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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설’ 자와 ‘송’ 자가 한데 엉겨 붙었다

설영준은 오랫동안 이곳에 오지 않았다. 방에 들어온 그는 불을 켰다. 안에 있는 가구의 배치는 모두 예전과 같았다.

다만 예전에 비해 사람 사는 냄새가 많이 사라졌다.

입구에는 여자 슬리퍼 한 켤레만 남았고 그가 늘 신던 슬리퍼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송재이의 동작은 의외로 빨랐다.

설영준은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들어가 그녀의 침실로 갔다.

옷장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원래 그녀가 옷을 놓던 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남겨두었던 몇 벌의 셔츠와 바지는 그대로였다.

설영준의 시선은 자신의 옷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아래 서랍에 놓인 열쇠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송재이에게 ‘설’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열쇠고리를 항상 곁에 두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경주를 떠날 때 열쇠고리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날 밤, 송재이와 함께 야시장을 거닐던 때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두 사람이 함께 지냈던 순간들이었다.

그녀는 이 ‘설’자가 달린 열쇠고리를 특히 좋아했다.

그녀는 이런 열쇠고리가 흔하지 않았음에도 자기 손에 들어오게 된 건 천생연분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무슨 뜻이 담겨있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설영준은 당시에 그 말을 듣는 걸 아주 좋아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음 날 그는 같은 가게 주인을 찾아내 똑같은 걸로 주문 제작했다.

송재이는 ‘설’자가 씌어있는 열쇠고리를 두고 갔다.

그는 두 열쇠고리를 모두 자기의 열쇠에 걸었다.

‘설’ 자와 ‘송’ 자가 한데 엉겨 붙어 딸랑딸랑 맑은 소리를 냈다.

최근 설한 그룹과 민여사의 회사는 프로젝트에 대해 협력하고 있었다.

민여사는 남도로 가서 지역 조사를 했다.

사흘 뒤 설영준도 남도로 갔다.

이번 협력은 이전과 달랐다.

세부 사항이나 많은 부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초대 측은 그를 리우 호텔에 묵도록 했다.

남도에 도착한 후, 여비서가 먼저 설영준을 대신하여 민여사를 만나 구체적인 사항을 설명했다.

설영준은 자신의 호텔 룸에서 경주 회사의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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