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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재스민 차의 향기가 혼 화청에 풍겼다.

보주는 구름떡을 들고 들어왔는데 밖에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어 그녀의 수놓은 신발이 흠뻑 젖어 바닥에 두줄의 발자국이 생길 정도였다.

송석석은 말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천천히 차를 마셨다.

그렇게 이모와 조카는 네모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보주는 구름떡을 탁자 위에 놓고 나가 문밖을 지켰다.

송석석은 보주가 놓고 간 손으로 구름떡을 집어 천천히 먹었는데 떡을 먹는 소리가 하도 작아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회 왕비도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집어서 부스러기가 보라색 꽃무늬 저고리 치마에 떨어지지 않도록 우아하게 작은 접시로 받치고 조금씩 집어 먹었다.

회 왕비의 피부가 안 그래도 노란 축에 속해 있는데 보라색 옷을 입으니 피부색이 더욱 어두워 보였다. 그리고 눈 밑이 검푸른 것이 며칠 동안 밤을 설친 게 분명했다.

송석석이 계속 입을 열지 않자 회 왕비가 결국 참지 못하고 접시와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석석아, 넌 이모가 낯설다고 생각하니?”

그러자 송석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뇨, 전 이모가 절 낯설어한다고 생각하옵니다.”

회 왕비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네가 란이에게 혼수를 보탠 일 때문에 그러느냐? 그 일은 이모가 사과할 테니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니? 가족끼리 이러는 걸 네 어머니가 하늘에서 본다면 얼마나 속상하시겠어.”

“어머니께서 속상해하시는 것이 저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회 왕비를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모께서 란이에게 보낸 혼수를 거절하신 일을 저는 전혀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사옵니다. 그러니 어머니 얘기는 그만하시고 오늘 무슨 일로 여기에 오셨는지 솔직하게 말해주십시오.”

그러자 회 왕비가 복잡한 심정으로 말했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는 않다고 하지만 너 때문에 회왕부가 황제에게 한 달 동안 금족을 당한 건 알고 있느냐? 그 해 섣달 그믐날에도 우리는 너 하나 때문에 궁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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