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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그가 그녀의 어깨에서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데 눈빛에 증오가 섞여 있었다.

“심형진은 뭐 결혼하고 나서 바람 안 피운다는 보장 있어요?”

내가 바람피우는 게 걱정되는 거잖아. 심형진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단 말인가?

자신의 미래를 심형진에게 걸면서도 왜 그를 돌아보지 않는 건지?

“선배는 그럴 리 없어요.”

심형진이 바람을 피운다면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연석이 그러는 건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요? 그 인간도 남자인데.”

남자라면 다 그런 것이다.

이연석은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어찌 이 사람에게 미래를 걸 수 있겠는가?

자신의 말에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횡설수설 해명했다.

“그런 뜻이 아니에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는 반면 좋은 남자도 있어요. 앞으로 난 그러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나 믿어줘요.”

횡설수설하는 그의 모습에 정가혜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 밤 그녀를 사랑한다고 한 남자는 이미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헛소리 그만해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그는 그녀가 꼼짝할 수 없게 그녀를 안고 있었다.

술기운이 몰려와 무거운 머리를 다시 그녀의 어깨 위로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힘껏 문질렀다.

“가혜 씨, 가혜 씨...”

그는 몇 번이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이름을 한 번 부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이 한 번씩 떨렸다.

아무리 방어막을 친다고 하더라도 그가 계속 이리 애원하면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당신 취했어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그녀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그를 달랬다.

“싫어요. 당신 집에서 잘 거예요.”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그녀는 노현정을 불러왔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이연석을 위층으로 끌고 갔다.

게스트룸에 그를 눕힌 후, 그녀는 그의 코트와 신발을 벗겨주었고 수건을 가져다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잠시 후, 방 안을 나서려고 하는데 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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