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70화

밤새도록 실랑이를 벌이다가 이씨 가문 쪽에는 이연석의 부모님과 이지민만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승하가 모두 돌려보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연석은 병상 옆에 앉아 팔짱을 낀 채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이승하를 발견하게 되었다.

“형...”

몸을 뒤척이던 그는 자신이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척수를 다쳐서 한동안은 움직일 수 없을 거야.”

이연석의 부모님은 그 말을 하면서 그를 째려보았다.

“뭐 하러 술은 그렇게 많이 마셨어? 왜 차를 몰고 승하한테 간 건데?”

부모님의 말에 그는 그제야 자신이 어젯밤에 교통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뭔가 또 불쾌한 일이 생각난 듯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절망적인 표정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낙담한 모습이었다.

대충 짐작이 간 이승하는 이연석의 부모님에게 먼저 돌아가 쉬라고 했다.

가문의 권력자가 그리 말했으니 그의 부모님도 이승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이연석을 향해 몇 마디 당부하고는 병실을 나섰다.

그들이 떠난 뒤, 이승하가 눈을 내리깔고 핏기 하나 없는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왜 두 번씩이나 부딪힌 거야? 죽고 싶었어?”

창백한 얼굴에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잘못 밟은 거예요.”

그 당시에 죽고 싶었던 생각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은 서유를 속일 수는 있었지만 이승하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럼 한밤중에 날 왜 찾아온 거야?”

그가 새빨간 눈으로 옆 소파에 앉아 있는 서유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에게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잘못 들어선 거예요.”

평소 같으면 억울한 심정을 다 털어놓았을 법한데 지금은 대답들이 하나같이 시원치가 않다.

“많이 다친 것 같구나.”

마음의 상처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 뜻을 알아듣고도 이연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