돕고자 선의로 나섰지만, 왕청여가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석도 매우 난처했을 게 분명했다. 송석석은 상대의 신분을 듣자마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이 자리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고, 화제를 돌려 한녕에게 어떤 것으로 선택했는지 부터 물었다.그녀는 시어머니께 드릴 선물도 사야 했다. 어머니와 함께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혜태비가 잔뜩 화 나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이유는 시어머니가 가의 군주와 함께 금루를 운영했었고 디자인은 이곳의 것을 베꼈으니 혹시라도 민망해하실까 동행하지 않은 것이다. 장신구는 이미 정해졌고 그 외 마음에 드는 물건도 골랐으니 한녕은 형수에게 와락 안기며 형수가 세상에서 가장 좋다며 연신 외쳤다. 이 장면을 본 주인장 아들도 미소를 지었다. 방금 밖에서 본 형수와 시누이의 모습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같아 보였다.그는 비록 장사꾼이지만,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무장들을 존경하였다. 송국공 가문은 소장군에서 지금의 북명왕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용맹한 장수들로, 상국을 위해 큰 공을 세웠다.하여 주인장 아들은 그들에게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물건을 팔 았고, 추가로 예쁜 장식품과 작은 선물 하면서 심지어는 직접 문밖까지 배웅해 주었다.그렇게 마차에 오른 송석석은 그제야 선평후부의 둘째 며느리 이석과 예전 두 사람을 비교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것이어서 그 당시 어느 정도로 떠들썩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 그러나 오늘 그자의 태도를 보니 그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어." 잠시 말을 멈춘 송석석은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사실 이석이든 왕청여든, 그들이 과부로 살든 재혼을 택하든, 그 어느 것도 잘못된 것은 없어. 과부로 살면 과부로서 감당해야 할 것이 있고 재혼을 해도 감당해야 할 것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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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궁에서 돌아온 혜태비는 화청을 지나갔는데, 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안에서 이야기하는 여자들 쪽은 전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때 혜태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님, 돌아오셨사옵니까?” 하지만 혜태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어머니, 저와 형수가 어머니께 드리려고 선물을 사 왔어요! 어서 오세요!” 또 다른 여인이 급히 달려 나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아부했지만 혜태비는 한녕을 차갑게 쏘아보았다.“흥! 관심 없거든?” 그러자 한녕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네…? 정말입니까? 형수님이 아주 오랫동안 고심해서 고른 것인 데도요?” “흥,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혜태비는 문가에 서 있는 송석석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송석석의 미소를 바라보던 그녀는 턱을 치켜들었다. “보긴 하겠으나, 나는 아주 까다롭단 걸 미리 알고 있거라.” 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 어서 오세요.” 시만자는 급히 사람을 불러 과일과 차를 준비하게 하고, 혜태비가 장신구를 감상하는 동안 오늘 있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했다. 혜태비는 가느다란 붉은 보요를 머리 위에 얹고, 살짝 흔들어 보았다. 유수의 소리에 혜태비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역시 송석석은 자신의 취향을 잘 안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기만 해서 다행이었다. 현장에 있었더라면 그 장신구를 당장 빼앗고 싶었을 터였다. 그녀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그 집안일에 엮이기만 해도 더럽다고 느껴졌다. 그들 하나하나가 창을 들고 있었고 모두 더러운 것들이 다 묻어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왕청여는 확실히 머리에 문제가 있는 듯 했다. 겨우 머리 장식 하나에 삼사만 냥이나 쓰려하다니, 온 집안이 초라함 그 자체인데 제대로 된 좋은 물건을 본 적이나 있을까?금경루의 물건들은 결코 싸지 않다. 모두 최고급이기에 가의 군주가 디자인을 베꼈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혜태비는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워졌다. 오늘 거기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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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한편, 장군부. 오늘 밤 행랑 앞에는 등불이 하나만 켜졌고 두 개의 등불이 정원을 밝히고 있었다. 이 등들은 유리 등갓으로 덮여 있었는데, 이 유리등갓은 당시 송석석이 이혼할 때 잊고 두고 간 것이었다.곁채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아 칠흑같이 어두웠고 모기들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금경루의 점원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곁채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는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무도 차를 내오지 않았고 불도 켜지 않은 채로 대낮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은전을 받으러 따라온 것이었으나, 장군부에 들어온 후 이곳에 앉혀졌다. 나갈려고는 했지만 이윽고 대청 쪽에서 싸움 소리와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와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싸움은 30분이나 넘게 지속되었고 마침내 잠잠해졌지만, 누군가가 또 들어와서 그에게 기다리라고 말할 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엄청난 무공이 있었기 때문에 이 몇 년 동안 금경루에서 손님이 은표를 충분히 가져오지 못하면, 그가 손님을 따라가거나 은행에 가서 은표를 받아왔다. 가끔은 기다려야 했지만, 가장 길어도 향이 다 타는 정도였다. 그것도 저택이 너무 크고 주인이 매우 친절해서 좋은 차와 간식을 충분히 즐기도록 한 후 은표를 주었기 때문이었다.대부분의 경우엔 기다릴 필요 없이 잠시 앉아만 있으면 은표는 금방 받을 수 있었다. 그가 자리에 앉으면, 노비들은 항상 차를 내어주었고 장군부처럼 어두워질 때까지 차 한 잔 없이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는 마치 도둑의 소굴에 잘못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 하인들에게 물어보았지만, 하인들은 그저 기다리라고만 했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장신구는 이미 그들이 가져갔기 때문에 삼만 육천팔백 냥은 반드시 받아야 했다. 저녁 식사 후 목욕을 마친 전소환은 어머니를 찾아갔다. 목욕할 때 사용한 향수 덕분에 그녀의 온몸에 좋은 향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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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전소환은 침대 앞에 앉아 콧방귀를 뀌었다. “저는 절대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시집오기도 전에 송석서과 혼수품을 비교하고 있으니 꽤 능력 있는 줄 알았습니다. 헌데 고작 몇만 냥도 내놓지 못하다니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지요. 그래도 이방보다는 낫습니다. 오라버니가 이방을 맞이할 때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습니까? 그런데도 돌아온 혼수는 약소하기 그지없었잖습니까? 그것은 황제가 하사한 혼인이었는데 말입니다.” 두 형수를 비난하던 전소한은 바로 민씨를 들먹이기 시작했다.“큰형님은 병으로 몸져누우시더니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네요. 내 혼수도 아직 준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준비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궁색하니까요.” 세 명의 며느리 중에 내세울 만한 사람이 없었으니, 전노부인은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그만 입 좀 다물거라.” 그러자 전소환은 무서워 마침내 입을 다물었다. 등불이 그녀를 비추자, 젖살이 사져서 그런지 얼굴이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 민 씨는 방 안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왕청여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그 점원도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청여가 그 액수를 채우지 못하면 모두가 나서서 액수를 채워야 할 상황이 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그녀의 수중에 남은 돈은 거의 없었고, 전에 송석석이 준 장신구들도 이미 절반 이상 전당포에 맡긴 상태였다.오늘 하녀가 왕청여가 미친 듯이 소리치며 난리를 쳤다는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 알아본 결과 시누이가 금경루에서 삼만 육천팔백 냥이나 되는 홍보석 장신구를 골랐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게다가 그것을 사겠다고 한 왕청여에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왕청여가 미친 건가? 장군부의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삼사만 냥이나 하는 장신구를 쉽게 사들이다니?게다가 돈이 부족해 친정에 갔다니, 이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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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어두운 등불 아래, 한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무슨 일이오?” 왕청여는 눈물로 흐릿해진 시선 속에 남편, 전북망의 얼굴이 비춰지자 그의 품에 파고들며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전북망은 그녀가 바닥에 앉아 엉엉 우는 모습은 처음 봤기에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급히 물었다.“왜 이러는 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요..?” 오월이 눈물을 머금은 채 오늘의 일을 말했다. 그러나 방시원의 이름을 말한 그때 왕청여가 갑자기 소리쳤다. “닥치거라!” 오월은 깜짝 놀라 즉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오월이 이미 방시원의 이름을 언급했기에 전북망이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사정을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녀가 방시원의 전사 위로금으로 전소환의 혼수를 샀고, 그 혼수는 삼만 육천팔백 냥에 달한다는 것이다.“가서 물리시오!” 전북망은 그녀를 놓아주고는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내일 금경루에 가서 그 홍보석 장신구를 물리시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왕청여를 감쌌고 눈물을 닦은 왕청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수치로 가득찼다.왕청여는 오월을 매섭게 노려보았고, 오월은 억울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전북망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어머니께 함께 가야겠소.” 그의 손에 이끌린 왕청여는 비틀거리며 힘겹게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 하마터면 발을 헛디딜 뻔한 왕청여가 급히 말했다. “조금만 천천히 가시지요.” 전북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그가 겪어야 할 수치가 아직도 부족하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조롱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이미 경위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만약 여기서 왕청여가 방시원의 위로금으로 그의 여동생의 혼수를 마련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장군부의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마저 모두 사라져버릴 것이다. 전소환은 아직 전노부인의 방에 있었고, 평양후부에 시집가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의군주의 예쁨을 받으면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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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전노부인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기절할 듯 그녀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전북망은 급히 그녀를 부둥켜안았고 화낼 겨를도 없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봐라, 의사를 불러라!” 전소환은 울며 왕청여 앞에 달려가 소리쳤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머니를 화나게 해서 돌아가시게 할 작정이야? 이 장신구는 네가 화가 나서 산 거잖아. 이제 와서 또 후회하는 거야?”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난 왕청여는 이 광경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무력감이 그녀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너무나 서럽고 괴로웠다. 삼만 육천팔백 냥이라는 거금을 들여 그녀를 위해 장신구를 사주었건만, 돌아오는 것은 비난뿐이었다. 그녀가 죄라도 지은 것인가? 한밤중에 의사를 부르니, 집안은 다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왕청여는 설움을 삼키고 손수건을 들고 노부인을 케어해야 했다. 의사는 급작스러운 분노로 인해 기절한 것이라며, 큰 문제는 없고 약 몇 첩만 쓰면 된다고 했다. 전노부인이 깨어났을 때, 전북망의 분노는 이미 모두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는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었다.“아들이 지나쳤습니다. 어머니를 화나게 하여 기절하게 한 죄가 있으니, 아들이 잘못했습니다.” 전노부인은 약해진 목소리로 왕청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그 홍보석 장신구에 관해,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게 하여라. 특히 방시원의 위로금으로 샀다는 사실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 왕청여는 전북망을 바라보자, 전북망은 그녀의 손을 잡아 무릎을 꿇게 했다. 그녀는 온몸이 차가워졌다.오뉴월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무릎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죄를 빌며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재혼한 그녀였기에 시어머니를 화나게 한 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비록 마음속에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 차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그녀를 위해 화를 내던 남편이 이제는 후회만 하고 있었으니, 홍보석 장신구를 물리려는 의지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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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그것은 이방의 비웃음 소리였다.“너도 이제 웃음거리가 되었구나!” “너……” 왕청여는 가슴을 움켜잡았다.“한낱 첩이 감히 나를 비웃는단 말이냐?” “흥, 한낱 첩일지라도 장군부에서 받은 예물이 적지 않다고!” 이방은 웃음을 터뜨리며 덧붙였다.“첩으로 들어온 이후로 나는 넉넉한 생활을 했지. 아무도 나를 홀대하지 못했어. 그러면서도 한 푼도 쓴 적이 없어.” 말을 마친 그녀는 왕청여가 분노 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은 채 여유롭게 자리를 떠났다. 장군부에서 그녀만이 이런 상황을 비웃으며 관망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전소환의 혼수를 준비해달라고 한다면 바로 뺨을 때려 줄 것이다.왕청여만이 비참할 뿐이었다..! 왕청여를 한바탕 비웃고 난 이방은 방으로 돌아와 방어 기구를 점검한 후, 시녀들에게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명령하고 나서야 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었다. 서경 태자가 사람을 교체했다는 소식을 그녀도 들었기에 녹본성에서 붙잡은 그 사람의 진짜 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당시 서경의 접차들이 송국공의 일가를 몰살했기 때문에, 그녀는 서경의 첩자들이 여전히 진성에 숨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하여 더욱 조심해야 했다. 어쨌든 전북망은 그녀의 방에 오지 않을 것이니,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장군부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승은백부 또한 마찬가지로 시끄러웠다. 노태부인은 자신의 사랑하는 손자가 세자 자리를 박탈당하고 승은백부를 계승할 수 없게 된 것을 알고 며칠 동안 난리를 피우며 태후를 뵙겠다고 하였다. 그녀는 어사들이 상소한 죄목에 대해 항변하려 했다. 그러나 노부인의 이 같은 행동은 집안의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 세자 자리가 꼭 양소 한 사람만이 계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자손들도 충분한 자격이 있는데 말이다. 노태부인이 이토록 편애하니, 어찌 사람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견디다 못한 승은백도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간청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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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한편, 장공주부.장공주는 눈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중년 남자를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책했다."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느냐! 무녀의 정체가 어찌하여 송석석에게 발각되었단 말이냐? 혹시 그 천한 여자가 스스로 송석석의 사람들에게 말을 흘린 것이냐?"그 남자는 키가 크고 잘생겼지만, 세월의 흔적은 감출 수 없었다.그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사옵니다. 청우가 스스로 송석석에게 말을 했을 리 없사옵니다. 청우는 항상 공주님의 말씀을 잘 따랐사옵니다. 공주님께서 시키시는 일은 절대로 거역한 적이 없사옵니다.""당연히 감히 그럴 리 없어야 할 것이다." 장공주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어미가 아직 공주부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으니, 어미를 살려내고 싶다면, 내 말을 잘 들어야 할 것이다.""예, 반드시 잘 따를 것이옵니다."장공주는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이 그녀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가서 그녀에게 물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거라. 내 생각에는 송석석, 그년이 한 사람의 신분만 알아내고는 그것을 퍼뜨려 나를 곤란하게 하고 내 계획을 방해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절대 그녀의 꾀에 넘어갈 수는 없다!”“알겠습니다. 제가 가서 경고하겠습니다.”장공주는 그가 다른 말 없이 딸들만 걱정하는 모습을 보자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당장 나가거라!"“예!”고부진은 몸을 돌렸다. 그의 크고 당당했던 모습은 세월과 함께 살짝 구부러졌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장공주는 순간 그와 닮은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죽어 있던 감정이 살짝 일렁였지만, 이내 커다란 증오가 치밀어 올랐다.그 시절, 그녀는 공주의 신분으로 청혼했지만, 그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소봉아를 선택했다. 그렇게 그녀는 그들이 결혼하는 날에 자손이 끊기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길 저주했다.하지만 소봉아는 아들 여섯 명과 딸 한 명을 낳았고, 그녀의 저주와는 달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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