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려던 이지민 역시 그 광경을 목격하고 이내 이연석의 곁으로 다가갔다.“오빠, 괜찮아?”그가 하얀 손을 내밀었다.“나 좀 부축해 줘.”그의 손을 잡는 순간 이지민은 그가 손이 차갑고 온몸에 힘이 빠져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처진 눈동자는 충격을 받은 듯 빨갛게 달아올랐고 두 눈은 흐릿한 게 빛을 찾을 볼 수가 없었다.“오빠.”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지금 이 순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을 만큼 아파하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예전에 단이수가 다른 여자랑 침대에서 그 짓을 하는 걸 보고 그녀도 이연석과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녀가 단이수를 사랑했던 만큼 오빠도 정가혜라는 여자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가혜는 다른 남자를 선택했다.누구의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가혜가 만난 사람도 그녀와 크게 차이가 없었으니까.다만 오빠는 정말로 정가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죽을 만큼.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걸 목격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고개를 들어보니 창백하게 질린 그의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나 좀 데려가 줘.”힘이 없어서 제대로 걷지조차 못하였다. 그녀가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이지민은 무의식적으로 탈의실 입구에 있는 남녀를 쳐다보았다.두 사람의 키스는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는 그걸 막을 자격조차 없었다. 어서 빨리 이곳을 떠나야만 오빠의 자존심이 덜 상할 것 같았다.그녀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이연석을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키스가 끝나고 고개를 돌리는데 마침 새빨간 눈으로 뒤돌아서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틀거리는 뒷모습을 보며 정가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본 건가? 봤겠지... 그러니까 날 저렇게 증오하는 눈빛으로 보는 게 아닐까?두 사람이 헤어지고 난 뒤, 이연석은 여자 친구를 두 번 사귀었어도 그녀의 앞에서 그 여자들과 키스를 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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