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질문을 쏟아내는 여이현에 온지유는 무엇부터 답해줘야 할지 곤란했다.“그저 가벼운 상처라 괜찮아요.”온지유는 이윤정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여이현의 모습에 한편으로 걱정이 들어 서둘러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연락은 왜 안 받았어?”여이현은 여전히 신경 쓰이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는데?”여이현의 시선이 강윤희 쪽으로 향하며 그녀의 존재를 인식했다.강윤희는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이현 오빠...”그리고 말을 멈췄다.“형수님은 저를 구하려다... 저도 충분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어요. 너무 저를 탓하지 않으셨으면 해요.”강윤희는 온지유가 자신을 구해줄 줄 꿈에도 몰랐다.그 위험한 상황에서, 온지유를 적대시한 적도 있는 자신을 설사 낯선 사람이 구해주더라도 온지유만은 그저 힐끗 쳐다보고 갈 뿐일 거로 생각했다.강윤희는 자신을 구해준 온지유를 볼 얼굴이 없었다.그러면서 자신이 예전에 한 행동들에도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온지유는 다른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말처럼 상대하기 어려운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강윤희는 자책하며 여이현이 자신을 탓하지 않기를 바랐다.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널 구했다고?”여이현은 두 사람 모두 꼴이 엉망진창인 채로 경찰차에서 내려온 것을 보고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넌 어쩌다 놀러 나가서 위험한 일에 말려든 건데. 보디가드는 어디두고?”“전...”그런 끔찍한 곳에 갈 줄 강윤희가 알기나 했을까.“저는 친구랑 같이 간 거예요.”“어떤 친구?”“강하임이요.”여이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다시 물었다. “그 친구는 어디 갔는데?”“저도 잘 모르겠어요.”여이현은 냉랭하게 말했다.“그 친구랑 같이 놀러 가서, 너는 위험에 처하고, 걔는 사라지고, 거기에 구해달라고 온지유를 불렀다고.”강윤희는 그 말에 또 눈가가 붉어졌다.온지유가 말을 가로챘다.“그럼 그런 상황에서 보고만 있겠어요?”“무슨 일이었는데?”여이현은
“위험한 걸 알면서 왜 나선 건데?”“전...”여이현은 그녀의 말을 끊고 계속 이어 말했다.“만약 제때 대처하지 못했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데?”온지유는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타이밍을 잘 맞춰서 괜찮을 거로 생각했어요.”“온지유, 여태껏 자라오면서 크게 다친 적이 한 번도 없지?”여이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온지유의 변명은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만약 그녀가 큰 사고를 당했다면,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온지유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여이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녀는 어릴 적부터 꽤 평온한 삶을 살아왔다.전에 한 번 납치된 적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그래도 다치지는 않았고, 가장 큰 타격은 여이현이 대신 입었었다.온지유는 말했다.“크게 다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찰과상 정도는 있었지만요.”“만약 경찰이 마침 도착하지 않았거나, 제때 도망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대로 맞고만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다치지 않도록 했어야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그냥 사소한 문제였어요.”“다음에도 그냥 사소한 문제일까?”여이현의 목소리는 무거웠다.“강태규의 손녀라서 구해준 건 알지만, 나는 너에게 어떠한 위험도 없었으면 해.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보호하도록 해. 어디에 있든지 나에게 전화하고, 내가 바로 갈 테니까.”그는 온지유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것만 같았다.온지유를 걱정하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여이현은 그저 자신이다 치는 걸 두려워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말에 온지유는 조금 마음이 움직였다.“힘든 상황에 부딛혔을 때, 한 번이라도 나를 생각해 본 적 있어?”여이현이 다시 물었다.그 말에 온지유는 말문이 막혔다.온지유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
여이현이 대답했다. “그래, 차가 완전히 망가졌다면 새 차로 바꾸는 게 좋겠어. 그게 더 편할 거야.”“좋아요.”집에 차는 많았다.온지유는 더 평범한 차를 타는 것이 편해 보였다. 도우미들이 장 보러 다니는 차가 마침 딱 좋았다.상처를 잘 소독한 후, 온지유는 여이현의 사무실을 나왔다.퇴근 준비를 해야겠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윤희가 그녀를 보자마자 바로 외쳤다.“형수님!”그 목소리에 즉시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됐다.사무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강윤희의 목소리를 듣고 의아한 표정으로 온지유를 쳐다보았다.수많은 눈이 온지녀를 향해 쏟아지자, 본능적으로 몸이 굳어졌다.강윤희가 두 번째로 “형수님”이라고 외치기 전에, 온지유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음...”강윤희는 왜 그녀가 말을 못 하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만해요.”온지유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회사예요.”강윤희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형수님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거예요? 이상해요?”온지유가 말했다.“여기선 말하기 불편하니까, 할 말 있으면 밖에서 해요.”온지유는 강윤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지금 상황은 꽤 곤란했다.몇몇 사람들은 이미 온지유가 여이현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러나 회사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강윤희가 계속 '형수님'이라고 부르면 사람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형수님.”밖에 나가자마자 강윤희가 다시 불렀다.온지유가 말했다.“왜 아직 안 돌아간 거예요?”강윤희가 대답했다.“데리러 오는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지유 씨랑 좀 더 있고 싶어서요.”“왜 저랑 있고 싶은데요?”온지유는 이해하지 못했다.“저도 곧 퇴근할 거예요.”“지유 씨가 저를 구해줬잖아요.”강윤희는 생각했다.“저를 구해준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 전엔 제가 잘못했어요.”“그걸로 저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가 보죠?”온지유가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강윤희를 구해줌으로써 그녀의 편견을 고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네, 전엔 제
차 안쪽에 강윤희와 온지유가 앉아 있었고, 여이현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백미러를 통해 손을 잡은 둘을 보았다.‘어느새 이렇게 친해진 거지?’여이현은 강윤희가 함께 있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이현 오빠, 태워주셔서 고마워요. 형수님이랑 같이 저녁 먹을 예정이었거든요.” 강윤희는 여이현의 어두운 얼굴을 눈치채지 못하고, 빨리 가달라고 재촉했다.강윤희는 이미 배가 아주 고팠다.그러나 여이현은 딱딱하게 말했다.“내가 언제 너를 집에 데려간다고 했어? 네 기사는 어디 있는데? 빨리 불러서 데리러 오라고 해.”여이현은 둘의 운전기사가 될 생각이 없었다.강윤희는 기어이 온지유를 붙잡으며 말했다.“우리 약속했잖아요,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나 쫓아내지 마세요.”온지유는 말했다.“우리 부모님 댁에 갈 거야. 이미 친구를 데려간다고 말씀드렸어.”“어, 형수님 부모님 댁에 가는 거예요? 그럼 뭘 사 가지?”강윤희는 온지유의 가족이 자신에게 나쁜 인상을 가질까 걱정했다.“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 부모님 털털하시고, 요리도 맛있으니까.”온지유는 그녀에게 말했다.저택으로 돌아가면 이 몇 사람밖에 없어 썰렁할 텐데, 차라리 부모님 댁으로 가는 게 나았다.무엇보다도 온지유 부모님의 요리 솜씨는 뛰어났다.강윤희의 입맛에 잘 맞을 것이다.여이현은 여전히 안색이 어두웠지만, 어쩔 수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이십 분 후, 집에 도착했다.정미리는 이미 음식을 다 준비해 두고 있었다. 온지유가 친구를 데려올 거라는 것을 들었기에 요리도 다양하게 만들어 두었다.“지유, 돌아왔구나?”정미리가 말했다.“엄마.”온지유가 한마디 대꾸했다.온경준도 너그럽게 문 앞에서 맞이하며 웃으며 말했다.“어서 들어와, 앉아.”“안녕하세요, 강윤희라고 합니다.”강윤희는 약간 긴장한 듯했다.“빨리 들어와, 문 앞에 서 있지 말고.”온경준이 따뜻하게 말했다. 그러나 여이현이 뒤에 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지우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네도
정미리는 여이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전의 열정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괜찮아, 손님이니 그쪽에 앉아 있어.”예전의 정미리는 여이현을 몹시 좋아했었다.사람을 사랑하면 그 집 위의 까마귀도 사랑하게 된다더니.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정미리는 유감스러웠지만 그걸로 인해 딸과 정이현을 탓하고는 싶지 않았다.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다.그들이 이혼을 결정한 이상, 정미리도 예전처럼 대할 수 없었다.이제 여이현이 집에 들어온다면 손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더 이상 여이현에게 도움을 받지 않을 거다.여이현은 이런 상황이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온지유 부모님 마음 속에서의 자신의 이미지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여이현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싶었고, 온지유의 부모님 앞에서 잘 보이려 애썼다.“앉아만 있기에는 한가하니 조금이라도 도울게요.”여이현은 정미리의 냉담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도우러 갔다.정미리는 몇 마디 하려 했지만, 여이현은 이미 주방에서 예전처럼 자발적으로 일을 도왔다.정미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예전에는 분명 행복했다.온지유는 그녀의 유일한 딸이었고, 남편은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가족 앞에서는 겸손하게 행동해 지유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보여주었었다.정미리는 그렇게 생각했었고, 소중한 딸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그러나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정미리는 아무 말 없이 여이현이 돕게 내두었다.온지유는 부모님의 기분을 항상 신경 쓰고 있었다. 겉으로는 예의 있게 행동하지만, 부모님은 그녀와 여이현의 결혼에 대해 여전히 신경 쓰고 있었다.아버지는 늘 염려하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더 크게 낙심하셨을 것이다.좋은 배우자를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형수.”강윤희는 온지유를 여러 번 불렀다.온지유는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며 말했다.“응, 왜 그래?”“여러 번 불렀는데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예요?”강윤희는 온지유가 생각에 잠
정미리는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다. 아무리 예전에는 여이현에게 만족했다고 하지만, 그들의 결혼이 그저 거래의 일부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정미리는 딸이 행복하기를 원했지, 사랑조차 없는 결혼에 갇히기를 원하지 않았다.정미리가 무슨 말을 할지 대강 예측이 갔던 여이현은 손을 멈추지 않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장모님, 곧 저의 대답을 들려드릴 겁니다.”정미리는 말했다. “지유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 하지. 너무 오래 기다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정미리의 말은 분명했다. 이혼하게 된다면, 지유의 조건으로는 충분히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부모인 그들은 이미 나이가 들어, 평생 지유와 함께할 수는 없었다.지유가 좋은 배우자를 찾아 결혼하고 자식을 갖는 것을 원하며, 아무도 지유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식사 시간이 되었고, 가족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강윤희는 기실 여태 많은 사람들과 식사를 해봤다. 할아버지 생신이나 중요한 명절에는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정미리는 지유에게서 강윤희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들었다.어머니로서 정미리는 그것에 깊이 공감했기에 강운희를 특별히 보살펴 주었다.“많이 먹어, 지유보다도 더 말랐네. 조금 더 통통해야 보기 좋아.”정미리는 강윤희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강윤희는 얼른 그릇을 받아서 들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이모님.”온지유는 또 말했다.“윤희야, 우리 집을 네 집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이번에는 준비가 잘 안됐지만, 다음에 올 때는 먹고 싶은 걸 미리 말해줘. 우리가 다 만들어 줄게.”이토록 진심으로 보살펴 주는 모습에 강윤희는 심히 감동했다.강윤희는 컵에 담긴 에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그러고는 불현듯 멈칫했다.온지유는 그녀가 말없이 묘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 입맛에 안 맞아?”강윤희는 고개를 저었다.
강윤희는 온지유가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가족을 가진 것이 부러웠다.강윤희는 자신이 온지유의 친구이기 때문에 이렇게 관심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울지 마, 여자의 눈물은 함부로 흘리는 거 아니야.”온지유는 여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하지만 강윤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온지유는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하는 성향이었다.강윤희가 부모도 없이, 강태규만이 유일한 친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에 연민을 느꼈고, 그랬기에 강윤희를 부모님께 데려가 주고 싶었다.“눈물 그쳐, 오늘 이미 많이 울었잖아.”온지유는 강윤희가 더 이상 울지 않기를 바랐다.강윤희는 눈물을 멈추고 코를 훌쩍이며, 에이드를 품에 꼭 안고 말했다.“고마워요, 삼촌, 이모. 다음에 또 올게요.”정미리와 온경준은 문 앞에서 그들을 배웅했다.강윤희는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온지유가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다.여이현아 냉정하게 말했다.“이렇게 울고 있으면, 네 할아버지가 보면 온지유가 널 괴롭혔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온지유는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이현은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온지유가 말했다.“그럴 리가요. 제발 그만 하세요, 더 울리지 말고.”기쁨의 눈물보다 슬픔의 눈물이 더 참기 힘든 법이다.강윤희는 휴지로 코를 풀며 말했다.“역시 형수는 다정해요. 이현 오빠, 그만 안 하면 나중에 할아버지한테 날 괴롭혔다고 말할 거예요.”여이현은 개의치 않았다.“그게 소용이 있을 것 같아?”강윤희가 뭐라고 말하든, 여이현은 항상 반박했다. 강운희는 화가 나서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형수, 저 사람 좀 보세요... 정말 매정해요. 대체 어떻게 견디시는 거예요?”이토록 냉정한 남자에게 절대 반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강윤희는 생각했다.온지유는 말했다.“빨리 운전하세요, 윤희를 집에 데려다줘야죠.”여이현은 어쩔 수 없이 차를 시동 걸었다.“그래.”강태규는 이미 마음이 조급했다.그는 강윤희가 괴롭힘
강하임이 고윤희의 가방을 건네주었다. 고윤희는 약간의 의심을 품고 물었다."어제 내 옆에서 어딘가에 전화하고 있지 않았어?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이미 안 보이더라. 내가 사라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강하임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강윤희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았지만, 도와주지 않았다. 그녀도 여자였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개입하면 자신만 위험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저 바라만 보다가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자리를 떠났던 것이었다그녀는 강윤희가 자신이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했다. 강하임은 웃으며 말했다."맞아, 중요한 사업 얘기를 하고 있어서 한창 통화하고 있었거든. 끝나고 보니 네가 없더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갔나 싶었는데, 네 가방이 내게 남아 있어서 가져다주러 왔어.""윤희, 무슨 일 있었어?"강하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이전 같았으면 강윤히는 당연히 강하임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강하임은 그녀의 선배였다. 강윤희가 유학하러 갔을 때, 낯선 땅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강하임을 만났고, 같은 도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레 그녀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그리고 강하임은 강윤희를 매우 잘 챙겨주었었기에, 당연히 그녀를 친구로 여기게 되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강하임은 바로 사라져 버렸고, 온지유가 했던 말들이 그녀에게 의심을 품게 했다."왜 기분이 안 좋아?"강하임은 고윤희가 말이 없자 친근하게 손을 잡으며 물었다."혹시 화난 거야? 어제 같이 밥 먹으러 못 간 건 내 잘못이야. 이따가 밥 먹으러 가서 어제 못한 걸 채우자, 그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할게, 어때?"강윤희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제 온지유의 부모님 댁에서 밥을 먹었어. 지금은 배가 안 고파."강하임은 얼굴이 굳어지며 다시 물었다."왜 온지유랑 같이 간 거야? 혹시 나에 대해 안 좋은 말이라도 했어?"강하임은 본능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