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이현은 그녀에게 이런 요구를 하면서 왜 본인이 한 짓에 대해서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은 걸까?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뭐?”온지유는 그를 빤히 보았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어쩌면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주먹을 꽉 움켜쥔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아무것도 아녜요.”여이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가 물어보려고 할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사장님, 사모님!”도우미가 두 사람을 불렀다.여이현은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도우미는 초대장을 여이현에게 건넸다.“사장님, 이건 강태규 회장님댁에서 온 초대장입니다.”카드 위쪽엔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있었다.“네, 내려가 보세요.”여이현은 초대장을 열어보았다. 강태규의 칠순 잔치 초대장이었다.그는 강태규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강태규의 생신 잔치에 별로 참석하지 않았었다.강태규도 굳이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무조건 참석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번은 강태규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그러니 이번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게다가 강태규는 예전에 군인 생활을 오래 했었기에 검소하고 낭비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이번에도 집안에서 잔치할 것이 분명했으니 그들도 올 것이다.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조금 고민되었으나 강태규의 나이도 나이인지라 그가 많이 이해해줘야 했다.여이현은 고개를 돌렸다. 온지유는 이미 침대에 누워있었다.“온지유, 내일 저녁 나랑 같이 생신 잔치에 가줘.”“누구 생신 잔치인데요?”온지유는 딱히 관심이 없는 목소리였다.“강태규 어르신.”온지유는 일어나 앉았다.“어르신의 생신 잔치라고요?”“그래, 칠순 잔치.”온지유는 순간 나민우와 한 약속이 떠올랐다.“내일은 안 돼요. 다른 일정이 있어요. 그리고 어차피 전에도 혼자 참석했었잖아요.”두 사람은 비밀리 혼인신고를 했기에 그
온지유는 소파로 다가가 선물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치마를 꺼냈다.짙은 초록색의 드레스였다. 치맛자락이 크고 튜브톱 디자인으로 옷감도 좋아 만지면 아주 보드라웠다. 최근 패션 잡지에서 본 적 있었다.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신상으로 소개된 드레스였다.디자이너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디자인한 대부분 가격이 20억 정도 했다.온지유는 순간 노승아의 드레스가 떠올랐다. 그것도 여이현이 20억 주고 구매한 것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을 보며 물었다.“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돈은 여이현에게 그저 숫자에 불과했지만, 그는 온지유의 기쁨을 사고 싶었다.“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그럼 노승아 씨한테 사주신 드레스도 노승아 씨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산 건가 봐요?”온지유의 입이 제멋대로 먼저 움직였다.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후회했다.갑자기 왜 이 일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꽤나 난감하게 만들었다.입술을 짓이기며 여이현의 비웃음을 들을 준비를 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의아한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그런데 그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웃고 있는 것이다.웃는 둥 마는 둥하는 눈빛을 본 그녀는 순간 겁이 덜컥 났다.“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그 일이 꽤나 신경 쓰였나 봐.”여이현이 물었다.온지유는 대답하지 않았다.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그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여이현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두 손을 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때 그건 내가 돈을 빌려줘서 산 거야. 나중에 돈을 벌게 된 후 다시 나한테 갚았어.”온지유는 놀라웠다.“돈을 빌려줬다고요?”“그래.”여이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넌 20억이 정말로 뉘 집 개 이름인 줄 알아? 뭐 물론 너한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지.”온지유는 그때 그 일을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게다가 노승아는 그 일로 일부러 그녀에게 도발도 했었
하지만 온지유는 여전히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여이현이 아주 가볍게 한 이 한마디는 다소 차가우면서도 허탈하기도 했다.‘내가 너무 많이 생각한 거겠지.’온지유는 이 습관을 고칠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여이현의 말에서 그의 감정을 분석하려고 했다.그녀는 그의 희로애락이 신경 쓰였다.사실 그녀는 그 정도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강태규 집에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이 도착해 있었다.대략 열몇 분 되어 보였다.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몹시 위풍당당해 보였다.강태규는 새 옷이 아닌 세월의 흔적이 있는 한복을 입고 있었다.여이현이 말했던 것처럼 강태규는 절약 정신이 있는 사람이었다.강태규는 사람들이랑 얘기를 잘 나누고 있다고 여이현과 온지유가 온 것을 보고 얼굴에 미소를 활짝 띠었다.“이야, 이현이 왔구나. 지유도 왔네.”강태규는 지팡이를 짚으며 연신 일어서며 그들을 반겼다.온지유는 강태규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게 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어르신!”“지유야.”강태규는 온지유를 보더니 말했다.“오늘 이쁘게 입고 왔네. 이현이 이 자식 드디어 네게 이쁜 옷을 사줬나 보네!”강태규의 말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온지유는 웃으며 대답했다.“지난번에 뵀을 때 두 번 다 제가 일하고 있어서 좀 심플하게 입었던 거예요. 사실 이현 씨가 많이 사줘요.”온지유는 그래도 여이현을 감싸며 예쁜 말을 해댔다.이건 이미 그녀에게 습관처럼 되었다.강태규가 말했다.“그러면 됐어. 아내를 아낄 줄 아는 남자가 잘 되는 거야.”여이현을 바라보는 강태규의 눈빛도 호호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어르신.”여이현은 매우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몸은 좀 나으셨어요?”강태규가 대답했다.“이미 나았어. 걱정하지 마. 난 네 할아버지보다 몇 년 더 살았으니 이젠 충분해!”여이현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돼요.”여이현의 안색이 변한 것을 보자 강태규는 또 경쾌하게 말
‘왜 전에 이현 씨가 말한 걸 들은 적 없었던 거지?’하지만 두 사람 사이가 원래 계약서로 묶여있어서 상대방을 너무 간섭하지 않는 것은 제일 기본이었다.그리고 그도 남김없이 전부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온지유는 얼른 자기의 시선을 거두었다.갑자기 누군가가 수습하는 소리가 들렸다.“어르신, 저희도 어르신의 뜻을 다 이해해요. 저희도 군말할 생각이 없어요. 그저 사실이 그런지라 전 부대장님도 어르신을 위해 불평하는 거예요. 어르신도 어쨌든 윗사람인데 안 지 얼마 안 됐죠? 제가 보기엔 이현이 쟤, 어르신도 안중에 없는 거 같아요.”온지유는 이 사람들이 여이현을 잡고 안 놔주는 것을 들으면서 다시 여이현을 올려다보았지만, 그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예전의 여이현 성격대로 라면 그는 이 사람들이 이렇게 대놓고 앞에서 비난하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었다.아마도 강태규의 체면을 봐서 가만히 있는 것 같았다. 필경 이 사람들은 다 강태규랑 친한 사람들이었다.“이현아,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탓하지 마. 아무래도 같이 생사를 나눈 사이인데 아무리 겸손하게 처사한다고 해도 결혼 같은 대사를 우리한테 통지하지 않은 건 너무 하잖아. 아니면 설마 너 결혼을 억지로 한 거야?”전세봉은 입가에 씩 미소를 지으며 이번 연회에서 여이현을 골탕 먹이지 않으면 가만히 있을 기세였다.온지유는 비록 이 사람들이 도대체 왜 여이현을 겨냥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여이현이 마치 그들의 눈에 든 가시가 된 것을 보면서 왜 그동안 여이현이 주동적으로 강태규랑 왕래하지 않았는지를 대충 알 것만 같았다.여이현이 아무리 강태규의 곁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고 해도 아마 이 사람들 때문에 기피한 것 같았다.온지유는 이 사람들이 호시탐탐하게 여이현을 노려보는 것을 보며, 그녀는 주동적으로 여이현의 손을 잡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여러분들 오해하신 거예요. 이현 씨는 저를 존중해 준 것뿐이에요. 제가 공개하지 말자고 했어요. 제가 이 사람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제수씨, 이 한잔은 제수씨께 드려요.”동시에 전세봉은 온지유에게 술 한잔을 따라서 건네주었다.여이현은 한 손으로 온지유의 어깨를 감싸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전세봉이 건네 술잔을 받았다.“우리 아내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이 잔은 제가 대신 받을게요.”여이현은 동작이 아주 빠르게 손에 든 술을 한꺼번에 마셔버렸다.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쯧쯧! 여이현 이놈 봐라. 전에 부대에 있을 때는 온갖 고생을 다 받으며 그렇게 용감하고 사나이답던 놈이 오늘은 와이프를 위해서 술까지 막다니. 이야, 참으로 다정한 남자네!”“그러게, 말이야.”“이현아, 우리에게 소개해 준 김에 언제 다시 결혼식을 안 올리냐? 두 사람 아직 결혼식을 안 했지? 우리가 나중에 축의금 톡톡히 챙겨 넣어줄 테니 결혼식에 술이나 얻어먹으러 가야지!”온지유는 웃고 있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았다.비록 아까는 여이현에 대한 불만이 있었지만, 강태규가 몇 마디 한 후, 불만도 사그라든 것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어떤 분들은 정말 진심이 가득 찬 말투였다.온지유는 시종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여이현은 천천히 입을 떼며 말했다.“확정이 되면 제일 먼저 알려드릴게요.”“꼭 그래야 해! 결혼은 일생일대의 큰일이야. 아무리 겸손하다고 해도 여자가 손해 보게 해서는 안 돼.”그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여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이 없었다.이때 갑자기 발랄한 목소리가 전해왔다.“할아버지.”사람들은 다들 말소리가 나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묘령의 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야. 내 보배단지 손녀가 왔구나.”강태규는 고개를 돌려 보더니 순간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띠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가며 두 팔을 쭉 벌렸다.강윤희는 강태규의 앞까지 걸어와 그를 와락 안았다.“할아버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강태규는 강윤희를 안으며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할아버지도 네가 보고 싶었어.”온지유는 순간 눈동자가 흔들렸다.‘이 여자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강윤희는 그대로 여이현의 곁으로 걸어와서 말했다.“지난번에 고모네 무도회 때, 오빠랑 제대로 몇 마디 얘기하지도 못했는데 오빠가 바로 갔잖아요. 이번에는 여러 날 머무를 거죠?”강윤희의 손은 주동적으로 여이현에게 팔짱을 끼면서 온지유를 뒤로 내팽개쳤다.강윤희가 무도회에서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그때 온지유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였다.그리고 그때 강윤희는 고모한테 여이현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다년간 그녀는 여이현을 자기 친오빠라고 생각했기에 도와드릴 의향이 있었다.여이현에게 아내가 생겼으니, 강윤희는 그녀를 형수라고 여기면서 잘 대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하지만 그녀는 온지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윤희는 친구한테서 온지유가 드센 캐릭터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온지유가 업무상 지신의 직무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심지어 총애를 믿고 교만하기까지 하다고 들었다.그리고 여이현의 어머니도 온지유를 싫어한다고 들었다.여이현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강윤희는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앞으로 이렇게 드센 형수를 상대하게 될 것을 생각하면 강윤희는 결코 그런 억울함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이혼하면 더 좋고.’“오래 못 머물러.”여이현은 손을 내빼면서 강윤희를 살짝 밀어내고 그녀에게 귀띔을 해주었다.“사람도 많은데 주의 좀 해줘.”강윤희는 또 말했다.“왜요. 당신은 내 오빠잖아요. 어릴 때 나랑 얼마나 친했는데, 결혼했다고 달라져요!”강윤희는 눈길을 온지유에게 돌렸다.온지유도 어떻게 된 일인지 여이현과 결혼을 한 뒤로부터 동성 인연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누구나 온지유를 못마땅하게 느끼곤 하였다.그녀도 당연히 강윤희가 자기를 못마땅해하는 눈빛을 알아보았다.마치 자기가 그녀의 이현 오빠를 가로채 간 것처럼.하지만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온지유는 별말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장면을 눈에 담은 강태규는 비록 강윤희가 여이현에 대한 건 그저 오누이 간의 정이라는 것
강윤희는 바로 강태규의 품에 기댄 채, 위로가 시급한 모양을 했다.강태규는 강윤희의 얼굴을 부둥켜 잡고 자세히 훑어보았다. 그저 조금 긁힌 것이어서 살갗이 조금 찢어졌고 얼굴이 망가질 정도는 아니었다.“상처가 작아서 괜찮을 거야. 윤희야 보는 사람도 많은데 그만 울어.”“할아버지.”강윤희는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꼭 나를 위해 정의를 밝혀주세요.”강태규가 말을 하기도 전에 전세봉이 소리를 내서 말했다.“윤희가 다쳤다니. 우리 윤희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강 어르신께서 고생을 하나도 안 하게 곱게 키웠는데. 누가 감히 윤희를 괴롭혀? 내가 제일 먼저 그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온지유는 덩치가 우락부락한 전세봉을 보면서 정말 전세봉이 자신을 때리기라도 하면 자기는 그저 작은 개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여이현은 온지유의 손을 꼭 잡고 전세봉을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당신은 우리 지유 뒤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온지유는 조금 의외였다는 듯이 여이현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시종 침묵을 지키면서 반박의 말 한마디 없던 여이현은 온지유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상대가 누구든 항상 첫걸음에 달려와 그녀를 위해 나서서 맞서 싸우곤 하였다.전세봉도 똑같이 여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 밑에는 분노가 조금 서렸지만, 말이 없었다.여이현의 눈빛도 싸늘했다. 그는 이런 장면이 정말 지겨울 정도여서 차갑게 말을 꺼냈다.“어르신, 다들 우리를 반기지 않는 눈치인데 우리는 이만 가볼게요.”여이현은 온지유를 잡으면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거기서.”강태규는 이번에 강윤희를 안으며 손녀를 위로하지 않았다. 반대로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아직 내 얘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너희끼리 먼저 싸우는 거야!”그는 눈길을 강윤희에게 돌리고는 신중하게 말했다.“윤희야, 이런 재미없는 장난은 그만 해. 지유가 어떤 애인지 내가 모를까 봐? 아니 근데 너, 어디서 배운 나
온지유는 더 말하지 않았다. 강태규의 말이 맞는 말이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쉬웠지만 그 대가는 엄중했다.“죄송해요. 형수님.”강윤희가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용서해요!”온지유는 아주 대범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강태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행히 이번 일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어서 말했다.“잘못을 알면 되었어. 하지만 잘못인 것을 모를까 봐 그게 걱정이었어. 이제야 체면 있는 사람 같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마.”강윤희는 기특하게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할아버지, 앞으로는 형수님과 잘 지내볼게요.”그리고 강윤희는 또 덥석 온지유의 팔짱을 꼈다.그녀는 강태규에게 자기가 온지유랑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이에 강태규는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래. 사이좋게 지내.”하지만 온지유는 살짝 불편했다.갑작스럽게 닥친 친근함에는 무조건 꿍꿍이가 있는 법이었다. 다행히 강윤희는 별짓을 벌이지 않았다.그저 강태규 앞에서 쇼하면서 강태규 기분을 풀어주었다.“할아버지, 오늘 할아버지의 70세 잔치인데 기분이 상하면 안 되죠. 손녀딸인 제가 축복의 말 한마디 할게요. 우리 할아버지 앞으로 건강하고 오래오래 장수하세요!”강윤희는 입에 꿀을 바른 것처럼 예쁜 말을 하고는 또 강태규를 향해 세배를 올렸다.강태규는 아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애를 많이 썼어. 그렇게 큰절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얼른 일어나. 무릎이라도 찢어지면 어쩌려고.”강윤희는 두세 번에 바로 강태규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까 일도 그냥 넘어가게 되었다.“아직 식사도 시작 안 했네요. 식사합시다. 식사해요.”전세봉이 옆에서 말했다.“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다들 자리에 앉고, 너무 격식 차리지 말고.”“밥 먹자.”강태규는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현아, 지유야. 너네도 얼른 앉거라.”여이현도 당연히 강태규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네.”강태규는 온지유에게 말했다.“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