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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꼼짝없이 갇히게 된 그녀는 화가 나서 그를 째려보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이연석은 물병을 꺼내 뚜껑을 돌리더니 물로 휴지를 적셨다. 그러고는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몸을 누르고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붉은 입술을 힘껏 닦았다.

“깨끗이 닦아요. 그래야 다른 놈 냄새가 안 날 테니까.”

“미쳤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렸지만 그가 턱을 꽉 잡고는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술에 취한 그의 눈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손에 힘을 잔뜩 주면서 그녀의 입술을 누르고 계속 닦았다.

그래야만 심형진이 남긴 흔적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고 미칠 것 같은 그의 기억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깨끗이 닦고 나랑 다시 시작해요.”

발버둥 치던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과 눈물이 고인 그의 눈을 어루만졌다.

“미안해요. 일부러 당신한테 보여준 거 아니었어요...”

진작에 간 줄 알았는데 아직 그곳에 있을 줄이야... 그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 심형진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녀의 손이 뺨에 닿자 그가 머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자신의 비굴한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근데 좁은 공간에서 숨길 수가 없었다.

“내가 없는 곳에서 자주 했었어요?”

자주 했다면 깨끗이 닦아줄 수 있을까?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굳어있던 그의 몸이 조금씩 풀렸다. 그가 억울한 듯 그녀를 덥석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거짓말 아니죠?”

“아니에요...”

그는 힘껏 그녀를 껴안고는 차가운 얼굴을 그녀의 뺨에 가져다 댔다.

“우리 다시 시작해요.”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살짝 돌려 사탕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 같은 그를 바라보았다.

“연석 씨, 이미 늦었어요. 벌써 형진 선배의 부모님도 찾아뵈었고 결혼 약속까지 했어요.”

오랜만에 그녀가 그의 이름을 이리 다정하게 불렀다. 듣기 좋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다.

“내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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