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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1화

정가혜는 신호등을 기다리다 길가의 상점을 보고 이연석이 귤맛 젤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던 걸 떠올렸다.

그때 정가혜는 그의 품에 안겨 왜 이런 여자애들이나 좋아할 법한 걸 좋아하냐고 물었었다.

그는 정가혜가 그를 치어 골절상을 입힌 그날 밤, 이 젤리 덕분에 고통을 견뎌냈다고 했다. 먹을 때마다 그녀가 생각난다고.

정가혜는 상점을 응시하다 잠시 망설이다 차를 세우고 들어가 한참을 찾아 귤맛 젤리를 겨우 찾아냈다.

그녀는 젤리를 아주 많이 사서 들고 병원에 가서 익숙한 길을 따라 이연석의 병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이연석의 친구들이었고, 떠들썩하게 이연석을 웃게 하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병상의 사람은 계속 별 반응이 없다가 인파 사이로 그녀를 보고서야 표정이 살짝 변했다.

단이수가 그녀가 온 걸 보고 재빨리 핑계를 대고 친구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들이 나가자 병실엔 정가혜와 이연석만 남았다.

이연석은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곧바로 눈을 감았다.

정가혜는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다가가 아까 단이수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이연석 씨, 당신이 날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안심해요. 이번 일 이후로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이불 속의 손이 살짝 꽉 쥐어졌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풀어졌다.

“무슨 일로 왔어요?”

그가 차분히 입을 열자 정가혜의 눈에 미안한 기색이 스쳤다.

“선배가 당신을 모함한 일, 알게 됐어요. 미안해요, 당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해서.”

정가혜의 이 뒤늦은 사과에 이연석의 코끝이 시큰거렸다.

속으로는 억울해 죽겠는데 괜찮은 척 꾹 참고 있었다.

이 이틀을 그렇게 버텨왔는데, 누가 알겠는가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지만 정가혜의 한마디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해서'에 그의 마음속 괴로움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 심형진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요?”

그가 정가혜를 노려보았다. 마음속 억울함이 전부 원망 어린 눈빛에 담겼다.

정가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더 말하지 않은 채 손에 든 젤리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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