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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불구덩이에서의 구원자

이원희도 고민하고 있던 차였고 마침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녀는 결혼하고 나서부터 줄곧 가정주부로 일하고 있었다.

경주에서 남도로 이사한 뒤로는 거의 남편과 아이들이었고 그녀 삶의 중심이었고 친구를 사귈 시간도 별로 없었다.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지도 벌써 몇 달째였음에도 이원희는 줄곧 걱정거리를 마음속에 숨겼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원희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농촌 출신이라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는데 부모님들과 친척에게 결혼을 재촉당했어.”

“나도 사실 어릴 때부터 내가 일찍 결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어.”

“그래서 원래 거부감이 없었지만 몇 명의 상대를 만나도 별로였어.”

“그러다가 지금 남편을 만났어. 나보다 열 몇 살이나 많았지만 여러 조건이 다 좋았어.”

“무엇보다 결혼하기 전과 금방 결혼했을 때에는 내 말을 잘 들어줬었거든.”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럼 지금은? 널 잘 대해주지 않아?”

“얼마 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가 나를 아내로 맞이하려는 이유는 그저 젊고 깨끗한 아가씨를 찾아서 그들의 집안의 대를 잇고 싶어서야.”

“그가 전처와 이혼한 이유도 마찬가지야. 수아를 낳고 나서 연달아 두 명이나 임신했는데 임신 중에 성별을 검사해 보니까 남자애가 아니어서 두들겨 맞았대. 2번이나 말이야...”

남편의 전처에게 일어났던 일이지만 같은 여자인 이원희는 그렇게 말 하면서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그 여자가 이혼을 강요받았을 때는 이미 몸이 많이 상한 뒤였어. 앞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윤씨 가문에서 전처에게 돈을 쥐어주고는 돌려보냈어.”

“재이야, 나 너무 무서워...”

“뭐가 무서워?”

“나도 그 여자처럼 될까 봐...”

이원희의 이런 말을 들은 송재이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고 그녀는 이원희의 붉어진 눈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이런 처지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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