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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허둥지둥

송재이는 어디까지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설영준을 잊지 못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정작 상대방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름도 딱히 미묘한 감정 변화를 담아 부른 게 아닐 수도 있었다.

결국 송재이는 이런 허황한 추측을 떨쳐버리고 현재 진행 중인 카드 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설영준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지민건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바보가 아닌 이상 설영준이 일부러 태클 건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게임이 이어질수록 설영준에게 압살당해 옴짝달싹 못 했다.

설영준의 왼쪽에 앉은 송재이가 이따금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지민건과 그를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속이 타들어 갔다. 머릿속으로는 이번 라운드만 마무리하면 어떻게든 핑계를 찾아 서둘러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설영준의 느긋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량이 너그러운 건가? 아니면 멍청한 건가? 누가 봐도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인데 나한테 기회를 주다니, 나야 뭐 고맙지만.”

말을 마치고 나서 손에 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몽땅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지민건을 바라보았다.

“경주에 있든 남도에 있든 우리 송재이 씨는 그쪽한테 관심이 없으니 꿈 깨.”

지민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마치 못이라도 박힌 듯 제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고, 귓가에 오로지 설영준의 말만 메아리쳤다.

‘경주에 있든 남도에 있든...’

마지막 자존심마저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지위는 물론이고 몸값, 그리고 능력치도 워낙 설영준과 천지 차이라서 설령 인정할 수 없더라도 결국에는 한 수 위라고 묵인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민건은 휘청이며 중심을 잃었다.

“재이야,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가볼게.”

이내 허둥지둥 뒤를 돌아 현관으로 걸어가 신발을 신으려고 했다.

“데려다 줄...”

“앉아 있어!”

송재이가 지민건을 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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