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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대문을 들어서니 그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뭔가 큰 잘못이라도 한 듯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였다.

“가혜야, 주 원장이 오늘 있은 일에 대해 다 얘기했어?”

그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먼저 입을 열었다.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심형진을 향해 걸어갔다.

“왜 기다리고 있었어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예요?”

그녀는 그의 변명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변명도 없이 한마디만 했다.

“주 원장이 한 말이 다 사실이야. 내가 송사월 씨를 이용해 이 대표님을 조롱했어.”

그 말에 그녀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 대표님이 선배를 찾아간 건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일에 끼어들려고 한 게 아니에요. 동생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화가 난 탓에 응급실까지 가게 되었으니 선배한테 따지려 했던 것이겠죠. 그저 선배한테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었을 거예요. 근데 어떻게 사월이를 이용해 이 대표님을 반격할 수 있어요?”

“먼저 널 귀찮게 한 건 이연석이었어.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그 사람이라고. 이 대표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사과를 강요하는 건데?”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래요. 선배 말처럼 이연석 씨가 먼저 잘못한 거예요. 근데 좀 더 당당할 수는 없었던 거예요? 이 대표님이 선배한테 해결 방법을 내놓으라고 할 때, 이연석 씨가 먼저 선배한테 사과하길 바란다고는 할 수 있었잖아요. 이 대표님은 사리가 밝은 사람이라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을 거예요.”

“설사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체면을 봐서 동의했을 거예요. 근데 사월이를 이용해 이 대표님을 도발해요? 그런다고 이 대표님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생이 억울한 일을 당한 데 대해서 다시는 언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세 사람의 과거를 들먹거려요?”

그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도덕적으로 권세를 누리고 있는 그들을 질책하고 싶었으니까.

침묵하는 그를 보며 그녀도 감정을 추스르고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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