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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듯 그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이승하를 맞섰다.

“그처럼 대단한 집안 배경도 없고 모든 걸 해결해 주는 형도 없으니 당연히 못 할 수밖에요.”

이승하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연석이는 이런 수작 안 부려도 정가혜 씨의 연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말을 하면서 그가 거즈를 감고 있는 심형진의 손을 쳐다보았다.

이연석처럼 자신도 사고를 당했다고 꾸민 일을 이승하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 그 순간,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벌거벗은 사람처럼 한 치의 숨김도 없이 그에게 속마음을 다 들키고 말았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승하가 싸늘한 눈빛을 보이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랑 연석이가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알아요? 연석이는 이런 수작까지 부리면서 정가혜 씨를 빼앗을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그랬다면 당신은 그를 이길 수 없었을 거예요.”

사람을 깔보는 그의 말이 듣기 참 거북했다.

가시처럼 가슴 깊숙이 박혔고 그의 가장 은밀한 마음을 들춰버렸다.

그걸 그가 어찌 모르겠나? 이연석은 바람둥이지만 늘 당당하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와 같은 사람이 무엇을 얻으려면 뭐든지 방법을 써야만 했다.

이게 잘못된 걸까?

“당신이 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연석이었다면 그는 분명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본성이다.

그가 바람둥이라고 해도 좋고 정가혜에게 매달린 것도 잘못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작을 부린 심형진에 비하면 그는 잘못한 게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심형진은 고개를 숙였다. 뭔가 찔리는 게 있다는 뜻이었다.

이승하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앞에서는 비밀이 다 들통나게 될 테니까.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승하를 반박하며 자존심을 되찾으려 하였다.

“대표님 동생이니 당연히 이연석 씨의 편을 들겠죠 .”

“그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정하는 그 모습에 심형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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