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1214 챕터

제701화

강세은은 자신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는 고집불통의 남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냥 내일 다시 오는 거로 해.”건장한 남정네 한 명이 신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집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꼴이 꼭 누가 보면 이승하를 짝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 보였다.그리고 보면 볼수록 점점 더 그럴듯해 강세은은 저도 모르게 멜로 드라마 한편이 머릿속에 그려졌다.어릴 때부터 줄곧 이승하와 같이 트레이닝을 받던 강도윤이 어느 순간 이승하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생겨버렸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줄곧 마음속 깊은 곳이 이 사랑을 숨겨야만 했다.하지만 이승하가 다른 여자와 혼인 신고하는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어버린 강도윤이 이승하를 뒤쫓아 그들의 신혼집까지 찾아왔다.강도윤은 굳게 닫힌 신혼집 문 앞에 우뚝 서서 몇 시간을 기다리며 아내와 뜨거운 밤을 보내는 이승하가 문밖으로 나와 한 번이라도 자신을 봐주길 기다리고 있다...강세은은 강도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망상하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때 강도윤이 몸을 홱 돌리고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우산.”강세은은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자신의 망상과 딱 들어맞는 날씨에 속으로 감탄하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뒷좌석에 있던 우산을 앞 좌석에 앉은 비서에게 건네주었다.“가져다줘. 저 멍청이가 쫄딱 젖기 전에.”가뜩이나 머리가 안 좋은데 비까지 맞으면 점점 더 머리가 안 좋아질 게 분명했다.강도윤은 비서에게서 건네받은 우산을 쓰더니 또다시 앞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미친 듯이 울려댔다.한편, 이제 막 서유와 몸을 한번 겹치고 다시 한번 그녀를 탐하려던 남자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인상을 잔뜩 구기고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이승하는 최대한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깊은숨을 한번 내뱉고는 서유의 턱을 들어 이미 퉁퉁 불어버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잠깐만 기다려. 밖에 있는 놈 처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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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이승하는 끓어오르는 짜증을 참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고 강도윤은 잔뜩 언짢은 얼굴로 그를 따라 터덜터덜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서유는 이대로라면 이승하에게 또 밤새 시달릴 게 뻔해 아까 그가 침실에서 나간 뒤 곧바로 옷을 입고 내려왔다.그녀의 윗옷에 달린 단추는 이승하에 의해 진작에 떨어져 나가버려 쇄골 쪽에 남겨진 키스 마크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이제 막 안으로 들어온 강도윤은 계단에서 내려오는 서유의 목과 쇄골 쪽에 남겨진 키스 마크를 보고는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설마 둘이 방금...?강도윤은 그제야 강세은이 그에게 내일 다시 오자고 한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았다.어릴 때부터 트레이닝만 받고 자라 여자와는 스킨십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해봤던 터라 이런 면에서 무딜 수밖에 없었다.강도윤이 벙찐 얼굴로 계속 서유를 바라보고 있자 머리 바로 옆에서 총이 겨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고개를 돌려 기가 막힌 얼굴로 이승하를 바라보았다.고작 그의 여자 좀 봤다고 총까지 겨눈다고?이승하는 손에 든 총을 그의 머리통 가까이에 바짝 가져다 댔다.“보지 말아야 할 건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서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제대로 가려.”서유는 그 말에 고개를 숙여 고작 쇄골 부분이 조금 드러나 있을 뿐인 자신의 모습을 한번 보고는 가릴 생각을 안 하다가 진지한 얼굴로 얘기하는 그를 보고는 체념한 듯 옷을 바짝 여몄다.그때, 외골수 기질이 다분한 강도윤이 이승하의 경고를 듣고는 오히려 서유를 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서유 씨 맞죠?”그리고 그녀를 향해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잠깐 이쪽으로 와보시겠어요? 내 머리에 있는 총이 진짜 격발될지 궁금하거든요.”“...”서유는 이 순간 계단을 내려온 걸 후회했다.강도윤은 이승하를 도발하듯 손으로 그의 총을 밀어내고는 서유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서유는 한눈에 모두가 깜짝 놀랄 만큼의 미인은 아니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하고 나면 마치 뭔가서 홀린 듯 그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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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강세은은 그 모습을 보더니 자신은 평생 서유처럼 고분고분해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여전히 서유에게서 시선을 못 떼는 강도윤을 보더니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저런 여자가 좋아?”강도윤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세은에게 좋아한다는 감정의 정의가 뭔지 물으려다가 째림을 받았다. 그리고 이승하에게 당한 것처럼 그녀에게도 목덜미를 세게 가격당했다.“...”강도윤은 목덜미를 부여잡고 신음을 내더니 이승하를 따라 말없이 서재로 들어갔다.서재 문이 닫힌 순간 서유는 강세은과 눈이 마주쳐버렸다.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공기가 흘렀고 분위기는 어색하게 흘러갔다.“서유 씨, 혹시 커피 있어요?”그때 강세은이 적막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잠시만요.”서유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가 커피를 찾았다. 아직 이곳이 익숙지 않았던 터라 한참을 찾아도 커피를 찾을 수가 없었다.결국 그녀는 이승하에게 혹사당한 허리를 부여잡고 뒤에 서 있는 강세은을 향해 말했다.“혹시 커피 말고 따뜻한 물은 괜찮아요?”강세은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상관없어요.”어차피 정말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게 아니라 단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얘기한 것이기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서유는 따뜻한 물 두 컵을 들고 거실 소파 쪽으로 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강세은과 함께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이승하는 그녀더러 올라가 쉬라고 했지만 ‘손님’이 있는 이상 편히 올라가 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강세은은 예의상 물컵을 받아들고 입에 살짝 대더니 금방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서유를 바라보았다.“실례가 안 된다면 대표님을 어떻게 사로잡은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그녀는 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그건 왜 궁금한 거죠?”강세은은 서재 쪽으로 시선을 주며 말했다.“나도 그렇게 꼬셔보려고요.”강세은이 가리키는 상대는 이승하가 아니었지만 대화 흐름상 서유는 그 상대가 이승하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서유는 손에 든 물컵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이승하와는 오늘 막 혼인 신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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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서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이미 법적으로 유부녀가 됐는데 처녀파티는 무슨.’강세은은 그녀의 단호한 거절에도 개의치 않고 밀어붙였다.“그럼 가는 거로 알고 내일 다시 데리러 올게요.”서유는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고 얘기했다.“저는 안 간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내일 데리러 와도 저는 안 갈 거예요.”강세은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은 뒤 몸을 일으켰다.문 쪽으로 도도하게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런웨이를 걸어가는 모델처럼 시선을 뗄 수 없었다.서유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안도했다.강세은이 이승하를 좋아하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었다.서유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서재 쪽을 바라보았다.둘이서 얘기는 하는 건지 대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이승하는 방음이 잘 되는 서재 안에서 소파에 다리를 꼬고 등을 기댄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로 눈앞에 있는 강도윤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지?”강도윤은 자세를 꼿꼿이 하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이승하를 보고 있었다.“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일만 무사히 완수하시면 아버지께서 S 조직 탈퇴를 허가하시겠답니다.”이승하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 채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은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한다는 건 그냥 죽으라는 건가?”강도윤은 고개를 저었다.“조직 내에서 루드웰에 들어갔다가 살아나온 사람은 대표님밖에 없습니다. 지금 상처를 입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실력으로는 누구도 대표님을 따라갈 사람이 없죠. 아버지는 대표님이 다시 한번 조직을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이승하는 강도윤의 진지한 말에도 여전히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분명히 몇 년 전에 얘기한 것 같은데? 해외 쪽 일은 관여하지 않겠다고.”“하지만 조직의 리더시잖아요.”강도윤의 반문에 이승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고는 몇 초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루드웰에서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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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강도윤도 강중헌에게서 그의 어린 시절 첫사랑에 관해 들은 적이 있다. 그 여성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모르지만 강중헌이 그 여성을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강도윤은 문득 대화 주제가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조직 설립의 목적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강중헌이 초기에 무엇을 위해서 조직을 설립했든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목적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생각 정리를 마친 강도윤은 이승하를 향해 진지한 얼굴로 약속했다.“저도 같이 갈게요. 죽을 각오 돼 있습니다.”강도윤이 이승하에게 충성을 맹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이승하가 감동할 줄 알았지만 돌아오는 건 무심한 눈빛이었다.“너는 짐밖에 안 돼.”그 말에 강도윤이 발끈했다.“그동안 내가 열심히 뒤처리해준 건 기억 안 나나 보죠? 내가 없었으면 그간의 임무를 제대로 완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위로 치켜들었다.“여기서 포인트는 네가 뒤처리만 맡았다는 거지. 그게 너한테 딱 맞는 수준인 거야.”‘저 입을 확 찢어버릴 수도 없고!’“이만 가봐. 난 우리 와이프 보러 가야 해서 멀리는 못 나가.”이승하는 잔뜩 약을 올리고는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켰다.“그래서 정말 안 가시겠다는 말입니까?”이승하는 강도윤의 말을 무시한 채 서재를 나와 계단을 올랐다.“한가지 잊으신 것 같은데, 대표님은 루드웰에 얼굴이 팔린 상태예요. 이미 발을 뺄 수 없는 상태라고요. 이대로 그들을 계속 놔뒀다가 만약 그들이 여기까지 찾아오면 그때는 어쩌시려고요?”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승하가 루드웰에 가겠다고 한 순간부터 그는 이미 함정에 걸려든 것이나 다름없다.물론 강중헌이 일부러 이승하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조직원들을 다수 잃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그에게 희망을 건 것이다.강중헌은 이승하가 루드웰에 들어가기 전에 혹시 모를 대책도 전부 세워두었다. 하지만 이승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무사히 거기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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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전에는 그녀에게서 확신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은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함께 한 뒤부터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그녀가 주는 사랑을 느끼고 있다.또한 전에는 줄곧 두 사람 사이에서 늘 자신이 더 사랑하고 있다 여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두 사람의 마음의 크기가 똑같다는 확신이 생겼다.이승하는 그녀를 자기 품속에 와락 끌어안았다.“누구도 널 건드리게 하지 않아.”이건 그녀를 향한 약속일 뿐만이 아니라 미지의 상대를 향한 경고이기도 했다.강도윤의 말처럼 그는 이미 발을 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이렇게 된 이상 상대가 S 조직이든 루드웰이든 그 누구도 서유를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야만 한다. 만약 누가 그녀를 건드린다면 그때는 그 상대에게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의 고통을 줄 것이다.서유는 그에게 목숨이자 유일한 빛이고 하나뿐인 존재이니까.그 많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곁에 둔 사람이니 무슨 수를 써서든 지켜야만 한다.곧 있으면 결혼식이라 신혼집도 꾸며야 하기에 두 사람 모두 오늘 밤은 이곳이 아닌 이승하는 이씨 저택으로, 그리고 서유는 정가혜의 별장으로 향했다.결혼식 전날.서유가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니 얼마 안 가 소수빈이 찾아왔다.그는 고급 차량 여러 대를 끌고 와 웨딩드레스와 웨딩 슈즈,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와 신부 들러리들이 입을 드레스를 건네주었다. 모두 말할 것 없이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들이었다.이승하는 완벽한 결혼식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꼼꼼하게 준비했다.서유의 헤어 메이크업 담당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었고 한두 명이 아닌 40명 넘는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다.결혼식 절차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이승하는 그녀가 신경 쓸 필요 없이 전부 다 완벽하게 준비해 두었다.다만 딱 한 가지, 그는 아직 그녀에게 결혼식을 올릴 식장이 어디인지 얘기해주지 않았다.물론 궁금하기는 했지만 어디에서 식을 올리든지 그와 함께라면 그게 어디든 상관없기에 서유는 더 묻지 않았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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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강세은은 시가를 툭툭 털더니 서유를 보고 피식 웃었다.“서유 씨, 처녀파티에 남편을 데려가는 예비 신부가 어디 있어요?”서유는 그녀가 거절할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세은이 자신을 파티로 데려가는 건 강도윤을 어떻게 꼬시면 좋을지 얘기를 나누기 위함일 텐데 그런 거라면 이승하를 데리고 가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강세은의 목적은 아마 자신과 이승하를 떨어트려 놔 그 틈을 이용해 강도윤이 이승하와 얘기하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내일 있을 결혼식은 저뿐만이 아니라 승하 씨 역시 오랫동안 고대했던 일이에요. 저는 결혼식 전에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그저 내일 아침 승하 씨가 준비해준 웨딩드레스를 입고 승하 씨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기를 바라요. 그러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서유는 이 말을 할 때 강세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즉 파티라는 건 역시 핑계에 불과했다는 소리였다.“정말 강도윤 씨를 꼬시고 싶은 거라면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래요?”강세은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그녀는 서유가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이승하 품속의 작은 공주님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고 이승하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결혼식 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몸을 사리는 걸 보면 말이다.강세은은 전까지 서유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조금 얕잡아 보기도 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했던 말과 무해하고 올곧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릴 때부터 총을 잡고 엄격한 훈련을 받아온 자신이 그녀 앞에서는 빛이 바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세은은 시가를 잡은 손을 까딱거리며 몇 초간 침묵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서유를 바라보았다.“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저는 단지 서유 씨와 함께 파티에 가서 놀고 싶을 뿐이에요.”“세은 씨는 정말 강도윤 씨를 좋아하시나요?”서유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건넸다.“왜 그렇게 묻죠?”“만약 정말 강도윤 씨를 좋아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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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서유가 물었다.“그럼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와도 될까요?”강세은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는 듯 피식 웃었다.“서유 씨, 방금도 말했을 텐데요? 지금은 친구분들 생각부터 하시죠?”그녀의 말은 내가 지금 당신 친구들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옷 갈아입고 오는 척 경호원들에게 몰래 얘기하거나 큰소리로 도움을 청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짓이라는 뜻이었다.서유는 잠깐 고민하다가 손을 티 안 나게 등 뒤로 가져가서는 경호원들에게 사인을 남겼다. 그러고는 태연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강세은은 그녀가 순순히 차에 오른 것을 보더니 손에 든 시가를 끄고 시동을 걸었다.차가 움직이고 사이드미러 쪽을 보니 경호원들이 곧바로 차를 끌고 따라왔다.강세은은 피식 웃더니 풀 악셀을 밟고 이리저리 화려하게 움직이며 얼마 안 가 금방 경호원을 따돌렸다.그녀 역시 S 조직 사람이라 이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서유는 난폭한 운전에 안전벨트를 꼭 부여잡고 거세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하며 강세은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정면을 보고 물었다.“강도윤 씨를 좋아한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죠?”아마 파티에 데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승하에게서 떨어놓기 위해 댄 핑계임이 분명했다.강세은은 서유를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거짓말 아니에요. 그리고 파티에 데려가고 싶었던 것도 진심이었어요. 다만 어젯밤에 갑작스럽게 명령을 받아 의도치 않게 목적이 불순해진 것뿐이죠.”강중헌은 이승하 설득에 실패하자 곧바로 타겟을 서유에게로 돌렸다.이에 강세은은 만약 서유와 이승하를 떨어트려 놓으면 훨씬 더 이승하를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 행동이 얼마나 비열하게 보일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조직의 명령이기에 그녀 또한 어쩔 수 없었다.서유는 자신의 주머니를 매만졌다. 아까 별장 밖으로 나올 때 이렇게 반강제로 끌려가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미처 휴대폰을 챙기지 못했다.강세은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험한 꼴을 당할 걱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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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강세은에게 간파당한 서유는 인정에 호소했다.“세은 씨도 알다시피 승하 씨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러니 아마 내 친구들을 잡아둔다고 해도 소용없을 거예요. 어차피 나도 여기서 도망가기는 그른 것 같은데 친구들은 풀어줘요. 부탁해요. 무고한 사람들을 굳이 잡아둘 이유는 없잖아요.”강세은은 서유의 맑은 눈동자를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더니 결국 손을 휘휘 저었다.“뭐, 어차피 서유 씨만 잘 감시하면 되니까요.”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던 남자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눈빛에 남자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곧바로 다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서유 씨 친구들은 이 상황을 몰라요. 그들을 납치한 게 아니라 당분간 휴대폰조차 보지 못하게 손 좀 쓴 것뿐이거든요. 그러니 친구분들을 만나도 이 얘기는 하지 마세요.”강세은은 이승하를 고려한 건지 아니면 서유를 고려한 건지 납치하는 편이 더 편할 텐데도 그러지 않았다.물론 서유가 끝까지 버텼다면 그때는 정말 납치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뭐가 됐든 정가혜와 주서희네가 안전해졌으니 이제는 도망갈 일만 남았다.서유는 주변을 한번 쓱 훑어보았다.큰 리조트에서 열리는 파티인 만큼 사람들이 없는 곳이 없었다.서유는 강세은과 함께 리조트 내부를 구경하다가 화장실을 발견하고는 어쩌면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어차피 이곳은 대다수가 S 조직 사람들이었기에 강세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세요.”서유가 화장실로 가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다가 그만 마침 계단을 내려오려던 사람과 부딪혀버렸다.이에 서유가 휘청하자 남자가 빠른 순발력으로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앞 좀 보고 다니시죠?”남자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중저음에 무척이나 여유로웠다.서유가 고개를 들자 파란색 눈을 가진 남자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혼혈인 듯 보이는 남자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더니 뭐에 놀란 듯 잠깐 멈칫했다.이승하의 얼굴로 이미 눈이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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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그 말에 서유가 발걸음을 멈추고 뭐라고 대꾸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빠르게 여자 화장실로 걸어갔다.그 모습에 남자는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 리조트 밖으로 향했다.화장실 안에는 여성들이 화장을 고치기 위해 설치된 곳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서유가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침 사람 한 명 빠져나갈 수 있는 창문이 있었다.이에 그쪽으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앞에 모래사장이 있었고 그 너머로 도로가 보였다.일단은 도로로 가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에 서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창틀 위로 올라갔다.그 시각 방금 서유와 마주쳤다가 파티 홀을 빠져나온 남자는 사람 없는 도로변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창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마침 창틀 위에 위험하게 서 있는 서유를 발견했다.밖으로 나올 거면 입구를 이용하면 될 일이지 왜 저렇게 위험한 짓을 하는 거지?“이봐요!”남자의 외침에 이제 막 뛰어내릴 준비를 하던 서유가 깜짝 놀라 손을 놓쳐버렸고 다음 순간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다행히 푹신한 모랫바닥이라 골절은 피할 수 있었지만 통증은 남아있었다.서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남자를 노려보았다.“위험하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남자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 자욱한 연기를 뿜어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위험한 행동을 한 건 그쪽이죠. 대체 저기서 왜 뛰어내립니까?”서유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허리를 부여잡고 도로 쪽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때 강세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서유 씨, 내가 분명히 허튼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서유의 발걸음은 그대로 멈춰 버리고 말았다.남자는 강세은의 말을 듣고는 담배를 손으로 툭툭 털더니 피식 웃었다.“이름이 서유예요?”강세은은 서유를 향한 남자의 묘한 시선을 보더니 서둘러 그쪽으로 다가갔다.“이 여성분은 이승하 대표님의 아내 분이세요.”그녀는 남자가 신경을 끌 수 있게 일부러 이승하의 아내라고 소개했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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