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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조기 출소

서유리는 설영준에 관한 업계 뉴스에서 여진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와 마이크가 모두 설영준에게 향할 때 그는 눈에 띄지 않은 구석에서 자리를 지켰다.

딱 떨어지는 슈트와 딱딱하게 굳은 얼굴, 설령 업계 거물과 비교한다고 한들 어디 하나 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기억력이 너무 뛰어나도 문제였다.

이때,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그녀는 통화하는 여진의 모습을 발견했다.

누가 봐도 오피스룩 차림에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아랍 거래처 사장님을 모셔다 주고 돌아가는 길에 설영준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이내 전화로 업무 얘기를 주고받았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뒤를 돌아서는 순간 등 뒤에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누구...?”

흠칫 놀란 여진은 상대방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서유리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곧이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설 대표님께서 왜 송재이 씨랑 헤어졌죠?”

순간 넋을 잃은 여진은 곧바로 페이스를 되찾았다.

“송 선생님이랑 아는 사이인가요?”

“전 직장 동료예요.”

서유리가 대답했다.

“전...이요?”

여진이 요점을 잽싸게 포착했다.

서유리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머릿속에는 송재이와 밥을 먹던 저녁, 설영준을 언급했을 때 씁쓸함이 언뜻 스쳐 지나간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실 그동안 설 대표님에 대한 이미지가 꽤 좋았거든요. 다른 재벌 2세와 다르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여자를 쉽게 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착각에 불과했죠. 대표님에게 관계를 끊어내는 건 밥 먹듯 쉬웠고, 송재이 씨만 불쌍하게 상처만 가득한 이곳을 떠나게 되는 신세라니... 남자란, 참.”

서유리는 자기 할 말만 마치고 뒤돌아서 떠났다.

여진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송재이와 관련된 일인 이상 대충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서유리가 몇 걸음 못 가서 여진에게 따라 잡혔다.

“저기요, 잠시만...”

“저기라니? 서유리라는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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