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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손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정가혜는 천천히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심형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고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신사적이고 우아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정가혜는 심형진이 이렇게 초라해진 것이 모두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선배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몇 가지 계략을 썼다.

방금 전의 물러섬도 포함해서 말이다.

정가혜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솔직하게 이유를 털어놓았다.

이연석이 계속 그녀에게 매달리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심형진의 손등에서의 피가 정가혜의 손 위로 떨어졌다. 정가혜는 한참을 망설이다 다시 손을 들어 그의 지혈을 계속했다.

“부모님과 만날 날짜 정해놨어요?”

정가혜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자 심형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했어. 다음 달에 부모님이 귀국하실 거야.”

말을 마친 뒤 심형진이 덧붙였다.

“걱정 마. 내가 돌아간 다음 전화해서 오지 말라고 할게.”

정가혜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

“이미 정해놨으면 바꾸지 마요.”

심형진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나랑 헤어지지 않기로 한 거야?”

정가혜도 아주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

그녀는 시작한 일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형진도 원칙적인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었다.

단지 이연석의 존재를 경계해서 좀 비겁한 짓을 한 것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심형진을 버리는 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심형진은 그녀가 헤어지지 않겠다고 하자 너무 기뻐서 손등의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가혜를 와락 끌어안았다.

“오늘 이후로 너랑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어...”

그는 턱을 정가혜의 어깨에 기대고 무척 소중히 여기는 듯 진심을 담아 말했다.

“가혜야, 날 용서해 줘서 고마워...”

정가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였다.

“선배, 일단 구급차부터 타요.”

심형진을 병원으로 데려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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