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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안에 있던 이연석이 배하린의 말을 차갑게 정정했다:

“우리 이미 헤어졌어. 네가 돌볼 필요 없어.”

“하지만 난 너를 챙겨주고 싶어.”

배하린이 이연석의 말에 대꾸하자마자 문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인가 했더니, 네 옛 애인이 왔네...”

이연석은 정가혜가 나타난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녀가 올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만약 그녀 옆에 심형진이 없었다면, 이연석은 정가혜가 자신을 걱정해 병원에 문병 온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심형진과 손을 잡고 나타났다...

이연석의 표정이 무척 어두워졌고, 눈빛에서조차 냉기가 느껴졌다.

배하린의 어조는 경멸적이었고, 이연석의 눈빛은 불쾌했으며, 정가혜는 매우 난처해했다.

하지만 이미 심형진에게 끌려 들어왔으니 뻔뻔스럽게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이연석 씨, 교통사고 당했다고 들어서... 저랑 선배가 병문안 왔어요.”

심형진과 함께 그를 보러 왔다고?

뭘 보러 온 거지, 그의 꼴사나운 모습이라도?

그녀 때문에 반쯤 죽어가는 모습이라도 보러 온 건가?

정가혜는 어젯밤에 그의 목숨을 반쯤 앗아갔고, 오늘은 또 약혼자를 데리고 와서 나머지 반을 앗아가려 하는군.

정말 잔인했다.

이연석은 가슴 속 가득한 분노를 억누르며 눈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다시 쳐다보고 싶지도 않는 듯했다.

그의 냉대는 당연한 것이었고, 정가혜도 자신이 심형진과 함께 이곳에 나타나면 안 됐다고 생각해서 몹시 난처했다.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심형진의 손에서 과일 바구니를 받아 병상 앞으로 걸어가 병상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선배가 과일 사 왔어요. 여기 놓을게요. 몸조리 잘하시고 우린 이만 가볼게요...”

말을 마치고 정가혜가 몸을 돌려 빠르게 병실을 나가려 했을 때, 뒤에서 이연석의 격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당신들이 가져온 과일 몇 개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연석은 정가혜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눈에서 불길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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