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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내가 너무 비열하다고 생각하면 나랑 헤어져도 돼. 난 아무 말 안 할 거야. 다만...”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다시 한번 정가혜의 손을 꼭 잡아 자신의 손바닥 안에 넣고 단단히 쥐었다.

“난 고등학교 때부터 널 짝사랑해 왔어. 너에 대한 내 마음은 진심이고, 한 번도 변한 적 없어. 이연석 씨 때문이 아니었다면 나도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 거야...”

그는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또한 자신의 속셈을 밝히고 이연석에 대한 원망도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이제 그는 물러서는 듯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제 내 손을 놓을지 말지, 모든 건 네 선택에 달려 있어.”

정가혜는 심형진의 맑고 투명한 눈을 바라보며 잠시 멍해졌다.

“난...”

“네가 이연석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아. 내 손을 놓고 그 사람을 선택한다면 나도 할 말 없어.”

이연석을 더 좋아한다...

그래, 그녀는 이연석을 잊지 못하면서 심형진과 사귀고 있었다. 이건 심형진에게 공평하지 않았고, 그래서 좋은 선배가 그녀 때문에 이연석을 자극하려고 못된 말을 한 것도 이해할 만했다.

이 모든 게 사실 그녀의 잘못이었다...

“선배, 내가 잘못했어요. 그 사람과 깨끗이 정리하지 않고 이러다 보니 선배까지 이런 못된 짓을 하게 만들었네요. 저는...”

“이제 내 손을 놓으려고 하는 거지?”

심형진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점점 더 쓰라려 보였다. 그는 이미 그녀에게 버림받을 준비를 한 듯했지만,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넌 이연석 씨랑 행복하게 지내.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그는 말을 마치고 정가혜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살짝 갖다 댄 뒤 아픔을 참으며 그녀의 손을 놓았다...

심형진은 정가혜가 끝내 자신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 것을 보고 눈 밑으로 실망감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잘 지내. 난... 먼저 가볼게.”

그가 일어설 때 실수로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혔고, 한 손으로 허벅지를 문지르며 황급히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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