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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미리 축하해줘

그녀의 앞에 있는 지민건은 환한 미소를 지었고, 마치 몸 위로 내리쬐는 햇살처럼 따스하면서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그의 모습은 개과천선한 듯싶었다.

지민건이 한 달 일찍 출소한 건 사실이며, 경주를 떠나 하성에 장착했다.

원래는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감옥을 다녀온 기록이 있어 녹록지 않았다.

다행히 본가에 집이 있는데 단지 오랫동안 비워뒀을 뿐이다.

경주에서 사업이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는 심지어 까먹기도 했다.

이제 인생의 바닥을 찍고 나니 이 집이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잽싸게 팔아서 현금화했다. 비록 6천만 원밖에 안 되는 금액이지만 현재의 그에게 창업 자금으로 충분했다.

지민건은 하성에서 자그마한 무역 회사를 설립해 바닥부터 시작했다.

예전에 사업했던 경험을 토대로 실적을 차근차근 쌓아 나갔다.

이번에 남도를 찾은 것도 사실 업무 때문이었다.

원래 과거와 깔끔하게 이별하려고 했으나 낯선 도시에서 송재이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송재이는 남도 길거리 노포에서 지민건의 얘기를 잠자코 들어주었다.

둘은 비빔국수를 먹으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었다.

“난 살면서 잘못한 짓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너한테 제일 미안했어.”

지민건은 갑자기 화제를 돌리더니 송재이를 바라보았다.

“주현아와 손을 잡고 아이를 낙태시킨 일은 회상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 어쩌면 사람을 죽여놓고 초상을 치러 주는 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믿거나 말거나 미안한 건 사실이야.”

아량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어찌 살인자를 용서하겠는가? 물론 그녀도 마찬가지였고, 변수가 있다고 하면 세월의 흐름과 경험의 축적, 옥살이 중 고난을 겪으면서 한풀 꺾인 지민건의 모습을 마주하니 이제는 훌훌 털어버려도 될 것 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털어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잊으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그동안의 나쁜 기억을 잊어야만 과거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법이다.

송재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잃어버린 건 사과한다고 해서 되찾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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