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961 - Chapter 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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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1화

단이수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내뱉고는 이내 이지민과 상연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홀인원이 가능할까?”말이 끝나자마자 그녀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펄쩍펄쩍 뛰었다. “연훈 씨, 진짜 대단하네요. 정말 한방에 들어갔어요.”그녀의 뒤에 서 있는 상연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필드 쪽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10억이나 아껴줬는데 나한테 어떻게 감사할 거예요?”청순한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이틀 동안 레슨 해줬으니까 나랑 같이 번지점프 하러 갈래요?”그가 작은 몸집의 마른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지민 씨가 그런 스포츠를 좋아할 줄은 몰랐네요.”야구모자를 쓴 이지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달콤하게 웃었다.“나도 안 좋아했었는데요. 예전에 어떤 사람이 자주 날 데리고 갔었거든요...”그녀는 뭔가 생각이 떠오른 듯 입가에 웃음이 사라졌다. 그녀의 표정을 상연훈은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좋아하는 사람이에요?”골프채를 잡은 채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근데 다 지난 일이에요.”그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그의 모습에 그녀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당신은요?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이 나이에 좋아했던 사람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겠죠.”“근데 왜 헤어졌어요?”“그 여자가 결혼했으니까요.”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상대가 유부녀라니?깜짝 놀란 그녀가 애써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모습에 상연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걸 믿어요?”“네? 나 놀리는 거였어요?”그가 그녀의 골프채를 낚아채며 그녀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지민 씨, 한 판 더 할까요?”과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좋아요.”그녀를 다시 품 안에 가둔 그가 은근슬쩍 저 멀리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이 있는 곳마다 저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한편, 상대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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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친구와 골프 약속이 있었던 심형진은 그녀를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주려고 함께 왔다. 근데 이곳에서 이연석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무의식적으로 그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이연석을 발견하지 못했던 그녀는 그런 그의 행동 때문에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이연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푸른 잔디 필드 안, 흰색 캐주얼 차림에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골프채를 들고 파라솔 아래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그동안 심형진과 데이트할 때 이연석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두 사람을 피해 다녔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그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이내 시선을 돌렸다. “옷 갈아입으러 가요.”심형진을 데리고 탈의실로 가려는데 하필 그쪽으로 가려면 이연석을 지나쳐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심형진을 끌고 이연석을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도 그가 모른 척할 줄 알았는데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 얘기 좀 해요.”따뜻한 손길이 전해지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이연석의 손길이 스치기만 하면 늘 이렇게 온몸이 감전된 것 같았다. 그 느낌에 그녀는 늘 반응이 반 박자 늦었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심형진과 함께 있을 때는 이런 적이 없었다. 손깍지를 끼더라도 그저 담담하기만 했고 설레는 마음이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그 생각이 든 그녀는 심형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연석의 손을 얼른 뿌리쳤다.“연석 씨랑 더 이상 할 얘기 없어요. 지난번에 이미 얘기 끝난 거 아닌가요?”그가 그녀의 손을 또 잡아당기려 하자 심형진이 그녀를 자신의 뒤로 잡아당겼다. “이연석 씨, 당신이 바람둥이인 건 잘 알겠는데 그래도 예의는 좀 갖추시죠. 가혜는 지금 내 여자 친구예요. 이렇게 함부로 가혜한테 손을 대면 어떡합니까?”잘생긴 이연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당신이 뭔데요? 내가 왜 그쪽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겁니까?”190cm에 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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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한편, 탈의실에서 나오니 이연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심형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심형진은 그녀를 데리고 친구들을 만났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다만 화장실에 갔는데 누군가 심형진의 앞에서 그녀에 대해 뭐라 하고 있었다. “클럽을 운영하는 여자 친구라... 직업이 조금 그런데. 부모님은 동의하셔?”“그 소식 몰라? 클럽 운영만 하는 게 아니라 한번 이혼한 적이 있는 여자래.”“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아이는 있어?”“글쎄. 그걸 누가 알겠어? 아이를 지웠을 수도 있고 전남편한테 아이를 줬을 수도 있고. 예쁘게 생겼으니까 얼굴 하나 믿고 좋은 남자 만나려고 했을지도 모르지. 근데 짐이 되는 아이를 데리고 있겠어?”참 듣기 거북한 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심형진은 벌써 그들한테 뭐라 했을 거지만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이연석이 정가혜의 손목을 잡은 일에 대해 아직도 신경 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사실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신경 쓰이는 건 이연석의 손길에 그녀가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연히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면 매번 그녀는 핑계를 대며 그를 완곡하게 거절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연석에 대해서는 그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가 침묵하는 동안 옆에 있던 친구들의 웅성거림은 점점 더 커졌다.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한참 동안 망설이던 그녀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다가가 한마디 내뱉었다.“이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어요. 운영하고 있는 클럽은 연 매출이 몇백억이 넘어요. 굳이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날 필요는 없다는 얘기죠.”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제야 정신이 든 심형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잡아당겼다. “미안해. 저들이 상황을 잘 몰라서 헛소리를 한 것뿐이야.”“저 사람들은 모르지만 선배는 알고 있잖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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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골프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려던 이지민 역시 그 광경을 목격하고 이내 이연석의 곁으로 다가갔다.“오빠, 괜찮아?”그가 하얀 손을 내밀었다.“나 좀 부축해 줘.”그의 손을 잡는 순간 이지민은 그가 손이 차갑고 온몸에 힘이 빠져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처진 눈동자는 충격을 받은 듯 빨갛게 달아올랐고 두 눈은 흐릿한 게 빛을 찾을 볼 수가 없었다.“오빠.”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지금 이 순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을 만큼 아파하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예전에 단이수가 다른 여자랑 침대에서 그 짓을 하는 걸 보고 그녀도 이연석과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녀가 단이수를 사랑했던 만큼 오빠도 정가혜라는 여자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가혜는 다른 남자를 선택했다.누구의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가혜가 만난 사람도 그녀와 크게 차이가 없었으니까.다만 오빠는 정말로 정가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죽을 만큼.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걸 목격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고개를 들어보니 창백하게 질린 그의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나 좀 데려가 줘.”힘이 없어서 제대로 걷지조차 못하였다. 그녀가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이지민은 무의식적으로 탈의실 입구에 있는 남녀를 쳐다보았다.두 사람의 키스는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는 그걸 막을 자격조차 없었다. 어서 빨리 이곳을 떠나야만 오빠의 자존심이 덜 상할 것 같았다.그녀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이연석을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키스가 끝나고 고개를 돌리는데 마침 새빨간 눈으로 뒤돌아서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틀거리는 뒷모습을 보며 정가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본 건가? 봤겠지... 그러니까 날 저렇게 증오하는 눈빛으로 보는 게 아닐까?두 사람이 헤어지고 난 뒤, 이연석은 여자 친구를 두 번 사귀었어도 그녀의 앞에서 그 여자들과 키스를 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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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꼼짝없이 갇히게 된 그녀는 화가 나서 그를 째려보았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이연석은 물병을 꺼내 뚜껑을 돌리더니 물로 휴지를 적셨다. 그러고는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몸을 누르고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붉은 입술을 힘껏 닦았다. “깨끗이 닦아요. 그래야 다른 놈 냄새가 안 날 테니까.”“미쳤어요?”그녀는 고개를 돌렸지만 그가 턱을 꽉 잡고는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술에 취한 그의 눈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손에 힘을 잔뜩 주면서 그녀의 입술을 누르고 계속 닦았다.그래야만 심형진이 남긴 흔적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고 미칠 것 같은 그의 기억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깨끗이 닦고 나랑 다시 시작해요.”발버둥 치던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과 눈물이 고인 그의 눈을 어루만졌다.“미안해요. 일부러 당신한테 보여준 거 아니었어요...”진작에 간 줄 알았는데 아직 그곳에 있을 줄이야... 그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 심형진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녀의 손이 뺨에 닿자 그가 머리를 살짝 치켜올렸다.자신의 비굴한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근데 좁은 공간에서 숨길 수가 없었다. “내가 없는 곳에서 자주 했었어요?”자주 했다면 깨끗이 닦아줄 수 있을까?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굳어있던 그의 몸이 조금씩 풀렸다. 그가 억울한 듯 그녀를 덥석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거짓말 아니죠?”“아니에요...”그는 힘껏 그녀를 껴안고는 차가운 얼굴을 그녀의 뺨에 가져다 댔다. “우리 다시 시작해요.”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살짝 돌려 사탕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 같은 그를 바라보았다. “연석 씨, 이미 늦었어요. 벌써 형진 선배의 부모님도 찾아뵈었고 결혼 약속까지 했어요.”오랜만에 그녀가 그의 이름을 이리 다정하게 불렀다. 듣기 좋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다. “내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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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그녀는 피식 웃었다.“바보,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전남편인 강은우를 사랑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이연석을 만나게 되었고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녀조차도 사랑했던 사람이 둘이나 되는데 바람둥이 도련님인 이연석이라면 더 말할 것 없겠지...“변함없는 사랑이라는 걸 난 믿지 않아요. 그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싶어요.”“당신은 쿨하고 구속받지 않는 사람이잖아요. 내가 원하는 결혼 생활을 줄 수 없는 사람이에요.”“다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 두 사람은 또 헤어지게 될 거예요.”“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면서 그렇게 당신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랑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영원히 내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게 해줘요.”두 사람에게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이연석은 그녀에게 잘해주었었다. 안 좋게 헤어지긴 했지만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도 다툼이 생기긴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고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나?그녀와 그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그는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바랐고 그녀는 안정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꿈꾸는 미래를 이연석은 그녀에게 줄 수가 없었다. 바람둥이인 이연석을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평생 바람 한 번 피우지 않고 그녀 하나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한참 뒤, 그가 힘없이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내가 어떻게 해야 날 믿어줄 거예요?”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이리 표현했는데... 사랑한다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왜 안 되는 건지?지금껏 이렇게 힘들어 본 적이 없다.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통이었다. “알아요. 더 이상 나 안 좋아하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날 거절하는 거예요? 나 너무 힘들어요...”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도 심형진과 그녀가 키스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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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그가 그녀의 어깨에서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데 눈빛에 증오가 섞여 있었다. “심형진은 뭐 결혼하고 나서 바람 안 피운다는 보장 있어요?”내가 바람피우는 게 걱정되는 거잖아. 심형진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단 말인가?자신의 미래를 심형진에게 걸면서도 왜 그를 돌아보지 않는 건지?“선배는 그럴 리 없어요.”심형진이 바람을 피운다면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연석이 그러는 건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요? 그 인간도 남자인데.”남자라면 다 그런 것이다. 이연석은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어찌 이 사람에게 미래를 걸 수 있겠는가?자신의 말에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횡설수설 해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는 반면 좋은 남자도 있어요. 앞으로 난 그러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나 믿어줘요.”횡설수설하는 그의 모습에 정가혜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 밤 그녀를 사랑한다고 한 남자는 이미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헛소리 그만해요. 집에 데려다줄게요.”그는 그녀가 꼼짝할 수 없게 그녀를 안고 있었다. 술기운이 몰려와 무거운 머리를 다시 그녀의 어깨 위로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힘껏 문질렀다. “가혜 씨, 가혜 씨...”그는 몇 번이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이름을 한 번 부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이 한 번씩 떨렸다. 아무리 방어막을 친다고 하더라도 그가 계속 이리 애원하면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당신 취했어요. 집에 데려다줄게요.”그녀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그를 달랬다. “싫어요. 당신 집에서 잘 거예요.”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그녀는 노현정을 불러왔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이연석을 위층으로 끌고 갔다. 게스트룸에 그를 눕힌 후, 그녀는 그의 코트와 신발을 벗겨주었고 수건을 가져다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잠시 후, 방 안을 나서려고 하는데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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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교통사고가 났다는 말에 서유는 깜짝 놀라 급히 이승하를 밀어냈다.“어찌 된 일인지 얼른 가봐요.”그가 욕망이 가득한 얼굴로 조금은 귀찮은 내색을 보였다.“심각한 거예요?”무거운 그의 목소리에 주태현은 방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방해를 받은 도련님이 약간 화가 난 모양이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차 앞부분이 박살 났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고요. 상대방이 피투성이가 된 연석 도련님을 병원에 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옷을 주워 입고 나니 서유도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당신은 집에서 푹 쉬고 있어. 내가 처리할 테니까.”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잡고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으며 발걸음을 옮겼다.“같이 가요.”이연석은 그녀를 도와 잠겨 있던 동영상도 열어주었고 이태석의 앞에서 그녀의 편도 들어주었었다. 그러니 그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 모른 척할 수가 있겠는가?계속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더 이상 말리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 차에 탄 후 곧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차가 막 멈추었을 때, 육성재가 한 무리의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경찰을 향해 턱을 치켜들고 있었다.“이 인간 가족들 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병원에 못 가.”육성재는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충돌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다시 앞으로 부딪혀오다니... 하마터면 머리가 찢어질 뻔했다.다행히 뒷좌석에 앉았고 모처럼 안전벨트까지 착용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마 그도 이연석처럼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누워 있었을 것이다.“죽고 싶으면 바다로 뛰어들던가? 내 차로 돌진하면 어떡하냐고? 내가 죽고 싶어 환장한 놈으로 보여?”육성재는 뼈가 부러진 손을 감싸쥐고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멀쩡한 손이 이렇게 부딪혀 부러졌으니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승하의 경호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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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병원으로 옮겨진 이연석은 곧 응급실로 들어갔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날 밤, 병원 응급실 앞에는 고급 차가 하나둘씩 줄지어 나타났다.약 2시간 후, 응급실 문이 열렸고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상황을 묻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 의사의 말로는 바람막이 유리가 깨진 탓에 이마를 다쳤고 피를 많이 흘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다행히 머리와 머리뼈에는 큰 문제가 없고 현재 가장 심각한 것은 척추가 손상된 것인데 한 달 동안 누워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그 말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비가 안 됐으면 됐어. 한 달 누워있는 것쯤이야 뭐. 한 달 동안 병원에서 고생 좀 해야 해. 허구한 날 스포츠카 몰고 나가서 여기저기 부딪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사람들은 이연석에 대해 한소리하면서도 관심 어린 얼굴로 병실을 들어갔다.그들이 떠나자마자 경찰은 이승하를 찾아와 교통사고에 대해 처리했다. 한편, 육성재도 병원으로 옮겨졌고 깁스를 한 그는 모든 비용을 이씨 가문에 낼 것을 요구했고 이씨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 자신을 돌봐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에서는 양쪽에서 합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정에 나섰다. 이연석의 과실이니 이씨 가문에서는 어찌 되었든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이승하는 성품이 온화하고 예의 바른 이동하를 육성재에게 보냈다. 근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사람을 돌려보낼 줄이야? 가문의 권력자인 이승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이윤재를 보냈는데 여전히 육성재에 의해 병실에서 쫓겨났다.합의를 하려면 육성재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에 그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데리고 육성재의 병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이 중에서 하나 골라봐.”병실을 가득 메운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며 육성재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다친 팔뚝도 이제는 덜 아픈 듯했다. 그가 고개를 들고 조롱이 섞인 눈빛으로 이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다가 마지막으로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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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밤새도록 실랑이를 벌이다가 이씨 가문 쪽에는 이연석의 부모님과 이지민만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승하가 모두 돌려보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연석은 병상 옆에 앉아 팔짱을 낀 채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이승하를 발견하게 되었다.“형...”몸을 뒤척이던 그는 자신이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척수를 다쳐서 한동안은 움직일 수 없을 거야.”이연석의 부모님은 그 말을 하면서 그를 째려보았다.“뭐 하러 술은 그렇게 많이 마셨어? 왜 차를 몰고 승하한테 간 건데?”부모님의 말에 그는 그제야 자신이 어젯밤에 교통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뭔가 또 불쾌한 일이 생각난 듯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절망적인 표정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낙담한 모습이었다.대충 짐작이 간 이승하는 이연석의 부모님에게 먼저 돌아가 쉬라고 했다. 가문의 권력자가 그리 말했으니 그의 부모님도 이승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이연석을 향해 몇 마디 당부하고는 병실을 나섰다. 그들이 떠난 뒤, 이승하가 눈을 내리깔고 핏기 하나 없는 이연석을 바라보았다.“왜 두 번씩이나 부딪힌 거야? 죽고 싶었어?”창백한 얼굴에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속페달을 잘못 밟은 거예요.”그 당시에 죽고 싶었던 생각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은 서유를 속일 수는 있었지만 이승하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럼 한밤중에 날 왜 찾아온 거야?”그가 새빨간 눈으로 옆 소파에 앉아 있는 서유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녀에게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길을 잘못 들어선 거예요.”평소 같으면 억울한 심정을 다 털어놓았을 법한데 지금은 대답들이 하나같이 시원치가 않다. “많이 다친 것 같구나.”마음의 상처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 뜻을 알아듣고도 이연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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