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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온지유는 소파로 다가가 선물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치마를 꺼냈다.

짙은 초록색의 드레스였다. 치맛자락이 크고 튜브톱 디자인으로 옷감도 좋아 만지면 아주 보드라웠다. 최근 패션 잡지에서 본 적 있었다.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신상으로 소개된 드레스였다.

디자이너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디자인한 대부분 가격이 20억 정도 했다.

온지유는 순간 노승아의 드레스가 떠올랐다. 그것도 여이현이 20억 주고 구매한 것이었다.

그녀는 여이현을 보며 물었다.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돈은 여이현에게 그저 숫자에 불과했지만, 그는 온지유의 기쁨을 사고 싶었다.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그럼 노승아 씨한테 사주신 드레스도 노승아 씨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산 건가 봐요?”

온지유의 입이 제멋대로 먼저 움직였다.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후회했다.

갑자기 왜 이 일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꽤나 난감하게 만들었다.

입술을 짓이기며 여이현의 비웃음을 들을 준비를 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의아한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런데 그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웃고 있는 것이다.

웃는 둥 마는 둥하는 눈빛을 본 그녀는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그 일이 꽤나 신경 쓰였나 봐.”

여이현이 물었다.

온지유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그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여이현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두 손을 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 그건 내가 돈을 빌려줘서 산 거야. 나중에 돈을 벌게 된 후 다시 나한테 갚았어.”

온지유는 놀라웠다.

“돈을 빌려줬다고요?”

“그래.”

여이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

“넌 20억이 정말로 뉘 집 개 이름인 줄 알아? 뭐 물론 너한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지.”

온지유는 그때 그 일을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게다가 노승아는 그 일로 일부러 그녀에게 도발도 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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