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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이연석의 점점 붉어지는 눈을 바라보며 정가혜는 자기도 모르게 손바닥을 꽉 쥐었다.

“선배는 원칙적인 잘못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헤어질 이유가 없죠. 하지만 당신의 결백도 밝혀야 해서 사과하러 온 거예요.”

이연석은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꼈다. 사탕 하나로 그의 마음이 풀렸다.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녀를 용서했는데, 정가혜가 그에게 가져다준 건 이런 거였다니?!

“원칙적인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헤어지지 않는다고? 설마 심형진이 당신 전남편처럼 바람을 피워야 헤어질 거예요?”

“그렇다면 정가혜 씨, 당신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거예요. 결국 버림받게 될 텐데, 그건 당신이 자초한 일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요!”

이연석의 말은 매우 듣기 거북했다.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정가혜의 마음을 때리자 그녀의 눈빛에서 색채가 빠져나갔다.

“설령 결국 버림받게 된다 해도 그건 내 일이에요. 당신과는 상관없어요...”

이연석은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

“나랑 상관없다고? 좋아요, 그럼 심형진한테나 가봐요. 여기 앉아서 뭐 하는 거예요?!”

온몸에 가시가 돋친 이연석을 바라보며 정가혜는 다시 한번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여기 앉아 있는 건 당신에게 우리 앞으로 만나지 말자고 하려고예요. 선배가 신경 쓰면 좋지 않은 일을 저지르니까요. 당신을 위해서 오늘 만난 후엔 서로의 세계에서 사라지는 게 좋겠어요...”

“흥, 나를 위해서라고...”

정가혜에게 극도로 실망한 이연석은 냉소를 멈출 수 없었다.

“난 어제 이미 당신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완전히 끊고 싶다는 뜻을 충분히 분명히 했는데, 굳이 여기 와서 또 말할 필요 없어요!”

말을 마치고 이연석은 다시 강제로 손을 들어 젤리 봉지들을 집어 정가혜에게 던졌다.

“사탕 가져가요. 돌아가서 당신 선배한테나 먹여요. 난 필요 없으니까!”

온몸에 사탕을 맞은 정가혜는 이연석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예전에 사귈 때처럼, 그가 짜증을 내면 그녀는 조용히 몸을 숙여 그가 바닥에 던진 사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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