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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이성이라면 다 편해?

그녀를 놀리는 듯 다소 경박한 설영준의 표정을 보자 송재이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정녕 둘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잊은 걸까?

그나마 사귀는 사이에는 음담패설을 늘어놓아도 농담 삼아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이미 남남이 된 이상 양아치나 할 법한 멘트이지 않은가?

송재이는 손을 홱 빼내더니 설영준이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은 멀찍이 떨어졌다.

도로에는 차들이 오고 갔고, 머리 위로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녀의 시선은 설영준에게 향했다.

흰색 셔츠에 연그레이 울 코트를 입은 남자는 무표정일 때 시크한 분위기를 풍겼다.

얼핏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며, 마치 하늘 높이 떠 있는 태양처럼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잘생겼다.

순간 송재이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고, 저도 모르게 슬픔이 밀려왔다.

하필이면 격차가 이렇게 큰 사람을 좋아하게 되다니.

또한, 천지 차이인 만큼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애매한 관계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일단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한 계속해서 가슴을 졸이게 했다.

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아까만 해도 잔뜩 약이 오른 새끼 고양이처럼 화가 난 표정을 짓던 그녀도 갑자기 느껴지는 울적한 기분에 어깨가 축 처졌다.

이내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하고 안개가 자욱한 거리를 바라보았다.

설영준의 눈에 아리따운 옆모습이 들어왔다.

부드러운 라인과 뽀얀 피부는 백옥을 연상케 했고, 아련한 눈빛은 외로움과 나약함이 담겨 있었다.

이때, 알 수 없는 감정이 갑자기 그의 마음을 후벼팠다.

송재이가 고개를 돌린 틈을 타서 설영준은 손을 들어 올렸는데 이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마치 그녀를 품에 안고 싶지만 불가능한 상황에 갈등하는 듯싶었다.

왜냐하면 아직 송재이를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헤어지기로 했던 것도 밀당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자신을 속이고 바람 피는 여자를 어찌 용납하겠는가?

...

멀지 않은 곳에 차를 대고 앉아 있는 박윤찬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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