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84화

이에 좀 익숙하지 않은 이승하는 아내의 당부를 떠올리고 얇은 입술을 살짝 열어 담담히 입을 열었다.

“연석아, 그냥 잠시 만나게 놔두면 어때? 뭐가 달라지겠어?”

“...”

눈앞의 사람이 자기 둘째 형이 아니었다면 이연석은 벌써 욕설을 퍼부었을 거야.

“형, 위로를 못 하겠으면 그냥 조용히 나랑 좀 앉아 있어 줘.”

이승하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하더니 좋은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한 듯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이승하는 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한동안 만나다 보면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헤어질 거야.”

“...”

“그때 가서 네가 정가혜 씨를 다시 찾아가는 게 지금 붙잡고 있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거야.”

“...”

“형, 제발 그만해...”

이승하가 한 말은 확실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사실이었다.

그는 사정을 알고 나서 언젠가는 심형진이 정가혜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사람의 품성은 뼛속까지 박혀 있어서 아무리 바꾸려 해도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이연석이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이승하는 병상 옆 탁자에 놓인 젤리를 보고 하나를 꺼내 이연석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어떤 것들은 네가 잡으려 할수록 더 잡기 힘들어져. 차라리 놓아주면 저절로 돌아올 거야.”

이연석은 눈을 내리깔고 그 주황색 젤리를 바라보며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형, 내가 그 사람이랑 헤어진 후 계속 화해하길 바랐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 이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이연석은 손안의 젤리를 꽉 쥐며 점점 차분해지는 표정을 지었다.

“정가혜는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을 거야.”

이승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턱을 괴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연석은 젤리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이승하에게 물었다.

“형,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이승하는 눈을 살짝 깜빡이며 세상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맑은 눈빛으로 대답했다.

“잘못했지.”

이연석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