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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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조기 출소

서유리는 설영준에 관한 업계 뉴스에서 여진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스포트라이트와 마이크가 모두 설영준에게 향할 때 그는 눈에 띄지 않은 구석에서 자리를 지켰다.딱 떨어지는 슈트와 딱딱하게 굳은 얼굴, 설령 업계 거물과 비교한다고 한들 어디 하나 꿀리지 않았다.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기억력이 너무 뛰어나도 문제였다.이때,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그녀는 통화하는 여진의 모습을 발견했다.누가 봐도 오피스룩 차림에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그는 아랍 거래처 사장님을 모셔다 주고 돌아가는 길에 설영준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이내 전화로 업무 얘기를 주고받았다.통화를 마치고 나서 뒤를 돌아서는 순간 등 뒤에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누구...?”흠칫 놀란 여진은 상대방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서유리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곧이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설 대표님께서 왜 송재이 씨랑 헤어졌죠?”순간 넋을 잃은 여진은 곧바로 페이스를 되찾았다.“송 선생님이랑 아는 사이인가요?”“전 직장 동료예요.”서유리가 대답했다.“전...이요?”여진이 요점을 잽싸게 포착했다.서유리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머릿속에는 송재이와 밥을 먹던 저녁, 설영준을 언급했을 때 씁쓸함이 언뜻 스쳐 지나간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사실 그동안 설 대표님에 대한 이미지가 꽤 좋았거든요. 다른 재벌 2세와 다르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여자를 쉽게 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착각에 불과했죠. 대표님에게 관계를 끊어내는 건 밥 먹듯 쉬웠고, 송재이 씨만 불쌍하게 상처만 가득한 이곳을 떠나게 되는 신세라니... 남자란, 참.”서유리는 자기 할 말만 마치고 뒤돌아서 떠났다.여진은 어리둥절했다.하지만 송재이와 관련된 일인 이상 대충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서유리가 몇 걸음 못 가서 여진에게 따라 잡혔다.“저기요, 잠시만...”“저기라니? 서유리라는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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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미리 축하해줘

그녀의 앞에 있는 지민건은 환한 미소를 지었고, 마치 몸 위로 내리쬐는 햇살처럼 따스하면서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그의 모습은 개과천선한 듯싶었다.지민건이 한 달 일찍 출소한 건 사실이며, 경주를 떠나 하성에 장착했다.원래는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감옥을 다녀온 기록이 있어 녹록지 않았다.다행히 본가에 집이 있는데 단지 오랫동안 비워뒀을 뿐이다.경주에서 사업이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는 심지어 까먹기도 했다.이제 인생의 바닥을 찍고 나니 이 집이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줄은 몰랐다.그리고 잽싸게 팔아서 현금화했다. 비록 6천만 원밖에 안 되는 금액이지만 현재의 그에게 창업 자금으로 충분했다.지민건은 하성에서 자그마한 무역 회사를 설립해 바닥부터 시작했다.예전에 사업했던 경험을 토대로 실적을 차근차근 쌓아 나갔다.이번에 남도를 찾은 것도 사실 업무 때문이었다.원래 과거와 깔끔하게 이별하려고 했으나 낯선 도시에서 송재이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송재이는 남도 길거리 노포에서 지민건의 얘기를 잠자코 들어주었다.둘은 비빔국수를 먹으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었다.“난 살면서 잘못한 짓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너한테 제일 미안했어.”지민건은 갑자기 화제를 돌리더니 송재이를 바라보았다.“주현아와 손을 잡고 아이를 낙태시킨 일은 회상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 어쩌면 사람을 죽여놓고 초상을 치러 주는 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믿거나 말거나 미안한 건 사실이야.”아량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어찌 살인자를 용서하겠는가? 물론 그녀도 마찬가지였고, 변수가 있다고 하면 세월의 흐름과 경험의 축적, 옥살이 중 고난을 겪으면서 한풀 꺾인 지민건의 모습을 마주하니 이제는 훌훌 털어버려도 될 것 같았다.굳이 따지자면 털어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잊으라고 강요하는 셈이다.그동안의 나쁜 기억을 잊어야만 과거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법이다.송재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미 잃어버린 건 사과한다고 해서 되찾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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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애초에 네가 당했던 것처럼

“전무님, 뭘 축하 하시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요?”송재이는 고개를 들고 서도재를 향해 차갑게 웃었다.서도재는 눈썹을 들썩거리더니 입을 열었다.“민건이는 출소하고나서 한 발짝 한 발짝 힘들게 걸어왔어요. 그러다가 어렵게 저와 손을 맞잡았고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민건이에게 아주 중요해요. 제가 줄지 말지는 제 기분에 달려 있어요. 송 선생님, 민건이를 도와줄 마음이 있다면...”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재이가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지민건을 노려보았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그리고는 송재이가 서도재를 향해 입을 열었다.“저는 전무님이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결코 지민건을 도울 의사가 없어요. 저는 그와 친구도 아닌 데다가 그 회사의 어떠한 업무든지 성사시킬 의무가 없어요. 오늘은 민건이가 사람을 잘못 찾았을 뿐만 아니라 전무님도 마찬가지로 사람 잘못 찾았어요!”그녀는 옆에 있던 가방을 들고 발길을 돌려 레스토랑을 떠났다.송재이는 자기가 남도까지 왔는데 또다시 이런 난처한 일에 휘말리게 될 줄은 몰랐다.그녀가 걸어 나오자마자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송재이는 누군지 짐작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방은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모른 채 여전히 손목을 붙잡았다.“재이야, 만약 네가 날 도와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다면 너에게 돈을 나눠줄게. 너 지금 직업이 없잖아. 돈을 좀 벌었다고 생각하고 말이야...”“지민건, 네가 무슨 자격으로?”참다못한 송재이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골목에 서서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시간이 많이 흘러서 나는 네가 정말 변한 줄 알았어. 네가 예전에 나에게 했던 일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안해할 줄 알았어. 하지만 너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넌 똑같은 일을 여러 번, 계속 반복하고 있어. 나를 데리고 가서 설영준과 함께 술을 마시라고 하질 않나, 이번에는 또 나를 데리고 와서 서도재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질 않나... 내가 너한테 무슨 빚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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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한 여자가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지

박윤찬은 일 때문에 남도에 출장을 온 것이었다.그가 거래처와 맥락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더없이 친숙한 그림자가 보였다.“박 변호사님?”송재이도 의아해하며 물었다.박윤찬은 아주 놀라워했다.그는 위아래로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서야 입을 열었다.“남도에 오셨다고 듣긴 했지만 진짜였네요.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아요.”마지막 한마디는 그저 혼잣말하는 것 같았다.송재이가 떠나려 했을 때는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곳을 떠나려 하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지금 다른 곳에서 옛 친구를 만나니 그녀는 여전히 매우 기뻤다.박윤찬은 그날 바로 경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송재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돌아간 후, 로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저녁이 다 돼서 밥을 먹을 때에야 그는 자신이 남도에서 송재이를 만난 사실을 설영준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이튿날 오전 비는 시간에 박윤찬은 설한 그룹을 찾아갔다.설영준은 마침 글을 쓰고 있었다.박윤찬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을 때,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이렇게 큰 사무실에 설영준 혼자뿐이었지만 박윤찬은 한 번도 그가 외로워 보이고 불쌍해 보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설영준이 불쌍하다고?이렇게 생각한 그는 피식 웃었다.자신의 이 황당한 생각을 비웃은 것이었다.설영준이 어떻게 불쌍할 수 있겠는가?“왜 웃죠?”인기척을 듣고서야 고개를 든 설영준이 무뚝뚝하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닙니다.”박윤찬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설영준 책상 맞은편에 앉아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걸쳤다.“한 가지 이야기해 드릴 게 있어요. 저 이번에 남도에 가서 송 선생님을 만났어요. 예술학교에 면접을 보러 간 것 같더라고요. 보아하니 거기에서 생활하고 싶은 모양이에요.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걸로 돼요...”“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설영준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설영준은 박윤찬이 그에게 알려준 송재이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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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설’ 자와 ‘송’ 자가 한데 엉겨 붙었다

설영준은 오랫동안 이곳에 오지 않았다. 방에 들어온 그는 불을 켰다. 안에 있는 가구의 배치는 모두 예전과 같았다.다만 예전에 비해 사람 사는 냄새가 많이 사라졌다.입구에는 여자 슬리퍼 한 켤레만 남았고 그가 늘 신던 슬리퍼는 보이지 않았다.그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송재이의 동작은 의외로 빨랐다.설영준은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들어가 그녀의 침실로 갔다.옷장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원래 그녀가 옷을 놓던 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가 남겨두었던 몇 벌의 셔츠와 바지는 그대로였다.설영준의 시선은 자신의 옷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자 아래 서랍에 놓인 열쇠고리가 눈에 들어왔다.그는 송재이에게 ‘설’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열쇠고리를 항상 곁에 두라고 말했었다.하지만 그녀는 경주를 떠날 때 열쇠고리를 그대로 남겨두었다.그날 밤, 송재이와 함께 야시장을 거닐던 때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두 사람이 함께 지냈던 순간들이었다.그녀는 이 ‘설’자가 달린 열쇠고리를 특히 좋아했다.그녀는 이런 열쇠고리가 흔하지 않았음에도 자기 손에 들어오게 된 건 천생연분이라고 말했다.그녀의 말에 무슨 뜻이 담겨있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설영준은 당시에 그 말을 듣는 걸 아주 좋아했다.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음 날 그는 같은 가게 주인을 찾아내 똑같은 걸로 주문 제작했다.송재이는 ‘설’자가 씌어있는 열쇠고리를 두고 갔다.그는 두 열쇠고리를 모두 자기의 열쇠에 걸었다.‘설’ 자와 ‘송’ 자가 한데 엉겨 붙어 딸랑딸랑 맑은 소리를 냈다.최근 설한 그룹과 민여사의 회사는 프로젝트에 대해 협력하고 있었다.민여사는 남도로 가서 지역 조사를 했다.사흘 뒤 설영준도 남도로 갔다.이번 협력은 이전과 달랐다.세부 사항이나 많은 부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초대 측은 그를 리우 호텔에 묵도록 했다.남도에 도착한 후, 여비서가 먼저 설영준을 대신하여 민여사를 만나 구체적인 사항을 설명했다.설영준은 자신의 호텔 룸에서 경주 회사의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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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이원희

윤수아는 악보를 정리한 후, 가방을 메고 현관문으로 나갔다.이원희를 본 윤수아는 한참 동안 울먹이더니 입을 열었다.“언니, 왜 왔어?”이원희는 심호흡을 하며 대답했다.“왜긴, 네가 걱정되니까 왔지.”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송재이를 바라보았다.아까는 송재이가 수업하는 옆모습만 보았고 대부분의 관심은 교실에 앉아 있는 윤수아에게 있었다. 그녀는 인제야 송재이를 알아본 듯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송재이는 여기에서 이원희를 만날 줄 꿈에도 몰랐다.두 사람은 과거 중학교 동창으로 한때 매우 친한 사이였다.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연락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그대로였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기억할 줄이야... 원래 오늘 윤수아 부모님을 부른 건 요즘 그녀의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아주 재능 있는 아이인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어보려고 말이다.이원희는 윤수아를 복도로 불렀다.그녀의 윤수아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말을 건넸고 그 말을 들은 윤수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걸어가다가 돌아서서 말했다.“언니, 그럼 일찍 들어오세요. 기다릴게요.”이원희는 윤수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알겠어, 기사님께서 아래에 있으니까 기사님더러 먼저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해.”보아하니 윤수아를 집에 데려다준 후, 남아서 송재이와 자세하게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니까 아마도 옛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마침 송재이도 약속이 없었기에 오랜만에 같이 밥 한 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그들은 태국식 레스토랑에 갔다.송재이는 구석에 앉아 똠얌꿍을 마시며 물었다.“그래서 윤수아는 네 의붓딸이야? 너 결혼했어?”방금 요리가 나오는 걸 기다리면서 이원희는 이미 윤수아랑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송재이에게 말했다.송재이의 기억 속에 있는 이원희는 줄곧 조용한 여자애였다.학업 성적은 보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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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불구덩이에서의 구원자

이원희도 고민하고 있던 차였고 마침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했다.그녀는 결혼하고 나서부터 줄곧 가정주부로 일하고 있었다.경주에서 남도로 이사한 뒤로는 거의 남편과 아이들이었고 그녀 삶의 중심이었고 친구를 사귈 시간도 별로 없었다.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지도 벌써 몇 달째였음에도 이원희는 줄곧 걱정거리를 마음속에 숨겼다.하지만 사실, 그녀는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었다.이원희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말을 이어 나갔다.“나는 농촌 출신이라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는데 부모님들과 친척에게 결혼을 재촉당했어.”“나도 사실 어릴 때부터 내가 일찍 결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어.”“그래서 원래 거부감이 없었지만 몇 명의 상대를 만나도 별로였어.”“그러다가 지금 남편을 만났어. 나보다 열 몇 살이나 많았지만 여러 조건이 다 좋았어.”“무엇보다 결혼하기 전과 금방 결혼했을 때에는 내 말을 잘 들어줬었거든.”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그럼 지금은? 널 잘 대해주지 않아?”“얼마 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가 나를 아내로 맞이하려는 이유는 그저 젊고 깨끗한 아가씨를 찾아서 그들의 집안의 대를 잇고 싶어서야.”“그가 전처와 이혼한 이유도 마찬가지야. 수아를 낳고 나서 연달아 두 명이나 임신했는데 임신 중에 성별을 검사해 보니까 남자애가 아니어서 두들겨 맞았대. 2번이나 말이야...”남편의 전처에게 일어났던 일이지만 같은 여자인 이원희는 그렇게 말 하면서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그 여자가 이혼을 강요받았을 때는 이미 몸이 많이 상한 뒤였어. 앞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윤씨 가문에서 전처에게 돈을 쥐어주고는 돌려보냈어.”“재이야, 나 너무 무서워...”“뭐가 무서워?”“나도 그 여자처럼 될까 봐...”이원희의 이런 말을 들은 송재이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고 그녀는 이원희의 붉어진 눈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이런 처지일 줄은 몰랐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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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전 그저 당신의 전 남자 친구일 뿐이에요

송재이는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설영준은 거울 너머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재인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냄새를 맡았다.몇 달 만에 느끼는 친숙한 향기였다.한때는 허물없이 지냈던 두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그녀는 자기가 이미 그와 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가끔 이성과 감정이 동기화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그녀는 두 발이 제자리에 굳은 듯 움직이지 않은 채 입술을 꼭 깨물었다.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자세를 유지했다.설영준은 갑자기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거울 속의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한참 후에야 그는 약간의 농담이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렇게 사랑에 목마르신가요? 전 그저 당신의 전 남자 친구일 뿐이에요.”이렇게 말한 설영준은 송재이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녀를 놓아주고 몇 발짝 물러서서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이렇게 거리를 두는 걸 본 송재이의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무너져 버렸다.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이런 장면일 줄은 몰랐는지 송재이는 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머리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멍하니 서 있는 그녀의 표정에 설영준은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몸을 돌려 그녀에게서 성큼성큼 멀어졌다.설영준의 미련 없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송재이는 문득 자기 마음속의 모든 갈등과 생각이 하나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 같았다.설영준으로 인해 요동쳤던 가슴이 또 한 번 요동치는 순간이었다.송재이가 돌아왔을 때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그래서 이원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재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깨물더니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괜찮아.”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원희는 아무래도 그녀가 괜찮은 것 같진 않았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식당 앞에서 연락처를 교환했다.카톡까지 교환하고 나서 고개를 들었는데 설영준과 민효연이 가게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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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감당할 수 없었고 더 이상 견디고 싶지도 않았다

박윤찬은 전화로 이원희의 현재 처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었다.이혼 소송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이원희 본인을 만나봐야 했다.다만, 요즘 박윤찬은 요즘 너무 바빠서 남도로 갈 시간이 없었다.“그렇군요...”송재이가 약간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원희는 제 중학교 동창인데 전 원희가 이 소송에서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전화를 끊은 박윤찬은 잠깐 정신이 흐리멍덩해졌다.그들은 지금 식당이었다.화장실에서 돌아온 설영준은 박윤찬의 표정을 보고 옆에 있던 물티슈로 손을 닦으며 물었다.“재이 생각하고 있나요?”“네.”박윤찬이 대답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자기의 발언을 후회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눈앞에는 설영준의 싸늘한 얼굴이 보였다.박윤찬이 웃으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송 선생님께서 남도에서 자신의 중학교 친구를 만났대요. 그 친구는 이혼을 원하는 것 같은데 아마 송 선생님께서는 아는 모든 사람들 중 그녀를 도울 수 있는 건 저밖에 없다고 생각하신 듯 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간이 나면 제가 한번 가서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볼게요...”“재이를 찾아서요?”설영준이 또 물었다.박윤찬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럴 리가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이름이... 이원희였나? 그랬던 거 같아요.”남도에 온 송재이는 줄곧 친구가 별로 없었다.출근했을 때를 제외하고 그녀는 매우 외로웠다.카톡으로 가끔 유은정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외에는 대부분 시간을 이원희와 함께 보냈다.중학교 때 절친이었는데 많은 일을 경험하고 나서 두 사람 모두 성숙해졌기에 이야기할 거리가 점점 더 많아졌다.윤수아는 비록 겨우 열두 살이지만 그래도 이젠 어엿한 소녀였다. 가끔 송재이가 이원희와 함께 식사 약속을 잡을 때면 윤수아를 데리고 나올 때도 있었다.세 명이 함께 있으면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했다.이원희는 늘 감탄했다.“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이혼하기만 하면 너도 결혼 안 하고 나도 결혼 안 하고 우리 셋이 함께 즐겁게 지내자!”송재이는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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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대신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송재이는 자신이 경주를 떠난 게 지금까지 했던 선택 중에서 한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설영준에 대한 미련이 여전하다고 해도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가질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었다.그녀도 이 사랑을 그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을 뿐이었다.퇴근한 송재이는 평소처럼 학원에서 걸어나왔다.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비는 보슬보슬 내렸고 그래서인지 분위기는 차갑고 썰렁했다.다행히도 그녀는 이날 우산을 가지고 왔었다.지붕 아래에 서서 우산을 찾으려는데 검은 벤틀리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차창 너머로 그녀는 고개를 약간 기울여 안에 앉아 있는 박윤찬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그 자리에 멍하니 굳은 채로 서 있었다.‘요즘 바쁘다고 하지 않았었나? 어떻게 왔지?’그녀는 멍을 때리고 있다가 차 뒷좌석에 또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은 무심하게 자기의 태블릿 pc를 보고 있었다.설영준이었다.설영준도 같이 있다니.“송 선생님, 어디 가세요? 설 대표님께서 프로젝트 때문에 남도에 시찰하러 오셨는데 지금 막 끝났어요. 가는 길에 모셔다드릴까요?”박윤찬은 차창 밖의 송재이를 향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러나 설영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박윤찬의 뒤통수를 보더니 그를 비웃는 것 같았다.송재이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날씨 때문에 택시 잡기가 좀 힘들었지만 그녀는 자기가 택시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설영준과 거리를 두기로 했으니 신경 써야지.’그녀는 박윤찬에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아니요, 괜찮아요. 당장 집에 가고 싶지도 않거든요... 근처를 좀 구경하고 싶으니까 먼저 가세요.”“비가 오는데 돌아다니세요? 송 선생님은 참 낭만적이네요.”설영준이 창문을 천천히 내리더니 그녀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응, 난 로맨틱한 사람이야. 비가 오니까 빗속을 좀 걷고 싶어.”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설영준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안색이 어두워진 걸 무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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