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재와 남주혁이 있는 방 문 밖에서 서유와 이지민이 우연히 그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두 사람은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육성재가 이를 눈치채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들이 자신의 하반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도 무의식중에 고개를 숙였다.그때 남주혁이 힘겹게 지퍼를 올리고 있었다.“도련님, 이런 건 환자복을 입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하니 불편하시잖아요...”‘이런 건’, ‘불편하다’...서유와 이지민은 이 단어들에 주목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육성재가 두 사람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왜 그런 눈으로 봐?”이지민이 아무 말 없이 서유를 끌고 돌아섰다.“죄송합니다. 방해했네요. 계속하세요.”“잠깐만!”육성재가 남주혁을 밀치며 두 사람을 쫓아갔다. 그는 깁스한 오른손과 열린 바지 지퍼를 가리키며 말했다.“손을 다쳐서 불편해서 남주혁에게 도와달라고 한 거야.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야!”서유와 이지민이 또다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네, 알겠습니다.”“뭘 알겠다는 거야?!”육성재가 초조해졌다.“손을 다쳐서 그냥 도움을 요청한 것뿐이라고.”서유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분이 먼저 도와드리고 저희는 나중에 다시 올게요.”“안 돼!”육성재가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막아섰다.“내 성향은 정상이야. 그러니 오해하지 마.”말을 마치고 그는 이상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왜 하필 그녀에게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유도 그의 성향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당신 성향이 어떻든 제 관심사가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육성재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난 떳떳하니까.”서유는 대답하지 않고 눈썹을 살짝 들어올리며 달콤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육성재의 심장이 또 한 번 쿵 하고 뛰더니 이어서 쿵쾅거렸다.그는 영문을 모른 채 손을 들어 가슴을 눌러보았다. 손가락 끝으로 누르자 심장 박동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는
육성재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갈았다.“다들 이연석 얘기만 하니까 정말 짜증 나네.”“내가 이연석을 용서해 달라고 했잖아요. 다른 건 안 되겠어요?”짜증 가득한 표정이었던 육성재의 눈빛이 이 말에 조금 누그러졌다.“진짜로 날 돌봐주겠다는 거야?”서유가 대답하기 전에 이지민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새언니, 오빠 때문에 희생하지 마요.”“괜찮아요.”서유가 이지민의 손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당신 어머니도 김씨 집안 분이셨고, 저도 김씨 집안에서 자랐으니 우리 사이엔 인연이 있는 셈이죠. 그래서 저도 당신을 오빠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동생이 오빠를 돌보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다만...”서유가 잠시 머뭇거리다 미소 지었다.“제가 오빠의 동생이고, 이연석은 제 남편의 동생이니까 간접적으로 오빠랑 인척관계인 셈이에요. 이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도련님을 용서해 주셨으면 해요.”육성재가 멀리 있는 서유를 흘깃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간접적으로 이연석이 내 동생이 되는 거네?”이승하가 육성재의 사촌 형이니 이연석도 그의 동생이나 마찬가지였다.서유는 천진한 표정을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오빠, 그러니까 도련님을 용서해 줘요. 제가 오빠를 돌볼게요.”부드럽고 맑은 목소리에 육성재의 분노가 점차 가라앉는 듯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서유를 바라보았다.신기하게도 이승하의 아내가 꽤 예뻐보였다. 이 생각이 들자마자 육성재는 깜짝 놀랐다.‘머리가 어떻게 망가진 게 아니야?’“돌봐주기 싫다면서? 나랑 어떻게 해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아니에요. 오빠가 저한테 돌봐달라고 했으니, 이 기회에 더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어요.”잠시 침묵하던 육성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내 말은 이연석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하지만 사실은 확실히...”“내가 이것 때문에 이연석을 봐줄 거라고 생각해?”정말이지, 육성재는 성격이 참 안 좋았다. 그녀가 판 덫을 돌아서 지나가다니.“그래요, 내가 돌봐줄게요. 근데 사촌오빠,
육성재가 남주혁을 노려보더니 시선을 돌려 서유를 향해 손짓했다.“너, 와봐.”잠깐 망설이던 서유가 그 앞으로 다가갔다.육성재가 깁스를 한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너무 오래 감싸고 있어서 피부가 좀 가려워. 좀 긁어줘.”서유가 그를 꾸짖었다. “저한테 멀리 떨어지라고 하지 않으셨나요?”육성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때 이야기고, 이제는 네가 날 돌봐준다고 했잖아. 어떻게 멀리할 수 있겠어?”정말 머리는 안 좋은데 참 예쁘게 생겼다.이런 사람을 이승하가 선택했다니 그 안목이 의심스러웠다.서유는 그의 눈빛에서 명백한 경멸감을 느꼈지만 상관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의 소파에 앉았다.“여기, 손을 내주세요.”이지민이 육성재의 표정 변화를 살펴보더니 그가 서유에게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혹시 그녀에 대한 마음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하지만 곧 그의 행동을 보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만약 그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새언니를 싫어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돌봐달라고 한 것은 아마도 오빠를 모욕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게다가 육성재의 성적 취향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아직 모르는 일이니, 마음을 놓고 조용히 옆에 있기로 했다. 그녀가 있는 한 아무도 새언니에 대해 험담하지 못할 테니까.서유는 육성재를 몇 초간 쳐다본 후 눈동자를 살짝 굴리더니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위치를 골라 육성재 옆 소파에 앉았다.“성재 씨, 오른손 좀 주세요.”육성재는 이승하의 아내가 자신의 말을 순순히 따르는 것을 보고 매우 기분이 좋아져 석고를 한 팔을 서둘러 그녀에게 내밀었다.따뜻한 손끝이 석고 위의 소매를 만졌을 때, 육성재의 몸이 점점 굳어지고 심장이 제어할 수 없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놀라 깊은 눈동자를 들어 서유를 바라보았다...흠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 우유처럼 부드러운 피부, 눈썹과 눈이 휘어진 얼굴, 정교하고 귀여운 이목구비.얼굴 전체의 모든 부분, 모든 곳, 하나하
서유와 이지민은 육성재의 성향에 대해 잠깐 이야기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유나희 쪽에서는 이지민이 돌아가자마자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유나희는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들고 다시 블루리도로 갔다. 서유는 거절하기 어려워 선물을 받았고, 답례로 직원을 보내 유나희 집에 선물을 보냈다. 이렇게 왕래하면서 서유와 이연석 부모의 관계도 가까워졌다.다만 이승하는 약간 불편한 모양이었다. 서재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그가 핸드폰도 보지 않고 책도 보지 않고 그냥 자신만 쳐다보고 있자 서유는 물었다.“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려요?”이승하가 긴 다리를 꼬며 말했다. “무슨 생각이야?”그의 정장 차림에 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대앉은 모습이 대단한 대인배 같았다.서유가 턱을 괴며 그의 잘생긴 얼굴을 감상했다.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화난 것 같네요.”이승하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다고?”‘아, 이제 비꼬기 시작했네.’서유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모르겠다니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죠.”이승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유 앞으로 다가와 책상 위에 손을 짚으며 몸을 숙였다.“내 아내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서유가 맑은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왜 내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했어요?”이승하가 그녀의 말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책상을 돌아 서유 쪽으로 다가와 그녀를 안았다.“그럼 욕실에 가서 교훈을 주겠어.”당연히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던 서유는 순순히 따랐다.“욕실에 가서 누가 누구를 교훈 줄지 모르겠어요.”이승하가 걸음을 멈추고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당신 말대로 하죠.서유가 교만하게 턱을 치켜세웠다. “기분 좋은 대로 하시죠.”이승하가 웃음을 터뜨리며 서유를 안고 욕실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음 소리가 욕실에서 들려왔고, 이는 10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아침 무렵 이승하의 차
소수빈과 허 의사의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심형진에 대한 조사도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승하의 특별 보좌관이 결혼한다니 규모가 제법 컸다. 해천 호텔 정문엔 고급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A시의 유력 인사들뿐만 아니라 수도에서 이씨와 거래하는 이들까지 모두 찾아왔다. 소수빈은 호텔 전체를 대관했고, 청첩장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하객들이 자리할 수 있게 했다.소수빈은 소준섭의 계모가 낳은 아들이었다. 소씨 가문에서도 사람이 왔는데, 바로 소준섭이었다. 그는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주서희를 발견하고 복도 끝으로 몰아갔다. 검은 정장 차림의 그는 고고한 자태와 냉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굳게 다문 입술에선 냉혹함이 묻어났다.“법원 소환장을 받았어. 꽤나 대담하군. 감히 나를 고소하다니.”그의 하얀 손가락이 주서희의 뺨을 스치자 그녀는 차갑게 피했다.“고소하려는 참에 성희롱까지 하시겠다고요? 죄목 하나 더 추가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시나 봐요.”소준섭은 웃었는데, 그의 우아하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는 마치 밝은 조명 같았다. 눈부시면서도 사람을 찌르는 듯했다.“주서희, 우리 사이를 생각하면 너희가 이길 수 없어. 내가 기분이 좋을 때 소송을 취하해. 그렇지 않으면...”소준섭은 주서희을 벽으로 밀어붙이고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 위를 짚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깊이 입을 맞췄다. 처음엔 살짝 스치는 정도였지만, 그녀의 맛을 보자 소준섭은 마음을 바꿨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꼭 껴안았다.“주서희, 너무 보고 싶었어.”그가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주서희은 그를 밀쳐냈다. “꺼져요!”하지만 소준섭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손목에 가져다 댔다. “만져봐. 여기 상처들, 다 너 때문에 생긴 거야.”주서희는 손목에 가득한 상처들을 만졌다. 일부는 아물었고, 일부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정맥과 동맥 주변으로 얽혀 있었다.의사인 주서희는 이게 자해로 인한 상처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녀는 얼굴을
서유는 이승하의 팔짱을 끼고 결혼식장에 들어서다 안에서 나오는 소준섭과 마주쳤다. 양측 모두 발걸음을 멈추었고, 소준섭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서유 씨, 오랜만이군요.”그는 이승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서유에게만 인사를 건넸다. 그의 눈빛에는 경멸과 멸시가 가득했다.서유는 대답하지 않고 이승하를 끌고 돌아가려 했지만, 소준섭이 두 사람이 움직이려는 순간 갑자기 조롱의 웃음을 터뜨렸다.“서유 씨, 지난번에 뵈었을 때보다 훨씬 혈색이 좋아 보이네요. 결혼 생활이 꽤나 행복한 모양이군요.”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무시하기엔 너무 참는 것 같았다.“제가 행복한지 아닌지는 소 선생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소준섭은 입꼬리를 올리며 경멸적인 미소를 지었다.“그렇죠, 저와는 상관없죠. 다만 우연히 알게 된 건데, 당신의 행복은 어떤 이가 목숨을 걸고 포기한 덕분이라는 거죠.”서유가 잡고 있던 이승하의 손등이 갑자기 굳어졌고, 그녀의 안색도 불편해졌다.팔짱을 끼고 있던 남자는 이를 눈치채고 잠시 망설이다 곧바로 몸을 돌려 차갑게 소준섭을 노려보았다.“이런 말들을 송사월이 하라고 한 건가요?”“흥.”소준섭이 냉소를 지었다.“사월인 당신들의 행복을 빌기로 했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하라고 하겠습니까?”검은 양복 차림의 이승하가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깊고 차가운 눈빛 속에는 신성불가침의 기세가 숨겨져 있었다.“그 사람이 말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의 이름을 빌려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를 위해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건가요, 아니면 그 사람 마음이 좁다고 선전하려는 건가요?”차분한 반문에 소준섭은 순간 당황했다. 자신의 행동이 그들을 자극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품격 있는 친구의 명성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소준섭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난 그저 김시후가 살아도 죽은 것만 같아 보여서 참을 수 없었을 뿐이에요. 그래서 몇 마디 비꼬았을 뿐, 김시후와는 관계없어요.”이승하가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뭔가 들은 듯 두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서유의 동그란 볼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제발 입 좀 다물어요...”그녀는 그의 얇은 입술을 가리며 소리쳤다. “예전엔 말도 별로 안 하더니, 왜 이렇게 수다스러워진 거예요?”이승하가 입을 열어 대답하려 하자 그녀가 다시 막아섰다. “그만 좀 말해요. 입 다물어요!”두 부부가 장난치며 떠들고 있을 때, 소수빈이 신부를 맞이해 호텔에 도착했고 하객들도 자리에 앉았다.사회자가 단상에 올라 축하 인사를 전한 뒤 본격적으로 신랑 신부를 무대로 초대했다.조명이 신부에게 비춰지자 부드러운 빛이 퍼져 허 의사가 마치 선녀가 내려온 듯 아름다워 보였다.그녀는 레드 카펫 끝에 서서 미소 띤 눈으로 단정하고 우아하게 잘생기고 멋진 신랑이 그녀를 맞이하기를 기다렸다...장미를 든 소수빈은 검은 연미복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겨 맑고 넓은 이마를 드러냈다. 그는 활기차게 허 의사에게 다가갔다.그는 꽃을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건넨 뒤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고 장중한 결혼 행진곡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레드 카펫을 지나 무대로 향했다.무수한 화려한 조명이 하객들을 비추다 이 신랑 신부에게 집중되었고, 그들이 반지를 교환하고 서약하고 키스하고 샴페인을 따르는 모습을 따라다녔다.곧이어 소수빈의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와 신부의 친구들을 놀렸다.그중에서 택이와 소지섭이 가장 신나게 떠들었다...둘은 신이 나서 무대 아래로 내려와 이승하를 무대로 끌어올려 공연하게 하려 했다.이승하가 차갑고 서늘한 눈빛으로 한 번 쓱 보내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그만두었다.서유 옆에 앉아 있던 심이준은 무대 위를 보고 흥분한 듯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올라갈까요...”심이준이 소수빈을 몇 번 골탕먹인 적이 있다는 걸 아는 소지섭이 말했다. “당신이 올라가면 소수빈이 주먹으로 한 방에 무대에서 떨어뜨릴 텐데 무섭지 않아요?”심이준은 억지로 친절해 보이려는 미소를 지
정가혜가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심형진이 그녀를 보고 즉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가혜야, 여기야.”위풍당당한 그의 모습을 보자 정가혜는 약간 겁이 났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미 들어왔으니 어쨌든 용기를 내야 했다.그녀는 손바닥을 꽉 쥐고 심형진에게 다가갔다. 그제야 안쪽에 앉아 있는 중년 부부가 보였다.남자는 단정한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당당한 체구와 훌륭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심형진과 닮은 점이 있었다.여자는 우아하고 단아한 자태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으며, 품위 있고 친절해 보였다.두 사람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가혜 양, 어서 들어와 앉으세요.”그들은 꽤 친절했다. 정가혜에게 자리를 권하고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으며 직접 주문하라고 했다. 심형진은 바쁘게 서빙 직원을 불렀다.세 사람의 친절한 태도에 정가혜의 긴장된 마음이 서서히 풀어졌다. 그녀는 음료를 주문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심형진의 아버지는 말이 많지 않았고, 주로 심형진의 어머니인 정선월이 질문을 많이 했다. “가혜 양, 우리 형진이랑 얼마나 사귀었나요?”정가혜는 정성스럽게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는 심형진을 힐끗 보며 대답했다. “따져보면 두 달 조금 넘었네요. 그리 오래 사귄 건 아니에요...”정선월은 우아하고 온화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오래 사귀진 않았지만, 형진이 말로는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더군요. 학창 시절의 사랑은 꽤 로맨틱하죠...”심형진이 스테이크를 다 자르고 정가혜의 접시에 올려주자 정가혜는 ‘고마워요’라고 말한 뒤 입꼬리를 올리며 정선월에게 대답했다. “그 일은 저도 두 달 전 선 자리에서 선배를 만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학교 다닐 때는 전혀 몰랐거든요.”정선월의 우아한 표정이 살짝 변하자 심형진이 급히 말을 이었다.“그건 제가 혼자 좋아한 거예요. 가혜는 그때 아마 저같은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을 거예요.”정선월이 웃으며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