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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흔한 작별

한 도시에 대한 감정은 기분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경주에서 20년 동안 살아온 송재이는 곰곰이 따져보면 아직 미지의 세상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동안 워낙 다양한 일들이 벌어져서 딱히 감개무량할 시간도 없었다. 어쩌면 최근에 헤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실연하고 나니 괜스레 감성적으로 변해 별것도 아닌 일에 마음이 흔들리고는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회식이 있는 밤, 송재이는 간만에 술을 몇 잔 마셨다.

창가 자리에 앉은 그녀는 술잔이 오고 가는 옆 테이블과 달리 홀로 고개를 들고 손에 든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창밖으로 북적이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레스토랑은 호수 뷰로 유명했고, 저녁이면 유람선을 타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전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할수록 그녀의 외로움이 더욱 돋보이는 듯싶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관둘지 말지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경주를 떠나려는 마음이 굴뚝 같았고, 20년 인생사에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진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다.

비록 그녀는 즉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점점 확신이 드는 이상 결코 질질 끌지 않았다.

이내 단장님을 찾아서 개인 면담을 신청했고, 그녀가 악단을 떠난다고 했을 때 깜짝 놀라며 제대로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 맞냐고 몇 번이고 확인했다.

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다른 도시에서도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한곳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지 조금 지겹네요.”

단장은 입맛 벙긋하더니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동안 네가 악단에서 맹활약을 펼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야. 수석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쉽네. 어쨌거나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생각이 있기 나름이니 말을 꺼낸 이상 허락해줄 수밖에 없을 것 같군. 오후에 인사팀에 찾아가서 퇴사 수속하거라.”

송재이는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녀가 결정한 일이라면 일반 사람은 설득할 수가 없다.

다행히 단장이 붙잡지 않아서 한시름 놓았다.

퇴사 수속은 금세 끝났다.

그리고 수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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