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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심형진은 해외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병원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평소에 동료나 환자에게는 늘 신사적이었고 말투도 부드러웠고 한 번도 까칠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사적으로 사람이 이리 다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심형진이 이연석을 상대한 방법이 크게 잘못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떳떳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고 이승하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그가 회피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이승하를 설득하기 위해 변명을 늘어놓았으니까.

결국 그의 핑계는 정가혜였고 두 번씩이나 그녀를 방패막이 삼았다. 남자 친구로서 자신이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여자 친구를 앞세우다니.

정가혜의 체면을 봐서라도 자신을 놓아줄 것을 바랐지만 정가혜의 체면을 누가 세워주는 건지는 잘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사람이 서유라는 걸 왜 모를까? 서유가 아니었다면 이씨 가문의 사람을 괴롭히고도 간단히 사과로만 끝날 일이었을까?

그러나 심형진은 송사월을 들먹였다. 사실 송사월에 대해 말하는 건 괜찮았다. 다만 그들 사이에 있던 지난 일에 그 당사자가 서유인데 어찌 자신의 말이 서유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건지?

주서희의 이런 생각을 정가혜도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서유야. 선배가 이 대표님을 조롱하기 위해 사월이까지 이용할 줄은 몰랐어. 이럴 줄 알았더라면 선배를 데리고 사월이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었는데.”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송사월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심형진을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한번 결혼에 실패했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사월이도 서유를 내려놓고 우울증에서 점차 벗어날 줄 알았다. 그리고 그한테 심형진이라는 사람을 매형이라고 소개해 주고 싶었다. 근데 심형진이 이승하를 상대하는 무기로 그를 이용할 줄이야...

송사월에 대해 서유는 여전히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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