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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친구와 골프 약속이 있었던 심형진은 그녀를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주려고 함께 왔다. 근데 이곳에서 이연석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무의식적으로 그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이연석을 발견하지 못했던 그녀는 그런 그의 행동 때문에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이연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푸른 잔디 필드 안, 흰색 캐주얼 차림에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골프채를 들고 파라솔 아래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

그동안 심형진과 데이트할 때 이연석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두 사람을 피해 다녔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그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이내 시선을 돌렸다.

“옷 갈아입으러 가요.”

심형진을 데리고 탈의실로 가려는데 하필 그쪽으로 가려면 이연석을 지나쳐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심형진을 끌고 이연석을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도 그가 모른 척할 줄 알았는데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 얘기 좀 해요.”

따뜻한 손길이 전해지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이연석의 손길이 스치기만 하면 늘 이렇게 온몸이 감전된 것 같았다.

그 느낌에 그녀는 늘 반응이 반 박자 늦었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심형진과 함께 있을 때는 이런 적이 없었다.

손깍지를 끼더라도 그저 담담하기만 했고 설레는 마음이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그 생각이 든 그녀는 심형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연석의 손을 얼른 뿌리쳤다.

“연석 씨랑 더 이상 할 얘기 없어요. 지난번에 이미 얘기 끝난 거 아닌가요?”

그가 그녀의 손을 또 잡아당기려 하자 심형진이 그녀를 자신의 뒤로 잡아당겼다.

“이연석 씨, 당신이 바람둥이인 건 잘 알겠는데 그래도 예의는 좀 갖추시죠. 가혜는 지금 내 여자 친구예요. 이렇게 함부로 가혜한테 손을 대면 어떡합니까?”

잘생긴 이연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당신이 뭔데요? 내가 왜 그쪽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겁니까?”

190cm에 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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