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간 그는 밤새 잠을 설쳤다. 주서희가 쓸데없는 참견을 해서 그녀가 자신에게 이별 통보를 한 거라고 생각하고는 주서희를 원망했다. 다음 날, 기운 없이 차를 몰고 병원에 도착해 사무실에 들어서니 윤주원이 자료 뭉치를 들고 기뻐하며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심 선생님, 제가 개발한 약제가 성공했습니다.”그 말에 밤새도록 끼어있던 먹구름이 갑자기 걷혔다. 그가 급히 손을 뻗어 윤주원이 건네준 자료를 받았다. “전 세계에서 유명한 전문가들이 내린 찬사 아닌가요?”“그러니까요. 우리 병원도 함께 표창을 줄 겁니다.”감격한 심형진은 자료를 쥐고 있는 손을 벌벌 떨었다. “그럼 이 약으로 노벨 의학상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윤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수롭지 않은 척 손을 저었다.“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이 약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겁니다.”의사로서 사람을 살리는 것이지 가장 근본적인 의무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명예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심형진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을 살리는 것과 개인의 명예 모두 다 중요한 겁니다.”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히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뭐라 할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자료를 들고 기뻐하며 뒤적거리는데 주임교수가 들어와 윤주원의 어깨를 툭 쳤다.“윤 선생, 대단해. 이번 노벨 의학상은 윤 선생이 받게 될 거야.”윤주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이게 다 팀원들 덕분입니다. 심 선생님도 많이 도와줬고요.”주임교수는 심형진을 힐끗 쳐다보며 웃었다.“심 선생은 옆에서 도와준 것뿐이고 정말 상을 받게 된다면 윤 선생이 직접 가서 상을 받아야지.”말을 마친 주임교수는 앞으로 다가가 심형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심 선생, 자네도 훌륭해. 멀지 않아 자네도 윤 선생처럼 큰 성과를 이뤄낼 거야.”자료를 쥐고 있던 심형진의 손에 한껏 힘이 들어갔지만
한 무리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세면대로 향하더니 장갑을 벗고 비누로 손을 씻고 살균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윤 선생님도 정말 재수가 없어요. 심 선생님 도와서 수술 맡으신 거잖아요. 근데 사고가 났으니 이 책임을 누가 져요?”“누구겠어요? 당연히 윤 선생님이 책임을 져야죠.”“그렇긴 하지만 심 선생님에게도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가요?”수간호사가 말을 하는 의사를 힐끗 쳐다보았다.“지금은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유족들이 하나같이 윤 선생님이 일부러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죠.”손을 씻고 있던 의사는 동작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수간호사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수간호사는 사방을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의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죽은 환자분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 전문가잖아요. 전에 윤 선생님께 진찰을 받으셨는데 두 분 사이의 의견이 좀 달랐다고 해요. 진료실에서 언쟁이 있었고 환자분이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에요. 진료실을 나서며 윤 선생님한테 돌팔이 의사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하던데요.”의사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환자분과 윤 선생님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네요. 유족들이 윤 선생님이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고소할만 하네요.”옆에서 듣고 있던 한 의사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윤 선생님은 그렇게 속 좁은 분 아니에요. 어떻게 그런 사소한 일로 환자를 살해하겠어요? 어쩌면 벌써 그 일을 잊어버렸을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았다면 심 선생님이 수술을 부탁했을 때 분명 거절했을 거예요. 그런 환자의 수술까지 맡지는 않았겠죠...”세면대 머리맡에 있던 의사가 고개를 돌리고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유족들이 잡아떼는 한 윤 선생님은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수 없을 겁니다.”“병원에서는 뭐라고 해요?”“아직 회의 중이에요. 어떻게 해결할지는 잘 모르겠어요.”방금 윤주원과 죽은 환자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의사가 다
병원 회의실에서 주서희가 수술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심문하고 있었다. 그 결과 만장일치로 의사의 실수로 사고가 났다고 했다. 심형진이 일부러 환자의 병세를 숨겼다고 의심한 그녀는 직접 환자의 의료 차트를 확인해 보았다. 근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그녀는 또 CCTV 영상을 가져와 수술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심형진은 그 자리에서 윤주원에게 큰 혈관을 다치지 못하게 하였고 부검 결과 환자의 사인은 큰 혈관을 보수하는 과정에 실수로 죽었다고 했다. 증거가 없으니 아무리 의심스러워도 심형진에게 직접 떠넘길 수는 없었다.그녀는 먼저 나서서 의료분쟁을 해결하고 유족들에게 거액의 비용을 배상한 뒤 윤주원을 해고하고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윤주원이 연구 개발한 약에 대해서 사망한 환자의 학생들이 하나같이 병원으로 달려와 그 일에 개입하였고 윤주원이 연구 개발로 다시 의학계에 발을 붙이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말이 학생이지 사실은 모두 세계 각지의 의료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사람들은 윤주원이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그의 품행에 문제가 있으니 노벨 의학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만약 그에게 상을 받으라고 한다면 그들은 여러 병원 그리고 의학계 관계자들과 연합하여 병원을 공격하고 상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주서희는 그 영광을 포기하더라도 약을 연구 개발한 윤주원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의 다른 사람들은 이 연구는 병원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고 병원 측에서 윤주원에게 연구를 맡긴 것뿐, 윤주원은 그저 개발팀의 주요 인원일 뿐이니 그 공로를 온전히 윤주원이 차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상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며 이건 병원의 영예라고 했다. 이 약으로 인해 병원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짙은 영향력과 호소력을 얻을 수 있기 위해 병원 측에서는 연구 개발을 도왔던 심형진이 윤주원을 대신해 이 논문을 완성할 것을 제안했다. 윤주원이 노력한 성과
서로를 한참 바라보던 두 사람, 얼마 후 윤주원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알아요. 당신은 내가 상을 받기를 원한다는 걸. 이 영광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사실 난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환자들이 내가 개발한 약을 사용하여 완쾌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해요.”“하지만...”주서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윤주원이 웃으며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그거 알아요? 나 약을 개발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이번에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다음번에는 꼭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의학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한...”오후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회의실로 비스듬히 들어와 윤주원의 몸을 비추자 은은한 금빛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눈이 부셨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주서희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주원 씨가 다른 분야의 약도 연구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난 믿어. 하지만 당신의 명성은...”그녀의 안타까운 심정을 윤주원은 느낄 수 있었다.“서희 씨가 날 믿어주기만 하면 돼요. 명성은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꼬리 같은 거에요. 난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잠시 후, 윤주원은 주서희와 또 상의를 했다.“의료 시스템이 매우 복잡해요. 관련된 사람도 많고 이익도 얽히고설켜 있죠. 이 대표님 끌어들이지 말아요. 나 때문에 환자분의 제자와도 맞서지 말고요.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의사 면허증까지 취소될까 봐 두려워요. 그것만은 남겨두고 싶어요. 제약 회사에 가서 연구개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외과수술보다는 약 개발에 몰두하는 게 나한테는 더 적합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요.”사실 주서희는 그가 외과수술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당분간은 윤주원이 억울함을 당해야 할 것 같다.“주원 씨, 걱정하지 마. 반드시 증거를 찾아 당신의 결백을 증명할 거니까. 다시 이 병원으로 당당하게 돌아오게 할 거야.”윤주원은 미소를 지
일 처리를 마친 후 이승하는 이연석의 부모에 의해 애경 병원으로 불려 갔다.이연석이 교통사고를 내서 육성재에게 골절상을 입힌 일 때문에 이연석의 부모는 합의에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육성재는 가시가 돋친 사람처럼 그들이 어떻게 타협을 하든 절대 합의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이연석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한편, 이승하가 사람들을 데리고 육성재의 병실로 들어갔을 때, 그는 침대에 앉아 택이와 육성아 그리고 김선우와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택이는 보스가 들어온 것을 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건넸고 육성재는 침대에 기대어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이 대표가 이곳까지 다 납시고.”육성재의 비아냥거림을 참으며 택이는 모른 척 뒤통수를 긁적거렸다.“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한번 확인해 볼까요?”창문을 여는 택이를 향해 육성재는 눈을 흘겼고 그 눈빛에 택이는 쭈뼛쭈뼛 다시 자리에 앉았다.택이가 놀라는 것을 보고 육성아가 육성재를 사납게 쳐다보았다.“오빠, 우리 택이 씨 그렇게 노려보지 마. 내 마음이 아프단 말이야.”말을 마친 그녀가 택이의 팔짱을 끼고 그를 달래주었다.“우리 오빠 원래 저런 성격이야. 신경 쓰지 마.”택이는 그녀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걱정하지 마, 자기야. 마음에 두지 않을 테니까.”이내 두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뽀뽀를 했다. 그 모습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너무 꼴불견이어서 참을 수 없었던 육성재가 크게 소리쳤다.“그만해 좀!”그제야 택이와 육성아는 서로를 놓아주었고 얌전히 옆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카드 게임을 하면서 웃고 떠들었다....잠시 후, 육성재가 이승하를 쳐다보며 물었다.“여긴 왜 온 거야?” 택이에게서 시선을 거둔 이승하가 육성재를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정신과 의사한테 쟤들 상담 좀 부탁하지 그래?”멀쩡하던 사람이 여자 친구를 사귀고 나니 갑자기 확 바뀌었다. 정신
병실 안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3-5명의 눈길이 병상에 누워있는 육성재에게 쏟아졌다.불륜은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육 대표님이 이런 지경까지 내몰리다니.육성재는 심장이 잠깐 뛰었지만, 금세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했다. “내가 눈이 먼 것도 아니고.”그는 이승하의 차가운 시선을 흘긋 보았는데 그 눈빛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마치 서유가 무서운 짐승이라도 된 것처럼.이승하는 육성재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을 읽으려고 했다.“그래서 왜 굳이 서유한테 당신을 돌보게 했어?”육성재는 태연히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세웠다. “내 외조부 댁이 서유 어머니한테 빚진 게 있어. 가족들 대신해 갚고 싶어서 부른 거야. 그리고 관계를 돈독히 하고 보상해주고 싶었지.”이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 한번 이승하를 흘끗 쳐다보았다. 무엇을 숨기려는 건지, 아니면 그를 안심시키고 싶어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비록 후에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어쨌든 김씨 가문에서 자랐으니 내겐 사촌 동생이나 다름없어.”이승하의 차가운 눈동자는 육성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그의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듯했다.육성재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응시했다. 비록 심장이 쿵쾅거려 두려웠지만, 감히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잠시 후, 이승하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서유에게 이상한 생각이 없길 바래. 아니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테니까.”이승하의 눈동자에서 의구심이 사라지자, 육성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왜 안도의 숨을 쉬었는지는 육성재 본인조차 잘 몰랐다.그는 서유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그녀의 얼굴을 기억했을 뿐인데 왜 이승하 앞에서 죄인처럼 행동했을까?이런 감정이 육성재를 괴롭혔다. “넌 네 아내를 보물처럼 여겨지겠지만, 누구나 서유한테 눈독을 들이지는 않을 거야.”이승하가 길쭉한 손가락으로 소매를 털며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도 내 아내만 못해. 넌 부러워하기나 해.”이 말에 육성재
이 무렵 이승하는 JS 그룹의 공무를 처리하느라 분주했고, 집에는 서유만 있었다.서유는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는데, 주태현이 이연석의 부모가 왔다고 말하자 급히 펜을 내려놓았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그녀는 이연석의 부모와 자신 사이에 별 관련이 없는데 왜 갑자기 찾아왔을지 궁금했다.유나희는 출신이 좋고 배경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름답고 우아하며 지적인 품격을 지닌 재벌 부인이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우아하고 품위 있었으며, 말투 또한 부드러웠고 결코 거만하지 않았다.서유를 보자 유나희는 미소를 머금고 서유가 예쁘다며 옷차림새도 품격 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는 블루리도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도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하며, 자신 동생의 별장 인테리어 설계 의뢰를 부탁했다.서유는 유나희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 같다는 걸 알아차렸다. “사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동생 분의 별장 인테리어 설계를 맡을게요. 하지만 숙모께서 저를 찾아오신 건 그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부탁하실 일이 있으세요?”“그래. 부탁할게 있어.” 유나희가 몹시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성재한테 좀 사정할 수 있니?”이 말을 듣고 서유가 잠시 멍해졌다. “저는 육성재 씨랑 친분이 깊지 않아서 사정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그녀가 자연스럽게 거절하자, 유나희가 일어나 서유 곁에 앉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두드렸다.“나도 네가 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김씨 집안이 네 어머니한테 잘 못해준 것 때문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너한테 보살펴달라고 했대. 이 일로 가깝게 지내려고. 혹시 네가 사정해 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찾아왔어.”유나희의 말을 듣고 나니 서유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육성재가 서유의 신분을 흘린 일이 있었는데, 이씨 가문 식구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비밀로 해왔다. 서유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서유는 결혼해서 이씨 가문
육성재와 남주혁이 있는 방 문 밖에서 서유와 이지민이 우연히 그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두 사람은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육성재가 이를 눈치채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들이 자신의 하반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도 무의식중에 고개를 숙였다.그때 남주혁이 힘겹게 지퍼를 올리고 있었다.“도련님, 이런 건 환자복을 입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하니 불편하시잖아요...”‘이런 건’, ‘불편하다’...서유와 이지민은 이 단어들에 주목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육성재가 두 사람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왜 그런 눈으로 봐?”이지민이 아무 말 없이 서유를 끌고 돌아섰다.“죄송합니다. 방해했네요. 계속하세요.”“잠깐만!”육성재가 남주혁을 밀치며 두 사람을 쫓아갔다. 그는 깁스한 오른손과 열린 바지 지퍼를 가리키며 말했다.“손을 다쳐서 불편해서 남주혁에게 도와달라고 한 거야.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야!”서유와 이지민이 또다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네, 알겠습니다.”“뭘 알겠다는 거야?!”육성재가 초조해졌다.“손을 다쳐서 그냥 도움을 요청한 것뿐이라고.”서유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분이 먼저 도와드리고 저희는 나중에 다시 올게요.”“안 돼!”육성재가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막아섰다.“내 성향은 정상이야. 그러니 오해하지 마.”말을 마치고 그는 이상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왜 하필 그녀에게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유도 그의 성향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당신 성향이 어떻든 제 관심사가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육성재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난 떳떳하니까.”서유는 대답하지 않고 눈썹을 살짝 들어올리며 달콤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육성재의 심장이 또 한 번 쿵 하고 뛰더니 이어서 쿵쾅거렸다.그는 영문을 모른 채 손을 들어 가슴을 눌러보았다. 손가락 끝으로 누르자 심장 박동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