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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21 20:00:00
송석석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이 안 통한다고 느꼈는지 물음을 무시했다.

“보주야, 손님을 배웅하거라.”

자신보다 어린 조카에게 무시를 당하자 회 왕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송석석,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날 쫓아내려는 것이냐? 내가 네 이모라는 사실을 잊었느냐?”

회 왕비는 화가 나서 찻잔을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이 났다.

송석석은 깨진 찻잔과 자신의 젖은 발을 보더니 고개를 들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가 승은백부에서 찻잔을 던지며 화를 내고 량소를 양심 없는 자식이라며 욕해줬다면 저도 무척이나 기뻐하고 이모가 존경스럽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지금 란이가 얼마나 큰 억울함을 당했는지 그날 밤 보지 못하셨습니까? 이모는 계속 일을 구워삶기만 했습니다. 란이가 이혼하면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느냐고 물어볼 때 이모가 참으라고만 하지 말고 고개를 끄덕였어도 그녀에겐 엄청난 위안이었을 것입니다. 일시적인 억울함 때문에 이혼하려고 했을지도 모르는데 이모가 단칼에 거절하니 란이가 얼마나 절망했을지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란이는 이혼하면 안 된다.”

회 왕비는 안색을 붉히며 말했다.

“내가 이제껏 말했는데 넌 지금까지 뭘 들은 것이냐? 내가 이혼을 허락했다가 란이가 정말로 임신한 몸으로 처가로 돌아오면 어떡할 것이냐? 넌 진심으로 란이를 위해서 생각해 보았느냐? 란이는 널 그렇게 존경하는데 어떻게 그녀를 해칠 수 있느냐!”

회 왕비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리며 손수건으로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잠깐의 억울함이 뭐 어때서 그러느냐! 란이는 군주고 본처인데 홍등가의 출신인 첩을 두려워할 리가 있겠냐? 아무리 장공주의 서녀라고 해도 홍등가 같은 곳에 버러 져 자랐으니 시간이 지나면 량세자도 그녀에게 싫증이 날 테고, 난 결국엔 란이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네가 란이에게 이러한 도리를 설명해 주면 된다. 란이는 네 말을 잘 듣지 않느냐? 그러니 네가 말하면 분명 들을 것이다.”

회 왕비는 말을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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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여묵은 원래 누군가가 연왕의 배후에서 조종을 한다고 여겼지만 목종욱이 함부로 추측할까 봐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실증도 없었으니 연왕을 죽였다면 황제는 황숙을 이유 없이 죽인 혼군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 아닌가? 그럼 그들이 반란을 일으킬 구실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지. 반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그의 세력이 이 정도까지 확장되었으니 누군가 깃발을 들것이다. 그를 연주로 보낸 이유는 그가 애초에 사온이 접촉했던 인맥과 다시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야.” 그러자 목종욱이 말했다. “그런 것이군요.” “내 추측이 맞다면 그들이 거사를 일으키려 한다면 분명 각지에서 트집을 찾아 봉기를 일으킬 것이니 조심해야 하네. 특히 강남은 우리 상국의 공창과 상회의 땅이니 그곳을 빼앗긴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여묵이 재차 당부하자 목종욱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목숨을 걸고라도 그들이 강남을 차지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모두 인계한 후 사여묵도 진성으로 떠나는 길에 올랐다. 그는 지금 조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사청엽이 진성으로 압송되었다. 그는 평생 체면에 신경을 썼는데 이젠 호위가 앞뒤 좌우에서 호송하는 건 흔치 않으니 이번 생에 소원을 이룬 셈이었다. 중간에 휴식할 때 송석석은 강철 바늘을 팔찌에 넣었다. 사병을 소탕할 때 팔찌의 강철 바늘을 다 썼는데 정말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생각했다.특히 이런 산악전에서는 적이 분산되어 있어서 일단 발견하면 강철 바늘이 멀리까지 쏠 수 있어서 경공을 펼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그녀가 산에서 몇 번 넘어져서 팔찌가 약간 변형해서 사여묵이 역관에게 공구를 빌려 수리해 주었다. 복구하지 않으면 각도에 문제가 생겨 정확하게 발사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들이 진성으로 돌아갈 때 남강에 있던 전북망도 마침내 성릉관에 도착했다. 왕표가 특별히 그들 몇 명을 성릉관으로 보내 소대장군에게 생신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전북망을 따라갔던 세 사람은 모두 전북망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3화

    이튿날, 연황실의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는데, 그중에는 강남에 사는 훈작 가문도 적지 않았다. 원래는 이 훈작 가문들은 태평성대만이 영화를 누릴 수 있기에 정세가 흔들리는 것을 가장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야 했다. 그러나 한 가문이 수십 년이 지나도록 작위가 공작에서 백작으로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 이상 작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마음속으로 아주 초조했다. 왜냐하면 그들도 전성기를 누렸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가문이 연왕의 진영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연왕의 계략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의 미움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처세술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사람들이 모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연왕은 모든 사람이 온 후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일을 다시 뒤로 미루었다. 그러자 더욱 무상의 말이 입증된 셈이었다. 사람들은 연왕이 움직일지, 아니면 투항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주에서 사여묵은 강남도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포로들을 모두 인계했다. 강남 위영의 총병은 목종욱이었는데 예전에 소 대장군의 휘하였다. 소대장군은 하마터면 그를 의자로 삼을 뻔했다. 전공을 세운 후, 소 대장군의 천거로 강남에 가서 수비를 하고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목적은 도적 때를 소탕해서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사여묵은 그와 왕래가 많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소대장군의 영향을 받아 충성심이 강하고 담력이 커서 절대로 연왕의 진영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연왕이 이리저리 병력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목종욱은 직접 포로를 데리로 왔다.그가 사여묵과 송석석에게 인사를 하자 두 사람도 후배의 신분으로 그에게 인사를 했다. 왜냐하면 소대장군의 관계가 있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온 후에 다른 것은 묻지 않고 소대장군께서 진성에 계셨던 상황만 물었다. 처음에 그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2화

    연황실의 서재는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연왕은 모든 참모들을 불러놓고 논의를 했다. 그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지금이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 죽음만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청엽만 죽이면 그가 역모를 계획한 일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참사들과 연주에서 그와 함께 일을 도모했던 관리들은 모두 사청엽을 죽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병 오천 명을 섬멸한 부대가 사청엽을 진성으로 호송하는데 어떻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사청엽을 죽이느니 차라리 움직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연주지부 하상지가 말했다. “왕야님, 이미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쳤으니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병력을 기르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진성에서 제공하던 은자도 끊겼으니 더 이상 소모하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하상지는 전 호부시랑으로 있다가 작은 잘못을 저질러 선제에게 경주로 파견된 후 연왕을 따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사온이 은전으로 사람을 매수해서 그를 연주지부 자리에 앉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년이면 임기가 다가오는데 이부 제상서가 그에게 불만이 많았다. 옛날 진성에 있을 때부터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아 임기가 차면 아마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았다. 그가 자리를 옮기면 숙청제가 반드시 사람을 들여보낼 것이고 그때가 되면 왕야님이 연주를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모두들 번갈아 가며 설득했다. 숙청제가 군대를 보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먼저 곳곳에 불을 지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모두의 분석이 일리가 있었고 현재의 형세에도 부합했다. 그러나 연왕은 여전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까지 기다렸다가 모든 사람이 도착한 후에 다시 의논해 보지. 다들 먼저 돌아가거라.” 서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의 생명을 그에게 맡겼고, 입이 마르도록 설득을 했는데 여전히 우유부단을 하니 사람들은 실망하기 그지없었다. 무상은 눈앞의 상황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1화

    소식이 연주에 전해지자 연황실이 발칵 뒤집혔다. 연왕은 격노하여 방에 있는 도자기란 도자기들을 모두 깨뜨렸다. “병신들 같으니라고. 오천 명의 사병들이 모두 당하고도 보고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사청엽은 대체 뭐 하는 인간이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노주로 갔는데 경계심이 조금도 없다니, 심지어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하지도 않았다니.” 그의 얼굴은 흉악하고 무서워 회왕조차도 한쪽에서 서서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이 일로 인해 당황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옹현에서 옮겨간 사병들에게 있어 노주에 문제가 생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노주 대석촌 같은 숨겨져 있는 곳이 대체 어떻게 들킨 것이지? 노주는 원래 그들의 눈에 들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의 지형은 정말 좋았는데 빽빽한 땅굴 외에도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역모를 실패하더라도 대석촌으로 가면 몇 년 동안은 평안할 수 있어 다시 계획을 짜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발견하기 어려운 지역인데 이렇게 쉽게 공격을 당하다니. 무상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왕야님, 지금 화를 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일찍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노주를 노리는 것은 사청엽에게서 실수가 생긴 것입니다. 그가 체포되어 진성으로 이송되기만 한다면 반드시 왕야님이 시켰다고 자백할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연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비적을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의심만 했을 뿐 사병들이 본왕 것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지. 지금 유일하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사청엽이니 기회를 봐서 그를 제거한다면?”그러자 무상이 말했다. “왕야께서는 그를 제거하실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무림 출신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사가 죽어 나가야 하는지 아십니까? 아마 몰래 들어가서 한 번 보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입니다.” 연왕은 초조해서 일어났는데 동작이 너무 커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당겨 아파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0화

    그들은 신속히 준비를 해 1군은 대석촌 북로로 진격했는데 그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물론 1군이 움직이기 전에 이미 다른 분대가 먼저 입산해서 전후좌우로 협공을 했다.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포진이 합리적이어서 그야말로 빈틈없는 포위망을 마련해 준 셈이었다. 하지만 결국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워낙 공격할 곳이 많고 적들이 산세 지형에 익숙해 있어서 무소위가 미리 사람을 데려가 대석촌으로 향하는 밀도 입구를 막지 않았다면 싸움을 계속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장대성은 겸사겸사 두 명의 인부도 구해내 그 사람들에게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데리고 대석촌을 떠나라고 했다. 두 사람은 마침내 구출이 되어 춥고 배가 고픈 데다 밖에 싸움이 났다는 것을 알고 황급히 산 부근에 사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철수하라고 했다. 하지만 노동을 하던 사람들도 소수였고 이곳에는 오천 명이라는 사병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싸우기 어려웠다. 몇 시진 후, 2군은 대석촌을 점령하고 그들의 공급을 차단해서 산으로 몰아넣었다. 식량을 지키기만 하면 그들이 산에서 약탈을 할 수밖에 없기에 쉽게 노출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상대는 무림의 고수들이니 조금의 기척이 있어도 쉽게 들킬 수 있었다. 노주 지부 서계경은 북쪽 길목에서 탈출하는 일꾼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이 소식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모두 체포했다.사실 이렇게 큰 움직임이 있는 이상 노주에서 분명 누군가가 소식을 전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계경은 많은 것을 알지 못했지만 이 전투가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절대로 산적과 토비들에게 외부에게 지원을 요청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그도 이 사람들은 진정한 산적과 토비가 아니라 역모를 꾸미는 사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사여묵 등 인은 통쾌한 몸싸움을 겪은 뒤 각 팀이 돌아가며 휴식을 취하고 유연한 산악전을 시작했다.송석석과 사여묵은 같은 팀이 아니었다. 무소위가 강력하게 그들이 나누어서 팀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9화

    이번 작전은 비적을 토벌한다는 명분이 붙었다. 작전 전날 밤, 그들은 함께 앉아서 토론을 했는데 이번 행동은 위험하지도 않고 임무가 어렵지도 않았다. 다만 노주 대석촌의 사람이 예전 옹현의 사병은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연왕이 사람들을 어디로 옮겨갔을까? 전에 사여령은 여러 주와 현에 이런 거점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사여묵은 모두 대석촌 같은 규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 천 명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자였다. 위소가 없는 곳은 현지 관부만으로 오천 명을 섬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반격에 점령당할 수 있었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면 백성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것이고 대군이 쳐들어왔을 때 이미 얼마나 많은 곳을 점령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노주의 사병을 토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큰 문제는 뒤에 있었다. 요 몇 년 동안 남강에서의 전쟁으로 인해 연왕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도 조정에서는 그에 대해 조금도 방비를 하지 않았다. 남강에서 승리한 후 조금의 억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았고 지금은 뒤에서 전략을 짜주는 사람까지 있었다. 비록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사여묵은 지금 자신들이 피동적이라고 생각했다. 노주로 온 후 그는 줄곧 그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원래 염 선생과 분석할 때는 많은 사람을 배제했지만, 단 한 사람이 그들의 시야에서 배제되었다가 다시 주목받게 되었고, 그 인물이 염 선생의 머릿속에서 결코 잊히지 않았다.그 사람이 가장 큰 혐의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전에 사람을 파견해 그 사람을 조사해 보았지만 그는 부유하지 않았지만 아주 평화로웠다. 그의 집에도 부병을 많이 기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이상이 없었다.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외되었을 사람인데 사여묵이 그를 배제한 뒤 다시 이름을 올린 이유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분명히 연왕의 뒤에 서서 모의를 한 사람일 것이었다. 다시 말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8화

    노주에는 영락루라는 곳이 있었는데 기세가 웅장하고 규모가 컸다. 영락루에 소비하러 가는 사람들은 부자가 아니면 귀족이었다. 하지만 영락루의 왼쪽 모퉁이에는 난잡하고 텅 빈 곳이 있었는데 장사꾼은 매일 그곳에서 장사를 했다. 밥을 파는 사람, 떡을 파는 사람, 완탕을 파는 사람 등이 있었는데 이곳은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여 음식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들과 부두의 노동자들이었다. 장사하는 자리 밖에는 몇 개의 낮은 탁자와 걸상이 놓여 있었는데 손님들은 거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곳은 시끌벅적했고, 어떤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다 있었지만 유독 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 없었다. 왜냐하면 백성들에겐 너무 먼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중 완탕을 파는 노점 앞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옷차림도 수수하고 평범했다. 한 사람은 회색 솜저고리를 입고 흰 모자를 쓰고 있었고 나이는 대략 30살 좌우로 보였다. 다른 한 명은 대략 40살 좌우로 보였는데 청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다만 아무리 봄이라고 해도 아직 날씨가 쌀쌀한데 옷차림이 다소 얇아 보였다. 하지만 완탕 한 그릇을 먹고 나니 그의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맺혔다. 다 먹은 후에 그릇을 내려놓고 회색 저고리를 입은 남자가 말했다. “그럼 그냥 놔준단 말입니까?” 그러자 청색 옷을 입은 남자가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그들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으니 그만둘 수밖에 없지.” 그러자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거 참 아쉽군요.” 청색 옷을 입은 남자는 그릇에 남은 국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연왕에게도 초조한 맛을 보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를 않으니 날이 갈수록 남의 자리가 안정되어 승산만 줄어드는 것 아니냐?” “나는 진성에서 왜 연왕을 돌려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진성에서 연왕이 역모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연왕을 풀어준 건 호랑이를 풀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7화

    마을은 이미 그들의 사람들로 가득 차 뜨거운 물이며 옷이며 없는 게 없었다. 다만 옷들이 상대적으로 짧아 무소위는 다른 사람을 시켜 그의 몸에 맞는 옷으로 한 벌 구해오라고 했다. 사여묵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송석석은 그의 몸에 묻은 흙을 닦아준 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씻어주었다. 사청엽은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 머리를 감는 비누도 좋아서 잠깐 문질렀더니 머리카락이 금세 부드러워졌다. 다만 사여묵의 머리카락이 너무 더러워 물을 세 번이나 갈아서야 깨끗해졌다. 그리고 송석석은 천천히 그의 수염을 깎아주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주었다. 사여묵은 홀쭉해진 송석석의 얼굴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이 아팠다. 아마 그동안 잠도 못 자고 매일 걱정을 해서 그런 것 같았다. 사여묵은 이럴 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편지를 한 통 보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아직 옷을 사 오지 않아 일단 사청엽의 옷을 입어야 했는데 좀 짧긴 했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사여묵은 쉰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당신이 올 줄 몰랐소. 심 사형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한 것 같소.” “당신에게서 편지가 오지 않아서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송석석은 그의 품에 안겨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꼭 감쌌는데 몸이 밀착되어 전해오는 진실함이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던 근심과 초조함을 씻어 주는 것 같았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겠소.” 그의 뜨거운 입술은 송석석의 이마에 닿았고 그녀를 안고 있던 팔엔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 마오.” 방금 송석석이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 그는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그녀는 평시에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사여묵도 그녀가 부담스럽지 않게 항상 자신의 감정을 참아왔던 것이었다.그는 송석석의 마음속에 자신이 있지만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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