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망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인들과 시녀들이 겨우 그녀들을 떼어놓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매우 처참한 상태였다.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옷은 찢어졌으며 얼굴에는 손톱자국과 뺨 자국이 가득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시장바닥의 닭싸움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전노부인은 의자에 앉아 헐떡이며 왕청여를 노려보았다. "소환이는 곧 출가할 몸인데, 이렇게 얼굴을 상처를 입혔으니 어떻게 사람들 앞에 서란 말이냐?!"왕청여는 바닥에 앉아 울부짖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전북망은 빠르게 들어가 왕청여를 일으켜 세우고 은표 한 묶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홍보석 머리 장식은 환불받았으니 이 은표를 받으시오.""둘째야, 너 드디어 미친 것이냐?" 전노부인은 분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구입한 보석을 다시 환불받으며 우리 장군부의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돌려주세요. 저는 물리고 싶지 않단 말입니다." 전소환은 울부짖으며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은 보기 흉할 정도였다.전북망은 그녀의 주먹질을 묵묵히 받아낼 뿐 미동도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냉담한 표정이 서려 있었고, 이런 날들이 너무 지긋지긋했다.은표를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왕청여는 울음마저 잊어버린 뒤였다.전북망을 때리던 전소환은 왕청여에게 달려들어 은표를 빼앗으려 했다.왕청여는 급히 은표를 숨기며 뒤로 물러났다. "대체 뭐 하는 것이냐?!""그건 네가 나에게 사준 거잖아! 네가 원해서 산 건데 대체 왜 그래." 전소환이 울부짖으며 악을 썼다."이제 생각이 바뀌었어." 왕청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가 홍보석 머리 장식을 산 것을 후회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후회하는 건지, 그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원했던 것은 이런 삶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장군부는 썩어 문드러진 채소 단지와 같았고, 그녀는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러나 이 혼인은 그녀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당시 목 씨 부인이 중매를 섰고 그 속에
전북망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정말 당신이 녹분성에서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소."그러자 이방이 냉소하며 대꾸했다. "당신이 저를 싫어하는 이유가 녹분성 때문입니까? 아니, 당신은 내가 시몬에 포로로 잡혀 얼굴이 망가져서 저를 거부하는 겁니다. 내가 더럽다고 여기는 거겠지요. 하지만 나는 깨끗합니다."전북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시몬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픈 것뿐이오. 그래서 내가 대신 벌을 받았던 거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신이 녹분성에서 저지른 행동들이오.""자기 자신을 속이려 하지 마세요.”이방은 여전히 말투가 차갑고 냉정했다. “제가 녹분성에서 한 일들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까?""당신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소?" 전북망이 숨을 깊게 들이쉬며 물었다. "어떻게 지금까지도 당산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수 있소?"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방은 등잔불 아래 더욱 흉측하게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속에 섬뜩한 야망이 드러나 있었다."전북망, 당신만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미치도록 원하고 있지요. 저는 이 나라 최초의 여장군이고 비록 송석석이 남강에서 공적을 세웠다 해도 제 위치는 대신할 수 없지요. 그것은 제가 녹분성에서 쌓은 공적이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지위를 확립할 수 있었겠어요?"그녀가 비녀를 뽑아 심지를 높이자, 등불이 그녀의 흉측한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당신은 장군들이 잔인한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 없습니다. 송회안이 어린 나이에 진북후가 된 것이 단지 그의 용맹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어두운 면들이 숨어있습니다. 당신 같이 바보들이 목숨을 걸고 전공을 세우려 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한들 결코 왕표 같은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전북망은
하지만 전북망은 단호했다. “설령 그들이 서경의 사람일지라도 그들 역시 평민이오. 우리는 평민을 해치지 않기로 약속했소. 그것은 상위자가 백성들이게 한 약속이자, 두 나라의 백성들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었소. 마을을 학살하면서 성릉관 백성들도 똑같이 학살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소?”냉소를 짓고 있는 이방의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했다.“당신은 장군이면서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까…? 전북망, 당신은 마음이 약하고, 결단력도 없어 전쟁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날 제가 없었다면, 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었겠습니까? 심지어 소대장 앞에서 녹분성에 가서 곡물을 태우자고 했던 것도 제가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 공로조차 없었을 겁니다.”“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제가 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약을 체결했고, 당신이 원군의 주장으로 제 공을 대신 받았으면서 이제 와서 저를 비난하는 겁니까? 자신이 비열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그녀의 경멀 어린 말투는 전북망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전북망은 그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할 말 없지요?” 이방은 마치 드디어 억울함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온갖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전북망, 제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당신도 잘 알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요? 저는 한창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당신과의 결혼을 결심했고 당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도 떠나지 않고 곁에 지켰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혼한 후 왕청여를 다시 맞아들였습니다.”“당신은 송석석을 저버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당신이 배신한 사람은 바로 접니다.”가벼운 그녀의 한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한과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이윽고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황제가 내린 혼인이었기에 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철저히 계획했습니다. 송석석은 당신을 위해 무엇을 주었지요? 우리가 결
전북망은 가림막을 들고 이방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발걸음이 가벼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고 바깥에서도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잠시 후 그는 문을 열고 재빨리 문 뒤에 숨었다.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빠르게 고개를 내밀어 힐끗 보았는데, 그저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온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복도 앞 불빛이 계단을 비추고 있어서 잘 보였는데, 그 곳에는 이방의 시중을 들던 시녀 세 명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모두 검으로 단번에 숨통이 끊어져 소리를 칠 겨를도 없는 듯했다.피가 돌계단을 따라 흘러 계단은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그러자 전북망은 문득 송가의 멸문이 떠올라 울적해졌다."아버지와 어머니..."전북망이 막 뛰어나가려고 하자 이방이 막았다. 이방의 얼굴 또한 창백했고 입술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아마도, 나를 겨냥한듯 하옵니다."전북망은 단숨에 알아차렸다. 서경 첩자가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가능성도 있었다. 이방은 방금까지도 자신의 행동이 바르다고 말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다 변명같이 느껴졌다. 방금까지 당당하게 변명하던 이방도 지금은 두려움에 떨고 있자 전북망은 자기라도 정신을 차려야 겠다며 얼굴을 때렸다. 그때, 어두운 그림자 네 개가 조용히 정원에 드리워졌다. 그들은 모두 검은 옷차림을 하고 얼굴을 가린 채 싸늘한 눈동자만 드러냈다.네 사람은 각자 검을 쥐고 있었는데, 검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고 짙은 피비린내와 살기를 풍겼다. 그 모습을 본 이방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바로 그 순간 그들이 동시에 공격을 했다. 전북망과 이방은 빠르게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한 사람은 문을 잠그고 한 사람은 초를 꺼 순식간에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검을 든 채 경계 태세를 취했다. 검의 빛이 두 사람의 날카로운 눈빛을 밝혔다.전북망은 귀경하자마자 바로 경위에 들어갔었다. 게다가 일반 경위 자리로 폄하되어 순번을 시작했다. 순번으로 단련된 효과는 아
왕청여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검을 든 자객들이 이미 안으로 침입해 버렸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며 쫓아온 듯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쥐고 있었다.왕청여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려 문을 세게 두드렸다.몸을 피할곳이 이곳밖에 없었다. "이방, 문을 열거라! 어서 문을 열거라!"오월과 유월은 왕청여를 지키려 자객을 가로막으며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멈추거라...!"하지만 자객은 검을 휘둘렀고 오월과 유월은 목덜미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목에서는 피가 주르륵 훌렀다. 칼에 베인 것이다! 그들이 단번에 숨통을 끊어 두 사람은 소리도 못 내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왕청여는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울부짖었다."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자객은 이미 왕청여를 향해 검을 뻗었고, 휘두르려는 바로 그때, 전북망이 나타나 자객을 걷어차고 왕청여를 보호했다. "들어가서 숨어있소!"전북망은 상대하기 어려운 적을 만난 듯 왕청여를 살짝 밀었다.그러자 왕청여가 울먹이며 답했다."이방이 문을 잠가 못 들어가옵니다…."전북방은 문을 걷어찼지만 끄덕하지 않아 싸우면서 큰 목소리로 연신 외쳤다. "이방, 문을 여시오!"이방은 굳은 표정으로 검을 쥔 채 손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전북망의 말을 무시한 채 문을 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 사이 전북망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칼에 맞아 황급히 몸을 피하기 바빴다. 그의 무예가 경위에서 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그는 자객을 사람이 없는 정원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자객은 이방만을 노리고 있어 힘들었다. 세 사람은 문을 부수고 있었고 전북망은 한 사람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왕청여는 그 모습에 놀란 나머지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기어가다시피 구석으로 가서 간신히 숨는것에 성공했다. 마침 장군부의 호위가 도착했지만 장군부는 사정이 좋지 않아 호위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호위 몇 명
두 사람은 힘겹게 싸웠으나, 자객에게 한바탕 맞고 말았다.자객들은 더는 시간을 끌려 하지 않았다. 한 자객은 둘째 집안의 부자를 상대했고, 세 자객은 날카롭게 이방의 가슴을 향해 칼을 찔렀다. 이방은 당황한 나머지 다급히 검을 버리고 전북망을 끌어당겨 자기 몸을 막았다."안된다!"노부인과 왕청여는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전북망은 이방이 이런 끔찍한 짓을 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중상을 입은 터라 이방에게 두 팔을 꽉 잡혀 검을 휘둘러 막아낼 기회조차 없었다. 그는 그저 자객들이 자기 심장을 향해 찔러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모두 안달이 났지만, 그를 차마 구할 수 없었다. 노부인은 그 상황을 지켜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위급한 상황에 갑자기 ‘챙’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도화창 한 자루가 날아와 자객의 검 세 자루를 향해 정확히 부딪혔다. 자객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손을 다쳐 급히 뒤로 물러섰다.잠시 후 그림자 하나가 허공에서 날아와 발끝으로 빠르게 도화창을 되찾았다. 다들 그 그림자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아보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자객들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무공은 아주 깔끔하고 강력했다.자객은 그녀의 공격에 놀라 계속 물러섰다. 방금까지도 대단했던 그들의 무예가 그녀의 도화창 앞에서 조금의 쓸모도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십 수를 겨루자, 자객들의 검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스무 수를 겨루자, 자객들은 팔다리의 힘줄이 끊어진 채 전부 쓰러졌다. 단전에는 힘이 없었고 검을 들 힘조차 없어 보였다.그때, 산들산들한 여름밤의 바람이 그녀의 헝클어진 귀밑머리를 향해 불어왔다. 복도의 불빛을 받으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였다. 그제서야 다들 그 그림자가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송석석?"겁에 질려 온몸을 떨고 있던 왕청여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송석석은 흰옷을 입고 진주가 달린 자수 꽃신을 신고 있었는데, 넓은 소매의 두루마리까지 입으니 몸매가 유난히 길고 연약해
"정말 미친 것이냐?"전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자식들을 관청으로 끌고 가도 누가 보냈는지 심문하지 않으면 어찌 또 그들을 처리할 수 있겠는가?"이방은 고개를 들어 송석석과 시선을 마주했는데, 그녀의 눈빛은 착잡함과 잔인함이 섞여 있었다. 그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장군부에서 버려진 여인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돌아온 것입니까?"송석석은 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들이 정녕 서경의 첩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참으로 어리석습니다."그러자 이방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고 눈빛은 더욱 포악하게 변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자객들을 서경의 첩자라고 여겨 그들이 경조부의 고문을 당하면 분명 녹분성에서의 일들을 털어놓을 것이라 생각했다. 황제가 직접 벌을 내리지 않았기에 사실 그녀는 요행을 바라고 있었는데 관청에서 심문을 통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 그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송석석이 그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방은 송석석에게 간파되어 굴욕감을 느꼈다.잠시 후, 필명이 경위를 데리고 왔다. 그는 송석석을 보자 예를 올렸다."부사령관을 뵙사옵니다.""자객이 죽었으니, 자네가 직접 처리하시오."송석석은 고개를 돌린 후 도화창을 끌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예!"그러자 뒤에서 필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전북망의 시선은 계속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볼뿐 나서지 않았다. 송석석이 나타난 후 돌아가기까지 그저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에 불과해 그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비록 부사령관이지만 장군부에서는 화리한 여인이었고, 현갑군의 사무를 책임지지 않기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필명은 자객의 복면을 벗겼고, 이방은 옆에서 싸늘하게 그 모습을 보았다. 비록 표정은 평온했지만 마음속으로 큰 충격을 입었다.그녀가 생각한 서경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서경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일까?
따귀를 세게 맞은 이방의 고개가 순식간에 한쪽으로 기울어졌다.하지만 이방은 이를 악물고 반격하지 않은 채 계속 상처를 처리할 뿐이였다.왕청여는 눈물을 닦으며 필영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필 대인, 이건 모두 이방의 탓입니다. 자객들 또한 모두 이방을 노리고 온 것인데, 스스로 방 안에 숨어 저와 시녀를 밀어내 시녀의 죽음을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송 장군께서 자객들을 모조리 잡아 묶었습니다. 하지만 이방이 갑자기 미친 듯이 달려들어 자객을 모두 죽였습니다. 필 대인, 반드시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필명은 이방을 노려보았고, 필명이 입을 떼기도 전에 이방이 싸늘한 목소리로 선수를 쳤다."제가 장군부에 침입하여 호위와 시녀를 죽였습니다. 그들의 목숨을 살려뒀으면 위험이 가할 수도 있었습니다."이미 자객의 시체를 본 적 있는 필명은 이방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손과 발의 힘줄을 끊고 내공도 잃은 채 묶였는데 무슨 위험이 있다는 겁니까? 목숨을 남겨 배후를 알아내지 못한 것이야 말로 큰 위험 입니다."하지만 이방은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참으로 미안합니다. 장군부의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 분노에 차올라 목숨을 남겨 심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필명은 이방의 쓸데없는 말에 대답조차 하기 싫었다.왕청여는 그 이후에도 이방의 뺨을 몇 번이나 때렸지만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에 이방이 문을 닫아 오월과 유월이 살해되었으니 이방을 때려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필명에게 대답한 것을 듣고, 왕청여는 이방이 순간 수상하다고 느껴져 차갑게 말했다."자객은 너를 노리고 왔다. 대체 누구에게 미움을 샀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 것이냐? 오월과 유월이 너를 위해 죽었으니, 나에게 솔직히 답하거라."그러자 이방이 콧방귀를 뀌었다."답? 자객에게 묻거라. 내가 죽인 것도 아니지 않느냐?!""네가 문을 잠갔기 때문에 자객들이 너 대신 오월과 유월을 죽인 것이다. 네가 문을 막고 있어서 두 사람이 너를 지키려다 죽임을 당한 것이라
혜의궁에서는 삼황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삼공주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막 머리를 감았는데, 굳이 그 고양이랑 놀겠다고 해서 온 머리와 얼굴이 털투성이가 되었잖아. 다음번에도 이러면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도자기처럼 매끄러운 분홍빛 살결의 귀여운 아이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공주의 품에 기댔다."누이, 고양이는 재미있고 귀여워요. 작은 발로 내 몸을 밟고 지나갈 때면,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요. 안고 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요."그러자 삼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 그러셨잖아. 아바마마께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그런데 넌 자꾸 아바마마께 고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러니 요즘 아바마마께서 널 찾지 않으시는 거야."삼황자는 누이가 머리를 말려주는 대로 꼿꼿이 앉아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아바마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잖요. 당연히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는 거지요. 아바마마께서 싫어한다고 해서 나까지 싫어해야 해요? 내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니, 아바마마께서 아무리 싫어하셔도 나한테 버리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죠."삼공주는 그의 코끝을 톡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삼황자는 웃으며 말했다."누이가 나를 설득 수 없는 건 누이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황숙께서 그러셨는데, 이치에 맞게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그래? 그런데 요즘 왜 황숙께 무예를 배우러 가지 않는 거야?"삼황자는 고개를 기울였다."무예라 해도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 주시니까요. 그런 건 궁에서도 연습할 수 있어서 이미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 타기는… 아직 말 위에 혼자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좀 더 자라서 다리가 길어지면 그때 배울거에요.""다 할 수 있다고? 못 믿겠는데." 삼공주가 말했다."정말 할 수 있다니까요!"삼황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황숙께서 며칠 동안 같은 걸 반복해
복소의는 춘당의 입가에 스친 조소를 알아채지 못했다.춘당은 복소의가 첩여로 승급될 때부터 곁에서 그녀를 모셔왔다. 그녀는 영리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녀 복소의에게 여러 차례 계책을 내주었고, 당시 황후가 그녀를 끌어들이려 했을 때도 춘당은 이렇게 말했었다.‘황후마마께서 여러 번 금족 처분을 당하신 것으로 보아, 폐하께서 이미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도 없으시니, 황후마마께는 겉으로만 응하는 척하고 실질적으로는 덕비 마마와 수빈 마마께 가까이 다가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그리고 춘당의 말은 역시나 옳았다. 덕비는 늘 그녀를 잘 대해주었고, 먹고 입는 것 모두 넉넉히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 감히 그녀를 깔보는 자도 없어졌다.예전의 덕비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이유로 폐하께 가까이 가려 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마마께서는 덕비 마마께서 오시는 것이 싫으십니까?"춘당이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살짝 받쳐주며 말했다. 침상에 오래도록 누워만 있어 등이 아픈 그녀를 배려한 것이었다.그녀는 춘당을 신뢰했기에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았다."내 태가 안정되었을 때는 덕비 마마께서 그리 열심히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자주 찾으시는 것이 진심이겠느냐? 분명 폐하를 의식해서 오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폐하께서 날 아끼시기에 자주 찾아와 주시는 것인데, 매번 덕비 마마와 이황자가 끼어드는 바람에 폐하와 두세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 않느냐."춘당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며 말했다."마마께서는 그저 몸을 잘 돌보시면 됩니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복소의는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밤낮으로 누워만 있어야 하다니…… 폐하께서 오실 때만 겨우 앉을 수 있구나. 이 아이는 나를 참 힘들게 한다. 부디 황자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지. 내가 이 고생을 한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춘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드시 마마께서 바라시는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