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565 챕터

제521화

송석석은 시만자를 불러 이석을 등에 업은 후, 빠르게 마차로 돌아갔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반드시 찾아드리겠습니다.” 이석은 온몸을 떨며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물기로 얼굴을 적신 채 입술을 떨며 더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제발 꼭 찾아주세요.” 그러자 송석석은 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려오지 마세요! 당신의 몸부터 돌봐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분의 영혼이 편치 않으실 겁니다.” 이석은 얼굴을 가리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송석석은 마부에게 그녀를 잘 돌보라고 부탁한 후, 다시 귀걸이를 찾으러 갔다.반 시간이 흐르고 마차들이 하나둘씩 떠나갔지만,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고, 하늘은 음산하게 어두워졌다. 선평후부의 마부를 포함한 네 명이 허리가 아플 정도로 찾아봤지만, 귀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포기하려던 그때, 송석석이 서원 문 가까이에 빛나고 있는 물체를 발견했다.바로 이석의 진주 귀걸이였다! 귀걸이는 이미 훼손되어 있었고, 귀걸이를 지탱하던 금선과 금잎은 사라진 채 진주만 남아 있었다.귀걸이를 발견한 곳은 이석이 넘어졌던 장소가 아니었다. 아마 마차에 깔린 후 사람들에 의해 여기로 차여 진 것 같았다. 근처를 조금 더 찾아보던 송석석이 얇은 금잎 하나를 발견했지만 나머지는 끝내 찾지 못했다. 모두가 흠뻑 젖은 채로 마차에 돌아왔고 송석석은 진주와 금잎을 이석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손에 꼭 쥔 이석은 송석석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송석석은 이석을 일으키며 그녀가 자신의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했다.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송석석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잠시 후 울음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이석은 이미 감정을 억누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그녀는 눈물을 닦은 뒤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눈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입술은 애써 미소를 띠려 노력하고 있었다.“저는 그의 흔적마저도 찾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이제 찾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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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전북망은 금비녀 하나를 사서 상자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인들에게 전소환이 어머니 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곧장 어머니 방으로 향했다.전소환은 여전히 보석 상자를 안고 있었고, 전북망이 들어오자마자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었다."오라버니는 오늘 당직이 아닙니까? 왜 돌아오셨습니까?"전북망은 상자를 건네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거 받아라. 사 온 비녀다."전소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상자를 받아 들고 물었다. "왜 저에게 비녀를 주시는 겁니까? 무슨 의도입니까?"그녀는 최근 며칠간 전북망이 그녀에게 그 머리 장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던 것이 떠올라 두려워져 보석 상자를 더욱 꽉 쥐었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비녀를 선물한다니?“혼수에 보태거라. 그리고 요즘 어머니를 돌보느라 수고하지 않았더냐?... 그러니 어서 받거라.”전북망은 몸을 돌려 침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물었다."어머니, 오늘은 좀 어떠십니까?"전노부인은 아들의 행동에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네 동생이 나를 잘 돌봐주긴 했다. 오늘은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구나. 내일쯤이면 일어나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그러자 전북망은 어머니를 부축했다."어머니,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일어나서 한번 걸어보시지요."전소환은 그제야 안심한 듯 비녀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금비녀가 들어 있었고, 제법 묵직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금경루의 비녀가 아니었고 금루의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약간 실망했지만, 금으로 만든 것이라 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그리고 얼굴을 들어 전북망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오라버니.""어울리는지 한 번 보게, 어서 써 보거라."그는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런데 전소환이 어머니의 화장대 앞으로 다가간 순간, 전노부인이 놀라며 소리쳤다. “둘째야, 이게 대체 무슨 짓이느냐?"전소환이 돌아보니, 전북망은 어머니를 부축하는 대신, 그녀의 홍보석 머리 장식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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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전북망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인들과 시녀들이 겨우 그녀들을 떼어놓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매우 처참한 상태였다.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옷은 찢어졌으며 얼굴에는 손톱자국과 뺨 자국이 가득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시장바닥의 닭싸움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전노부인은 의자에 앉아 헐떡이며 왕청여를 노려보았다. "소환이는 곧 출가할 몸인데, 이렇게 얼굴을 상처를 입혔으니 어떻게 사람들 앞에 서란 말이냐?!"왕청여는 바닥에 앉아 울부짖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전북망은 빠르게 들어가 왕청여를 일으켜 세우고 은표 한 묶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홍보석 머리 장식은 환불받았으니 이 은표를 받으시오.""둘째야, 너 드디어 미친 것이냐?" 전노부인은 분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구입한 보석을 다시 환불받으며 우리 장군부의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돌려주세요. 저는 물리고 싶지 않단 말입니다." 전소환은 울부짖으며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은 보기 흉할 정도였다.전북망은 그녀의 주먹질을 묵묵히 받아낼 뿐 미동도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냉담한 표정이 서려 있었고, 이런 날들이 너무 지긋지긋했다.은표를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왕청여는 울음마저 잊어버린 뒤였다.전북망을 때리던 전소환은 왕청여에게 달려들어 은표를 빼앗으려 했다.왕청여는 급히 은표를 숨기며 뒤로 물러났다. "대체 뭐 하는 것이냐?!""그건 네가 나에게 사준 거잖아! 네가 원해서 산 건데 대체 왜 그래." 전소환이 울부짖으며 악을 썼다."이제 생각이 바뀌었어." 왕청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가 홍보석 머리 장식을 산 것을 후회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후회하는 건지, 그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원했던 것은 이런 삶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장군부는 썩어 문드러진 채소 단지와 같았고, 그녀는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러나 이 혼인은 그녀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당시 목 씨 부인이 중매를 섰고 그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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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전북망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정말 당신이 녹분성에서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소."그러자 이방이 냉소하며 대꾸했다. "당신이 저를 싫어하는 이유가 녹분성 때문입니까? 아니, 당신은 내가 시몬에 포로로 잡혀 얼굴이 망가져서 저를 거부하는 겁니다. 내가 더럽다고 여기는 거겠지요. 하지만 나는 깨끗합니다."전북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시몬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픈 것뿐이오. 그래서 내가 대신 벌을 받았던 거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신이 녹분성에서 저지른 행동들이오.""자기 자신을 속이려 하지 마세요.”이방은 여전히 말투가 차갑고 냉정했다. “제가 녹분성에서 한 일들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까?""당신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소?" 전북망이 숨을 깊게 들이쉬며 물었다. "어떻게 지금까지도 당산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수 있소?"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방은 등잔불 아래 더욱 흉측하게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속에 섬뜩한 야망이 드러나 있었다."전북망, 당신만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미치도록 원하고 있지요. 저는 이 나라 최초의 여장군이고 비록 송석석이 남강에서 공적을 세웠다 해도 제 위치는 대신할 수 없지요. 그것은 제가 녹분성에서 쌓은 공적이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지위를 확립할 수 있었겠어요?"그녀가 비녀를 뽑아 심지를 높이자, 등불이 그녀의 흉측한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당신은 장군들이 잔인한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 없습니다. 송회안이 어린 나이에 진북후가 된 것이 단지 그의 용맹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어두운 면들이 숨어있습니다. 당신 같이 바보들이 목숨을 걸고 전공을 세우려 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한들 결코 왕표 같은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전북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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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하지만 전북망은 단호했다. “설령 그들이 서경의 사람일지라도 그들 역시 평민이오. 우리는 평민을 해치지 않기로 약속했소. 그것은 상위자가 백성들이게 한 약속이자, 두 나라의 백성들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었소. 마을을 학살하면서 성릉관 백성들도 똑같이 학살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소?”냉소를 짓고 있는 이방의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했다.“당신은 장군이면서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까…? 전북망, 당신은 마음이 약하고, 결단력도 없어 전쟁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날 제가 없었다면, 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었겠습니까? 심지어 소대장 앞에서 녹분성에 가서 곡물을 태우자고 했던 것도 제가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 공로조차 없었을 겁니다.”“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제가 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약을 체결했고, 당신이 원군의 주장으로 제 공을 대신 받았으면서 이제 와서 저를 비난하는 겁니까? 자신이 비열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그녀의 경멀 어린 말투는 전북망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전북망은 그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할 말 없지요?” 이방은 마치 드디어 억울함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온갖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전북망, 제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당신도 잘 알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요? 저는 한창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당신과의 결혼을 결심했고 당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도 떠나지 않고 곁에 지켰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혼한 후 왕청여를 다시 맞아들였습니다.”“당신은 송석석을 저버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당신이 배신한 사람은 바로 접니다.”가벼운 그녀의 한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한과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이윽고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황제가 내린 혼인이었기에 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철저히 계획했습니다. 송석석은 당신을 위해 무엇을 주었지요? 우리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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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전북망은 가림막을 들고 이방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발걸음이 가벼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고 바깥에서도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잠시 후 그는 문을 열고 재빨리 문 뒤에 숨었다.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빠르게 고개를 내밀어 힐끗 보았는데, 그저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온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복도 앞 불빛이 계단을 비추고 있어서 잘 보였는데, 그 곳에는 이방의 시중을 들던 시녀 세 명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모두 검으로 단번에 숨통이 끊어져 소리를 칠 겨를도 없는 듯했다.피가 돌계단을 따라 흘러 계단은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그러자 전북망은 문득 송가의 멸문이 떠올라 울적해졌다."아버지와 어머니..."전북망이 막 뛰어나가려고 하자 이방이 막았다. 이방의 얼굴 또한 창백했고 입술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아마도, 나를 겨냥한듯 하옵니다."전북망은 단숨에 알아차렸다. 서경 첩자가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가능성도 있었다. 이방은 방금까지도 자신의 행동이 바르다고 말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다 변명같이 느껴졌다. 방금까지 당당하게 변명하던 이방도 지금은 두려움에 떨고 있자 전북망은 자기라도 정신을 차려야 겠다며 얼굴을 때렸다. 그때, 어두운 그림자 네 개가 조용히 정원에 드리워졌다. 그들은 모두 검은 옷차림을 하고 얼굴을 가린 채 싸늘한 눈동자만 드러냈다.네 사람은 각자 검을 쥐고 있었는데, 검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고 짙은 피비린내와 살기를 풍겼다. 그 모습을 본 이방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바로 그 순간 그들이 동시에 공격을 했다. 전북망과 이방은 빠르게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한 사람은 문을 잠그고 한 사람은 초를 꺼 순식간에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검을 든 채 경계 태세를 취했다. 검의 빛이 두 사람의 날카로운 눈빛을 밝혔다.전북망은 귀경하자마자 바로 경위에 들어갔었다. 게다가 일반 경위 자리로 폄하되어 순번을 시작했다. 순번으로 단련된 효과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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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왕청여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검을 든 자객들이 이미 안으로 침입해 버렸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며 쫓아온 듯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쥐고 있었다.왕청여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려 문을 세게 두드렸다.몸을 피할곳이 이곳밖에 없었다. "이방, 문을 열거라! 어서 문을 열거라!"오월과 유월은 왕청여를 지키려 자객을 가로막으며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멈추거라...!"하지만 자객은 검을 휘둘렀고 오월과 유월은 목덜미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목에서는 피가 주르륵 훌렀다. 칼에 베인 것이다! 그들이 단번에 숨통을 끊어 두 사람은 소리도 못 내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왕청여는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울부짖었다."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자객은 이미 왕청여를 향해 검을 뻗었고, 휘두르려는 바로 그때, 전북망이 나타나 자객을 걷어차고 왕청여를 보호했다. "들어가서 숨어있소!"전북망은 상대하기 어려운 적을 만난 듯 왕청여를 살짝 밀었다.그러자 왕청여가 울먹이며 답했다."이방이 문을 잠가 못 들어가옵니다…."전북방은 문을 걷어찼지만 끄덕하지 않아 싸우면서 큰 목소리로 연신 외쳤다. "이방, 문을 여시오!"이방은 굳은 표정으로 검을 쥔 채 손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전북망의 말을 무시한 채 문을 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 사이 전북망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칼에 맞아 황급히 몸을 피하기 바빴다. 그의 무예가 경위에서 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그는 자객을 사람이 없는 정원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자객은 이방만을 노리고 있어 힘들었다. 세 사람은 문을 부수고 있었고 전북망은 한 사람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왕청여는 그 모습에 놀란 나머지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기어가다시피 구석으로 가서 간신히 숨는것에 성공했다. 마침 장군부의 호위가 도착했지만 장군부는 사정이 좋지 않아 호위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호위 몇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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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두 사람은 힘겹게 싸웠으나, 자객에게 한바탕 맞고 말았다.자객들은 더는 시간을 끌려 하지 않았다. 한 자객은 둘째 집안의 부자를 상대했고, 세 자객은 날카롭게 이방의 가슴을 향해 칼을 찔렀다. 이방은 당황한 나머지 다급히 검을 버리고 전북망을 끌어당겨 자기 몸을 막았다."안된다!"노부인과 왕청여는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전북망은 이방이 이런 끔찍한 짓을 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중상을 입은 터라 이방에게 두 팔을 꽉 잡혀 검을 휘둘러 막아낼 기회조차 없었다. 그는 그저 자객들이 자기 심장을 향해 찔러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모두 안달이 났지만, 그를 차마 구할 수 없었다. 노부인은 그 상황을 지켜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위급한 상황에 갑자기 ‘챙’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도화창 한 자루가 날아와 자객의 검 세 자루를 향해 정확히 부딪혔다. 자객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손을 다쳐 급히 뒤로 물러섰다.잠시 후 그림자 하나가 허공에서 날아와 발끝으로 빠르게 도화창을 되찾았다. 다들 그 그림자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아보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자객들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무공은 아주 깔끔하고 강력했다.자객은 그녀의 공격에 놀라 계속 물러섰다. 방금까지도 대단했던 그들의 무예가 그녀의 도화창 앞에서 조금의 쓸모도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십 수를 겨루자, 자객들의 검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스무 수를 겨루자, 자객들은 팔다리의 힘줄이 끊어진 채 전부 쓰러졌다. 단전에는 힘이 없었고 검을 들 힘조차 없어 보였다.그때, 산들산들한 여름밤의 바람이 그녀의 헝클어진 귀밑머리를 향해 불어왔다. 복도의 불빛을 받으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였다. 그제서야 다들 그 그림자가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송석석?"겁에 질려 온몸을 떨고 있던 왕청여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송석석은 흰옷을 입고 진주가 달린 자수 꽃신을 신고 있었는데, 넓은 소매의 두루마리까지 입으니 몸매가 유난히 길고 연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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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정말 미친 것이냐?"전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자식들을 관청으로 끌고 가도 누가 보냈는지 심문하지 않으면 어찌 또 그들을 처리할 수 있겠는가?"이방은 고개를 들어 송석석과 시선을 마주했는데, 그녀의 눈빛은 착잡함과 잔인함이 섞여 있었다. 그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장군부에서 버려진 여인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돌아온 것입니까?"송석석은 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들이 정녕 서경의 첩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참으로 어리석습니다."그러자 이방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고 눈빛은 더욱 포악하게 변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자객들을 서경의 첩자라고 여겨 그들이 경조부의 고문을 당하면 분명 녹분성에서의 일들을 털어놓을 것이라 생각했다. 황제가 직접 벌을 내리지 않았기에 사실 그녀는 요행을 바라고 있었는데 관청에서 심문을 통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 그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송석석이 그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방은 송석석에게 간파되어 굴욕감을 느꼈다.잠시 후, 필명이 경위를 데리고 왔다. 그는 송석석을 보자 예를 올렸다."부사령관을 뵙사옵니다.""자객이 죽었으니, 자네가 직접 처리하시오."송석석은 고개를 돌린 후 도화창을 끌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예!"그러자 뒤에서 필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전북망의 시선은 계속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볼뿐 나서지 않았다. 송석석이 나타난 후 돌아가기까지 그저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에 불과해 그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비록 부사령관이지만 장군부에서는 화리한 여인이었고, 현갑군의 사무를 책임지지 않기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필명은 자객의 복면을 벗겼고, 이방은 옆에서 싸늘하게 그 모습을 보았다. 비록 표정은 평온했지만 마음속으로 큰 충격을 입었다.그녀가 생각한 서경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서경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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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따귀를 세게 맞은 이방의 고개가 순식간에 한쪽으로 기울어졌다.하지만 이방은 이를 악물고 반격하지 않은 채 계속 상처를 처리할 뿐이였다.왕청여는 눈물을 닦으며 필영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필 대인, 이건 모두 이방의 탓입니다. 자객들 또한 모두 이방을 노리고 온 것인데, 스스로 방 안에 숨어 저와 시녀를 밀어내 시녀의 죽음을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송 장군께서 자객들을 모조리 잡아 묶었습니다. 하지만 이방이 갑자기 미친 듯이 달려들어 자객을 모두 죽였습니다. 필 대인, 반드시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필명은 이방을 노려보았고, 필명이 입을 떼기도 전에 이방이 싸늘한 목소리로 선수를 쳤다."제가 장군부에 침입하여 호위와 시녀를 죽였습니다. 그들의 목숨을 살려뒀으면 위험이 가할 수도 있었습니다."이미 자객의 시체를 본 적 있는 필명은 이방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손과 발의 힘줄을 끊고 내공도 잃은 채 묶였는데 무슨 위험이 있다는 겁니까? 목숨을 남겨 배후를 알아내지 못한 것이야 말로 큰 위험 입니다."하지만 이방은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참으로 미안합니다. 장군부의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 분노에 차올라 목숨을 남겨 심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필명은 이방의 쓸데없는 말에 대답조차 하기 싫었다.왕청여는 그 이후에도 이방의 뺨을 몇 번이나 때렸지만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에 이방이 문을 닫아 오월과 유월이 살해되었으니 이방을 때려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필명에게 대답한 것을 듣고, 왕청여는 이방이 순간 수상하다고 느껴져 차갑게 말했다."자객은 너를 노리고 왔다. 대체 누구에게 미움을 샀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 것이냐? 오월과 유월이 너를 위해 죽었으니, 나에게 솔직히 답하거라."그러자 이방이 콧방귀를 뀌었다."답? 자객에게 묻거라. 내가 죽인 것도 아니지 않느냐?!""네가 문을 잠갔기 때문에 자객들이 너 대신 오월과 유월을 죽인 것이다. 네가 문을 막고 있어서 두 사람이 너를 지키려다 죽임을 당한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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