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시내로 나가 탕비실의 음료를 구매했다. 탕비실의 음료는 주로 이 가게에서 구매하곤 했다.일은 금방 끝났다.하지만 온지유의 일은 조금 더 까다로웠다.여이현이 마시는 커피 원두는 예약이 필요했다.다행히도 재고가 있었다.온지유는 그쪽으로 갔다.“온지유 언니, 여 대표님이 마시는 그 커피 원두가 그렇게 귀한가요? 예약까지 해야 하다니.” 이윤정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희귀한 커피 원두가 있다니.온지유는 말했다. “여 대표님이 좀 까다로워서 그래요.”여이현은 그 커피 원두만 마셨다.이윤정은 부자들의 세계가 참 좋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커피 원두조차도 최고급이었다.온지유는 이미 점장과 약속을 했고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물었다. “점장님, 준비됐나요? 항상 같은 것으로 부탁해요.”점장은 약간 난처해 보였다. “온지유 씨, 딱 한 봉지만 남았는데 아마도...”그녀는 말을 흐렸고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온지유는 상황을 알아채고 옆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강하임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온지유 비서였군요. 이런 취향이 있을리는 없을 테니 여이현에게 줄 커피 원두를 사려는 건가요?”온지유는 대답하고 싶지 않아 대신 물었다. “점장님, 이 봉지는 제가 예약한 거 아닌가요?”“맞습니다. 그런데 강하임 씨도 우리 가게에 많은 돈을 쓰셔서 그녀가 양보하지 않겠다고 하네요...” 점장은 매우 곤란해 하며 누구도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강하임이 일어서며 말했다. “점장님, 걱정 마세요. 이 커피 원두는 가격이 올랐으니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나는 희귀한 걸 좋아하거든요.”그녀는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며 온지유에게 말했다.온지유는 불편함을 느끼며 말했다. “모든 일은 선착순이 있잖아요. 점장님, 만약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여진그룹이 돈이 없을 것 같나요?”점장은 누구도 건드리지 않으려 하며 말했다. “온지유 씨, 강하임 씨, 두 분이 반반씩 나누는 건 어떠신가요? 새로운 재고가 들어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당신 말 다 했어요?” 강윤희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여기 여이현 오빠도 없고 우리 할아버지도 없으니 내 앞에서 시치미를 떼지 마세요. 본성을 드러내, 나쁜 여자야!”강윤희의 말에 온지유는 잠시 멍해졌다.자신이 어쩌다 나쁜 여자가 된 걸까?그녀와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강윤희의 입에서 나쁜 여자가 되었다.온지유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강윤희가 자신보다 몇 살 어리고 강태규의 손녀라서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자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양보했다. “당신들이 좋아한다면 가져가요. 별거 아니예요.”이윤정은 여전히 불만이었고 그녀는 온지유를 위해 한마디 하고 싶었다.하지만 온지유는 말했다. “이윤정, 갑시다.”이윤정은 말했다. “그러면 여 대표님의 커피 원두는 어떻게 해요? 없지 않나요? 여 대표님이 마시지 못하면 당신을 탓하지 않을까요?”“괜찮아요.”강윤희는 온지유가 잘난 척하는 걸 보고 차갑게 웃었다. “가식 떨지 마요. 당신들이 양보한다고 내가 감사할 줄 알아요? 당신 때문에 할아버지한테 혼나고 망신당한 건 아직 해결하지 않았어요. 난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온지유는 강윤희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강하임은 사실 커피 원두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온지유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다. 지난번에 자신이 곤란했던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자신이 여이현이 불꽃놀이를 보러 갈 수 있었던 그 좋은 기회를 온지유 때문에 망쳤다고 생각했다.강하임은 강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희야, 아까 고마워. 너 또 나를 도와줬네.”강윤희는 말했다. “당연하지. 다음에 온지유가 너를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널 지켜줄게.”“윤희야, 너 정말 착하구나.” 강하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여자 정말 속이기 쉽다고 생각하며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나에게는 너뿐이야.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하지만 온지유가 여이현 앞에서 무슨 말을 하면...”“그럴 리 없어. 이현 오빠는
소리를 듣고 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녀의 시선이 골목길을 향했고 몇 명의 금발 남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남자들은 마르고 건방져 보였으며 여자아이의 옷자락을 보고 온지유는 어렴풋이 강윤희가 생각났다.저 여자아이 강윤희 아니야?강윤희는 그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얼굴에는 당황과 두려움이 가득했으며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매우 난감해 보였다.“너희들 다가오지 마! 나를 건드리기만 하면 우리 할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강윤희는 어릴 때부터 호강하며 자라서 이런 곳에 온 적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도 없었다. 원래 강하임과 함께 식사하러 가려던 참에 강하임이 전화를 받느라 잠시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이런 음침한 곳에 다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강하임을 찾으려 했지만 돌아서자마자 몇 명의 남자들이 수상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그녀를 보자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런 눈빛을 처음 본 강윤희는 금세 겁에 질렸다.“이 아가씨 괜찮네. 옷도 좋은 걸 입고 있으니 값나가는 물건이 많을 거야.” 이 남자들은 약물 중독자들로 팔에는 수많은 주사자국이 있었고 강윤희가 입고 있는 명품 옷을 보고 돈을 좀 뜯어내려고 했다.“아가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형제들에게 돈 좀 주면 좋지 않겠어?” 그들은 강윤희를 노려보며 말했다.강윤희는 몸을 더듬었지만 그녀는 현금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현금은 물론이고 휴대폰도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았다. 그녀는 휴대폰이라도 있으면 강하임에게 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왜 이렇게 멍청한지 한탄하고 있었다.“돈 없어요.” 강윤희는 경계하며 말했다.“다가오지 마세요!”남자들이 강윤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뒤로 물러서며 방어 도구를 찾으려 했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돈이 없다고? 너의 차림새를 보니 부잣집 딸 같구만. 돈이 없으면 부모님께 돈을 가져오라고 할 거야.
강윤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천 원?” 돈을 들고 있는 사람이 욕심을 부렸다. “이 아이가 천 원밖에 안 될 리가 없잖아.”온지유가 말했다. “이건 우리가 가진 현금 전부예요. 더 많이 원해도 없어요. 그녀를 풀어주세요. 자신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겁니다.”“우릴 겁주려는 거야?” 그들은 비웃었다. “우리가 겁에 질린 줄 알아? 너희들 몇 명은 천 원보다 더 가치가 있지. 최소한 10만 원은 되어야지.”온지유가 말했다. “10만 원? 누가 현금 10만 원을 가지고 다녀요? 이건 현실적이지 않아요. 이렇게 하죠, 그녀를 풀어주면 내가 돈을 찾아다 줄게요.”“우리를 어린애로 보냐? 풀어주면 너희 다 도망갈 거 아냐!”그들은 또 말했다. “너희들이 꽤 괜찮아 보이니 업소에 팔아도 몇 만 원은 벌겠지. 몸값을 지불하려면 대가를 치러야지!”온지유는 그들이 탐욕스럽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말했다. “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요. 그녀를 풀어주고 이 천 원을 가져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어요.”온지유는 휴대폰을 꺼내자 그들의 얼굴이 변했다. “경찰? 너희가 경찰 부를 시간이나 있겠냐?”그들은 온지유에게 달려와 그녀의 휴대폰을 뺏으려고 했다. 그 순간, 온지유는 다른 손으로 호신용 스프레이를 들어 그들의 눈에 뿌렸다.“아악--”“이윤정!” 온지유가 소리쳤다. 이윤정은 당황했지만 온지유가 성공한 것을 보고 그녀도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프레이를 뿌렸다.“때려 죽여! 때려 죽여! 때려 죽여!”이윤정은 마구 발로 찼다. 그들은 속임수에 걸려 눈을 문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온지유가 강윤희에게 말했다. “강윤희, 빨리 이리로 와요!”강윤희는 이미 겁에 질려 있었고 다리가 후들거렸고 온지유의 외침을 듣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네!”강윤희는 온지유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 중 한 남자가 강윤희의 다리를 잡았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말
이윤정과 강윤희는 겁에 질려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차가 튼튼해서 유리가 뚫리지는 않았다.“빨리 막아! 도망가지 못하게 해!” 남자들이 온지유의 차 앞에 서서 온지유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포위했다.“우리 형제들을 다치게 하고도 도망가려고? 차로 우리를 깔아뭉개고 갈 거 아니면 못 가! 당장 내려!”남자들은 화가 나서 미쳐 있었고 그들은 차 안에 있는 그녀들을 향해 차를 부수기 시작했다. 강윤희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눈물을 흘리며 겁에 질려 있었다.이윤정은 그 남자들이 비록 말랐지만 힘이 세다는 것을 보고 걱정스러웠다. “온지유 언니, 어떡하죠?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온지유는 시간을 확인하고 그녀들을 안심시켰다. “겁내지 마세요. 괜찮을 거예요.”“이렇게 좋은 차를 타고 있으면서 천 원으로 우리를 속이려 해? 정말 우리를 거지로 보는 거야?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남자들은 차를 발로 차고 부수며 고함쳤다. “내려!”차문이 여러 번 부딪혀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온지유도 내심 두려웠다. 그들이 차를 부숴버리면 정말 큰일이었다.“내가 나가는 게 낫겠어요. 문제를 일으킨 건 나니까 내가 책임져야 해요.” 강윤희는 눈물을 흘리며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당신 문제만이 아니예요. 얌전히 있어요. 아직 조금 더 버틸 수 있어요.” 온지유는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쾅--남자들이 차문에 구멍을 냈다. 유리 조각이 그녀들에게 튀었다. 온지유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쌌다.“안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보게 될 거야!” 그들은 차문이 뚫리자 더욱 거세게 유리를 부수려 했다. 그때 경찰차 소리가 들려왔다.이 순간 온지유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드디어 시간이 된 것이다. 강윤희를 구하러 가기 전에 이미 경찰에 신고해 둔 것이다. 지금까지 시간을 버텨온 것뿐이었다.소리를 듣고 남자들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당황했다. “경찰이다, 경찰이 왔어!”그들은 들고 있던 돌을 버리고 사방을 둘러
강윤희는 물병을 받아 한 모금 마셨지만 너무 겁에 질려 목에 사레가 들렸다.“천천히 마셔요.” 온지유가 말했다.강윤희는 병뚜껑을 조심스럽게 닫고 온지유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 “아까 고마웠어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아마 큰일 났을 거예요.”온지유는 농담조로 말했다. “평소엔 꽤 강한 척 하더니 방금은 꽤나 겁먹었더군요.”강윤희는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알아요. 두 번이나 당신을 곤란하게 했는데 당신이 날 비꼬는 것도 당연해요.”“됐어요. 차에 타요. 집에 늦게 돌아가면 할아버지가 걱정하실 거예요.” 온지유가 강윤희를 구한 건 강태규를 생각해서였다. 강태규에게는 손녀 하나뿐이니 구하지 않으면 그 분이 틀림없이 마음 아파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까지 냉정할 수 없었다.강윤희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강하임, 내 핸드폰이랑 가방이 하임에게 있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온지유는 강윤희의 말을 듣고 의문이 들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강하임과 아까 같이 있지 않았어요? 어떻게 혼자 남게 된 거죠?”강윤희는 말했다. “하임이가 일이 있어서 나는 강하임과 함께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같이 식사하기로 약속했어요.”강하임이 근처에 있었는데 이렇게 큰 소동이 일어났는데도 모르고 있었을까? 그런데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강하임은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강윤희를 바라보니 그녀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온지유는 말했다. “강하임이랑 헤어지고 나서 바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돼요?”강윤희는 온지유를 보며 말했다. “강하임을 의심하는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요. 우리는 그렇게 좋은 사이인데 어떻게 손 놓고 있을 수 있겠어요? 그녀는 아마 몰랐을 거예요.”온지유는 입을 다물었다. 강윤희는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라서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고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을
연이어 질문을 쏟아내는 여이현에 온지유는 무엇부터 답해줘야 할지 곤란했다.“그저 가벼운 상처라 괜찮아요.”온지유는 이윤정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여이현의 모습에 한편으로 걱정이 들어 서둘러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연락은 왜 안 받았어?”여이현은 여전히 신경 쓰이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는데?”여이현의 시선이 강윤희 쪽으로 향하며 그녀의 존재를 인식했다.강윤희는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이현 오빠...”그리고 말을 멈췄다.“형수님은 저를 구하려다... 저도 충분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어요. 너무 저를 탓하지 않으셨으면 해요.”강윤희는 온지유가 자신을 구해줄 줄 꿈에도 몰랐다.그 위험한 상황에서, 온지유를 적대시한 적도 있는 자신을 설사 낯선 사람이 구해주더라도 온지유만은 그저 힐끗 쳐다보고 갈 뿐일 거로 생각했다.강윤희는 자신을 구해준 온지유를 볼 얼굴이 없었다.그러면서 자신이 예전에 한 행동들에도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온지유는 다른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말처럼 상대하기 어려운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강윤희는 자책하며 여이현이 자신을 탓하지 않기를 바랐다.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널 구했다고?”여이현은 두 사람 모두 꼴이 엉망진창인 채로 경찰차에서 내려온 것을 보고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넌 어쩌다 놀러 나가서 위험한 일에 말려든 건데. 보디가드는 어디두고?”“전...”그런 끔찍한 곳에 갈 줄 강윤희가 알기나 했을까.“저는 친구랑 같이 간 거예요.”“어떤 친구?”“강하임이요.”여이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다시 물었다. “그 친구는 어디 갔는데?”“저도 잘 모르겠어요.”여이현은 냉랭하게 말했다.“그 친구랑 같이 놀러 가서, 너는 위험에 처하고, 걔는 사라지고, 거기에 구해달라고 온지유를 불렀다고.”강윤희는 그 말에 또 눈가가 붉어졌다.온지유가 말을 가로챘다.“그럼 그런 상황에서 보고만 있겠어요?”“무슨 일이었는데?”여이현은
“위험한 걸 알면서 왜 나선 건데?”“전...”여이현은 그녀의 말을 끊고 계속 이어 말했다.“만약 제때 대처하지 못했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데?”온지유는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타이밍을 잘 맞춰서 괜찮을 거로 생각했어요.”“온지유, 여태껏 자라오면서 크게 다친 적이 한 번도 없지?”여이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온지유의 변명은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만약 그녀가 큰 사고를 당했다면,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온지유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여이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녀는 어릴 적부터 꽤 평온한 삶을 살아왔다.전에 한 번 납치된 적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그래도 다치지는 않았고, 가장 큰 타격은 여이현이 대신 입었었다.온지유는 말했다.“크게 다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찰과상 정도는 있었지만요.”“만약 경찰이 마침 도착하지 않았거나, 제때 도망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대로 맞고만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다치지 않도록 했어야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그냥 사소한 문제였어요.”“다음에도 그냥 사소한 문제일까?”여이현의 목소리는 무거웠다.“강태규의 손녀라서 구해준 건 알지만, 나는 너에게 어떠한 위험도 없었으면 해.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보호하도록 해. 어디에 있든지 나에게 전화하고, 내가 바로 갈 테니까.”그는 온지유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것만 같았다.온지유를 걱정하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여이현은 그저 자신이다 치는 걸 두려워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말에 온지유는 조금 마음이 움직였다.“힘든 상황에 부딛혔을 때, 한 번이라도 나를 생각해 본 적 있어?”여이현이 다시 물었다.그 말에 온지유는 말문이 막혔다.온지유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
문지원은 어른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지석훈은 그녀가 반쯤 울리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도 속일 생각하고 있어?”문지원은 뭐라고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지석훈은 그녀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은 듯 다른 말로 그녀를 앉혀 식사 하게 하였다.마침, 문지원은 급하게 회사에서 나와서 아직 먹지 않았다.오늘뿐만 아니라, 요 며칠 동안 주주들과 상의 하느라 바빠서 그녀는 종종 하루에 두 번, 심지어 하루에 한 번 밥을 먹었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초췌하여 지 씨 아버지께서 한눈에 알아차리지 않았을 것이다.지석훈은 병원 식당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가져왔다.병원의 식당은 바깥 식당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영양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그는 마치 진작에 그녀와 함께 식사하기로 계획한 것처럼 미리 두 개를 준비하였다.조용히 도시락을 먹으며 문지원은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여 지석훈이 입을 열었을 때도 반응하지 못하였다.“요즘 뜻대로 안 돼?”“조금.”문지원은 무의식으로 대답하고 살짝 굳었는데 지석훈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지 의사 선생님, 계세요?”밖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곧 수술이 있기에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네, 알겠어요.”지석훈이 대꾸하자 곧 밖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떠났다.문지원은 이제야 그녀가 바빠서 몸을 뺄 수 없다는 것은 사실 선츠도 비슷하고, 심지어 지나쳐도 모자랄 정도였다는것을 깨달았다. 의사는 워낙 바쁜 직업이라.그런데 그는 이렇게 바쁜데도 시간을 내서 문지원을 위로하려고 하다니... 문지원은 갑자기 양심이 은근히 아파 났다.지석훈은 한쪽에 걸려 있는 흰 가운 외투를 입고 문지원을 쳐다보았다.“난 먼저 일하러 갈게 넌 여기 있을래 아니면 먼저 돌아갈래? 먼저 돌아가면 저녁에 널 찾으러 갈게.”문지원은 도시락을 다 먹고 내려놓았다. “먼저 돌아가 있을게요.”지석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났다.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돌아간 후 지석훈이 그녀를
그 남자는 분명히 강윤슬한테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니 문지원은 돌아가서 주의하기로 결정했다.“화닝 빌딩의 프로젝트에 대해 귀 그룹의 요구 사항을 문정 그룹에서 보았어요. 우리 그룹에서는 두 가지 사항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째, 우리는 보수와 지불이 불균형하다고 생각해요. 귀사는 모든 재료를 최고 수준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지만, 이익은 10% 미만만 이에요.”“둘째, 우리는 자체 인력이 있으며, 채용 측면에서 귀 그룹에서는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해요.”이것이 바로 문지원이 오늘에 온 목적이었다.문지원은 성격이 매우 좋은 사람이기에 일반적으로 갑방이 제시한 조건이 너무 지나치지 않으면 그녀는 그 조건들을 진지하게 경청하지만 이번에 강윤슬은 너무 심했다.심지어 강윤슬 자신조차도, 한 짓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갑방이 협력 파트너에게 이래라저래라 심지어 무슨 사람을 쓰는지까지 상관 한다니 한 일이 너무 심했다. 그리고 10%도 안 되는 이윤을 양보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계약서에서 말하는 ‘두 그룹이 함께 이기자'는 말장난을 하는 것은 문자께임으로 사람을 놀리는 거짓말인 것같앗다.강윤슬은 그녀가 왜 왔는지 진작 알고 있기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너무하다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고객이 신이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아.”“고객이 이렇다 하지만 갑방이 프로젝트를 당신들에게 맡기고 당신들도 받아들였는데 지금 할 수 없다고 하면 계약을 위반한 것이야. 계약을 위반하면 두 배의 계약금을 물어내야 하는데, 이 돈을 문정 그룹에서 감당할 수 있어?”그 전에 문지원은 강윤슬에 대해 악감정이 없었다.비록 그녀와 지석훈은 알려지지 않은 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문지원은 정말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상대방의 악의를 느낄 수 있지만, 왜 사람들은 모두 근거 없는 악의를 가지고있는지 몰랐다.문지원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강윤슬 씨, 저에게 불만이 있으면 저에게 말해주세요. 그러나 협력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았
문지원은 강윤슬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반드시 가야 했다.한바탕 망설인 후, 그녀는 빠르게 결정 하였다. 가야 할 바엔 가자, 무슨 칼산 불바다도 아니고...강윤슬이 근무하는 회사는 규모가 상당했고, 국내에서 10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큰 회사답게 프런트 데스크 직원도 교육이 잘 되어 있다.“문 대표님, 강윤슬 대표님이 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프런트 데스크에서 엘리베이터로 안내하였다. “이쪽으로 오세요.”문지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있는 강윤슬의 사무실에 도착했다.문지원은 강윤슬이 기다릴 줄 알았는데 그녀의 비서가 말했다.“대표님이 회의하느라 바쁘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문지원은 이 말투가 아주 익숙하였다. 그녀는 강윤슬이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가 소심인 배 한 것이 아니라 전화는 부재중이고,직접 왔는데 바쁘다고 하니, 일부러 그녀를 피하는 것 같았다.문지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협력을 위해 특별히 진심으로 여러분을 찾아왔는데 만약 여러분이 문 씨와 협력할 마음이 없다면, 직접 말하면 될 테니 저를 원숭이로 놀릴 필요는 없어요.”“그럴 리가요.”비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 하였다.아마도 그들은 생김새가 온화하고 사람들에게도 대부분 선의를 가진 문지원이 이렇게 기세등등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뭐라고 하든 간에 문지원은 이미 결정하였다. “5분, 5분만 더 기다릴게요.”“5분후에 오지 안으면 합작이 무산된 걸로 칠 것이에요.”협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의 체면을 땅에 떨어뜨리는것은 안 되였다. 적어도 문지원은 그런 천덕꾸러기가 아니었다.그녀는 강윤슬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지만 언젠간 알게 될 것이니 급하지 않았다.5분이 지나자, 문지원은 떠날 준비를 했다.강윤슬은 하이힐에 리듬을 타며 느릿느릿 걸어왔다.“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 죄송하네.”그녀는 손을 내밀고 입가에 선의의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으로 문지원을 응시하
“조금만 더 늣더라도 아이를 볼 수 있을거야!” 강윤슬은 여기 오기전에 문지원의 상황을 알아보았기에 그녀의 금황을 알고 있었다. 강윤슬은 지금 기분이 좀 상해 있었다.그녀는 산에서 구출된 여자들을 경멸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아이를 낳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날을 누가 알가? 누군가 문지원을 건드린 적이 있는지.문지원의 머리는 세게 부딪힌 것만 같았다. 한바탕 격동이 지나간 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려고 손가락을 움직였지만, 자신이 지금 자는 척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섣불리 눈을 뜨면 오해받을 수 있기에 문지원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기다리는 과정이 특히 길고 견디기 어려웠는데 마침내 그녀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나는 지원 씨를 관심하니 그런 것과는 무관해.”지석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이 몇 글자는 문지원의 마음속에서 순간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이 말을 들은 강윤슬의 얼굴은 창백해지기 시작 하였다.“지석훈, 너 진심이야?”“응, 난 이전 너한테 예전같은 마음이 없어.”말하면서 지석훈은 돌아섰다.“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를 바래.”강윤슬은 남자의 무자비한 모습을 보며 자신이 남긴 쓴맛을 맛보았다. 이 쓴맛은 옛날 지석훈만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었다.그녀는 모욕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며 병실을 떠났다.문지원은 계속 자는 척하고 하려 하였는데 머리 위에서 지석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속 자는 것처럼 있을 거야?”문지원은 천천히 눈을 뜨면서 그를 향해 어색하면서도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배고파? 먹을 것 좀 갖다 줄까?”문지원은 난처해하고 있기에 간절히 바랐다.지석훈은 잠시 나갔다가 돌아올 때 그녀에게 따뜻한 죽 2인분을 가져왔다.문지원이 자신을 보자 그는 천천히 포장을 풀면서 말했다.“나도 마침 배가 고파서 너랑 같이 먹을 거야”문지원은 아주 행복하다고 느꼈다.그녀는 병원에서 이삼일 휴양하고 퇴원했다. 안 그래도 큰 문제는 없는데 그냥 좀 피곤한데 갑자기 저혈당까지 돌발하였기에 쓰러진
깜짝 놀란 지석훈은 급히 문지원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그녀가 수면부족으로 쓰러진 것을 알자 지석훈은 무력하고 마음이 약해졌다.“넌 왜 자신을 이렇게 돌보고 있어?”지석훈은 병석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문지원은 아직 혼수상태기에 아쉽게도 듣지 못했다. 병원에서 문지원에게 포도당 점액을 처방하여 지금 그 수액을 맞고 있다. 아마도 그녀는 충분히 자야 깨어날 것 같았기에 지석훈은 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미 사람을 찾았고 자신이 직접 그녀를 지켜볼 수 있으니까.“지석훈!”강윤슬이 급히 병실로 뛰여 들어오자 지석훈이 밤을 새워도 잠깐 눈붙일 생각을 하지않고 가만히 병석 앞에서 지켜보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강윤슬이 들어온 것을 보자 지석훈은 무표정하게 말했다.“당신 여긴 왜 왔어?”그의 말투는 아주 평범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조그마한 눈물이 고였다. 그는 진작에 마음을 내려놓았기에 그녀에 대해 예전의 느낌은 없었으나 강윤슬은 아직 내려놓지 못하였다.그녀는 원래 지석훈한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손에 있는 일도 돌볼 겨를 없이 서둘러 왔는데 그는 다른 여자 곁을 지키고 있었다.강윤슬은 손바닥의 부드러운 살을 꼬집으며 입가에 보기 싫은 미소를 지었다.“석훈 씨가 괜찮다니 정말 다행이네,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다친 줄 알았어.”말한 후 강윤슬은 병석에 누워있는 문지원을 보며 말했다.“문지원 씨는 괜찮아?”문지원은 눈꺼풀을 움직였지만 뜨지 않았다. 사실 강윤슬이 왔을 때 그녀는 이미 깨어 있었지만 자는 척하였다.강윤슬은 눈을 반짝이며 방금 문지원이 약간 흔들린 눈꺼풀을 보고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의심하였다.지석훈은 병석에 있는 문지원을 바라보았지만, 전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일이 좀 생겼는데 사람은 괜찮아.”강윤슬은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 “사람이 괜찮은데 왜 여전히 여기에서 지키고 있어?”“병원에 그렇게 많은 환자가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네.”지석훈은 얼굴을
문지원은 지석훈만 홀로 남겨서 이 모든 상황을 마주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안에는 그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마지막으로 문지원은 그 지석훈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후시경을 통해 보이는 그의 날씬한 실루엣은 차가 나아갈수록 서서히 멀어졌지만 여전히 당당한 모습이 역력했다.문지원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참으며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차는 마치 활시위에서 쏘아 올린 화살처럼 순식간에 도로를 벗어나 달려 나갔다.곧바로 마을 사람들은 손에 곡괭이를 들고 몰려와 지석훈을 완전히 포위했다....한편 마을의 경찰서에는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접수되었다.신고자는 네 명의 갇힌 여성을 데리고 경찰서에 도착해 신고했으며 그 모습을 본 경찰 내부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신원 확인 후 이들 여성의 몸에는 장기간 감금과 학대의 흔적이 분명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마을에 아직 한 사람이 남아 있어요. 그 사람을 꼭 구출해 주세요.”문지원은 지친 목소리로 경찰을 바라보며 애원했다.그녀는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밤새도록 차를 몰았다. 식사 대신 몇 모금의 물만 마셨다.이제는 배고픔과 피로에 시달려 눈꺼풀이 무겁지만 문지원은 결코 쓰러질 수 없었다.그 이유는 지석훈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경찰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아직도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고요?”“네. 이름은 지석훈. 마을에 의료 봉사하러 간 의사예요.”문지원은 지석훈에 관한 기본 정보를 말했다.“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빼앗을 가능성도 있어요. 이번에 우리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던 건 다 그 사람 덕분이에요.”그런 사람이 그토록 황량한 산골짜기 같은 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경찰서 사람들은 바로 회의를 열어 구조대를 꾸려 밤새도록 그 마을을 수색하기 시작했다.문지원도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경찰들은 그녀의 상태를 보고 처음엔 단호히 반대했다.하지만 문지원은 고집스럽게 말했다.“안 돼요. 꼭 가야 해요. 그 사람이 무사한지 제가 직접 확인해야
지석훈은 그녀들을 방 안으로 들인 후 여성들이 마을에서 겪은 처참한 상황을 듣고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문지원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이들을 데리고 나가고 싶어요. 그들은 원해서 여기에 남아 있는 게 아니에요. 이 산 너머에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곳에 남아 그들의 아이 낳는 도구가 되어 살아갈 이유는 없어요.”그 말에 문지원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조수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 중 일부는 이미 아이를 낳은 상태였고 이곳을 떠난다는 건 곧 자신의 아이를 두고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어머니로서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곳에 남아 계속 학대받으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문지원은 지석훈이 망설일까 봐 서둘러 덧붙였다.“서둘러야 해요. 마을 사람들이 곧 우리가 사라진 걸 눈치챌 거예요. 그들이 우리를 찾으러 오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우린 석훈 씨한테 폐 끼칠 생각 없어요. 그저 차 한 대만 빌려주면 돼요.”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은 분명히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석훈이 여기까지 들어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차만 있다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다. 문지원은 운전을 할 줄 알았기에 본인이 직접 운전해서 모두를 데리고 탈출할 생각이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차는 빌려줄 테니까.”지석훈의 말에 문지원은 예상했던 대답이었음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사람들은 더욱 기뻐하며 얼굴에 희망을 띄웠다.눈앞에 놓인 탈출의 기회에 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지석훈은 곧장 차를 가지러 갔다. 차 한 대에 모든 인원을 태울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몸을 붙이면 간신히 탈출할 수 있는 인원이었다.문지원은 재빠르게 조수현과 다른 여성들을 차에 태운 후 지석훈이 계속 말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근데 아까부터 왜 말이 없어요? 같이 안 갈 거예요?”지석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눈치 못 챘어? 이들은 남자한테 극도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몇몇은 나랑 눈도 못 마
문지원은 상의도 걸치지 않고 바지만 입은 채 허겁지겁 뛰쳐나오는 서 씨를 보고 역겨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조수현의 안전이 걱정되었다.밤은 깊었고 어둠이 표정을 가려주어 다행히 아무도 그녀의 속내를 눈치채지 못했다.마을 사람들은 여자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 마을에서 여자는 그저 아이를 낳는 도구에 불과했다.특히 지금처럼 큰불이 난 상황에서는 더더욱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게다가 문지원은 마을 사람들에게 순종적인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들이 보기엔 그녀가 도망칠 가능성이 없었다.마을 이장은 불이 난 원인을 물었지만 문지원은 적당한 핑계를 대며 얼렁뚱땅 넘어갔다.남자들이 불 끄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문지원은 몰래 서 씨의 집으로 향했다.서 씨의 집 안에서 조수현은 밖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처음에는 잔뜩 겁을 먹었지만 문지원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상황을 직감했다.“불... 지원 씨가 낸 거예요?” 조수현은 놀라서 물었다.“너무 대담한 거 아니에요?”문지원은 그녀를 힘껏 일으키며 말했다.“지금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에요. 지금이 기회예요. 얼른 따라와요. 그리고 마을에 갇혀 있는 다른 여자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죠? 그들도 함께 데리고 나가요. 오늘 밤 무조건 도망쳐야 해요.”“하지만… 우리 어떻게 도망쳐요?”조수현은 주저했다.이 마을은 외부와 단절된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사방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차를 타고 오가는 것도 며칠이 걸릴 정도였다.더군다나 이들은 힘없는 여자들뿐이어서 교통수단도 없이 걸어서 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하지만 문지원은 이미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마을에 온 그 의사를 찾아갈 거예요. 그들이 이곳까지 들어왔다는 건 나가는 길도 알고 있다는 뜻이에요.”“낮에 그들이 타고 온 차도 봤어요.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의사들에게는 함부로 못 하니까 그가 도와주기만 한다면 우린 반드시 나갈 수 있어요.”문지원의 결연한 눈빛을 보며 조수현도 점차 용기를 얻었다.“좋아요. 나도 따
문지원은 순진한 척하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냥 한번 물어본 거예요. 전 당연히 그 사람과 거리를 둘 거예요.”김숙희는 그제야 안심했다.그리고 문득 예전에 아들에게 이 여자를 데려오게 한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선견지명이었는지 새삼 실감했다.김숙희는 문지원에게 쌀을 씻으라고 시켰고 그녀가 일을 끝마쳤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문지원은 조수현의 처지를 떠올리며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오늘 밤 그녀는 실행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갇혀 있는 여자들이 언제쯤 다시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었다.밤이 되자 문지원은 지하 저장고에서 술을 꺼냈다.김숙희는 아까운 듯 술을 바라보며 소리쳤다.“그걸 왜 꺼내는 거야. 어서 다시 넣어둬. 그건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나 마시는 거란 말이야. 잔칫날도 아닌데 그걸 마시는 건 너무 낭비야.”문지원은 일부러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듣기로는 마을에 있는 그 의사가 수호 오빠의 다리를 고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빠 다리가 곧 나을지도 모르니 축하하는 의미로 한잔하면 어떨까 싶어서요.”김숙희의 눈빛이 흔들렸다.문지원 혼자 즐기려는 거였다면 단호하게 반대했을 거지만 아들을 위해 축하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진수호도 유혹에 넘어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엄마 어차피 조금만 마시는 건데 괜찮잖아요. 이 술 지하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데... 내 다리가 낫는다는데 엄마는 기쁘지도 않으세요?”“그럴 리가. 당연히 기쁘지.”김숙희는 단번에 부정했지만 결국 아들과 문지원의 부추김에 못 이겨 이를 악물고 술을 개봉했다.그 술은 사실 그저 평범한 황주였다.조금만 마시면 별문제가 없을 터였지만 좋은 일이 겹친 데다 진수호는 쾌락을 즐기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어서 한순간 자제력을 잃고 지나치게 마셔버린 것이다.김숙희도 덩달아 함께 취했다.오직 문지원만이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한 잔 더.”진수호는 술에 취해 술버릇이 나왔다. “빨리 한 잔만 더 줘.”문지원은 시험 삼아 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