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659 챕터

제311화

온지유는 아까도 이걸 발견했지만 노승아가 여이현이 저한테 화를 낼 거라는 착각을 하고 돌아가게 내버려 두었다.“그럼 아까는 왜 얘기 안 했어?”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여이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에 온지유는 비아냥 대듯 말하고는 여이현을 지나쳐갔다.“여이현 씨가 이미 나를 안 믿는데 내가 뭐라고 한들 그 마음이 바뀌겠어요?”여이현은 말을 마치고 멀어져가는 온지유를 잡지도 못했고 그녀를 불러세우지도 못한 채 시선을 온지유의 등에 고정하고만 있었다....여이현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마자 노승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스피커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자 노승아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나왔다.“오빠, 온 비서님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마요. 내 잘못이에요. 이젠 내가 오빠 찾는 횟수도 좀 줄여볼게요.”“그러는 게 좋을 거야.”방금 까지만 해도 온지유에게 사과를 하라 지시하던 남자의 태도가 불과 몇 분 만에 바뀌자 어리둥절한 노승아였다.설마 자신을 믿지 않는 건가.아닌데, 그렇다기엔 CCTV에 다 찍혀있었기에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노승아는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입을 열려 했다.그런데 그때, 여이현이 먼저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노승아, 더는 내 한계를 시험하지마.”말을 마친 여이현이 전화를 끊었고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신호음 소리에 노승아는 잠시 벙쪄있었다.무슨 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노승아는 여기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다시 여이현 옆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노승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온지유를 치워 낼 생각이었다.한편 담배를 다 핀 여이현은 아주머니를 불렀다.“위에 좋은 걸로 뭐 좀 만들어줘요. 지유 줄 거로요.”원래도 위가 좋지 않았는데 노승아가 온 뒤로는 통 밥을 먹지 않았던 온지유가 걱정되어 한 부탁이었다.“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1인분 정도는 빠르게 만들어 낸 아주머니가 온지유의 방으로 들고 들어가려 하자 여이현이 그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여이현은 바로 음식을 받아들고 자신이 직접 2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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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여이현은 음식을 온지유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내가 먹여줘야 해?”차분하게 내뱉는 그 말에 온지유는 그가 정말 먹여줄 거라 생각 못 하고 냉정하게 거절했다.“먹고 싶지 않은 것도 당신이 주면 나는 억지로 먹어야 해요? 나는 그 정도 자유도 없는 사람이에요?”그 말에 여이현은 말없이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온지유 입가에 가져다 댔다.매일 같이 마주하던 차가운 눈이 아니라 온기가 있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상대에 온지유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해 났다.“밥은 먹어야지.”여이현은 평소와 달리 차분하게, 또 다정하게 말했다.그런 상황이 누구보다 불편했던 온지유는 숟가락을 빼앗듯이 받아들며 말했다.“내가 알아서 먹을게요.”여이현이 또 먹여주겠다고 나설까 봐 온지유는 허겁지겁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그 모습을 본 여이현은 웬일로 물까지 건네주었다.“천천히 먹어, 목 막히겠다.”목이 막힌다기보다 여이현의 행동에 놀란 게 더 문제였던 온지유가 무슨 말이라도 하려 하자 여이현이 그녀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배 비서한테 티켓 끊어놓으라고 했어.”“F 국 가는 티켓이요?”“응.”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는 온지유에 여이현이 긍정의 대답을 해왔다.“부모님께 말씀드려놔, 너랑 내가 같이 사라지면 실종됐다고 걱정하실 수도 있잖아.”“네.”온지유는 입술을 말아 물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여이현은 병을 줬으니 약이라도 주려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번 여행이 둘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다. 온지유는 더 이상 여이현을 따라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여이현이 입을 열며 조심스레 말했다.“아까 CCTV 볼 때 네가 말이 없어서 인정하는 건 줄 알았어.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바로바로 얘기해줘.”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이현은 제 눈으로 본 것만 믿는 사람이었기에 아까 상황에서도 자신이 본 걸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나한테 해명하는 거예요?”온지유는 오늘따라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이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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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전에는 아무 말도 없다가 인제 와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여이현에 온지유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전 대표님 비선데, 대표님 차고에 그 많은 차들 놔두고 왜 또 차를 사겠어요?”온지유는 여이현이 저를 곁에 두려고 이러는 줄 알고 거절의 뜻을 비쳤다.“나갈 때마다 내 차 타고 갈 순 없잖아, 계속 택시 잡는 것도 불편할 거고.”뒷좌석에 앉아있는 여이현은 온지유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말투로부터 온지유가 이 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제가 운전을 하는 건 공적인 일이 있을 때뿐입니다. 평소에 그냥 제 능력대로 천만 원 정도 하는 차를 샀다가 다른 사람들이 알기라도 하면 대표님이 창피하지 않으실까요? 그래도 대표 비서인데.”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하는 온지유에 입술을 말아 물던 여이현이 대답하려 하자 온지유가 좀 더 빨리 입을 뗐다.“만약 대표님이 사주신 슈퍼카를 끌고 다니면 그건 제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니 또 그것대로 웃음거리가 되겠죠.”차가 없어도 일할 때는 여이현의 차를 타고 다니니까 온지유는 특별히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곧 떠날 건데 지금에 와서 차는 더욱 필요 없는 존재였다.그런데 여이현은 오히려 온지유가 진심인 줄 알고 그녀를 위로해주었다.“삶은 네가 사는 거야, 남들 시선 너무 신경 쓰지 마.”온지유는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여이현이 왠지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았다.그렇게 둘은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로 와 각자 할 일을 했다.그때 이채현보다도 일을 더 잘하는 송서연에 급해 난 이윤정이 온지유를 향해 말했다.“온 비서님, 비서님이 대표님을 모신지 7년이 다 돼가는데 정말 그만두실 거에요?”온지유가 그만두면 대표이사실에 이윤정, 고세리, 송서연만 남게 되기에 이윤정은 어떻게든 온지유를 설득해보려 했다.진예림과 최연욱이 온갖 추태를 부리며 감옥에 들어가는 걸 보고 난 뒤로는 고세리도 여이현이 온지유를 챙기는 걸 알고 저도 같은 처지가 될까 두려워 알아서 몸을 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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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잠시 생각하던 여이현은 강하임과 함께 가는 걸 택했다.“가죠.”혼자 남은 온지유는 강하임의 비서와 마주 보고 있는 건 불편했기에 박민재 아들의 만월 파티가 오늘이라는 걸 떠올리고는 백지희도 올 것 같아 백지희에게 연락하며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백지희가 전화를 받기도 전에 다른 친구들을 마주쳤다.“어머, 이게 누구야, 온지유잖아? 대표 비서 되더니 의리 같은 건 다 개나 줘버렸나?”“그러니까, 도세원한테 100만 원 던져주고 바빠서 오늘 못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또 왜 온 거래?”“아까 룸에서 나오는 거 못 봤어?”“아, 친구들 볼 시간은 없고 대표 모실 시간은 있나 보지.”...처음에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려 했던 온지유도 점점 도가 지나치는 말들에 그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그 입 다물어. 모르면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마.”“뭐야, 고작 비서 주제에 어디서 뭐라도 된 척 명령이야, 네가 뭐 대표 와이프라도 된 줄 아는 거야?”단발머리를 한 여자 하나가 온지유를 째려보며 팔짱을 끼고 비아냥거렸다.“내가 대표님이랑 결혼하든 말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너희 집은 뭐 태평양이니?”“우리 집 태평양 아니지 당연히, 근데 난 너 같이 아무것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는 애들은 눈꼴이 시려서 두고 볼 수가 없어.”“그럼 눈을 감든가.”말은 순하면 사람의 도구로 쓰이고 사람은 착할수록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에 온지유는 바로 여자의 말을 받아쳤다.“그 개 같은 눈 감으라고.”“너 지금 나한테 개라 그랬니?”화가 난 여자가 팔을 들어 올려 온지유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그 손목은 바로 온지유에게 잡혀버렸다.온지유를 때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분해진 여자는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너희보고만 있을 거야? 좀 도와!”여자의 말에 다른 친구들이 하나둘 일어섰다.여자 하나면 온지유 혼자 상대가 가능하겠지만 이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온지유도 별수가 없었다.온지유는 괜히 왔다가 집단 폭행만 당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는 데 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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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이 여자들을 감옥에 넣을 수는 없어도 교육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전화를 건 것이다.“넌 진짜 정이라곤 하나도 없구나? 이 상황에 너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독한 년!”“내 눈엔 너희가 더 너무하고 더 독해! 나 아니었으면 너희들 지유 집단 폭행하고도 남았을 거야.”여자들이 이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생각에 치가 떨린 나민우가 그들을 질책했지만 단발머리 여자는 제 잘못은 모르고 계속 우겨댔다.“내가 날 보호한다는데 그게 뭐가 잘못된 거야?”그에 어이가 없어진 나민우가 뭐라 더 말하려고 하자 온지유가 그의 팔을 잡아 오며 말렸다.“그만해도 돼, 저런 애들이랑 말 섞어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그 순간 나민우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물론 온지유는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겠지만 온지유만을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나민우는 제 팔을 잡아 오는 손길에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너무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조차 못 했던 여자가 제 팔을 잡아 오니 나민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에 잠겼다.그리고 하필 이 모습을 다시 돌아오던 여이현이 보게 된 것이다.치켜뜬 눈에서 한기를 내뿜고 있는 여이현의 그 모습을 강하임도 눈여겨보고 있었다.이건 틀림없는 남자의 소유욕이었고 분노였다.“온 비서님,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요?”강하임은 차가운 표정으로 일부러 온지유를 크게 불렀다.그에 뒤를 돌아본 온지유도 여이현의 누구 하나 잡아먹을 듯한 그 특유의 냉한 표정을 보아낼 수 있었다.“이 사람들이 저한테 시비를 좀 걸어서요, 이미 경찰 불렀어요.”말을 하면서도 온지유는 강하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하지만 이내 제 생각이 부질없음을 느꼈다.이 사람들은 다 제 동창이었고 만월 파티를 앞당긴 것도 모금을 위한 것이기에 강하임이 아무리 저를 싫어한다 해도 이런 판까지 짤 만큼 한가해 보이지는 않았다.그에 강하임도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다행이네요. 대표님, 가서 물건부터 챙기시죠, 곧 있으면 불꽃 축제 시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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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온지유가 입을 열었다.“됐어요. 그럴 필요 없어요.”가끔 그녀는 여이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저 동창들과 모임을 가졌을 뿐인데 여이현은 어딘가 단단히 꼬여 있었다.만약 그녀의 설명을 제대로 들어주기라도 했다면 이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먼저 가지 않았을 것이다.“민우야, 방금은 고마웠어.”뭐가 어찌 되었든 나민우가 나타나 준 덕에 그녀의 문제는 해결되었다.나민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뭘, 난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데.”나민우가 뭐라 더 말하려던 순간 온지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난 그럼 돌아가 볼게.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 그땐 내가 한턱 살게.”“내일 오후에 시간이 있어.”그저 예의상으로 한 말이었지만 나민우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살짝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내일 내가 주소 문자로 찍어 보내줄게.”“응, 알았어.”나민우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았다....여이현은 비록 먼저 걸음을 옮기긴 했지만, 뒤에는 강하임이 따라오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강하임과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가지 않았다.걸음을 멈추던 그는 강하임과 거리를 두었다.“강하임 씨, 난 불꽃놀이에 관심 없어요. 혹시 혼자 구경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내 비서한테 같이 구경하라고 말해두죠.”강하임은 순간 당황했다.“대표님, 방금 분명 저랑 함께 보러 가자고 약속하셨잖아요...”“미안해요.”차가운 얼굴로 이 말을 내뱉은 뒤 얼어붙은 강하임을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방금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강하임은 점점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 버렸다.그녀는 여이현과 온지유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여이현이 먼저 자신과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가자고 했기에 드디어 그와 둘만 있을 기회가 생긴 것으로 생각하며 기대했다.그런데 아니었다.정말이지 괜한 기대를 한 것이다.여이현은 배진호에게 연락했다.연결된 후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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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운전기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 배진호는 그에게 온지유와 여이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주었다.여이현은 차에 타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담배만 피워댔다.그 말인즉슨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방금 여이현이 온지유의 행방을 쫓으라고 했고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기세를 전부 보지 않았는가.여이현은 눈을 가늘게 접었다.새로 채용한 운전기사를 힐끗 보았다.운전기사는 키도 크고 말랐을 뿐만 아니라 피부가 조금 까무잡잡했다.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배 비서가 주의할 것을 말해주지 않았나 보죠?”운전기사는 부정했다.“배 비서님께서 설명하셨습니다. 대표님, 저도 이런 말을 하는 게 주제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만 말씀드린 겁니다. 저와 제 아내가 그랬거든요. 제가 제 아내를 오해하고 절대 먼저 사과하거나 상황을 물어본 적이 없었지요. 제 아내도 저한테 설명해 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제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도시로 갔을 때 제 아내에게 다른 남자의 아이가 생겼더군요. 결국 저는 영원히 제 아내를 잃게 되었어요.”여이현은 입술을 짓이겼다. 몇 초의 침묵 끝에 그는 낮게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시동 걸어요.”나민우와 거리를 유지하는 건 이성 친구 사이에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게다가 얼마 전 나민우는 온지유를 도와주었을 뿐 아니라 지금은 그녀를 태워 데려다주려 했으니 온지유는 나민우가 고마우면서 미안했다.나민우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바로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웃으며 말했다.“온지유, 우린 동창이고 친구잖아. 내가 아니라 다른 애들이었어도 네가 이 야밤에 혼자 집에 돌아가려고 한다면 태워줬을 거야.”온지유는 미소만 지었다.방금 나민우가 그녀의 앞에 차를 세웠을 때 사실은 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늦은 밤이라 위험하다고 했다.게다가 콜택시 앱에서도 근처에 소환 가능한 차량이 없다는 문구가 떠 있었다.나민우는 말을 기분 좋게 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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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온지유는 평온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전 사실만 말씀드렸을 뿐인걸요.”“너...!”여진숙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이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여이현이 돌아온 것이다.“현아, 마침 잘 왔구나. 네 아내가 나한테 어떻게 대들었는지 아니? 정말이지 교양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구나!”그녀는 얼른 걸음을 옮겨 여이현에게 다가가 고자질을 했다.여이현은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왔다. 깊은 두 눈으로 온지유를 보다가 여진숙에게 시선을 돌렸다.“가만히 계셨으면 지유가 대들었겠어요? 지유는 제 곁에 있을 때 한 번도 그런 적 없다고요. 제 앞에서는 늘 온화한 사람이에요.”다리가 긴 탓에 몇 걸음 만에 그녀의 앞으로 왔다.그녀보다 큰 체구에 온지유는 압박감을 느꼈다. 게다가 그의 몸에선 짙은 담배 냄새가 났다.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여진숙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하마터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릴 뻔했다.“너, 너 정말 이젠 날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니?!”“방에 올라가서 기다려.”여이현은 온지유에게 말했다.정신을 차린 온지유의 그의 말대로 방으로 올라갔다.여진숙은 직설적이었다.“여이현, 너 대체 언제까지 날 피할 거니?”그러자 그가 픽 웃었다.“대체 누구한테서 그런 말을 배우신 거죠?”그가 누구를 만나든 말든 그의 자유였다.누구도 그의 선택에 좌지우지할 수 없다. 그가 두려움을 느낄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더욱 누군가를 피할 필요가 없었다.“네가 날 피하지 않은 거면, 그럼 그동안 왜 난 널 만날 수 없었던 거지?”여진숙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여이현은 처음부터 그녀를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다음부터 사람 거슬리게 하는 일은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짐 싸서 내쫓을 테니까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여이현!”여진숙은 화가 치밀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난 네 엄마라고! 날 엄마라고 생각하긴 하니?!”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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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여이현은 그녀에게 이런 요구를 하면서 왜 본인이 한 짓에 대해서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은 걸까?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뭐?”온지유는 그를 빤히 보았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어쩌면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주먹을 꽉 움켜쥔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아무것도 아녜요.”여이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가 물어보려고 할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사장님, 사모님!”도우미가 두 사람을 불렀다.여이현은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도우미는 초대장을 여이현에게 건넸다.“사장님, 이건 강태규 회장님댁에서 온 초대장입니다.”카드 위쪽엔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있었다.“네, 내려가 보세요.”여이현은 초대장을 열어보았다. 강태규의 칠순 잔치 초대장이었다.그는 강태규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강태규의 생신 잔치에 별로 참석하지 않았었다.강태규도 굳이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무조건 참석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번은 강태규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그러니 이번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게다가 강태규는 예전에 군인 생활을 오래 했었기에 검소하고 낭비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이번에도 집안에서 잔치할 것이 분명했으니 그들도 올 것이다.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조금 고민되었으나 강태규의 나이도 나이인지라 그가 많이 이해해줘야 했다.여이현은 고개를 돌렸다. 온지유는 이미 침대에 누워있었다.“온지유, 내일 저녁 나랑 같이 생신 잔치에 가줘.”“누구 생신 잔치인데요?”온지유는 딱히 관심이 없는 목소리였다.“강태규 어르신.”온지유는 일어나 앉았다.“어르신의 생신 잔치라고요?”“그래, 칠순 잔치.”온지유는 순간 나민우와 한 약속이 떠올랐다.“내일은 안 돼요. 다른 일정이 있어요. 그리고 어차피 전에도 혼자 참석했었잖아요.”두 사람은 비밀리 혼인신고를 했기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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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온지유는 소파로 다가가 선물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치마를 꺼냈다.짙은 초록색의 드레스였다. 치맛자락이 크고 튜브톱 디자인으로 옷감도 좋아 만지면 아주 보드라웠다. 최근 패션 잡지에서 본 적 있었다.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신상으로 소개된 드레스였다.디자이너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디자인한 대부분 가격이 20억 정도 했다.온지유는 순간 노승아의 드레스가 떠올랐다. 그것도 여이현이 20억 주고 구매한 것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을 보며 물었다.“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돈은 여이현에게 그저 숫자에 불과했지만, 그는 온지유의 기쁨을 사고 싶었다.“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그럼 노승아 씨한테 사주신 드레스도 노승아 씨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산 건가 봐요?”온지유의 입이 제멋대로 먼저 움직였다.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후회했다.갑자기 왜 이 일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꽤나 난감하게 만들었다.입술을 짓이기며 여이현의 비웃음을 들을 준비를 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의아한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그런데 그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웃고 있는 것이다.웃는 둥 마는 둥하는 눈빛을 본 그녀는 순간 겁이 덜컥 났다.“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그 일이 꽤나 신경 쓰였나 봐.”여이현이 물었다.온지유는 대답하지 않았다.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그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여이현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두 손을 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때 그건 내가 돈을 빌려줘서 산 거야. 나중에 돈을 벌게 된 후 다시 나한테 갚았어.”온지유는 놀라웠다.“돈을 빌려줬다고요?”“그래.”여이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넌 20억이 정말로 뉘 집 개 이름인 줄 알아? 뭐 물론 너한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지.”온지유는 그때 그 일을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게다가 노승아는 그 일로 일부러 그녀에게 도발도 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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