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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강윤희는 그대로 여이현의 곁으로 걸어와서 말했다.

“지난번에 고모네 무도회 때, 오빠랑 제대로 몇 마디 얘기하지도 못했는데 오빠가 바로 갔잖아요. 이번에는 여러 날 머무를 거죠?”

강윤희의 손은 주동적으로 여이현에게 팔짱을 끼면서 온지유를 뒤로 내팽개쳤다.

강윤희가 무도회에서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그때 온지유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였다.

그리고 그때 강윤희는 고모한테 여이현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다년간 그녀는 여이현을 자기 친오빠라고 생각했기에 도와드릴 의향이 있었다.

여이현에게 아내가 생겼으니, 강윤희는 그녀를 형수라고 여기면서 잘 대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그녀는 온지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윤희는 친구한테서 온지유가 드센 캐릭터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

온지유가 업무상 지신의 직무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심지어 총애를 믿고 교만하기까지 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여이현의 어머니도 온지유를 싫어한다고 들었다.

여이현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강윤희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앞으로 이렇게 드센 형수를 상대하게 될 것을 생각하면 강윤희는 결코 그런 억울함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이혼하면 더 좋고.’

“오래 못 머물러.”

여이현은 손을 내빼면서 강윤희를 살짝 밀어내고 그녀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사람도 많은데 주의 좀 해줘.”

강윤희는 또 말했다.

“왜요. 당신은 내 오빠잖아요. 어릴 때 나랑 얼마나 친했는데, 결혼했다고 달라져요!”

강윤희는 눈길을 온지유에게 돌렸다.

온지유도 어떻게 된 일인지 여이현과 결혼을 한 뒤로부터 동성 인연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온지유를 못마땅하게 느끼곤 하였다.

그녀도 당연히 강윤희가 자기를 못마땅해하는 눈빛을 알아보았다.

마치 자기가 그녀의 이현 오빠를 가로채 간 것처럼.

하지만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온지유는 별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장면을 눈에 담은 강태규는 비록 강윤희가 여이현에 대한 건 그저 오누이 간의 정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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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윤희는 바로 강태규의 품에 기댄 채, 위로가 시급한 모양을 했다.강태규는 강윤희의 얼굴을 부둥켜 잡고 자세히 훑어보았다. 그저 조금 긁힌 것이어서 살갗이 조금 찢어졌고 얼굴이 망가질 정도는 아니었다.“상처가 작아서 괜찮을 거야. 윤희야 보는 사람도 많은데 그만 울어.”“할아버지.”강윤희는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꼭 나를 위해 정의를 밝혀주세요.”강태규가 말을 하기도 전에 전세봉이 소리를 내서 말했다.“윤희가 다쳤다니. 우리 윤희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강 어르신께서 고생을 하나도 안 하게 곱게 키웠는데. 누가 감히 윤희를 괴롭혀? 내가 제일 먼저 그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온지유는 덩치가 우락부락한 전세봉을 보면서 정말 전세봉이 자신을 때리기라도 하면 자기는 그저 작은 개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여이현은 온지유의 손을 꼭 잡고 전세봉을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당신은 우리 지유 뒤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온지유는 조금 의외였다는 듯이 여이현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시종 침묵을 지키면서 반박의 말 한마디 없던 여이현은 온지유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상대가 누구든 항상 첫걸음에 달려와 그녀를 위해 나서서 맞서 싸우곤 하였다.전세봉도 똑같이 여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 밑에는 분노가 조금 서렸지만, 말이 없었다.여이현의 눈빛도 싸늘했다. 그는 이런 장면이 정말 지겨울 정도여서 차갑게 말을 꺼냈다.“어르신, 다들 우리를 반기지 않는 눈치인데 우리는 이만 가볼게요.”여이현은 온지유를 잡으면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거기서.”강태규는 이번에 강윤희를 안으며 손녀를 위로하지 않았다. 반대로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아직 내 얘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너희끼리 먼저 싸우는 거야!”그는 눈길을 강윤희에게 돌리고는 신중하게 말했다.“윤희야, 이런 재미없는 장난은 그만 해. 지유가 어떤 애인지 내가 모를까 봐? 아니 근데 너, 어디서 배운 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26화

    온지유는 더 말하지 않았다. 강태규의 말이 맞는 말이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쉬웠지만 그 대가는 엄중했다.“죄송해요. 형수님.”강윤희가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용서해요!”온지유는 아주 대범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강태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행히 이번 일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어서 말했다.“잘못을 알면 되었어. 하지만 잘못인 것을 모를까 봐 그게 걱정이었어. 이제야 체면 있는 사람 같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마.”강윤희는 기특하게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할아버지, 앞으로는 형수님과 잘 지내볼게요.”그리고 강윤희는 또 덥석 온지유의 팔짱을 꼈다.그녀는 강태규에게 자기가 온지유랑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이에 강태규는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래. 사이좋게 지내.”하지만 온지유는 살짝 불편했다.갑작스럽게 닥친 친근함에는 무조건 꿍꿍이가 있는 법이었다. 다행히 강윤희는 별짓을 벌이지 않았다.그저 강태규 앞에서 쇼하면서 강태규 기분을 풀어주었다.“할아버지, 오늘 할아버지의 70세 잔치인데 기분이 상하면 안 되죠. 손녀딸인 제가 축복의 말 한마디 할게요. 우리 할아버지 앞으로 건강하고 오래오래 장수하세요!”강윤희는 입에 꿀을 바른 것처럼 예쁜 말을 하고는 또 강태규를 향해 세배를 올렸다.강태규는 아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애를 많이 썼어. 그렇게 큰절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얼른 일어나. 무릎이라도 찢어지면 어쩌려고.”강윤희는 두세 번에 바로 강태규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까 일도 그냥 넘어가게 되었다.“아직 식사도 시작 안 했네요. 식사합시다. 식사해요.”전세봉이 옆에서 말했다.“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다들 자리에 앉고, 너무 격식 차리지 말고.”“밥 먹자.”강태규는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현아, 지유야. 너네도 얼른 앉거라.”여이현도 당연히 강태규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네.”강태규는 온지유에게 말했다.“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27화

    여이현이 다가와 그녀와 함께 바람을 쐬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익숙해졌어요. 그래서 바꿀 생각도 안 해요. 어차피 다 똑같아요.”똑같아?무엇이 똑같다는 걸까.온지유는 자신이 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많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전에도 그들이 당신을 이렇게 대했어요? 왕따 시킨 거예요?”왜 그럴까?분명 이 사람들은 여이현보다 나이가 많다.그들은 그렇게 강윤희를 애지중지 여기면서 왜 여이현에게는 너그럽지 못한 걸까.그가 군대에 있을 때 아마도 아주 어렸을 것이다.여이현이 대답했다. “앞으로 그들과 만날 일은 별로 없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당신 군대에 있었던 거 한 번도 나한테 말한 적 없잖아요.”여이현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대에 있었던 것뿐이에요. 정식으로 입대한 것도 아니고 그때는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강태규가 나를 받아주신 거예요.”온지유는 조금 놀라며 말했다. “왜요? 집에서는 당신을 돌봐주지 않았어요?”여이현은 무심하게 말했다. “다들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며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그는 여씨 가문에 있었어야 했을 텐데 말이다.강태규가 잠시 돌봐줘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게다가 그의 부모가 돌보지 않았더라도 고모가 있었잖아.“그럼 당신... 많은 사람을 구했겠네요.” 온지유는 호기심에 물으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꽉 쥐었다.여이현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때는 어렸고 겨우 10대였어요. 뭘 알았겠어요. 그냥 임무를 완수하는 것뿐이었고 몇몇 사람은 구했어요.”온지유의 추측은 맞았다.그는 많은 사람을 구했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온지유가 다시 물었다. “당신 몸에 있는 상처들도 그때 생긴 거예요?”“네.”그 말을 듣고 온지유는 여전히 약간의 마음이 쓰렸다. 10대라면 아직 아이인데 말이다.분명 그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그런데도 그는 이미 많은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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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야, 고마워. 네가 이렇게 잘해줄 줄은 몰랐어.” 상대방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네가 이렇게 고생할 줄은 몰랐어.”강윤희가 말했다. “고맙긴. 널 괴롭히는 사람은 당연히 나도 괴롭히는 거니까. 친구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야지, 나쁜 사람이 이기는 걸 두고 볼 수 없잖아.”“그냥 너에게 한 번 말했을 뿐인데 너는 마음에 두었구나. 네가 이렇게 해주니 정말 감동이야.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정말 좋다.” 상대방은 감동하며 말했다.강윤희는 언제나 그랬다.친구에게 진심을 다해 대했다.어릴 때부터 그녀는 항상 소중히 여겨졌고 큰 어려움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악한 사람들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친구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녀는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 했다.비록 결국 자신이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지만 말이다.그래도 후회하지 않았다.다음번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상대방은 계속 말했다. “최근에 시간 있니? 밥 한번 사주고 싶어, 제대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시간 있어.” 강윤희는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언제든 좋아, 네가 시간만 있으면 돼. 하지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친구잖아. 친구는 서로 돕는 게 당연하지.”두 사람은 한참 동안 통화를 했다.상대방은 강윤희에게 많은 험담을 했다.강윤희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녀는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집에 돌아온 온지유는 화장을 지우고 샤워를 하고 그 드레스를 옷장에 넣었다.그녀는 그 드레스를 꽤 좋아했다.드레스라는 것이 대부분 한 번 입고 마는 것이지만 말이다.그녀는 다음번에도 입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침실에는 여이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녀는 침실 문을 열고 그가 밖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미 한참 동안 통화하고 있는 듯했다.그는 그녀가 문을 여는 것을 보고는 전화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당신이 졸리면 먼저 자요.”온지유는 오늘 그를 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29화

    “메이킹 필름을 봤는데 정말 대역을 쓰지 않았더라. 그 액션씬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워서 그녀가 인기를 얻는 것도 당연해!”“봤어? 노승아가 떴다. 오늘 주식시장도 상한가야.”온지유는 사무실 사람들의 대화를 들었다.그녀는 탕비실에서 물을 한 잔 따랐다.마침 이윤정도 그곳에 있었다. 온지유를 보자 이윤정이 말했다. “온지유 언니, 그들이 하는 말 들었어요? 여 대표님이 노승아에게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서 그녀를 이 정도로 띄운 거라니까요. 노승아는 전생에 여 대표님의 생명의 은인이었나 봐요!”어떻게 노승아가 이렇게 뜰 수 있었는지 이윤정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 작품으로 이렇게 떴다.그녀는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다고 하는지도 듣지 않았다.이윤정은 노승아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드라마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보고 싶지 않았다.온지유는 이윤정을 바라보며 웃었다. “띄워준다 해도 그녀가 뜰 수 있을지 봐야죠.”이윤정이 말했다. “노승아는 기사들로 떴잖아요. 매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자살 시도 아니면 누명을 쓰기도 했고 그녀를 모르는 게 더 어려워요.”온지유는 노승아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노력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만 말해요, 당신이 왜 그녀를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이윤정은 입을 삐죽거렸다. “저번에는 여 대표님이 언니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노승아가 끼어들어서 기분이 나빴던 거예요. 여 대표님이 이미 가정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그런 생각은 접었지만 말이죠. 그런데...”그녀는 온지유를 바라보며 웃었다. “온지유 언니, 언니와 여 대표님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둘이 정말 부부처럼 보인다니까요.”그녀는 이상한 촉이 왔다. 여 대표님의 미스터리한 부인이 온지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쨌든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니 말이다.온지유는 그녀의 머리를 톡 쳤다. “그만 수다 떨어요, 헛소리하지 마요.”이윤정은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알겠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330화

    두 사람은 시내로 나가 탕비실의 음료를 구매했다. 탕비실의 음료는 주로 이 가게에서 구매하곤 했다.일은 금방 끝났다.하지만 온지유의 일은 조금 더 까다로웠다.여이현이 마시는 커피 원두는 예약이 필요했다.다행히도 재고가 있었다.온지유는 그쪽으로 갔다.“온지유 언니, 여 대표님이 마시는 그 커피 원두가 그렇게 귀한가요? 예약까지 해야 하다니.” 이윤정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희귀한 커피 원두가 있다니.온지유는 말했다. “여 대표님이 좀 까다로워서 그래요.”여이현은 그 커피 원두만 마셨다.이윤정은 부자들의 세계가 참 좋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커피 원두조차도 최고급이었다.온지유는 이미 점장과 약속을 했고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물었다. “점장님, 준비됐나요? 항상 같은 것으로 부탁해요.”점장은 약간 난처해 보였다. “온지유 씨, 딱 한 봉지만 남았는데 아마도...”그녀는 말을 흐렸고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온지유는 상황을 알아채고 옆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강하임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온지유 비서였군요. 이런 취향이 있을리는 없을 테니 여이현에게 줄 커피 원두를 사려는 건가요?”온지유는 대답하고 싶지 않아 대신 물었다. “점장님, 이 봉지는 제가 예약한 거 아닌가요?”“맞습니다. 그런데 강하임 씨도 우리 가게에 많은 돈을 쓰셔서 그녀가 양보하지 않겠다고 하네요...” 점장은 매우 곤란해 하며 누구도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강하임이 일어서며 말했다. “점장님, 걱정 마세요. 이 커피 원두는 가격이 올랐으니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나는 희귀한 걸 좋아하거든요.”그녀는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며 온지유에게 말했다.온지유는 불편함을 느끼며 말했다. “모든 일은 선착순이 있잖아요. 점장님, 만약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여진그룹이 돈이 없을 것 같나요?”점장은 누구도 건드리지 않으려 하며 말했다. “온지유 씨, 강하임 씨, 두 분이 반반씩 나누는 건 어떠신가요? 새로운 재고가 들어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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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말 다 했어요?” 강윤희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여기 여이현 오빠도 없고 우리 할아버지도 없으니 내 앞에서 시치미를 떼지 마세요. 본성을 드러내, 나쁜 여자야!”강윤희의 말에 온지유는 잠시 멍해졌다.자신이 어쩌다 나쁜 여자가 된 걸까?그녀와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강윤희의 입에서 나쁜 여자가 되었다.온지유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강윤희가 자신보다 몇 살 어리고 강태규의 손녀라서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자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양보했다. “당신들이 좋아한다면 가져가요. 별거 아니예요.”이윤정은 여전히 불만이었고 그녀는 온지유를 위해 한마디 하고 싶었다.하지만 온지유는 말했다. “이윤정, 갑시다.”이윤정은 말했다. “그러면 여 대표님의 커피 원두는 어떻게 해요? 없지 않나요? 여 대표님이 마시지 못하면 당신을 탓하지 않을까요?”“괜찮아요.”강윤희는 온지유가 잘난 척하는 걸 보고 차갑게 웃었다. “가식 떨지 마요. 당신들이 양보한다고 내가 감사할 줄 알아요? 당신 때문에 할아버지한테 혼나고 망신당한 건 아직 해결하지 않았어요. 난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온지유는 강윤희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강하임은 사실 커피 원두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온지유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다. 지난번에 자신이 곤란했던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자신이 여이현이 불꽃놀이를 보러 갈 수 있었던 그 좋은 기회를 온지유 때문에 망쳤다고 생각했다.강하임은 강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희야, 아까 고마워. 너 또 나를 도와줬네.”강윤희는 말했다. “당연하지. 다음에 온지유가 너를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널 지켜줄게.”“윤희야, 너 정말 착하구나.” 강하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여자 정말 속이기 쉽다고 생각하며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나에게는 너뿐이야.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하지만 온지유가 여이현 앞에서 무슨 말을 하면...”“그럴 리 없어. 이현 오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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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무열은 김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걱정 끼쳐서 미안해.”“무열 씨, 제발 꼭 좋아져야 해요. 이렇게 날 떠나면 안 돼요. 우리... 우리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다 아쉬움으로 남았잖아요.”김혜연은 신무열을 꼭 끌어안으며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간절히 말했다.그녀는 정말로 두려웠다.만약 신무열의 마음속에 모든 분야에 출중한 완벽한 존재가 있었다면 그녀는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아린의 경우는 달랐다. 모든 조건을 떼어 놓고 보면 말이다.김혜연에게는 선택지가 주어졌지만 선택을 하지 않은 건 그녀 자신이었다.김혜연은 신무열의 남은 생이 죄책감 속에서 허비되지 않기를 바랐다.신무열은 김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네가 하려는 말 다 알아. 걱정하지 마. 나도 최선을 다해 이전의 일들에서 벗어나려고 할게.”김혜연은 그런 문제들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신무열은 그녀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이때, 인명진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신무열의 약물 의존은 법로가 책임지고 있었고, 인명진은 그의 심리 치료를 맡게 되었다.신무열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아린이 자신의 품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마음의 상처를 도저히 치유할 수 없었다.인명진은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그는 최면을 통해 신무열의 내면을 하나씩 풀어가며 그의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신무열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누구도 죽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저 때문에 죽어가요. 죽음이 이렇게도 불공평하고 아무 소리도 없이 다가온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신무열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씩 흘러나왔다.인명진은 낮은 목소리로 그를 위로했다.“모든 일에는 아쉬움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무열 씨는 최선을 다했고 아린을 방치한 것도 아니었잖아요. 현실은 잔혹해요. 무열 씨에게는 방법이 없었고, 아린에게는 죽음이 오히려 해방이었을지도 모르죠.”“노예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은 수천, 수만 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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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무열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통스럽게 절규했다.그의 이런 모습을 본 온지유는 가슴이 찢어졌다. 매일 곁에서 지켜보는 김혜연에게는 더 큰 고통이었다.온지유는 신무열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오빠, 그건 오빠 잘못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아요...”하지만 신무열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힘겹게 말했다.“아니, 내 잘못이야. 만약 내가 더 잘했다면 아린은 희생하지 않았을 거야. 죽음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처럼 고통스러운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지유야, 너도 알잖아? 난 아린이 눈앞에서 죽는 걸 직접 봤어...”그의 목소리는 쉰 듯한 낮은 톤으로 하나하나 쏟아져 나왔고, 온지유는 처음으로 신무열이 이렇게 절망하는 모습을 보게됐다.도와주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그녀는 무력감을 느꼈다.신무열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스스로를 해칠까 두려웠던 온지유는 급히 법로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법로는 실험실 사람들과 함께 그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신무열의 상태를 본 법로는 마음이 아팠다.신무열은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다!상태를 점검한 법로는 신무열이 몰래 페노바르비탈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더욱 심각한 것은, 이 약물은 한때 법로거 개량했던 중독성을 유발하는 형태였다는 점이었다.신무열의 방금 전 감정 폭발은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해 나타난 금단 증상이었다.법로는 즉시 실험실의 약물 사용 규정을 엄격히 강화했다.앞으로는 모든 약물 사용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령했다.또한, 신무열이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철저히 관리했다.신무열은 Y국의 수령으로, 많은 이들이 그를 끌어내리고 새 인물을 세우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만약 그의 약물 복용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반드시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이 분명했다.김혜연은 신무열의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법로가 이를 막아섰다.“신무열이 자리를 비우는 건 공적인 이유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네가 자리를 비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61화

    케빈은 단 한 가지 뜻만을 품고 있었다.반드시 Y국을, 그리고 신무열을 지키겠다는 결심이었다.신무열과 이 나라는 그의 누나 아린이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케빈이 떠나는 날 온지유가 그를 배웅하러 나왔다.케빈은 돈도, 지위도, 그 외의 물질적인 것들은 모두 원하지 않았다.온지유가 케빈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직접 구해 온 평안을 비는 부적뿐이었다.“케빈, 국경은 힘든 곳이야. 건강히 지내야 해. 네 누나는 떠났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네 가족이야. 언제든 돌아와도 돼.”온지유의 말에 케빈은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다.누나가 죽은 이상 이곳에는 더 이상 자신의 집은 없었다.온지유가 그렇게 말해줬지만 그들에게도 자신들만의 삶이 있었다.케빈은 이제 네다섯 살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케빈이 떠난 뒤 아린에 관한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하지만 온지유는 신무열의 정신 상태를 걱정해 한동안 Y국에 머물렀다.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상태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표정은 지쳐 보였으며 전혀 활기가 없었다.온지유는 더 이상 그를 방치할 수 없었다.“이렇게 지내는 건 정말 위험해 보여요. 밤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거죠? 도저히 안 되겠으면 내가 명진 씨에게 연락해서 좀 봐달라 할게요.”신무열의 성격상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문제를 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인명진이라면 다를 것이다. 같은 또래라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었다.“아무것도...”신무열은 온지유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그의 말을 김혜연이 끊어버렸다.“어떻게 아무 일도 없겠어요! 밤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계속 아린을 되뇌고 있잖아요! 무열 씨, 지금 당신은 아직도 아린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요. 당신은 최선을 다했잖아요!”신무열은 전쟁 속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김혜연도 아린이 신무열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60화

    케빈은 여전히 고집스러운 태도로 소리쳤다.“제 생각은 달라요! 당신들은 신분 문제 때문에 제 누나를 구하려 하지 않은 거예요!”법로는 조용히 말했다.“미안하다. 과거에 내가 너무 집착했었지. 죽은 사람을 되살리고자 하는 욕망,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했던 욕심... 하지만 결국 그것들은 내가 만든 환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네 누나의 죽음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하지만 Y국의 발전은 멈출 수 없다. 네가 원한다면 그들을 너에게 넘겨주게 할 것이다. 또 너에게 필요한 보상도 줄 거고 내가 방금 한 약속들도 모두 지킬 테다.”법로는 한숨을 쉬며 케빈 쪽으로 걸어갔다.그는 이미 결심했다. 만약 케빈이 자신에게 손을 올리거나 목숨을 원한다면 그는 이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는 저항하지 않을 것이고 온지유와 신무열에게도 케빈을 막지 말라고 당부할 생각이었다.비록 법로는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온지유와 신무열은 이미 그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케빈! 네 누나를 죽게 한 건 우리가 아니야! 너희는 Y국의 국민이잖아. 네 누나가 무열 씨에게 사랑이 없었다 해도 애국심은 분명히 있었을 거야. 안그래?”온지유의 말은 케빈의 마음을 찔렀다. 그는 과거 자신과 아린이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아린은 신무열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품고 있었고, 신무열과 관련된 모든 소식을 모았다.신문에서 오려낸 사진들, 비디오에서 캡처한 화면, 심지어 직접 인쇄한 이미지까지.케빈은 그녀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누나와 선생님의 신분 차이가 이렇게 큰데 집착하는 이유가 뭐야? 설마 나중에는 선생님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겠다고 하는 건 아니지?”그는 자신의 말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아린이 그때 했던 대답이 선명하게 기억났다.“내가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선생님은 이 나라를 이끄는 사람이셔. 만약 내가 선생님을 위해 죽는다면 그건 모두를 위한 죽음이고 정말 영광스러운 일일 거야.”온지유가 같은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야 케빈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59화

    케빈은 고통 속에서 절규했다.노예 수용소에는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결국 그들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Y국에는 그렇게 많은 약초가 있는데 그의 누나 하나 살리지 못했다는 말인가?결국 케빈은 그의 누나가 신무열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가 신무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려워해서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케빈은 가슴을 움켜쥐며 외쳤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고, 그렇게 많은 실험을 해왔잖아요. 그런데 왜 제 누나만큼은 구하지 않으려 한 거죠?”이성을 잃은 케빈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를 상황에 신무열은 법로 앞에 서서 그를 막아섰다.그의 목소리는 처연했다.“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네 누나를 살리지 못한 건 내 무능함의 결과다. 복수를 원한다면 내 목숨을 가져가.”신무열의 눈빛은 확고했다.“안 돼요! 당신은 지금 Y국의 수령이에요. 꼭 누군가 죽어야 분이 풀리겠다면 차라리 제 목숨을 가져가세요!”김혜연은 신무열을 사랑했다. 그녀는 신무열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었다.그녀는 즉시 두 팔을 벌려 신무열을 막아섰다.그들은 이제 막 신혼이었다. 결혼식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고, 신혼 첫날밤도 여러 사정으로 아쉬웠다.이제 둘 중 하나라도 죽는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처참한 비극으로 끝날 것이다.이때 법로가 앞으로 나섰다.“내가 네 누나를 구하지 못한 게 문제다. 나를 죽여라.”그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신무열은 법로가 가장 신뢰하는 후계자였고 Y국의 미래는 모두가 인정할 만큼 밝았다.신무열이 죽는다면 이는 나라의 큰 손실이 될 것이다.법로는 자신이 죽더라도 신무열을 희생시킬 수는 없었다.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삶을 이어가야 한다.신무열과 김혜연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잘못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며 법로는 그 모든 책임을 자신이 감당하겠다고 했다.케빈은 자신의 누나가 죽은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로 마음의 균형을 잃었다.그가 정말로 법로나 신무열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나라 전체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58화

    이것은 신무열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동시에 가장 무력한 축복이었다.처음엔 아린의 독을 법로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법로에게는 아무런 방법도 없었고 결국 그는 아린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신무열은 아린의 곁에서 밤을 지새우고 마지막엔 직접 그녀를 안치했다.김혜연은 그를 찾지 않았다.그녀는 신무열이 지금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충분히 이해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삶은 원래 아쉬움이 남는 법이었다.돌아온 신무열을 김혜연은 꼭 끌어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의 침묵은 가벼운 몇 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다.“샤워하고 푹 자요. 살아 있는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해요. Y국의 사람들은 아직 우릴 필요로 하니까요.”김혜연은 신무열의 내조자로서 Y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그를 도울 각오를 하고 있었다.신무열은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목이 막혀오고 가슴은 무거운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했다.심혜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린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자신의 목숨을 바쳐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던 사람들을 막아줬잖아요.”만약 아린이 자신의 목숨을 아끼는 사람이었다면, 그녀는 그들과 협력해 신무열을 해쳤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아린은 그러지 않았다.그녀 덕분에 신무열은 위협의 존재를 미리 알아차리고 그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무열 씨, 우리 앞으로 매년 아린 산소에 찾아가고 가족도 잘 보살펴줘요.”“그래.”“신혼 첫날 밤인데... 미안해.”천천히 입을 연 신무열의 목소리는 몹시 가라앉아 있었다.아린은 진심으로 그를 위해 생명을 바쳤지만 김혜연 역시 진심으로 그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심지어 결혼식과 신혼 첫날밤에도 그는 다른 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김혜연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이해해요. 모든 걸 알고 있는 제가 어떻게 무열 씨를 원망할 수 있겠어요? 이번 결혼식은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한 것이잖아요. 난 전혀 신경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57화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큰 부담을 가지지 마요.”온지유는 김혜연을 다독이며 말했다.김혜연은 곧 마음속 불안했던 감정을 털어내고 안정을 되찾았다.그들의 결혼식은 화려하게 열렸고 신무열은 이 기회를 이용해 아린에게 독을 투입한 범인들을 찾아냈다.그는 그들에게 조건을 내걸었다.“목숨은 살려줄 테니 해독제를 내놔.”결혼식은 일부러 범인들에게 자신이 행복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한 연출이었다.그들은 허상에 속아 방심해 결국 덫에 걸려들었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곁에 있는 법로조차도 해독제를 못 개발했나봐? 그런데 우리에게 있을 리가 없잖아.”만약 해독제가 있었다면 법로는 이미 아린을 살렸을 것이다.지금 아린은 며칠밖에 못 살아갈 상태였다.그들은 아린을 이용해 정보를 얻은 후 그녀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아린은 신무열에게 끝까지 충성을 다했다.심지어 그녀는 죽음을 선택하더라도 신무열을 해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더군다나 신무열이 자신의 결혼식을 덫으로 사용해 이들을 잡아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신무열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다.“해독제가 없다면 너희도 죽어야지.”그는 총알을 장전하고 무기를 아린에게 건넸다. 직접 복수하는 것만큼 후련한 건 없다.하지만 아린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이들을 처치한다고 해도 자신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신무열이 직접 건네준 무기였기에 아린은 그의 뜻을 따랐다.‘탕! 탕! 탕!’눈앞의 사람들은 총소리와 함께 차례로 쓰러졌다.그러나 아린은 자신의 힘으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신무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그 순간 아린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눈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다. 신무열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외쳤다.“누구 없어! 빨리 이쪽으로 와!”아린은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신무열 선생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자신을 과대평가했나 봐요... 기대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아린은 애초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56화

    법로의 표정은 여전히 엄숙했다.온지유는 이런 소식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무엇을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지금은 침묵이 가장 좋은 답변일지도 모른다.신무열 또한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아린에게 꼭 살리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신무열은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아린이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미안해. 한 몸 바쳐 중요한 정보를 전해준 네 목숨을 결국 지킬 수 없었어.”아린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몸속의 독으로 인해 얼굴은 이미 다 망가졌지만, 신무열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렇게 대단한 정보도 아니에요. 제가 말하지 않아도 결국 무열 씨는 모든 걸 알게 됐을 거예요.”그녀는 자처해서 한 것이었고 이 일로 인해 신무열이 어떤 마음의 짐도 가지지 않길 바랐다.신무열은 보이지 않는 손에 심장이 쥐어 짜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자신을 위해 한 몸 바쳐 싸운 아린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목이 막혔다. 따로 방법이 없다면 이대로 그녀가 죽어 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신무열은 그녀가 어떤 후회도 남기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결심했다.신무열은 아린에게 약속했다.“내 무능함 때문에 네 독을 풀어주지 못했지만 걱정하지 마. 나는 절대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놈들한테 건 현상금도 아직 유효해. 정 안 된다면... 내가 반드시 복수해 줄게.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나에게 말해줘.”신무열의 눈빛은 확고했다.아린이 어떤 소원이든 말하든 그는 반드시 그것을 이뤄줄 생각이었다.아린은 신무열이 김혜연과 결혼할 것을 알고 있었다.그랬기에 두 사람을 곤란하게 하거나 결혼 전에 그의 마음을 흔들고 싶지 않았다.아린은 끝까지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신무열 선생님, 제가 당신에게 이 정보를 전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당신이 저를 살리려 노력해 주고 제 곁에 있어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혜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055화

    온지유는 참지 못하고 농담을 던졌다.“결혼 후엔 아이도 빨리 낳아야겠네요.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나도 좀 같이 놀아줘야죠.”“넌 이제 Y국에 있지도 않고 아버지도 같이 경성에 갔잖아. 차라리 Y국으로 와. 내가 널 고용할게.”신무열은 단숨에 말을 이어갔다.사실 거리가 그들 사이의 큰 걸림돌이었다. 온지유가 경성에 남기로 한 건 그녀의 선택이지만 신무열은 그녀가 Y국에 머물러 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Y국은 그들의 뿌리와 영혼이 있는 곳이며 오빠로서 여동생에게 여러모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온지유도 신무열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이현이 경성에 있고 양부모도 그곳에 있는 온지유에게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게다가 온지유는 Y국을 관리하는 일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온지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형수가 아이를 낳게 되면 내가 와서 돌봐줄게요.”두 사람에겐 어머니가 없었고 신무열의 능력으로 아이가 태어날 때 산후조리사는 고용할 수 있다 해도 가족의 보살핌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김혜연은 온지유가 ‘형수’라 부르는 말에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신무열이 자신을 인정해 주고 신무열 곁의 모든 사람이 그녀를 받아들여 주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다.신무열은 아린의 문제에 대해 법로에게 말할 필요가 있었다.“아버지, 제 친구가 노석명이 개발한 독약의 개량품에 감염되었습니다. 직접 한 번 살펴봐 주실 수 있을까요?”법로는 노석명의 이름을 듣고는 눈빛이 어두워졌다.“노석명의 독약이라니? 그놈은 이미 처형되어 사람의 형체조차 잃고 혀마저 잘려 매일 돼지처럼 살고 있다. 노석명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이냐?”혹은, 눈치도 없는 누군가가 아직도 노석명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다는 것일지도 몰랐다.한편, 온지유는 ‘아린’이라는 이름을 듣자 과거 Y국 북부에서 처음 신무열을 만났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내가 아는 그 아린 맞아요?”“그래.”신무열은 숨기지 않았다.당시 전쟁 중에 아린은 온지유에게 식사를 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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