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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한편, 세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심형진은 이연석을 찾아가 사과를 전했다.

병상에 누워 있던 이연석은 심형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난번처럼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연석이 흥분하면서 손찌검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근데 이렇게 담담하게 행동하는 걸 보면 정가혜와 얘기가 잘 끝났고 이미 체념한 것 같았다.

그가 이연석의 앞으로 다가가 미안하다고 한마디 내뱉었다.

무엇 때문에 사과를 하는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이연석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가 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눈망울로 담담하게 심형진을 흘겨보았다.

“내가 만약 당신이라면 다리가 부서지는 한이 있다고 하더라고 나한테 사과를 하러 오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저지른 일을 뭐 하러 사과까지... 남들이 얕잡아 보기만 할 뿐인데.

“강자의 앞에서는 일단 고개를 숙여야 하는 법이죠. 난 당신이 아니에요.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나면 뒤처리 해주는 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심형진의 말에 이연석은 차갑게 웃었다.

“가혜 씨 남자 친구잖아요. 당신이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이 당신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 점은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심형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연석의 말이 맞았다. 정가혜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승하가 그를 어찌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한테 바라는 건 사과일 뿐.

그러나 그 당시 이승하가 대표 이사의 신분을 가지고 동생을 대신해 복수하러 온 걸 보고 부럽고 질투나는 마음에 그는 귀신에 홀린 듯 송사월을 이용해 이승하를 도발하고 비꼬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송사월을 언급하지 않고 이연석이 정가혜를 귀찮게 한 일을 가지고 계속 물고 늘어졌더라면 이승하가 그에게 사과를 강요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비꼬는 이연석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고 모든 것이 이연석의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연석이 아니었다면 그가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테고 정가혜의 앞에서 불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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