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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여러 겹의 붕대로 손등을 감은 심형진이 원장실 문을 열자 검은 정장 차림의 이승하가 보였다.

그 남자는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키가 크고 곧은 체격에 두 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살짝 기울어진 옆모습은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한 비율이었다.

흠 없이 아름다운 용모, 깊고 입체적인 이목구비, 그림 같은 얼굴... 이 모든 게 한 얼굴에 존재하는 걸 보면 신의 총애를 받은 사람 같았다.

게다가 이런 사람이 몸가짐 하나하나에서 고귀하고 우아한 기품을 풍기니, 그 기품은 이연석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것 같았다.

심형진은 이승하를 보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이연석 앞에서 열등감을 느꼈다면, 이승하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을.

“왜 당신을 불렀는지 알아요?”

차가운 목소리, 냉담한 기운, 압도적인 압박감이 심형진을 숨 막히게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이승하와 눈을 마주쳤는데, 별처럼 광활한 그 눈에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심형진은 그 남자의 차가운 시선 아래에서 압박감을 견디며 주먹을 꽉 쥐고 걸음을 옮겨 이승하 앞으로 갔다.

“대표님이 저를 부르신 건 이연석 씨를 위해 복수하려는 건가요?”

이승하의 길고 짙은 속눈썹 아래의 시선에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기세가 있었다.

“복수라고 하기엔 그렇고, 그저 심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싶어서요. 연석이를 모함한 이 일을 어떻게 정산할 건가요?”

이승하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날카로운 눈빛은 강렬한 공격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통찰력 있는 눈과 오래 마주칠 수 없어서 심형진은 몇 초 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이 정도 작은 일에도 대표님이 직접 나서셔야 하나요?”

심형진은 속으로는 불안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정가혜의 남자 친구라서 이연석에게 어떻게 해도 이승하가 손을 대지 않을 거라고.

그가 서유의 체면을 봐서 정가혜에게도 약간의 체면을 주고, 그래서 자신에게 관대할 거라고 생각해 감히 말로 도발했다.

이승하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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