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석의 점점 붉어지는 눈을 바라보며 정가혜는 자기도 모르게 손바닥을 꽉 쥐었다.“선배는 원칙적인 잘못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헤어질 이유가 없죠. 하지만 당신의 결백도 밝혀야 해서 사과하러 온 거예요.”이연석은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꼈다. 사탕 하나로 그의 마음이 풀렸다.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녀를 용서했는데, 정가혜가 그에게 가져다준 건 이런 거였다니?!“원칙적인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헤어지지 않는다고? 설마 심형진이 당신 전남편처럼 바람을 피워야 헤어질 거예요?”“그렇다면 정가혜 씨, 당신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거예요. 결국 버림받게 될 텐데, 그건 당신이 자초한 일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요!”이연석의 말은 매우 듣기 거북했다.그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정가혜의 마음을 때리자 그녀의 눈빛에서 색채가 빠져나갔다.“설령 결국 버림받게 된다 해도 그건 내 일이에요. 당신과는 상관없어요...”이연석은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나랑 상관없다고? 좋아요, 그럼 심형진한테나 가봐요. 여기 앉아서 뭐 하는 거예요?!”온몸에 가시가 돋친 이연석을 바라보며 정가혜는 다시 한번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여기 앉아 있는 건 당신에게 우리 앞으로 만나지 말자고 하려고예요. 선배가 신경 쓰면 좋지 않은 일을 저지르니까요. 당신을 위해서 오늘 만난 후엔 서로의 세계에서 사라지는 게 좋겠어요...”“흥, 나를 위해서라고...”정가혜에게 극도로 실망한 이연석은 냉소를 멈출 수 없었다.“난 어제 이미 당신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완전히 끊고 싶다는 뜻을 충분히 분명히 했는데, 굳이 여기 와서 또 말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치고 이연석은 다시 강제로 손을 들어 젤리 봉지들을 집어 정가혜에게 던졌다.“사탕 가져가요. 돌아가서 당신 선배한테나 먹여요. 난 필요 없으니까!”온몸에 사탕을 맞은 정가혜는 이연석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예전에 사귈 때처럼, 그가 짜증을 내면 그녀는 조용히 몸을 숙여 그가 바닥에 던진 사탕을
그녀는 손을 들어 이연석의 등을 살짝 토닥였다. 마치 예전에 그가 위로를 구할 때 그녀가 참을성 있게 달래주던 것처럼 말이다. “연석 씨, 잘 지내요...” 온 힘을 다해 그녀를 껴안아도 이연석은 그녀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두려워하며 팔에 힘을 주어 정가혜를 꽉 껴안았다. “당신이 오늘도 돌아오지 않으면 난 당신을 미워할 거야...” 그는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를 미워한다 해도 어디까지 미워할 수 있겠는가?정가혜는 그의 등을 따라 쓰다듬더니 뒤통수의 짙은 머리카락을 만졌다. “이젠 돌이킬 수 없어요...” 그녀를 꽉 붙잡으면 그녀가 떠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결국 그녀는 떠나려 하고 있다.이연석은 천천히 정가혜를 놓았다. 그의 눈에는 사랑했지만 얻지 못한 후의 피곤함이 서려 있었다. “확실히 결심한 거예요?” 몸을 일으킨 정가혜는 병상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원래 단호한 편이었다. 무언가를 결심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았다. 이연석은 그런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결연한 정가혜를 바라보며 이연석의 지친 눈에 점점 붉은 기가 돌았다... “그럼 가요.” 그는 병상에 쓰러지듯 누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창백하지만 여전히 수려한 옆모습을 응시하며, 정가혜는 마음속으로 5년간의 흐릿하고 험난했던 감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연석 씨, 안녕.” 발걸음 소리가 멀어진 후, 이연석은 붉게 물든 눈동자를 돌려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주먹을 꽉 쥐었다.“오늘 이 문을 나가면 우리는 영원히 가능성이 없어질 거예요!” 이것은 그가 주는 마지막 기회이자 최후통첩이었다. 이걸 놓치면 끝이다.정가혜의 발걸음은 한참 동안 멈췄다가 결국 발을 떼어 병실을 빠르게 뛰쳐나갔다. “정가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연석은 몸을 일으켜 그녀를 쫓으려 했지만, 척추 때문에 아파서 움직일 수 없었다. “정가혜...” 그는
이에 좀 익숙하지 않은 이승하는 아내의 당부를 떠올리고 얇은 입술을 살짝 열어 담담히 입을 열었다.“연석아, 그냥 잠시 만나게 놔두면 어때? 뭐가 달라지겠어?”“...”눈앞의 사람이 자기 둘째 형이 아니었다면 이연석은 벌써 욕설을 퍼부었을 거야.“형, 위로를 못 하겠으면 그냥 조용히 나랑 좀 앉아 있어 줘.”이승하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하더니 좋은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한 듯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이승하는 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한동안 만나다 보면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헤어질 거야.”“...”“그때 가서 네가 정가혜 씨를 다시 찾아가는 게 지금 붙잡고 있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거야.”“...”“형, 제발 그만해...”이승하가 한 말은 확실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사실이었다.그는 사정을 알고 나서 언젠가는 심형진이 정가혜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거라고 생각했다.결국 사람의 품성은 뼛속까지 박혀 있어서 아무리 바꾸려 해도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이연석이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이승하는 병상 옆 탁자에 놓인 젤리를 보고 하나를 꺼내 이연석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어떤 것들은 네가 잡으려 할수록 더 잡기 힘들어져. 차라리 놓아주면 저절로 돌아올 거야.”이연석은 눈을 내리깔고 그 주황색 젤리를 바라보며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형, 내가 그 사람이랑 헤어진 후 계속 화해하길 바랐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 이게 무슨 뜻인 줄 알아?”이연석은 손안의 젤리를 꽉 쥐며 점점 차분해지는 표정을 지었다.“정가혜는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을 거야.”이승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턱을 괴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이연석은 젤리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이승하에게 물었다.“형,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이승하는 눈을 살짝 깜빡이며 세상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맑은 눈빛으로 대답했다.“잘못했지.”이연석
여러 겹의 붕대로 손등을 감은 심형진이 원장실 문을 열자 검은 정장 차림의 이승하가 보였다.그 남자는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키가 크고 곧은 체격에 두 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살짝 기울어진 옆모습은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한 비율이었다.흠 없이 아름다운 용모, 깊고 입체적인 이목구비, 그림 같은 얼굴... 이 모든 게 한 얼굴에 존재하는 걸 보면 신의 총애를 받은 사람 같았다.게다가 이런 사람이 몸가짐 하나하나에서 고귀하고 우아한 기품을 풍기니, 그 기품은 이연석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것 같았다.심형진은 이승하를 보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이연석 앞에서 열등감을 느꼈다면, 이승하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을.“왜 당신을 불렀는지 알아요?”차가운 목소리, 냉담한 기운, 압도적인 압박감이 심형진을 숨 막히게 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이승하와 눈을 마주쳤는데, 별처럼 광활한 그 눈에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알고 있습니다.”심형진은 그 남자의 차가운 시선 아래에서 압박감을 견디며 주먹을 꽉 쥐고 걸음을 옮겨 이승하 앞으로 갔다.“대표님이 저를 부르신 건 이연석 씨를 위해 복수하려는 건가요?”이승하의 길고 짙은 속눈썹 아래의 시선에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기세가 있었다.“복수라고 하기엔 그렇고, 그저 심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싶어서요. 연석이를 모함한 이 일을 어떻게 정산할 건가요?”이승하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날카로운 눈빛은 강렬한 공격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렇게 통찰력 있는 눈과 오래 마주칠 수 없어서 심형진은 몇 초 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 정도 작은 일에도 대표님이 직접 나서셔야 하나요?”심형진은 속으로는 불안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정가혜의 남자 친구라서 이연석에게 어떻게 해도 이승하가 손을 대지 않을 거라고.그가 서유의 체면을 봐서 정가혜에게도 약간의 체면을 주고, 그래서 자신에게 관대할 거라고 생각해 감히 말로 도발했다.이승하는 마
예전 같았으면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을 테지만 서유가 옆에 있어서 지금은 훨씬 평온해 보였다. “그 누구도 송사월이 될 수는 없습니다.” 송사월은 이연석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와 서유가 결혼까지 한 이상 다시 그들 앞에 나타나 서유를 귀찮게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대표님께서도 이연석 씨의 행동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심형진은 문제의 포인트를 잘 집어냈다. 그의 물음에 주서희와 소수빈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연석이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요.”원하는 대답을 들은 심형진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대표님께서도 이연석 씨한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시면서 왜 절 괴롭히는 겁니까?”“연석이를 억울하게 만든 그 일에 대해 따지는 겁니다. 제대로 구분했으면 좋겠습니다.”심형진과 정가혜의 일에 대해 관여할 생각은 없다. 다만 심형진이 수작을 부려 이연석이 억울함을 당하게 된 일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생각이다. 그러나 심형진은 서로 다른 두 일을 자꾸만 한데 섞어서 말을 하고 있다. “대표님, 제가 이연석 씨한테 누명을 씌운 이유는 이연석 씨가 계속 가혜를 찾아와 재결합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계속 저와 가혜 곁에서 맴돌고 있겠죠. 이유도 없이 그런 게 아니니 그 결과는 이연석 씨가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요?”그 말에 이승하는 정가혜가 왜 심형진을 용서하기로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말솜씨가 아주 대단하네요. 의사만 하기에는 아까운 말솜씨인데.”그는 누군가 그의 사적인 행동을 의사라는 직업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표님, 의사는 저한테 꿈입니다. 장난치지 마십시오.”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을 하고 있는 심형진이었지만 마치 이승하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해서 그에게 반격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의 직업에 대해 비웃은 건 전혀 아니었다. 단지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그리고 지내다 보니
다른 사람이라면 심형진에게 말려들었을 것이고 심지어 그가 옳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것이 이연석의 잘못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정가혜가 아니라 이성적이고 냉정하기 짝이 없는 이승하였다.“할 말은 다 했으니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5분 시간을 줄 테니까 잘 생각해 봐요.”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장을 봐야겠다는 뜻이었고 심형진이 아무리 변명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화가 치밀어오른 심형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표님께서도 그 당시 송 대표님한테서 서유 씨를 빼앗아 오지 않았던가요?”한 번만 언급했더라면 의도치 않고 한 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두 번 말하는 걸 보면 이건 분명 그를 향한 도발이었다.그 말은 이연석의 억울함을 넘어 이승하의 인성마저 조롱한 것이었다.심형진과 정가혜를 소개해 준 사람으로서 주서희는 무의식적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이승하가 화를 내기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심 선생, 말조심해요.”심형진에게 빨리 사과하라는 뜻이었지만 그는 못 알아듣는 척하며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문 채 이승하와 맞섰다. “송 대표님과 서유 씨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죽마고우인 두 사람은 대표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다정한 연인사이었다고 하던데. 왜 대표님과 결혼하게 된 걸까요?”“심 선생, 자세한 속사정도 모르면서 대표님과 송사월 씨의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화가 난 주서희는 병원 원장으로서 심형진을 경고했고 더 이상 이승하를 향해 공공연히 시비를 걸지 말라고 했다. 그제야 고개를 들던 심형진은 음험하고 차가운 눈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 순간 자신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더는 돌이킬 수가 없었다. “빼앗은 적이 있었죠.”그가 손을 뻗어 자신의 뺨이라도 한 대 때리거나 발을 걷어차며 울분을 풀 줄 알았는데 그가 갑자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심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계속해서 반격할 힘이 솟아났다. “대표님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듯 그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이승하를 맞섰다. “그처럼 대단한 집안 배경도 없고 모든 걸 해결해 주는 형도 없으니 당연히 못 할 수밖에요.”이승하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리고 연석이는 이런 수작 안 부려도 정가혜 씨의 연민을 얻을 수 있습니다.”말을 하면서 그가 거즈를 감고 있는 심형진의 손을 쳐다보았다. 이연석처럼 자신도 사고를 당했다고 꾸민 일을 이승하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 그 순간,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벌거벗은 사람처럼 한 치의 숨김도 없이 그에게 속마음을 다 들키고 말았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승하가 싸늘한 눈빛을 보이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랑 연석이가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알아요? 연석이는 이런 수작까지 부리면서 정가혜 씨를 빼앗을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그랬다면 당신은 그를 이길 수 없었을 거예요.”사람을 깔보는 그의 말이 듣기 참 거북했다. 가시처럼 가슴 깊숙이 박혔고 그의 가장 은밀한 마음을 들춰버렸다. 그걸 그가 어찌 모르겠나? 이연석은 바람둥이지만 늘 당당하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와 같은 사람이 무엇을 얻으려면 뭐든지 방법을 써야만 했다.이게 잘못된 걸까?“당신이 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연석이었다면 그는 분명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가장 큰 차이점은 본성이다. 그가 바람둥이라고 해도 좋고 정가혜에게 매달린 것도 잘못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작을 부린 심형진에 비하면 그는 잘못한 게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심형진은 고개를 숙였다. 뭔가 찔리는 게 있다는 뜻이었다.이승하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앞에서는 비밀이 다 들통나게 될 테니까.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승하를 반박하며 자존심을 되찾으려 하였다. “대표님 동생이니 당연히 이연석 씨의 편을 들겠죠 .”“그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정하는 그 모습에 심형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연석의 일을 처리한 뒤 또다시 말길을 돌리는 걸 보면 분명 그에게 이 일을 따지려는 것이었다. 그가 몸을 돌려 이승하를 쳐다보았고 매처럼 날카로운 눈을 마주한 순간 몸이 살짝 떨렸다.“두 분 사이의 일은 전 잘 모릅니다.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대표님께서 잘 알고 계시면 되는 일이지요.”“그런가요?”서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에게서 한기가 뿜어져 나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 정가혜 씨가 심 선생을 데리고 부산으로 가서 송사월을 만났다고 하던데요?”무슨 의도로 묻는 건지 잘 알지 못했던 그는 함부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가혜 씨한테 송사월은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당신을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갔다는 건 송사월이 당신을 인정해 주길 바라서였겠죠. 송사월이 당신을 만나보고 마음 놓고 자신을 당신한테 맡길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리 내 아내와 송사월에 대해 막말을 하는 겁니까? 송사월한테 사과해야 할 것 같은데...”“전 두 사람에 관해 함부로 말한 적 없습니다. 단지 대표님께서 강제로 서유 씨를 빼앗은 걸 비꼬았을 뿐이죠.”급히 변명을 하던 그가 결국은 이승하에게 꼬투리를 잡히고 말았다. “그러니까 날 조롱한 건 사과 안 해도 된다 뜻인가요?”결국은 송사월을 빌미로 그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닌가?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이승하가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서 김시후에 관한 자료를 찾아 사진을 클릭하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핸드폰 거치대에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뻗어 핸드폰 화면을 살짝 두드렸다.“송사월은 여기 있으니까 미안하다고 무릎 꿇고 사과해요. 그럼 이 일은 없던 일로 하죠.”옆에 서 있던 소수빈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건 송사월한테 고개 숙여 사과하라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것이잖아.어찌 됐든 사진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송사월이 아니라 대표님이니까.소수빈의 웃음소리를 듣고 심형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