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491 - 챕터 500

565 챕터

제491화

송석석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이 안 통한다고 느꼈는지 물음을 무시했다. “보주야, 손님을 배웅하거라.” 자신보다 어린 조카에게 무시를 당하자 회 왕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송석석,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날 쫓아내려는 것이냐? 내가 네 이모라는 사실을 잊었느냐?” 회 왕비는 화가 나서 찻잔을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이 났다. 송석석은 깨진 찻잔과 자신의 젖은 발을 보더니 고개를 들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가 승은백부에서 찻잔을 던지며 화를 내고 량소를 양심 없는 자식이라며 욕해줬다면 저도 무척이나 기뻐하고 이모가 존경스럽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지금 란이가 얼마나 큰 억울함을 당했는지 그날 밤 보지 못하셨습니까? 이모는 계속 일을 구워삶기만 했습니다. 란이가 이혼하면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느냐고 물어볼 때 이모가 참으라고만 하지 말고 고개를 끄덕였어도 그녀에겐 엄청난 위안이었을 것입니다. 일시적인 억울함 때문에 이혼하려고 했을지도 모르는데 이모가 단칼에 거절하니 란이가 얼마나 절망했을지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란이는 이혼하면 안 된다.” 회 왕비는 안색을 붉히며 말했다. “내가 이제껏 말했는데 넌 지금까지 뭘 들은 것이냐? 내가 이혼을 허락했다가 란이가 정말로 임신한 몸으로 처가로 돌아오면 어떡할 것이냐? 넌 진심으로 란이를 위해서 생각해 보았느냐? 란이는 널 그렇게 존경하는데 어떻게 그녀를 해칠 수 있느냐!” 회 왕비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리며 손수건으로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잠깐의 억울함이 뭐 어때서 그러느냐! 란이는 군주고 본처인데 홍등가의 출신인 첩을 두려워할 리가 있겠냐? 아무리 장공주의 서녀라고 해도 홍등가 같은 곳에 버러 져 자랐으니 시간이 지나면 량세자도 그녀에게 싫증이 날 테고, 난 결국엔 란이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네가 란이에게 이러한 도리를 설명해 주면 된다. 란이는 네 말을 잘 듣지 않느냐? 그러니 네가 말하면 분명 들을 것이다.”회 왕비는 말을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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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몇일 후 송석석이 회 왕비에게 화를 낸 일이 혜 태비의 귀에 들어갔다. 그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 발을 동동 굴리며 보주를 불러 설명하게 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분개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석석이 아무리 친척이라도 그렇지 나였으면 따귀를 몇 대나 때렸을 것이다!” 그러고는 급히 보주에게 명령했다. “어서 부엌에 가서 석석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라고 하거라. 계화꽃떡, 대추떡.. 아니다, 차라리 진성의 8가지 만두를 사 와서 석석에게 주거라. 그딴 사람 때문에 자신의 몸을 망치면 가치가 없는 일 아니겟느냐?” 소월이 급하게 사러 나가려 하자 시만자가 말했다. “제가 날렵하니 제가 가서 사오겠습니다.” “그래, 만자가 가서 사 오도록 해.” 혜 태비는 다소 긴장한 목소리였다. 그녀도 이전에 며느리가 화를 내는 것을 봤기 때문에이런 상황이 마치 언니에게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 없는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언니는 그래도 도리를 따지고 날 위해서 화내는 것인데 어떻게 자신의 딸도 돌보지 않는 회 왕비와 같겠어?’ 하지만 이내 자신의 언니가 더 낫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송석석은 화가 나서 매화원으로 돌아가서도 오래도록 진정할 수 없었다. ‘책봉한 땅으로 들어갈까 봐 이렇게 비천하게 군다고? 친왕의 존엄마저 버리고 란이까지 자신들처럼 모욕을 당하라는 거야?’ 송석석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들 여자들은 다 엄마가 되면 강해진다고 하던데, 회 왕비는 왜 일반 여자들보다 더 나약한 거야?’ 송석석은 란이가 분명 군주인데도 찍소리도 못 하는 연약한 성격이 모두 그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송석석이 고민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시만자가 혜 태비의 팔짱을 끼고 손에는 붉은색으로 칠한 찬합을 들고 있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인사를 건넸다. “어머님, 어머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시만자가 찬합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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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송석석은 혜 태비에게 만두 한 조각을 건네며 말했다. “전 이제 괜찮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어서 드십시오.” 송석석이 만두를 덕섭 집어 자신에게 주자 혜 태비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이 며느리 행동이 너무 거친 거 아니야?’ 하지만 혜 태비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혜 송석석이 건네 온 만두를 건네 받았다. ‘괜찮아, 뭐 죽기라도 하겠어?’ 어사대는 다시 바쁘게 움직이며 탕화랑 량소를 고발하기 시작했다. 어사는 그가 덕을 잃고 사람들 앞에서 조정의 문무백관을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황권을 경멸했으니 천자문생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여겨 황제폐하께 등과록에서 량소의 이름을 취소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리고 동시에 승은백 세자의 자리를 취소해 달라고도 했다. 다시 말해 승은백부에서 세자를 바꿔야 했다. 황제는 아침 조정에서 량소의 승은백자 자리를 취소했지만 탐화랑의 자격은 취소하지 않았다. 탐화랑은 애초에 황제폐하께서 직접 지목하신 거라 취소를 하면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노발대발하여 승은백을 훈계했다. 그리고 퇴조 후 승은백을 황실 서재로 불러냈다. 황제는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며 통곡하는 승은백을 보며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이 내가 승은백부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다. 군주까지 승은백부에서 억울함을 당한다면 승은백의 직위까지 그만둬야 할 것이다.” 황제의 말을 들은 승은백은 벼락을 맞은 듯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그제야 군주가 황제의 사촌 여동생이라는 것이 기억났다. 회왕 부부가 아무리 무능하더라도 황제는 남매의 정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넋을 잃고 나가다가 북명왕이 황실 서재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날 밤 승은백부가 부서졌을 때가 떠올라 황급히 인사를 건넸다.승은백이 떠나자 사여묵이 서재에 들어가자 황제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승은백부에 대한 분노를 삭인 뒤 사여묵에게 말했다. “예의 차릴 필요 없다. 앉거라.” “네.” 사여묵은 의자에 앉았다. “저보고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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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사여묵이 물었다. “형님, 척사의 정체가 대체 무엇입니까?” 그가 처음 제린으로부터 척사의 정보를 받았을 때 포로로 잡혀간 사병을 포함한 남강전장의 모든 무장들을 조사하였었는데 척사라는 사람은 없었다. 숙청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모른다.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애초에 네 장인이 그에게 정보를 받은 것이니 알 수도 있겠지만 그 조차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척사가 포로 진영에서 탈출했다는 것은 그의 무공이 뛰어나 보통 병사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자 사여묵은 잠시 눈썹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전에 척사의 정보를 받고 그의 길을 따라갈 때도 그의 신분을 알아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물어본다고 해도 말할 리가 없었다. 정보가 가로 차일 수도 있고 정보에 신원을 누설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위기에 말할 수 없었다. 긴 생각 끝에 사여묵이 입을 열었다. “형님, 그는 많은 정보를 제공해 큰 공을 세운 사람이니 반드시 그를 구해야 합니다.” 숙청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숙연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직접 가 봤으면 좋겠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사국이 그를 이용해 성을 바꾸려고 하는데 방천림의 염탐에 의하면 그는 사국 변성에 있는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하는데 아직 어느 곳인지 모른다. 그러니 너는 일단 그가 갇힌 곳을 찾아내고 기회를 찾아 구출하거라.” 사여묵은 무릎을 꿇고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숙청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왕표가 협상을 미루고 있지만 사국인들이 그를 지극히 미워할 테니 몸이 성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살아있든 희생했든 그를 고국으로 데려와야 할 것이다. 적어도 누구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 “네, 대리사의 일은 잠시 진이에게 맡겨두고 제가 내일 사국 변성으로 떠나겠습니다.” 그러자 숙청제가 엄하게 당부했다. “너 혼자니 꼭 조심해야 한다. 무공이 높은 사람 몇 명을 데리고 가 평민으로 가장해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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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북명황실에서 송석석은 사여묵의 옷을 챙겨주며 걱정되는 말투로 물었다. “저도 함께 가면 안 됩니까? 당신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장대성과 염 선생을 데리고 가는 것이니 따라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한녕의 혼사도 준비해야 되고 서우도 서원에 보내야 하지 않겠나?” “염 선생의 무공은 어떻습니까?” 송석석은 비록 염 선생을 오랫동안 봐왔지만 그의 실력을 잘 알지는 못했다. 황실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왠지 항상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느낌이었다. “무공은 별로인데 머리가 좋지.” 송석석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말했다. “그럼 만자를 함께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사여묵은 송석석의 걱정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며 이마에 뽀뽀를 해댔다. “내가 사부님께 같이 가 달라고 부탁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사숙께서 같이 가는 겁니까?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사숙은 무공도 대단하고 신출귀몰해서 먼 곳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잘못을 하면 바로 나타나곤 했지.’ 송석석은 사숙을 굳게 믿어 걱정이 다 사라졌다. “그래,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척사를 구해올 테니.” 사여묵은 송석석의 얼굴에 다시 한번 뽀뽀를 했다. 적어도 한 달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여묵은 너무 아쉬웠다. “척사라고 합니까?” “그렇지, 전에 그가 계속 사국에서 남강으로 호송하는 물자 대열에 섞여 우리에게 정보를 전해주었고 서경 사람들이 사국의 병사로 변장한 일도 그에게 받은 정보야. 그리고 남강을 수복한 후 우리는 조정으로 돌아와 제린이 그와 연결을 했는데 원래는 사국에 1년 동안 남아 전쟁이 없다는 걸 확인하면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했었는데.” “그런데 이름이 칠 사와 발음이 같은데 혹시 무슨 암호입니까?” “그런 건 아니고 그저 이름이 척사라네.” 사여묵은 말을 하고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이 말했다. “칠과 사를 합하면 십일이잖아? 십일.. 시원...” 송석석은 그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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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사여묵은 밤새 장대성과 염 선생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가 비둘기로 만종문으로 서신을 보내 스승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시만자는 사여묵이 집을 떠난 뒤, 송석석이 허전해서 잠을 잘 수 없을까 봐 걱정된다는 이유로 함께 송석석의 방에서 잤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머리를 콩하고 때리며 말했다. “난 하나도 외롭지 않거든. 네가 심심해서 그런 것이겠지? 심심하면 몽동이를 찾아가서 노는 건 어떠느냐?” “그건 싫다네, 그가 부병의 교관이 된 후로부터 위풍당당해서 걸음걸이마저 수탉 같다.” 시만자는 침대에 엎드려 양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말했다. “그리고 심심하지 않아. 나는 단지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야. 며칠 후에 전소환이 평양후부에 첩으로 들어간다는데 우리도 구경하러 가자.” 그러자 송석석이 두 손으로 머리를 괴고 말했다. “나도 그 소식 들었어. 하지만 난 지금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다네.” “무슨 생각? 설마 가의 군주가 화병에 걸려 죽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시만자가 몸을 옆으로 누워 웃으며 말했다. “아니, 넌 왜 그 집 일에만 관심을 쏟는 거냐?” “아닌데. 승은백부의 일도 지켜보고 있다.” 시만자는 두 다리를 뒤로 젖히고 편안한 자세로 몸을 돌렸다. “량소와 연유가 지금은 서로 없이는 못 살 것처럼 굴지만 세자의 자리가 취소된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그러게.” “이제 왜 예전처럼 웃지 않지?” 시만자가 송석석의 찌푸려진 미간을 짚고 말했다. “기쁘면 웃고,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구경하고, 재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크게 밟아줘야지.” 송석석은 옆으로 몸을 돌려 시만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자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가 전쟁터로 갈 때 네가 이미 결혼했다고 쳐. 근데 모두들 네가 희생한 줄 알고 있는데 사실 넌 포로로 잡혀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보니 부군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면 속상할 것 같아?”시만자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난 결혼을 하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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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두 사람은 그렇게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강 전장을 경험한 후 시만자의 생각은 많이 성숙해졌다. 특히 최근에 진성에 살면서 많은 권세가의 일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세상의 일이 매산에서 볼 때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매산에서의 생활은 너무 단순해서 매일 말썽을 일으키고, 강아지 산책시키고, 고양이 놀리고, 땅 파고 멧돼지를 쫓는 게 다였다. 그중 가장 심각한 일은 다른 문파의 제자들에게 맞는 것이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잠이 솔솔와 시만자는 옆으로 누워 발을 송석석의 몸에 올리고 하품을 했다.“난 네가 좋은 시어머니가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워. 실은 태비가 널 엄청 아끼거든.”“나도 알고 있어.”“나도 원수에게 시집가서 태비를 시어머니로...”시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에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다시 뛰어올라 송석석을 콩하고 때렸다. “난 그저 해본 말인데 정말로 날 차다니? 그리고 태비는 진작에 날 수양딸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내가 밀당을 하느라 아직 대답하지 않은 것뿐이야. 태비가 날 얼마나 아끼는줄 모르느냐?”송석석은 이리저리 막으며 발을 들어 시만자의 목을 누르고 말했다.“졸려 죽을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자자.”시만자는 간신히 그녀의 발 밑에서 머리를 빼내 이불속으로 들어갔다.“그래, 정말 너무 졸리구나.”다음 날, 송석석은 한녕과 시만자를 데리고 거리로 나갔다. 그들은 주로 금경루로 가서 신상을 보러 간 것이었다. 사실 금경루에게 연락해 집으로 가져와서 골라도 되지만 한녕은 더 많이 보고 싶다고, 계속 집에만 있으니 갑갑하다고 해서 나온 것이었다. 한녕이 시집갈 때 사용할 장신구는 사실 궁에서 모두 준비했지만 송석석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한녕도 좀 더 많이 사고 싶어 했다. 소녀들은 아름다운 걸 좋아하니까. 혜 태비는 아침식사를 마친 후 다시 돌아가서 잠을 잤다. 점심식사 때까지도 송석석이 문안인사를 오지 않고 시만자와 한녕도 보이지 않아 사람을 보내서 알아보니 세 사람이 자기만 빼고 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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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전노부인은 송석석을 잠깐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장군부에서 나간 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귀티와 위엄이 있어 보였다. 그녀의 눈빛은 분노와 후회, 그리고 원망과 분함 등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전노부인과 비슷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전소환이었다. 하지만 전소환의 눈빛에 더 많은 건 증오와 질투였다. 그녀는 한 끝 차이로 자신이 북명왕의 측비가 될 뻔했다고 생각했다. “재수 없어.” 시만자는 차가운 말투로 한마디 했다. 송석석은 그들을 한 번 보더니 눈을 돌려 웃고 있는 가게주인을 보며 생각했다. ‘장사하는 사람은 다르다니까. 그날 내가 그렇게 낭패했는데도 알아보다니. 하지만 이상할 것도 없지. 왜냐하면 예전에 어머니와 금경루에 왔을 때도 주인을 만났었으니까.’ 그녀는 애써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별말씀은요. 저희가 3층으로 가서 장신구를 고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그러자 가게주인은 격분되었다. “당연하지요. 왕비님과 두 아가씨께서는 절 따라오십시오. 제가 직접 세 분을 모시겠사옵니다.” 금경루에 황제의 친척, 권세 있는 대신, 세가의 귀족, 진성의 부유한 상인과 호객들이 있었지만 주인이 직접 접대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하지만 송석석에게만큼은 아주 열정적이었다. 전소환은 세 사람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예전엔 개처럼 우리 어머니께 시중이나 들더니 높은 지위에 오르자마자 인사도 하지 않는 군. 예의 없는 자식이라고!” 한녕은 장신구를 살 생각에 흥분해서 전소환의 말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순간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이 멀어지자 한녕은 아래로 내려보았다. 시만자가 전소환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누구 말하는 것이냐? 돌려 말하지 말고 이름부터 말하거라.” 전소환은 그녀의 사나운 표정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왕청여의 뒤에 숨었다. ‘내가 정말 못살아. 그냥 못 본 척하면 안 돼? 그날 잔치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가 봤는데 그런 뻔뻔한 짓을 했으면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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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남주 장신구? 3층의 장신구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도 된다고? 송석석은 통이 커서 예전에 나에게도 보석과 사계절용 옷을 선물하곤 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내가 시집갈 때 풍성하게 혼수를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했었지. 참으로 좋았는데 말이야. 허나 이젠 다른 사람에게 혼수를 장만해주고 있다니...’ 그녀는 오늘 왕청여를 데리고 혼수를 보러 왔는데 왕청여는 3층은 물론이고 2층에도 올라가지 않고 보통의 상품만이 있는 1층에서만 골랐다. 전소환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차이가 정말 크다고 생각했다. “둘째 형수, 저도 3층에 올라가 보고 싶사옵니다.” 전소환의 말을 들은 왕청여는 가슴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누이의 혼수에 돈을 보태라는 말에 화가 났지만 형수로서 한몫 낼 수 있으니 참았는데 지금은 모두 나보고 내라고 하다니!’ 금경루도 사실 왕청여가 오자고 한 게 아니었다. 이곳 장신구가 가격이 꽤 비싼 편이라 그녀는 아무 금고에 가서 전소환에게 사주려고 했지만 시어머니가 평양후부로 시집가는 것인데 너무 초라해서는 안 된다고 혼수가 조금 비싸 보여야 사람들이 왕청여가 일처리를 잘한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시어머니가 그렇게 말을 하자 왕청여도 할 수 없이 이를 악물고 그들과 금경루에 왔다. 왕청여는 금경루에 와도 1층의 장신구만 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고르다가 송석석을 보더니 3층으로 올라가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왕청여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 체면을 잃지 않으려고 잇몸을 깨물고 겨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전소환은 오히려 때를 쓰기 바빴다. “나도 3층에 가고 싶습니다. 저희 가문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둘째 오빠가 얼마 전에 황금 백 냥을 하사 받지 않았습니까?” 왕청여는 가슴의 기복이 심해지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황금 백냥이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는 금산이냐?’ 그러자 전노부인도 옆에서 담담하게 물었다. “그래, 3층으로 가 보자꾸나. 많이 사는 것도 아니고 한 두 가지만 사는 것 아니냐?”그녀는 송석석이 공주에게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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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그러자 점원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아가씨, 차와 다과를 드시면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바로 담아드리겠습니다. 점원은 계산을 도와주며 가격을 말하지 않았다. 3층으로 올라오는 손님은 가격을 물어보지 않으니 마지막에 액수를 알려주면 되기 때문이었다. 전노부인은 장신구의 루비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래도 옆에서 본 것이 있어 이런 루비들은 품질이 상품이라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샀던 작은 보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자 그녀는 왕청여를 보며 조용히 물었다. “환이가 좋아하니 사주는 게 어떠냐?” 왕청여는 화가 나서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점원이 벌써 장신구를 포장하고 있었는데 내가 어디 선택할 여지나 있었겠어?’ 박달나무에 작은 보석들이 박힌 보석함에는 세로로 여의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보석함만 보아도 값어치가 잇어 보였다. 점원은 능숙하게 포장을 한 뒤 공손히 물었다. “부인님, 이 장신구 말고 마음에 드시는 게 또 있으십니까?” 전소환은 다른 나무 쟁반을 보자 왕청여가 바로 앞으로 가서 말했다. “없습니다. 이것만 주십시오.” 그러자 점원이 말했다. “예, 감사드리옵니다. 이 여의금 사감루비 장신구는 3만 6천8백 냥입니다. 점원의 말을 들은 전노부인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뭐라고? 장신구 하나에 3만 6천8백 냥이란 말이냐?!” 그녀의 비명소리에 점원은 어리둥절해졌고 다른 방에 있는 사람들도 큰 소리에 놀라 고개를 내밀며 경멸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전노부인은 급히 손수건으로 얼굴을 절반 가린 채 왕청여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전소환은 이미 보석함을 손에 들고 왕청여를 바라보았다. 전소환도 자기가 고른 장신구가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예전에 송석석에게 받은 보석 박힌 장신구 팔찌가 몇 백 냥 하기에 기껏해야 이 삼천 냥일 줄 알았던 것이었다. 비록 왕청여가 오늘 장신구를 천 냥어치만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평양후부와 같은 백 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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