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21화

Author: 유애
송석석은 시만자를 불러 이석을 등에 업은 후, 빠르게 마차로 돌아갔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반드시 찾아드리겠습니다.”

이석은 온몸을 떨며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물기로 얼굴을 적신 채 입술을 떨며 더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제발 꼭 찾아주세요.”

그러자 송석석은 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려오지 마세요! 당신의 몸부터 돌봐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분의 영혼이 편치 않으실 겁니다.”

이석은 얼굴을 가리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송석석은 마부에게 그녀를 잘 돌보라고 부탁한 후, 다시 귀걸이를 찾으러 갔다.

반 시간이 흐르고 마차들이 하나둘씩 떠나갔지만,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고, 하늘은 음산하게 어두워졌다.

선평후부의 마부를 포함한 네 명이 허리가 아플 정도로 찾아봤지만, 귀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포기하려던 그때, 송석석이 서원 문 가까이에 빛나고 있는 물체를 발견했다.

바로 이석의 진주 귀걸이였다!

귀걸이는 이미 훼손되어 있었고, 귀걸이를 지탱하던 금선과 금잎은 사라진 채 진주만 남아 있었다.

귀걸이를 발견한 곳은 이석이 넘어졌던 장소가 아니었다. 아마 마차에 깔린 후 사람들에 의해 여기로 차여 진 것 같았다. 근처를 조금 더 찾아보던 송석석이 얇은 금잎 하나를 발견했지만 나머지는 끝내 찾지 못했다.

모두가 흠뻑 젖은 채로 마차에 돌아왔고 송석석은 진주와 금잎을 이석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손에 꼭 쥔 이석은 송석석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송석석은 이석을 일으키며 그녀가 자신의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했다.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송석석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잠시 후 울음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이석은 이미 감정을 억누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그녀는 눈물을 닦은 뒤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눈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입술은 애써 미소를 띠려 노력하고 있었다.

“저는 그의 흔적마저도 찾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이제 찾게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22화

    전북망은 금비녀 하나를 사서 상자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인들에게 전소환이 어머니 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곧장 어머니 방으로 향했다.전소환은 여전히 보석 상자를 안고 있었고, 전북망이 들어오자마자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었다."오라버니는 오늘 당직이 아닙니까? 왜 돌아오셨습니까?"전북망은 상자를 건네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거 받아라. 사 온 비녀다."전소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상자를 받아 들고 물었다. "왜 저에게 비녀를 주시는 겁니까? 무슨 의도입니까?"그녀는 최근 며칠간 전북망이 그녀에게 그 머리 장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던 것이 떠올라 두려워져 보석 상자를 더욱 꽉 쥐었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비녀를 선물한다니?“혼수에 보태거라. 그리고 요즘 어머니를 돌보느라 수고하지 않았더냐?... 그러니 어서 받거라.”전북망은 몸을 돌려 침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물었다."어머니, 오늘은 좀 어떠십니까?"전노부인은 아들의 행동에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네 동생이 나를 잘 돌봐주긴 했다. 오늘은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구나. 내일쯤이면 일어나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그러자 전북망은 어머니를 부축했다."어머니,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일어나서 한번 걸어보시지요."전소환은 그제야 안심한 듯 비녀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금비녀가 들어 있었고, 제법 묵직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금경루의 비녀가 아니었고 금루의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약간 실망했지만, 금으로 만든 것이라 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그리고 얼굴을 들어 전북망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오라버니.""어울리는지 한 번 보게, 어서 써 보거라."그는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런데 전소환이 어머니의 화장대 앞으로 다가간 순간, 전노부인이 놀라며 소리쳤다. “둘째야, 이게 대체 무슨 짓이느냐?"전소환이 돌아보니, 전북망은 어머니를 부축하는 대신, 그녀의 홍보석 머리 장식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23화

    전북망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인들과 시녀들이 겨우 그녀들을 떼어놓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매우 처참한 상태였다.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옷은 찢어졌으며 얼굴에는 손톱자국과 뺨 자국이 가득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시장바닥의 닭싸움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전노부인은 의자에 앉아 헐떡이며 왕청여를 노려보았다. "소환이는 곧 출가할 몸인데, 이렇게 얼굴을 상처를 입혔으니 어떻게 사람들 앞에 서란 말이냐?!"왕청여는 바닥에 앉아 울부짖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전북망은 빠르게 들어가 왕청여를 일으켜 세우고 은표 한 묶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홍보석 머리 장식은 환불받았으니 이 은표를 받으시오.""둘째야, 너 드디어 미친 것이냐?" 전노부인은 분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구입한 보석을 다시 환불받으며 우리 장군부의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돌려주세요. 저는 물리고 싶지 않단 말입니다." 전소환은 울부짖으며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은 보기 흉할 정도였다.전북망은 그녀의 주먹질을 묵묵히 받아낼 뿐 미동도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냉담한 표정이 서려 있었고, 이런 날들이 너무 지긋지긋했다.은표를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왕청여는 울음마저 잊어버린 뒤였다.전북망을 때리던 전소환은 왕청여에게 달려들어 은표를 빼앗으려 했다.왕청여는 급히 은표를 숨기며 뒤로 물러났다. "대체 뭐 하는 것이냐?!""그건 네가 나에게 사준 거잖아! 네가 원해서 산 건데 대체 왜 그래." 전소환이 울부짖으며 악을 썼다."이제 생각이 바뀌었어." 왕청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가 홍보석 머리 장식을 산 것을 후회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후회하는 건지, 그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원했던 것은 이런 삶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장군부는 썩어 문드러진 채소 단지와 같았고, 그녀는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러나 이 혼인은 그녀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당시 목 씨 부인이 중매를 섰고 그 속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24화

    전북망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정말 당신이 녹분성에서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소."그러자 이방이 냉소하며 대꾸했다. "당신이 저를 싫어하는 이유가 녹분성 때문입니까? 아니, 당신은 내가 시몬에 포로로 잡혀 얼굴이 망가져서 저를 거부하는 겁니다. 내가 더럽다고 여기는 거겠지요. 하지만 나는 깨끗합니다."전북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시몬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픈 것뿐이오. 그래서 내가 대신 벌을 받았던 거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신이 녹분성에서 저지른 행동들이오.""자기 자신을 속이려 하지 마세요.”이방은 여전히 말투가 차갑고 냉정했다. “제가 녹분성에서 한 일들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까?""당신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소?" 전북망이 숨을 깊게 들이쉬며 물었다. "어떻게 지금까지도 당산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수 있소?"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방은 등잔불 아래 더욱 흉측하게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속에 섬뜩한 야망이 드러나 있었다."전북망, 당신만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미치도록 원하고 있지요. 저는 이 나라 최초의 여장군이고 비록 송석석이 남강에서 공적을 세웠다 해도 제 위치는 대신할 수 없지요. 그것은 제가 녹분성에서 쌓은 공적이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지위를 확립할 수 있었겠어요?"그녀가 비녀를 뽑아 심지를 높이자, 등불이 그녀의 흉측한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당신은 장군들이 잔인한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 없습니다. 송회안이 어린 나이에 진북후가 된 것이 단지 그의 용맹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어두운 면들이 숨어있습니다. 당신 같이 바보들이 목숨을 걸고 전공을 세우려 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한들 결코 왕표 같은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전북망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25화

    하지만 전북망은 단호했다. “설령 그들이 서경의 사람일지라도 그들 역시 평민이오. 우리는 평민을 해치지 않기로 약속했소. 그것은 상위자가 백성들이게 한 약속이자, 두 나라의 백성들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었소. 마을을 학살하면서 성릉관 백성들도 똑같이 학살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소?”냉소를 짓고 있는 이방의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했다.“당신은 장군이면서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까…? 전북망, 당신은 마음이 약하고, 결단력도 없어 전쟁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날 제가 없었다면, 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었겠습니까? 심지어 소대장 앞에서 녹분성에 가서 곡물을 태우자고 했던 것도 제가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 공로조차 없었을 겁니다.”“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제가 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약을 체결했고, 당신이 원군의 주장으로 제 공을 대신 받았으면서 이제 와서 저를 비난하는 겁니까? 자신이 비열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그녀의 경멀 어린 말투는 전북망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전북망은 그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할 말 없지요?” 이방은 마치 드디어 억울함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온갖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전북망, 제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당신도 잘 알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요? 저는 한창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당신과의 결혼을 결심했고 당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도 떠나지 않고 곁에 지켰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혼한 후 왕청여를 다시 맞아들였습니다.”“당신은 송석석을 저버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당신이 배신한 사람은 바로 접니다.”가벼운 그녀의 한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한과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이윽고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황제가 내린 혼인이었기에 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철저히 계획했습니다. 송석석은 당신을 위해 무엇을 주었지요? 우리가 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26화

    전북망은 가림막을 들고 이방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발걸음이 가벼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고 바깥에서도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잠시 후 그는 문을 열고 재빨리 문 뒤에 숨었다.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빠르게 고개를 내밀어 힐끗 보았는데, 그저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온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복도 앞 불빛이 계단을 비추고 있어서 잘 보였는데, 그 곳에는 이방의 시중을 들던 시녀 세 명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모두 검으로 단번에 숨통이 끊어져 소리를 칠 겨를도 없는 듯했다.피가 돌계단을 따라 흘러 계단은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그러자 전북망은 문득 송가의 멸문이 떠올라 울적해졌다."아버지와 어머니..."전북망이 막 뛰어나가려고 하자 이방이 막았다. 이방의 얼굴 또한 창백했고 입술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아마도, 나를 겨냥한듯 하옵니다."전북망은 단숨에 알아차렸다. 서경 첩자가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가능성도 있었다. 이방은 방금까지도 자신의 행동이 바르다고 말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다 변명같이 느껴졌다. 방금까지 당당하게 변명하던 이방도 지금은 두려움에 떨고 있자 전북망은 자기라도 정신을 차려야 겠다며 얼굴을 때렸다. 그때, 어두운 그림자 네 개가 조용히 정원에 드리워졌다. 그들은 모두 검은 옷차림을 하고 얼굴을 가린 채 싸늘한 눈동자만 드러냈다.네 사람은 각자 검을 쥐고 있었는데, 검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고 짙은 피비린내와 살기를 풍겼다. 그 모습을 본 이방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바로 그 순간 그들이 동시에 공격을 했다. 전북망과 이방은 빠르게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한 사람은 문을 잠그고 한 사람은 초를 꺼 순식간에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검을 든 채 경계 태세를 취했다. 검의 빛이 두 사람의 날카로운 눈빛을 밝혔다.전북망은 귀경하자마자 바로 경위에 들어갔었다. 게다가 일반 경위 자리로 폄하되어 순번을 시작했다. 순번으로 단련된 효과는 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27화

    왕청여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검을 든 자객들이 이미 안으로 침입해 버렸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며 쫓아온 듯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쥐고 있었다.왕청여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려 문을 세게 두드렸다.몸을 피할곳이 이곳밖에 없었다. "이방, 문을 열거라! 어서 문을 열거라!"오월과 유월은 왕청여를 지키려 자객을 가로막으며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멈추거라...!"하지만 자객은 검을 휘둘렀고 오월과 유월은 목덜미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목에서는 피가 주르륵 훌렀다. 칼에 베인 것이다! 그들이 단번에 숨통을 끊어 두 사람은 소리도 못 내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왕청여는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울부짖었다."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자객은 이미 왕청여를 향해 검을 뻗었고, 휘두르려는 바로 그때, 전북망이 나타나 자객을 걷어차고 왕청여를 보호했다. "들어가서 숨어있소!"전북망은 상대하기 어려운 적을 만난 듯 왕청여를 살짝 밀었다.그러자 왕청여가 울먹이며 답했다."이방이 문을 잠가 못 들어가옵니다…."전북방은 문을 걷어찼지만 끄덕하지 않아 싸우면서 큰 목소리로 연신 외쳤다. "이방, 문을 여시오!"이방은 굳은 표정으로 검을 쥔 채 손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전북망의 말을 무시한 채 문을 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 사이 전북망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칼에 맞아 황급히 몸을 피하기 바빴다. 그의 무예가 경위에서 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그는 자객을 사람이 없는 정원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자객은 이방만을 노리고 있어 힘들었다. 세 사람은 문을 부수고 있었고 전북망은 한 사람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왕청여는 그 모습에 놀란 나머지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기어가다시피 구석으로 가서 간신히 숨는것에 성공했다. 마침 장군부의 호위가 도착했지만 장군부는 사정이 좋지 않아 호위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호위 몇 명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28화

    두 사람은 힘겹게 싸웠으나, 자객에게 한바탕 맞고 말았다.자객들은 더는 시간을 끌려 하지 않았다. 한 자객은 둘째 집안의 부자를 상대했고, 세 자객은 날카롭게 이방의 가슴을 향해 칼을 찔렀다. 이방은 당황한 나머지 다급히 검을 버리고 전북망을 끌어당겨 자기 몸을 막았다."안된다!"노부인과 왕청여는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전북망은 이방이 이런 끔찍한 짓을 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중상을 입은 터라 이방에게 두 팔을 꽉 잡혀 검을 휘둘러 막아낼 기회조차 없었다. 그는 그저 자객들이 자기 심장을 향해 찔러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모두 안달이 났지만, 그를 차마 구할 수 없었다. 노부인은 그 상황을 지켜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위급한 상황에 갑자기 ‘챙’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도화창 한 자루가 날아와 자객의 검 세 자루를 향해 정확히 부딪혔다. 자객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손을 다쳐 급히 뒤로 물러섰다.잠시 후 그림자 하나가 허공에서 날아와 발끝으로 빠르게 도화창을 되찾았다. 다들 그 그림자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아보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자객들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무공은 아주 깔끔하고 강력했다.자객은 그녀의 공격에 놀라 계속 물러섰다. 방금까지도 대단했던 그들의 무예가 그녀의 도화창 앞에서 조금의 쓸모도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십 수를 겨루자, 자객들의 검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스무 수를 겨루자, 자객들은 팔다리의 힘줄이 끊어진 채 전부 쓰러졌다. 단전에는 힘이 없었고 검을 들 힘조차 없어 보였다.그때, 산들산들한 여름밤의 바람이 그녀의 헝클어진 귀밑머리를 향해 불어왔다. 복도의 불빛을 받으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였다. 그제서야 다들 그 그림자가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송석석?"겁에 질려 온몸을 떨고 있던 왕청여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송석석은 흰옷을 입고 진주가 달린 자수 꽃신을 신고 있었는데, 넓은 소매의 두루마리까지 입으니 몸매가 유난히 길고 연약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29화

    "정말 미친 것이냐?"전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자식들을 관청으로 끌고 가도 누가 보냈는지 심문하지 않으면 어찌 또 그들을 처리할 수 있겠는가?"이방은 고개를 들어 송석석과 시선을 마주했는데, 그녀의 눈빛은 착잡함과 잔인함이 섞여 있었다. 그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장군부에서 버려진 여인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돌아온 것입니까?"송석석은 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들이 정녕 서경의 첩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참으로 어리석습니다."그러자 이방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고 눈빛은 더욱 포악하게 변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자객들을 서경의 첩자라고 여겨 그들이 경조부의 고문을 당하면 분명 녹분성에서의 일들을 털어놓을 것이라 생각했다. 황제가 직접 벌을 내리지 않았기에 사실 그녀는 요행을 바라고 있었는데 관청에서 심문을 통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 그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송석석이 그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방은 송석석에게 간파되어 굴욕감을 느꼈다.잠시 후, 필명이 경위를 데리고 왔다. 그는 송석석을 보자 예를 올렸다."부사령관을 뵙사옵니다.""자객이 죽었으니, 자네가 직접 처리하시오."송석석은 고개를 돌린 후 도화창을 끌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예!"그러자 뒤에서 필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전북망의 시선은 계속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볼뿐 나서지 않았다. 송석석이 나타난 후 돌아가기까지 그저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에 불과해 그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비록 부사령관이지만 장군부에서는 화리한 여인이었고, 현갑군의 사무를 책임지지 않기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필명은 자객의 복면을 벗겼고, 이방은 옆에서 싸늘하게 그 모습을 보았다. 비록 표정은 평온했지만 마음속으로 큰 충격을 입었다.그녀가 생각한 서경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서경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일까?

Pinakabagong kabanata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1화

    그러자 송석석이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왕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줍니다. 조카딸의 혼담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집간 부군이 잘 대해준다 하더군요. 다만 그녀는 자신이 두 번 시집갔음에도 처가에 머무는 것이 조카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 그러는 모양입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번개처럼 날렵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최씨 부인이 떠올랐다. 최씨 부인에게는 적자와 서자녀들이 있었고, 아직 혼담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혼인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렸을지 생각하니, 전북망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형수로서의 최씨 부인을 존중하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전북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물었다. “우리 단둘이 여기에 있으면, 섭정왕이 질투하지 않을까요?” 송석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답했다. “이 정도 신뢰도 없다면, 제가 어찌 현갑군 지휘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공유합니다. 이번 만남 역시 그분께 이미 알려두었죠.”송석석이 떠나자 전북망도 따라나섰다. 그는 섭정왕이 어딘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의심했지만, 정작 별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마당에서야 섭정왕을 발견했는데, 그는 대장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을 보자 미소로 맞이하며 불러세우는 섭정왕의 모습에 전북망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진정한 부부란 저런 것일까.'그러나 성릉관이든 진성이든, 남녀의 단독 만남은 명예에 흠이 될 수 있음도 잘 알았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른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걱정하는가.’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왕청여의 제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5일의 고민 시간이 주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씨 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답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0화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 전북망은 송석석과 다시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송석석이 성릉관으로 갔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먹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이 매번 성릉관을 떠날 때마다 몰래 배웅하곤 했다. 전북망은 자신이 당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송석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방과 왕청여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다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장군부만 송석석에게 상처를 줬을 뿐, 송석석은 장군부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비록 이혼한 후에는 전북망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지만 큰형수에게 어떻게 단설환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는 이미 섭정 왕비가 되어있고 나서였다. 변방의 전사들에겐 양식과 무기가 풍부하고, 봉록까지 올라, 그들에겐 이득이기에 이제는 조정의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다. 섭정왕은 한때 장수였기에 병사들이 배불리 먹어야만 국토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섭정왕과 함께 소 대장군에게 생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소 대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인자했다. 전북망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그때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면 지금 송석석과 함께 노장군의 생신을 축하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후회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걸 보니, 자신만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송석석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일잔치가 끝난 후에 송석석이 뜻밖에도 먼저 그를 찾았다. 그와 송석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섭정왕은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가?’전북망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고, 송석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먼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송석석이 말하기만을 기다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9화

    전북망은 성릉관에서 몇 년 동안 두 번이나 발탁되었고, 지금은 장군의 신분으로 수천 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다. 계속 성릉관에 주둔하고 있어 다시 진성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진성의 부름 없이는 제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살아갔다. 성릉관의 모래바람은 해마다 그의 얼굴에 흔적을 남겨 또래들보다 몇 살이나 더 늙어 보였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진정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방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송석석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아마도 우린 귀여운 자녀도 낳았겠지.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석석은 가문의 내무를 책임지며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겠지? 설령 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생 장군으로만 살아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겠지.’ 이전의 전북망은 송석석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였는데 자신을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며 군부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책임지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전북망에게는 이미 이방이 있었고 이방을 사랑한다고 했으니, 송석석이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는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석석 또한 후회할 게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전북망을 위해 부러뜨렸던 날개가 다시 자라나 전쟁터로 날아가 쉽게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방은 송석석이 큰 가문의 아가씨인 데다가 부친과 오라버니가 그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의 성공은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종문에서 송석석의 무공은 거의 최고였는데, 그건 송석석이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만큼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전북망은 송석석을 존경했지만 그는 자신이 송석석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8화

    어머니께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신이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심한 꾸지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이가 이 혼사를 반대하는 것은 양지춘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양지춘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놀며 감정을 쌓으라고 했다. 신이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심지어는 하녀에게 그녀가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엄명했다. 양지춘의 얼굴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겼는데, 처음에는 신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의 외모와 품평을 논하며 신이가 외모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를 부인으로 들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신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아마도 신이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양지춘은 일부러 신이를 마차에 태워주는 척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었다!그 순간 신이는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경박한 눈빛에 신이는 이내 눈물이 쏟아졌고, 모욕감에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돌왔는데, 하녀와 마부는 그의 동작을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가 세심하고 자상하다며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이는 억울해서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그녀가 일부러 꾸민 말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꾸짖으며 사흘 동안이나 외출을 금지했다. 신이는 그렇게 방에 갇혔고,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심지어 그날 선비의 말을 듣고 호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내가 양지춘에게 시집가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 외출 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신이는 다시 경산사로 가서 같은 핑계로 하녀를 내보냈다.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호숫가에 간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다시 그 선비를 만났다.그는 쓸쓸하게 호숫가에 앉아 작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7화

    신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나무 그늘에 몸이 가려져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초라해 보였고 눈 밑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다리 앞에서 그림을 팔던 선비이자, 학정이 말하던 퇴학 해서 기녀를 키우는 학생이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짜증을 냈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자 내심 두려웠다. “나는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이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두려웠고 진흙탕에 영원히 깔려 있는 건 더욱 두려웠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 나오자 얼굴은 더욱 여위어 보였다. “호숫가의 주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이 이곳으로 예불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경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을 하고 바로 돌아가니 당연히 보지 못하겠지요.” 신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는 여전히 굳게 서서 말했다. “예불하는 사람은 천지와 자연을 경외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경치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보러 올 것입니다. 이런 곳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곳일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게 아기씨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감히 그런 무서운 곳에서는 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절대 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고 싶어도 살 지 못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 밑은 이내 붉어졌고 눈물이 고여 반짝이는 것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6화

    신이의 사촌 여동생과 하녀는 신이를 찾으러 돌아왔다. 신이가 하녀보고 이순에게 삼백문을 주라고 하자 이순은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우연한 만남일 뿐이라 다시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조모님의 생신 때 가문 연회에서 공학정이 데리고 온 제자들 중에 이순이 있었다. 강남의 예의 규율은 진성처럼 엄격하지 않아서 연회에 참석할 때 여인들도 앞마당에 갈 수 있었다. 이순은 신이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는 그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두 눈만 드러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순은 식사를 하지 않고, 신이의 조모에게 생신 축하 그림만 드린 후에 집에 일이 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학정이 그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총명하긴 한데 진취심이 없어서 계속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걸 여기로 데려와 진취성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실망이군.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이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신이의 부친이 위로했다.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껜 학생이 많으니 그가 나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학정은 마치 울화가 쌓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네. 그런데 진취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창에게 돈을 빌리질 않나, 게다가 집에 기녀까지 키우고 있다더군.” 신이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하였다. “그런 사람은 얘기할 가치도 없습니다.” 신이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날은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마음이 갔던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 후, 신이의 혼사도 낙착되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회주 지부의 둘째 아들인 양지춘이고, 올해 22살이었다. 22살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던 건 첩을 통해 서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가문은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5화

    그의 이름은 신이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서 말할 때, 경멸하는 기색을 띠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까지 모두 침을 뱉으며 뻔뻔하다고 할 정도였다. 알다시피 애인과 야반도주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보다 더 욕먹을 일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후회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시집간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죄책감을 느끼긴 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시 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되어 형제자매들과 조카들이 혼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이는 시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보살핌을 받아왔다. 먹는 것은 물론 모두 산해진미이고, 입는 것도 모두 능라 비단이었다. 게다가 보모님과 오라버니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네 살 때까지 월사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많은 의사들을 불러 진찰을 받고 밤낮으로 약을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몸이 차서 그러니 몸조리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몰래 의사가 부모님께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그가 몸이 차서 그런 병이 생긴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곳이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작은 꽃병과 같아서 꽃을 꽂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유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건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서 부군에게 첩을 들인 후, 첩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조언해주었다.시 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으면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어도 아무도 그녀의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씨 가문의 재물은 그녀가 평생 부귀하게 살기에 충분했다. 신이의 조모도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시 씨 가문의 딸이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4화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