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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공짜 밥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라...

물론 송재이가 설영준을 열받게 하려고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긴 했다.

하지만 이미 헤어진 와중에 대체 무슨 입장으로 시시콜콜 간섭하겠는가?

아직 설영준의 외투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송재이는 지민건 앞으로 걸어가 손에 든 장바구니를 건네받고는 입을 열었다.

“가자.”

지민건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설영준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설영준 때문에 화가 나서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을 거라고 얼추 짐작했다.

하지만 그게 뭔 대수랴?

지민건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설영준을 쳐다보는 눈빛이 금세 도발적으로 변했다.

설영준은 감정 컨트롤에 능한 사람이다. 물론 평소에 그렇다는 게 함정이지만 오늘은 갑자기 일탈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

“내가 들게.”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지민건은 자연스럽게 송재이의 손에서 장바구니를 가져왔다.

안에는 방금 마트에서 산 식자재가 들어있는지라 야채와 고기만 해도 꽤 무거워서 여자가 짐을 들게 할 수는 없었다.

송재이는 그제야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빠르게 상승하는 엘리베이터와 점점 커지는 안내판의 숫자를 보자 지민건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다소 충동적인 결정에 후회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민건이 첫 번째 주인공이 될 거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한창 후회막급할 때 엘리베이터는 목적층에 도달했고, 근심 가득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때마침 오늘은 불편하니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핑계를 대려는 순간 입을 떼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

“재이 씨, 저예요.”

전화를 받자 박윤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전화로 설영준도 그렇고 아직 식전이라 괜찮으면 집에서 같이 밥을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박윤찬이 통화할 때 설영준도 옆에 있었고, 송재이와 대화하는 내내 그의 눈치만 힐끔힐끔 살폈다.

사실 너무 쪽팔리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몰염치하게 여자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한 적이 없지 않은가?

비록 혼자는 아니지만 이런 부탁을 했다는 자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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