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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전북망은 가림막을 들고 이방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발걸음이 가벼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고 바깥에서도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문을 열고 재빨리 문 뒤에 숨었다.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빠르게 고개를 내밀어 힐끗 보았는데, 그저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온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

복도 앞 불빛이 계단을 비추고 있어서 잘 보였는데, 그 곳에는 이방의 시중을 들던 시녀 세 명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모두 검으로 단번에 숨통이 끊어져 소리를 칠 겨를도 없는 듯했다.

피가 돌계단을 따라 흘러 계단은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러자 전북망은 문득 송가의 멸문이 떠올라 울적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

전북망이 막 뛰어나가려고 하자 이방이 막았다. 이방의 얼굴 또한 창백했고 입술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아마도, 나를 겨냥한듯 하옵니다."

전북망은 단숨에 알아차렸다. 서경 첩자가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가능성도 있었다. 이방은 방금까지도 자신의 행동이 바르다고 말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다 변명같이 느껴졌다.

방금까지 당당하게 변명하던 이방도 지금은 두려움에 떨고 있자 전북망은 자기라도 정신을 차려야 겠다며 얼굴을 때렸다.

그때, 어두운 그림자 네 개가 조용히 정원에 드리워졌다. 그들은 모두 검은 옷차림을 하고 얼굴을 가린 채 싸늘한 눈동자만 드러냈다.

네 사람은 각자 검을 쥐고 있었는데, 검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고 짙은 피비린내와 살기를 풍겼다.

그 모습을 본 이방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이 동시에 공격을 했다.

전북망과 이방은 빠르게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한 사람은 문을 잠그고 한 사람은 초를 꺼 순식간에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검을 든 채 경계 태세를 취했다. 검의 빛이 두 사람의 날카로운 눈빛을 밝혔다.

전북망은 귀경하자마자 바로 경위에 들어갔었다. 게다가 일반 경위 자리로 폄하되어 순번을 시작했다. 순번으로 단련된 효과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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