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피식 웃었다.“바보,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전남편인 강은우를 사랑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이연석을 만나게 되었고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녀조차도 사랑했던 사람이 둘이나 되는데 바람둥이 도련님인 이연석이라면 더 말할 것 없겠지...“변함없는 사랑이라는 걸 난 믿지 않아요. 그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싶어요.”“당신은 쿨하고 구속받지 않는 사람이잖아요. 내가 원하는 결혼 생활을 줄 수 없는 사람이에요.”“다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 두 사람은 또 헤어지게 될 거예요.”“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면서 그렇게 당신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랑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영원히 내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게 해줘요.”두 사람에게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이연석은 그녀에게 잘해주었었다. 안 좋게 헤어지긴 했지만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도 다툼이 생기긴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고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나?그녀와 그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그는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바랐고 그녀는 안정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꿈꾸는 미래를 이연석은 그녀에게 줄 수가 없었다. 바람둥이인 이연석을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평생 바람 한 번 피우지 않고 그녀 하나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한참 뒤, 그가 힘없이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내가 어떻게 해야 날 믿어줄 거예요?”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이리 표현했는데... 사랑한다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왜 안 되는 건지?지금껏 이렇게 힘들어 본 적이 없다.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통이었다. “알아요. 더 이상 나 안 좋아하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날 거절하는 거예요? 나 너무 힘들어요...”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도 심형진과 그녀가 키스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그가 그녀의 어깨에서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데 눈빛에 증오가 섞여 있었다. “심형진은 뭐 결혼하고 나서 바람 안 피운다는 보장 있어요?”내가 바람피우는 게 걱정되는 거잖아. 심형진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단 말인가?자신의 미래를 심형진에게 걸면서도 왜 그를 돌아보지 않는 건지?“선배는 그럴 리 없어요.”심형진이 바람을 피운다면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연석이 그러는 건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요? 그 인간도 남자인데.”남자라면 다 그런 것이다. 이연석은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어찌 이 사람에게 미래를 걸 수 있겠는가?자신의 말에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횡설수설 해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는 반면 좋은 남자도 있어요. 앞으로 난 그러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나 믿어줘요.”횡설수설하는 그의 모습에 정가혜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 밤 그녀를 사랑한다고 한 남자는 이미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헛소리 그만해요. 집에 데려다줄게요.”그는 그녀가 꼼짝할 수 없게 그녀를 안고 있었다. 술기운이 몰려와 무거운 머리를 다시 그녀의 어깨 위로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힘껏 문질렀다. “가혜 씨, 가혜 씨...”그는 몇 번이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이름을 한 번 부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이 한 번씩 떨렸다. 아무리 방어막을 친다고 하더라도 그가 계속 이리 애원하면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당신 취했어요. 집에 데려다줄게요.”그녀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그를 달랬다. “싫어요. 당신 집에서 잘 거예요.”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그녀는 노현정을 불러왔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이연석을 위층으로 끌고 갔다. 게스트룸에 그를 눕힌 후, 그녀는 그의 코트와 신발을 벗겨주었고 수건을 가져다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잠시 후, 방 안을 나서려고 하는데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교통사고가 났다는 말에 서유는 깜짝 놀라 급히 이승하를 밀어냈다.“어찌 된 일인지 얼른 가봐요.”그가 욕망이 가득한 얼굴로 조금은 귀찮은 내색을 보였다.“심각한 거예요?”무거운 그의 목소리에 주태현은 방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방해를 받은 도련님이 약간 화가 난 모양이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차 앞부분이 박살 났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고요. 상대방이 피투성이가 된 연석 도련님을 병원에 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옷을 주워 입고 나니 서유도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당신은 집에서 푹 쉬고 있어. 내가 처리할 테니까.”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잡고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으며 발걸음을 옮겼다.“같이 가요.”이연석은 그녀를 도와 잠겨 있던 동영상도 열어주었고 이태석의 앞에서 그녀의 편도 들어주었었다. 그러니 그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 모른 척할 수가 있겠는가?계속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더 이상 말리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 차에 탄 후 곧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차가 막 멈추었을 때, 육성재가 한 무리의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경찰을 향해 턱을 치켜들고 있었다.“이 인간 가족들 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병원에 못 가.”육성재는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충돌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다시 앞으로 부딪혀오다니... 하마터면 머리가 찢어질 뻔했다.다행히 뒷좌석에 앉았고 모처럼 안전벨트까지 착용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마 그도 이연석처럼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누워 있었을 것이다.“죽고 싶으면 바다로 뛰어들던가? 내 차로 돌진하면 어떡하냐고? 내가 죽고 싶어 환장한 놈으로 보여?”육성재는 뼈가 부러진 손을 감싸쥐고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멀쩡한 손이 이렇게 부딪혀 부러졌으니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승하의 경호원들이
병원으로 옮겨진 이연석은 곧 응급실로 들어갔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날 밤, 병원 응급실 앞에는 고급 차가 하나둘씩 줄지어 나타났다.약 2시간 후, 응급실 문이 열렸고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상황을 묻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 의사의 말로는 바람막이 유리가 깨진 탓에 이마를 다쳤고 피를 많이 흘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다행히 머리와 머리뼈에는 큰 문제가 없고 현재 가장 심각한 것은 척추가 손상된 것인데 한 달 동안 누워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그 말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비가 안 됐으면 됐어. 한 달 누워있는 것쯤이야 뭐. 한 달 동안 병원에서 고생 좀 해야 해. 허구한 날 스포츠카 몰고 나가서 여기저기 부딪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사람들은 이연석에 대해 한소리하면서도 관심 어린 얼굴로 병실을 들어갔다.그들이 떠나자마자 경찰은 이승하를 찾아와 교통사고에 대해 처리했다. 한편, 육성재도 병원으로 옮겨졌고 깁스를 한 그는 모든 비용을 이씨 가문에 낼 것을 요구했고 이씨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 자신을 돌봐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에서는 양쪽에서 합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정에 나섰다. 이연석의 과실이니 이씨 가문에서는 어찌 되었든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이승하는 성품이 온화하고 예의 바른 이동하를 육성재에게 보냈다. 근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사람을 돌려보낼 줄이야? 가문의 권력자인 이승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이윤재를 보냈는데 여전히 육성재에 의해 병실에서 쫓겨났다.합의를 하려면 육성재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에 그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데리고 육성재의 병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이 중에서 하나 골라봐.”병실을 가득 메운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며 육성재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다친 팔뚝도 이제는 덜 아픈 듯했다. 그가 고개를 들고 조롱이 섞인 눈빛으로 이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다가 마지막으로 시선이
밤새도록 실랑이를 벌이다가 이씨 가문 쪽에는 이연석의 부모님과 이지민만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승하가 모두 돌려보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연석은 병상 옆에 앉아 팔짱을 낀 채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이승하를 발견하게 되었다.“형...”몸을 뒤척이던 그는 자신이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척수를 다쳐서 한동안은 움직일 수 없을 거야.”이연석의 부모님은 그 말을 하면서 그를 째려보았다.“뭐 하러 술은 그렇게 많이 마셨어? 왜 차를 몰고 승하한테 간 건데?”부모님의 말에 그는 그제야 자신이 어젯밤에 교통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뭔가 또 불쾌한 일이 생각난 듯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절망적인 표정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낙담한 모습이었다.대충 짐작이 간 이승하는 이연석의 부모님에게 먼저 돌아가 쉬라고 했다. 가문의 권력자가 그리 말했으니 그의 부모님도 이승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이연석을 향해 몇 마디 당부하고는 병실을 나섰다. 그들이 떠난 뒤, 이승하가 눈을 내리깔고 핏기 하나 없는 이연석을 바라보았다.“왜 두 번씩이나 부딪힌 거야? 죽고 싶었어?”창백한 얼굴에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속페달을 잘못 밟은 거예요.”그 당시에 죽고 싶었던 생각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은 서유를 속일 수는 있었지만 이승하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럼 한밤중에 날 왜 찾아온 거야?”그가 새빨간 눈으로 옆 소파에 앉아 있는 서유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녀에게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길을 잘못 들어선 거예요.”평소 같으면 억울한 심정을 다 털어놓았을 법한데 지금은 대답들이 하나같이 시원치가 않다. “많이 다친 것 같구나.”마음의 상처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 뜻을 알아듣고도 이연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가혜가 서유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마침 심형진의 팔짱을 끼고 식당에 들어가는 중이었다.이연석이 어젯밤 교통사고를 당해 사람까지 치었다는 소식을 듣자, 그녀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그, 그 사람 괜찮아?”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걸 들은 서유는 정가혜가 여전히 이연석을 꽤 신경 쓰고 있다고 느꼈다.“피를 많이 흘렸어. 꽤 심각해. 네가... 와서 좀 봐줄래?”스피커폰을 켜지 않았지만, 가까이 있던 심형진도 들을 수 있었다.“가서 봐주는 게 어때?”심형진이 자신에게 가보라고 하는 말을 듣고, 정가혜는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봤다.그의 눈에 담긴 대범함을 보고, 정가혜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서유, 병원 주소 좀 보내줘...”주소를 받은 후, 정가혜는 약간 조급한 듯 심형진에게 말했다:“선배, 그럼 제가 먼저 가볼게요. 나중에 돌아와서 같이 식사해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서둘러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고, 심형진에게 함께 가자고 말하는 것도 잊었다.빠르게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형진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한편 이연석 쪽에서는, 단이수가 소식을 듣고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병문안을 갔다.이승하는 병실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 서유를 데리고 먼저 돌아갔다.단이수가 있으니 이지민도 남아있지 않고 당연히 그들과 함께 갔다.이연석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짜증이 나서 죽을 지경이었고, 결국 모두를 내보냈다.병실이 비워진 후, 이연석은 눈을 돌려 침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정가혜는 차를 몰고 빠르게 병원에 도착했고, 거의 뛰는 속도로 이연석의 병실로 달려갔다...유리창을 통해 병상에 누워있는 남자를 보니, 머리에는 붕대가 여러 겹 감겨 있고 얼굴에는 혈색이 하나도 없었다. 이를 본 정가혜의 마음이 조여들었다.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빠르게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갔고, 병실 문을 막 열려던 찰나, 배하린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연석아, 먹고 싶은 거나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안에 있던 이연석이 배하린의 말을 차갑게 정정했다:“우리 이미 헤어졌어. 네가 돌볼 필요 없어.”“하지만 난 너를 챙겨주고 싶어.”배하린이 이연석의 말에 대꾸하자마자 문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누구인가 했더니, 네 옛 애인이 왔네...”이연석은 정가혜가 나타난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녀가 올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만약 그녀 옆에 심형진이 없었다면, 이연석은 정가혜가 자신을 걱정해 병원에 문병 온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심형진과 손을 잡고 나타났다...이연석의 표정이 무척 어두워졌고, 눈빛에서조차 냉기가 느껴졌다.배하린의 어조는 경멸적이었고, 이연석의 눈빛은 불쾌했으며, 정가혜는 매우 난처해했다.하지만 이미 심형진에게 끌려 들어왔으니 뻔뻔스럽게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이, 이연석 씨, 교통사고 당했다고 들어서... 저랑 선배가 병문안 왔어요.”심형진과 함께 그를 보러 왔다고?뭘 보러 온 거지, 그의 꼴사나운 모습이라도?그녀 때문에 반쯤 죽어가는 모습이라도 보러 온 건가?정가혜는 어젯밤에 그의 목숨을 반쯤 앗아갔고, 오늘은 또 약혼자를 데리고 와서 나머지 반을 앗아가려 하는군. 정말 잔인했다.이연석은 가슴 속 가득한 분노를 억누르며 눈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다시 쳐다보고 싶지도 않는 듯했다.그의 냉대는 당연한 것이었고, 정가혜도 자신이 심형진과 함께 이곳에 나타나면 안 됐다고 생각해서 몹시 난처했다.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심형진의 손에서 과일 바구니를 받아 병상 앞으로 걸어가 병상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선배가 과일 사 왔어요. 여기 놓을게요. 몸조리 잘하시고 우린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치고 정가혜가 몸을 돌려 빠르게 병실을 나가려 했을 때, 뒤에서 이연석의 격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당신들이 가져온 과일 몇 개가 부족한 것 같아요?!”이연석은 정가혜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눈에서 불길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가
이때 이연석이 배하린에게 꺼지라고 소리치자 배하린은 그의 소매를 잡고 애교를 부렸다.“봐, 정가혜 씨도 이미 남자 친구를 찾았잖아. 너도 한 여자에게 매달리지 말고 내가 계속 네 곁에 있게 해줘.”이연석이 아픔을 참고 배하린을 밀어내려던 찰나, 심형진이 다시 돌아오는 걸 보고 이미 화가 난 표정이 더욱 분노로 가득 찼다.“왜 또 돌아왔어요?!”심형진은 꽃을 들고 천천히 다가왔다.“당연히 당신 꼴사나운 모습을 보러 왔죠.”그는 손에 든 꽃을 병상 옆 테이블에 놓고 몸을 돌려 이연석을 내려다보았다.“어제 나랑 가혜가 키스하는 걸 보고 화가 나서 교통사고를 당한 거죠?”상대방이 말을 꺼내자 이연석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당신은 상관하지 마요!”심형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더니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손바닥에서 굴렸다.“그래요, 내 일은 아니죠. 다만 당신이 보지 못한 곳에서 나랑 가혜는 이미 여러 번 키스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이연석의 손가락이 차가워졌고, 온몸의 피가 얼음물을 주입한 것처럼 차가워져 몸이 떨렸다.심형진은 그의 감정이 격변하는 것을 느끼고 입꼬리를 더욱 깊게 올렸다.“더... 듣고 싶어요? 우리의 친밀한 스킨십에 대해?”“닥쳐!”이연석이 분노에 차 소리쳤고, 심장 박동수 모니터의 수치가 급격히 올라갔다.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배하린은 정가혜를 매우 싫어했지만, 심형진이 이연석이 다쳤을 때 이런 말을 하는 행위가 품위 없다고 생각해 참지 못하고 말했다.“좀 작작 해요. 나중에 있는 그대로 돌려받지 말게.”심형진은 배하린을 흘긋 보고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방금 주운 사과를 이연석의 손에 쥐어줬다.“참고로 한 가지 더 말해주죠. 가혜는 오늘 오고 싶지 않아 했어요. 내가 억지로 끌고 왔고, 그래서 마지못해 따라온 거예요.”사과를 쥔 이연석의 손이 멈추지 않고 떨렸고, 심형진은 그것을 보고 웃었다.“이연석 씨, 몸조리 잘해요. 나중에 나랑 가혜 결혼식에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