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쪽에 강윤희와 온지유가 앉아 있었고, 여이현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백미러를 통해 손을 잡은 둘을 보았다.‘어느새 이렇게 친해진 거지?’여이현은 강윤희가 함께 있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이현 오빠, 태워주셔서 고마워요. 형수님이랑 같이 저녁 먹을 예정이었거든요.” 강윤희는 여이현의 어두운 얼굴을 눈치채지 못하고, 빨리 가달라고 재촉했다.강윤희는 이미 배가 아주 고팠다.그러나 여이현은 딱딱하게 말했다.“내가 언제 너를 집에 데려간다고 했어? 네 기사는 어디 있는데? 빨리 불러서 데리러 오라고 해.”여이현은 둘의 운전기사가 될 생각이 없었다.강윤희는 기어이 온지유를 붙잡으며 말했다.“우리 약속했잖아요,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나 쫓아내지 마세요.”온지유는 말했다.“우리 부모님 댁에 갈 거야. 이미 친구를 데려간다고 말씀드렸어.”“어, 형수님 부모님 댁에 가는 거예요? 그럼 뭘 사 가지?”강윤희는 온지유의 가족이 자신에게 나쁜 인상을 가질까 걱정했다.“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 부모님 털털하시고, 요리도 맛있으니까.”온지유는 그녀에게 말했다.저택으로 돌아가면 이 몇 사람밖에 없어 썰렁할 텐데, 차라리 부모님 댁으로 가는 게 나았다.무엇보다도 온지유 부모님의 요리 솜씨는 뛰어났다.강윤희의 입맛에 잘 맞을 것이다.여이현은 여전히 안색이 어두웠지만, 어쩔 수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이십 분 후, 집에 도착했다.정미리는 이미 음식을 다 준비해 두고 있었다. 온지유가 친구를 데려올 거라는 것을 들었기에 요리도 다양하게 만들어 두었다.“지유, 돌아왔구나?”정미리가 말했다.“엄마.”온지유가 한마디 대꾸했다.온경준도 너그럽게 문 앞에서 맞이하며 웃으며 말했다.“어서 들어와, 앉아.”“안녕하세요, 강윤희라고 합니다.”강윤희는 약간 긴장한 듯했다.“빨리 들어와, 문 앞에 서 있지 말고.”온경준이 따뜻하게 말했다. 그러나 여이현이 뒤에 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지우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네도
정미리는 여이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전의 열정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괜찮아, 손님이니 그쪽에 앉아 있어.”예전의 정미리는 여이현을 몹시 좋아했었다.사람을 사랑하면 그 집 위의 까마귀도 사랑하게 된다더니.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정미리는 유감스러웠지만 그걸로 인해 딸과 정이현을 탓하고는 싶지 않았다.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다.그들이 이혼을 결정한 이상, 정미리도 예전처럼 대할 수 없었다.이제 여이현이 집에 들어온다면 손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더 이상 여이현에게 도움을 받지 않을 거다.여이현은 이런 상황이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온지유 부모님 마음 속에서의 자신의 이미지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여이현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싶었고, 온지유의 부모님 앞에서 잘 보이려 애썼다.“앉아만 있기에는 한가하니 조금이라도 도울게요.”여이현은 정미리의 냉담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도우러 갔다.정미리는 몇 마디 하려 했지만, 여이현은 이미 주방에서 예전처럼 자발적으로 일을 도왔다.정미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예전에는 분명 행복했다.온지유는 그녀의 유일한 딸이었고, 남편은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가족 앞에서는 겸손하게 행동해 지유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보여주었었다.정미리는 그렇게 생각했었고, 소중한 딸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그러나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정미리는 아무 말 없이 여이현이 돕게 내두었다.온지유는 부모님의 기분을 항상 신경 쓰고 있었다. 겉으로는 예의 있게 행동하지만, 부모님은 그녀와 여이현의 결혼에 대해 여전히 신경 쓰고 있었다.아버지는 늘 염려하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더 크게 낙심하셨을 것이다.좋은 배우자를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형수.”강윤희는 온지유를 여러 번 불렀다.온지유는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며 말했다.“응, 왜 그래?”“여러 번 불렀는데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예요?”강윤희는 온지유가 생각에 잠
정미리는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다. 아무리 예전에는 여이현에게 만족했다고 하지만, 그들의 결혼이 그저 거래의 일부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정미리는 딸이 행복하기를 원했지, 사랑조차 없는 결혼에 갇히기를 원하지 않았다.정미리가 무슨 말을 할지 대강 예측이 갔던 여이현은 손을 멈추지 않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장모님, 곧 저의 대답을 들려드릴 겁니다.”정미리는 말했다. “지유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 하지. 너무 오래 기다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정미리의 말은 분명했다. 이혼하게 된다면, 지유의 조건으로는 충분히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부모인 그들은 이미 나이가 들어, 평생 지유와 함께할 수는 없었다.지유가 좋은 배우자를 찾아 결혼하고 자식을 갖는 것을 원하며, 아무도 지유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식사 시간이 되었고, 가족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강윤희는 기실 여태 많은 사람들과 식사를 해봤다. 할아버지 생신이나 중요한 명절에는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정미리는 지유에게서 강윤희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들었다.어머니로서 정미리는 그것에 깊이 공감했기에 강운희를 특별히 보살펴 주었다.“많이 먹어, 지유보다도 더 말랐네. 조금 더 통통해야 보기 좋아.”정미리는 강윤희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강윤희는 얼른 그릇을 받아서 들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이모님.”온지유는 또 말했다.“윤희야, 우리 집을 네 집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이번에는 준비가 잘 안됐지만, 다음에 올 때는 먹고 싶은 걸 미리 말해줘. 우리가 다 만들어 줄게.”이토록 진심으로 보살펴 주는 모습에 강윤희는 심히 감동했다.강윤희는 컵에 담긴 에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그러고는 불현듯 멈칫했다.온지유는 그녀가 말없이 묘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 입맛에 안 맞아?”강윤희는 고개를 저었다.
강윤희는 온지유가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가족을 가진 것이 부러웠다.강윤희는 자신이 온지유의 친구이기 때문에 이렇게 관심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울지 마, 여자의 눈물은 함부로 흘리는 거 아니야.”온지유는 여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하지만 강윤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온지유는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하는 성향이었다.강윤희가 부모도 없이, 강태규만이 유일한 친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에 연민을 느꼈고, 그랬기에 강윤희를 부모님께 데려가 주고 싶었다.“눈물 그쳐, 오늘 이미 많이 울었잖아.”온지유는 강윤희가 더 이상 울지 않기를 바랐다.강윤희는 눈물을 멈추고 코를 훌쩍이며, 에이드를 품에 꼭 안고 말했다.“고마워요, 삼촌, 이모. 다음에 또 올게요.”정미리와 온경준은 문 앞에서 그들을 배웅했다.강윤희는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온지유가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다.여이현아 냉정하게 말했다.“이렇게 울고 있으면, 네 할아버지가 보면 온지유가 널 괴롭혔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온지유는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이현은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온지유가 말했다.“그럴 리가요. 제발 그만 하세요, 더 울리지 말고.”기쁨의 눈물보다 슬픔의 눈물이 더 참기 힘든 법이다.강윤희는 휴지로 코를 풀며 말했다.“역시 형수는 다정해요. 이현 오빠, 그만 안 하면 나중에 할아버지한테 날 괴롭혔다고 말할 거예요.”여이현은 개의치 않았다.“그게 소용이 있을 것 같아?”강윤희가 뭐라고 말하든, 여이현은 항상 반박했다. 강운희는 화가 나서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형수, 저 사람 좀 보세요... 정말 매정해요. 대체 어떻게 견디시는 거예요?”이토록 냉정한 남자에게 절대 반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강윤희는 생각했다.온지유는 말했다.“빨리 운전하세요, 윤희를 집에 데려다줘야죠.”여이현은 어쩔 수 없이 차를 시동 걸었다.“그래.”강태규는 이미 마음이 조급했다.그는 강윤희가 괴롭힘
강하임이 고윤희의 가방을 건네주었다. 고윤희는 약간의 의심을 품고 물었다."어제 내 옆에서 어딘가에 전화하고 있지 않았어?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이미 안 보이더라. 내가 사라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강하임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강윤희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았지만, 도와주지 않았다. 그녀도 여자였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개입하면 자신만 위험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저 바라만 보다가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자리를 떠났던 것이었다그녀는 강윤희가 자신이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했다. 강하임은 웃으며 말했다."맞아, 중요한 사업 얘기를 하고 있어서 한창 통화하고 있었거든. 끝나고 보니 네가 없더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갔나 싶었는데, 네 가방이 내게 남아 있어서 가져다주러 왔어.""윤희, 무슨 일 있었어?"강하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이전 같았으면 강윤히는 당연히 강하임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강하임은 그녀의 선배였다. 강윤희가 유학하러 갔을 때, 낯선 땅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강하임을 만났고, 같은 도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레 그녀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그리고 강하임은 강윤희를 매우 잘 챙겨주었었기에, 당연히 그녀를 친구로 여기게 되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강하임은 바로 사라져 버렸고, 온지유가 했던 말들이 그녀에게 의심을 품게 했다."왜 기분이 안 좋아?"강하임은 고윤희가 말이 없자 친근하게 손을 잡으며 물었다."혹시 화난 거야? 어제 같이 밥 먹으러 못 간 건 내 잘못이야. 이따가 밥 먹으러 가서 어제 못한 걸 채우자, 그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할게, 어때?"강윤희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제 온지유의 부모님 댁에서 밥을 먹었어. 지금은 배가 안 고파."강하임은 얼굴이 굳어지며 다시 물었다."왜 온지유랑 같이 간 거야? 혹시 나에 대해 안 좋은 말이라도 했어?"강하임은 본능적으로
강윤희의 말에 강하임의 얼굴이 굳어졌고, 한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강윤희는 단순하고, 누군가 자신에게 잘해주면 그 사람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그런 강윤희가 이런 질문을 하다니.하지만 강윤희의 말이 완전히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외국에 있을 때, 강하임은 강윤희가 강태규의 손녀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강윤희는 나이가 어렸고, 처음으로 외국에 나갔기 때문에 생활 습관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적응하지 못했고, 친구도 없어서 자주 혼자 지냈으며, 다른 사람과의 소통도 꺼렸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강윤희는 약하고 무력했으며,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불행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강하임은 어릴 때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며 풍족한 생활을 해왔고, 외국에서도 잘 지냈다. 그런 상황에서 강윤희는 강하임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로 인해 강하임이 강윤희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강윤희는 그녀를 의지하게 되었고, 이는 강하임에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강윤희와의 관계는 매우 원만했다. 그러나 귀국 후, 강윤희가 강태규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서 느끼던 만족감이 줄어들었다.강하임은 머릿속에서 이 모든 생각을 정리하려 했지만, 강윤희의 질문은 그녀의 내면을 흔들어 놓았다."윤희야, 나는 그때도 진심으로 너를 도우려 했어. 너에게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느꼈다면 미안해. 하지만 난 정말 네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강하임은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넌 정말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너를 친구로 생각했는데, 너는 되려 나를 의심하네. 온지유와는 며칠 지내보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마음을 다 줘버리고. 내 마음은 생각해 본 적 있어?"강윤희는 말했다."그럼 내가 어제 위험 상황이었다는 건 알아? 온지유가 날 구해준 거야!"강윤희가 외국에 있을 때 강하임
강하임은 강윤희가 순종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강윤희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순종적이지 않았다.강하임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고, 강윤희를 실컷 비난한 후, 이번에는 온지유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만약 온지유가 없었다면, 강윤희는 여전히 그녀 앞에서 작은 토끼처럼 순순히 명령을 따랐을 것이다.온지유가 이 모든 것을 다 망쳤다!---여이현이 서재에 가 곁에 없는 틈을 타, 온지유는 휴대폰을 들고 온라인 쇼핑을 했다.몇 권의 육아 서적을 샀다.온지유는 배를 살살 어루만졌다. 아직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기분 탓인지 배 속이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아이가 있으면 그녀도 입지가 단단했다.온지유가 산 책들은 당연히 집으로 배송할 수 없었기에 일단은 백지희 쪽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백지희에게 받아달라고 부탁해 두고, 시간이 나면 찾아가서 겸사겸사 보려고 했다.그녀는 백지희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알렸다.백지희가 답장했다: ‘알겠어! 우리 집으로 보내. 그리고 나중에 나도 한번 읽어 볼게. 임산부가 뭘 먹어야 좋을지 봐 둬야지, 너와 네 아기 모두 건강하게.’백지희는 온지유에게 진심으로 감정을 쏟았다.그에 온지유도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뭘 그렇게 웃고 있어?”인기척도 없이 여이현이 이미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는 바로 보냈던 메시지를 삭제하고 휴대폰을 껐다.“아무것도 아니에요.”여이현은 온지유가 휴대폰을 몇 번 움직이더니 빠르게 꺼버리는 것을 보고 눈빛이 변하며 다시 물었다.“누구랑 채팅하고 있었어?”“백지희예요.”“무슨 얘기였길래 그렇게 재밌어하는 건데?”여이현은 외투를 벗으면서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온지유는 그에게 어떠한 의심도 주고 싶지 않아 계속 대답을 회피했다.“지희가 오늘 웃긴 일이 있었다고 나한테 말해준 거예요. 꽤 재미있어서 잠깐 웃었어요.”여이현은 옷을 잘 걸어두고 다시 온지유 곁으로 다가왔다.그녀는 이미 목욕을
여이현이 의심할수록 온지유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는 다시 설명했다.“부모님이 내가 게를 좋아하는 걸 아셔서 매번 해주시는데, 이제는 좀 질린 것 같아요. 오늘은 별로 먹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내가 뭘 먹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건데요?”여이현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졌다.“별건 아니야, 그냥 네가 최근에 많이 변한 것 같아서. 아무 일 없으면 됐어.”“하지만... 지유 네가 나한테 숨기는 일은 있으면 안 돼.”여이현의 다정한 손길에, 이토록 자신을 신경 써주고 친밀하게 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 가득한 말을 하는 모습에 온지유는 한순간 당황스러움을 느꼈다.온지유는 여이현의 깊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을 응시했다. 그 눈은 마치 온지유가 숨기고 있는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럴 리는 없다.만약 여이현이 알고 있었다면, 절대 이런 반응이 아닐 것이다.평소에는 온지유에게 신경 쓴 적이 없는 사람이다.아마도 아직 의심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온지유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매일 같이 출퇴근하는데, 내가 당신에게 뭘 숨기겠어요. 너무 생각이 많은 거예요.”“전에 주소영 기억나?”갑자기 그녀를 언급하자 온지유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기억나요, 이미 죽었잖아요.”“주소영은 그 여자가 아니야!”여이현은 설사 이미 죽었다고 해도 죽은 그 여자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여인 현은 지금 변명하고 있는 걸까?온지유는 주소영이 죽으면 여이현은 더 이상 그날 밤의 여자를 묻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어차피 그가 온지유를 의심할 리 없으니까.결혼한 지 3년이 지나지만 한 번도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다.항상 그와 거리를 지켰고 여이현도 온지유가 선을 넘어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온지유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그건 나도 모르죠."온지유의 무관심함에 오히려 여이현의 반응이 조금 과도하게 느껴졌다.그날 밤의 여자는 이미 중요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