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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배하린이 지금 병실에 없어서 이연석만 혼자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연석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의 눈빛을 보고 정가혜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더 이상 그녀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문가에 서서 이연석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원래는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어보러 왔지만, 이연석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걱정의 말을 건넸다.

병상의 사람은 그녀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녀와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그녀를 보고 싶지 않은 듯 눈을 감아버렸다.

그가 이러니 정가혜도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병상 앞에 서서 한동안 어색하게 있다가 이를 악물고 그에게 물었다.

“여기에 온 이유는 왜 선배를 때렸는지 물어보고 싶어서예요.”

이 질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연석의 우울한 마음에 또 한 방 먹인 셈이었다.

“어떻게, 내가 심형진을 때렸다고 당신이 그 사람 대신 따지러 온 거예요?”

“따지러 온 게 아니라 연석 씨가...”

“내가 완치한 다음 그 사람 때릴까 봐 걱정되는 거예요?”

이연석이 차갑게 정가혜를 노려보았다.

“안심해요. 완치하면 반드시 그 자식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니까!”

그는 어릴 때부터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정가혜가 아무리 그를 감싸도 심형진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연석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정가혜는 속으로 떨었다.

“이연석 씨,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요.”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하든 말든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이연석이 눈을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나가요.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요.”

정가혜의 가슴이 둔하게 아파왔지만, 이연석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 모아뒀던 용기가 모두 사그라들었다.

이미 그를 그렇게 냉정하게 거절했고, 게다가 그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오게 된 것도 자신 때문인데, 이제 와서 그를 걱정하는 척하는 게 오히려 가식적으로 보일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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