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711 - Chapter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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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이승하가 이곳으로 향하는 시간 동안 서유는 벌써 3번이나 탈출에 실패했다. 그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뒤 따라오는 강세은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강세은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큰일이라도 났는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 이승하라는 이름도 들려왔다.지금쯤이면 이승하는 분명히 자신이 납치된 것을 알고 있을 텐데 혹시 강도윤의 제안을 받아들인 걸까?뭐가 됐든 이대로 계속 잡혀 있을 수는 없다.서유는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쪽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이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그녀는 이승하와 약속했었다. 인질이 되어버려도 절대 짐이 되지 않겠다고 말이다.이승하의 일로 강중헌과 통화하던 강세은은 그 장면을 보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서유 씨!”그녀는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서유를 구하러 바다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때 그녀 옆으로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더니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김선우는 파도에 밀려 점점 더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내려가는 서유를 향해 있는 힘껏 헤엄쳤다.강세은은 아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파도가 너무 세고 거기에 바람도 부는 바람에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모습을 놓쳐버렸다.한 번도 이렇다 할 공포를 느껴본 적 없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고 머릿속으로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밤하늘에서 웅장한 소리가 들리더니 헬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곧바로 모래사장에 밝은 빛이 쏟아졌다. 헬기는 고도를 천천히 낮추더니 이윽고 해변에 착륙했다.이승하는 장갑을 낀 손에 총을 쥐고 무서운 얼굴로 헬기에서 내렸다.조직원들은 강도윤과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어야 할 사람이 갑자기 헬기 여러 대를 끌고 이곳에 나타나 버리는 바람에 모두 제자리에 멈춰서 그대로 얼어버렸다.게다가 이승하는 지금 서유가 납치당한 사실에 이성을 잃어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이런 그가 만약 서유가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조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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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서유는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김선우라고 했죠? 그럼 혹시...”‘김초희를 아세요?’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김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만 갈까요?”서유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이제 겨우 거기서 빠져나왔는데 또다시 거기로 가자고요?”이에 김선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쪽 집까지 데려다준다고요.”“아...”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이대로 빨리 돌아가서 이승하에게 무사하다는 소식을 알려야 한다. 강도윤과 타협할 필요 없다고, 나로 인해 협박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김선우와 함께 모래사장을 벗어난 서유는 구급차 한 대가 빠르게 리조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이에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뛰어들었던 곳을 바라보았다.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배들이 하나둘 바다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강세은 그 여자가 나를 구하겠다고 저렇게 많은 배를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설마 승하 씨가 온 건가?!’만약 정말 이승하가 여기로 온 거라면 강세은에게서 그녀가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소식도 분명히 전해 들을 테고... 만약 그렇게 되면 이승하는 놀랄 게 분명했다.서유는 생각을 바꿨다.“우리 일단 다시 리조트 쪽으로 돌아가 볼까요?”이승하가 온 게 맞는지만 확인하고 다시 돌아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김선우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왜 그쪽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그러자 서유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아까 나보고 누나라면서요. 동생이 돼서 누나 말 좀 들어주면 안 돼요?”그 모습에 김선우는 벙쪄 버렸다.그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어린 시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어디서 봤지?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는 머리를 세게 흔들어 생각을 멈추고 서유와 함께 다시 리조트 쪽으로 향했다.그 시각, 이승하는 서유를 찾기 위해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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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이승하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고서야 초조했던 마음이 천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그는 서유를 천천히 품에서 놓아주었다. 바닷물에 쫄딱 젖은 채 몸을 덜덜 떠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미안해야 할 사람은 나야. 나만 아니었으면 네가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 거야.”“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예요. 우린 부부잖아요. 부부는 다 같이 짊어지는 거예요.”서유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보다가 손바닥 가득 묻은 피를 보고는 얼굴이 굳어버렸다.“승하 씨 상처 벌어진 거죠?! 빨리 구급차로 가요.”처음에는 그저 바닷물인 줄 알았는데 피였다. 상처가 벌어진 게 분명했다!서유는 그의 손을 끌고 서둘러 구급차 쪽으로 가려다가 이승하가 팔을 당기는 바람에 제자리에 멈춰버렸다.“서유야, 이 정도 상처는 괜찮아.”이승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세은을 바라보며 소수빈에게 말했다.“강세은 가둬놔. 그리고 어르신한테 내가 죽여버리기 전에 직접 와서 데려가라고 전해.”“네, 알겠습니다.”강세은은 이승하가 이곳에 나타난 이상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방금 서유가 나타난 순간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며 마음속 깊이 안도했다.소수빈은 강세은을 헬기 안으로 데려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강세은이 물었다.“우리 오빠는 같이 안 왔어요?”소수빈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납치범이 협박해야 하는 사람과 인질을 함께 두지는 않죠.”강세은은 자신이 서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고는 별다른 말 없이 헬기 시트에 등을 기댔다.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고 헬기로 향했다.그러자 그때 등 뒤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와이프 구해줘서 고맙다는 한마디도 안 하고 가는 건 도리가 아닐 텐데?”그 말에 이승하가 몸을 돌려보니 거기에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담배를 태우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그는 김선우를 본 순간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김선우.”김선우는 고개를 치켜든 채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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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지금은 일단 빨리 헬기에 올라요. 아니면 구급차로 같이 가던가.”빨리 지혈하지 않으면 아무리 이승하라고 해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이승하는 걱정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얌전히 헬기에 올랐다.그날 밤, 서유는 이승하의 곁에 딱 붙어 의사가 지혈을 마치고 벌어진 상처를 다시 꿰맨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치료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다.서유는 이대로라면 결혼식은 올리지 못할 것 같아 그에게 제안했다.“우리 결혼식 하루만 미루는 거 어때요?”타올로 그녀의 머리에 남은 물기를 닦아주던 남자가 단호하게 답했다.“안 돼. 결혼식은 예정대로 올릴 거야.”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온 서유는 손에 우유를 든 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승하 씨 상처가...”이승하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했다.“결혼식이 더 중요해.”이에 서유가 다시 그를 설득하려는데 이승하가 옆에 놓인 드라이기를 들어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다 말리고 난 뒤에는 그녀가 또다시 허튼소리를 하지 못하게 직접 운전해 정가혜의 별장으로 그녀를 데려다주었다.“11시에 다시 올게.”원래는 10시였지만 휴식이 필요한 그녀를 위해 11시로 변경했다.이승하는 서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더니 고개를 돌려 뒤따라온 소수빈에게 얘기했다.“지금 당장 경호원을 100명으로 늘리고 아무도 이곳으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해.”“네, 알겠습니다.”소수빈은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이승하는 서유를 정가혜에게 넘겨준 다음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안심한 듯 발걸음을 돌렸다.정가혜와 주서희는 멀쩡히 돌아온 서유를 보고 밤새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나랑 서희 씨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나도요!”그때 집 안에서 연이가 달려 나오더니 서유 앞에 멈춰서서는 자신을 안으라는 듯 두 팔을 활짝 벌렸다.서유는 연이를 안아 들고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정가혜와 주서희를 바라보았다.“미안해, 나도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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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스타일리스트는 그녀가 고른 드레스를 옷장에서 꺼낸 뒤 드레스 소재와 그 위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를 만져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해당 드레스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았고 겹겹이 쌓인 레이스 위에 반짝반짝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주어 시선을 뗄 수 없었다.스타일리스트는 이 드레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드레스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해외 전시관에 관상용으로 보관된 것을 누군가가 거액에 사들였다고 들었지만 그 드레스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아무리 JS 그룹의 대표라고 해도 자기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게 아니면 이 드레스를 구매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옷장에 있던 나머지 하나의 드레스 또한 한정판으로 나온 드레스였고 가격 역시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었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엄청 많이 사랑하시나 봅니다.”서유는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이건 그녀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다.이승하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 언제나 제일 좋은 것을 그녀에게 주려고 하고 그녀를 위해 같이 죽어줄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서유 역시 이승하와 같은 마음이다. 그가 주는 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흘러넘칠 만큼의 사랑을 그에게 주고 싶고 앞으로 그렇게 할 생각이다.“사모님께서 이리도 예쁘시니 당연한 일이죠.”“사모님은 예쁜 것뿐만 아니라 그저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흘러넘치세요.”“그러니까요. 제가 대표님이었어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요.”메이크업 담당과 헤어 담당 그리고 스타일스트까지 모두 입에 꿀이라도 바른 듯했다.그리고 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메이크업을 해주던 사람 중 한 명은 그녀의 피부는 꼭 진주처럼 매끄럽고 고와 컨실러 같은 거로 가릴 필요 없이 파운데이션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감탄했고 또 다른 한 명은 그녀가 동양인 중에서는 나올 수 없는 얼굴이라며 음영을 아주 조금만 주어도 금방 입체감이 생긴다며 칭찬했다.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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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원체 귀여운 얼굴이라 그런지 연이는 뭘 해도 사랑스러웠고 오늘따라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아기 천사처럼 보였다.정가혜는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길 창문을 통해 별장밖에 세워진 익숙한 차량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차량 앞에 휠체어에 탄 한 남자가 보였다.그녀는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 그를 불렀다.“사월아!”정가혜의 외침에 송사월은 그녀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오늘 서유 결혼한다는 소식 들어서 찾아와 봤어요. 나 들어가도 돼요?”조심스럽게 동의를 구하는 모습에 정가혜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당연히 되지.’라고 호기롭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문득 그의 등장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서유는 병원에서 그와 헤어진 뒤로 한 번도 그를 만난 적이 없고 그 뒤로 얘기를 꺼낸 적도 없다.송사월을 향한 마음은 확실하게 놓은 것 같지만 그를 향한 죄책감은 아직 마음속 깊이 박혀 있을 것이 분명했다.만약 이대로 송사월을 만나게 되면 서유의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까?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송사월을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었다.정가혜는 설마 언젠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송사월은 대답을 망설이는 그녀를 보더니 예쁜 미소를 지었다.“누나, 걱정할 필요 없어요. 결혼식은 무사히 진행될 거예요.”서유의 마음속에서 그는 이미 진작 사라지고 없으니까.그의 이름을 부르며 언제나 옆에 있던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놓아버렸으니까.정가혜는 그 말에 움찔하더니 이내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그래, 서유 만나러 가자.”그녀는 김태진이 잡고 있던 휠체어를 이어받고 천천히 별장 안으로 향했다.서유는 어느새 모든 세팅을 끝냈다.그녀는 거울 앞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체크하다가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몸이 굳어버렸다.서유는 그 남자를 거울로 한참을 보고 나서야 서서히 몸을 돌렸다.“사월아...”송사월은 그녀의 입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매우 기뻤다. 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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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어린 시절 서유가 괴롭힘을 당해 몸을 잔뜩 웅크리고 눈물을 흘릴 때면 항상 송사월이 나타나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고는 이렇게 다정한 말투로 그녀를 위로하고 달래주었다.그런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해 송사월이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 알기에 서유는 더더욱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왜 이렇게 울어. 혹시 아직도 나 좋아해?”송사월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야윈 손을 그녀에게 건넸다.“아직 나 좋아하는 거면 이대로 나랑 도망칠래?”그의 말투는 분명히 가벼운 농담을 건네는 듯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진심이 묻어있었다.그 역시 서유를 내려놓고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고 싶었다.하지만 그녀와 헤어진 뒤 아무리 노력해봐도 수면제의 도움까지 받았는데도 그녀를 내려놓지 못했다.그녀를 사랑했던 시간이 너무나도 길어, 이미 뼛속 깊이 그녀가 박혀있어 훌훌 털어내 버릴 수가 없었다.이승하가 없으면 서유는 안된다고 했지만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없으면 그도 안된다.‘서유야, 이대로 나랑 함께 가면 안 될까?’서유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한마디를 내뱉었다.“미안해...”그녀는 또다시 ‘미안해’라는 말을 꺼냈다.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해줄 말이 없어 그것 또한 미안했다.그녀가 거절할 줄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다시 한번 거절당하니 역시 마음이 쓰렸다.그녀에게 내민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한가지 다행인 건 그 말을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서유야, 이승하 씨와 꼭 오래오래 행복하길 바랄게.”송사월은 미련 가득한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지금이 아마 마지막일 것이다. 이제는 그녀를 만나러 올 핑계조차 없을 테니까.그때 밖에서 굉음이 들려오고 창밖으로 보이는 뒷마당에 헬기가 하나둘 잔디 위에 착륙하는 것이 보였다.송사월은 그 모습을 보고는 서서히 시선을 내렸다.“너 데리러 왔나 보다.”그는 휠체어를 뒤로 밀어 몇 걸음 물러났다.“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그 말을 끝으로 서유에게서 등을 돌린 순간 꾹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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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서유는 아무도 없는 빈 곳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고마워 사월아...”두 사람은 한때 서로 뜨겁게 사랑했고 서로가 전부였으며 둘이서 아름다운 미래까지 기약했다.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인연이 아니었고 이것이 그들의 결말이다.송사월은 그녀에게 과거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서유는 미소를 지으며 눈물 자국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파운데이션으로 그를 위해 흘린 죄책감의 흔적을 천천히 덮어버렸다.마치 두 사람의 과거를 덮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도록 완벽하게 덮어버렸다.어느새 드레스로 갈아입은 정가혜는 손에 서류를 든 채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이 서류는 송사월이 병원에서 나올 때 그녀에게 부탁한 물건이다. 서유의 결혼식 당일에 전해주라는 말과 함께.정가혜는 서류를 매만지며 잠깐 머뭇거리다 결국 서유에게로 다가갔다.“서유야, 이거 사월이가 너한테 주는 결혼 선물이야.”서유는 그녀가 건넨 서류를 보고는 물었다.“뭔데?”“직접 봐.”이에 서유는 별말 없이 서류를 건네받았다.“그때 너 병원에 있을 때, 사월이가 네 병실에서 나와 나한테 전해준 거야.”정가혜는 그 말을 건네주고 그녀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려는 듯 다시 방에서 나왔다.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거기에는 김시후의 개인 자산 양도 계약서와 김시후 소유 부동산 양도 계약서 그리고 화진 그룹 70% 지분 양도 계약서가 들어있었다.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서유에게 양도 되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김시후는, 아니, 송사월은 자신이 가진 제일 좋은 것들을 전부 그녀에게 남겨주었다.서유는 반대편 창문 쪽으로 달려가 그의 모습을 찾았다.그러자 앞마당 쪽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그녀의 침실을 바라보는 송사월이 보였다.그는 미련이 가득한,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그런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서유는 서류를 꽉 쥐고 몇 초간 고민하더니 이내 드레스 자락을 들고 이승하가 선물해준 웨딩 슈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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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이씨 가문 사람들은 이승하가 텅 빈 껍데기처럼 실시간으로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는 송사월에게로 달려간 그녀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다.대체 왜 이승하가 아닌 김시후 쪽으로 가는 거지?첫사랑을 아직 내려놓지 못한 거라면 프러포즈를 거절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어떻게 결혼식 당일 이런 수모를 줄 수 있지?한편 뒤편의 상황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서유는 송사월에게 서류를 다시 건네주었다.“사월아, 네가 나한테 제일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아. 하지만 너는 이미 나한테 충분히 많은 걸 줬어. 이건 못 받아. 아니, 안 받을 거야. 너한테 빚진 것도 아직 못 갚았는데 이런 것까지 받으면 나는 솔직히 부담스러워.”서유는 뒤를 돌아 자신을 보지 않는 남자를 보며 처음으로 송사월 앞에서 용기를 내어 사랑을 인정했다.“지금 내가 하는 말이 잔인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승하 씨를 사랑해. 승하 씨 대신 죽을 수도 있을 만큼, 그렇게 많이 사랑하고 있어.”죽을 수도 있을 만큼...송사월은 이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었다.그녀는 지금 뱉은 말처럼 이승하를 사랑해서, 그 대신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해서 온몸을 던져 황산을 받아냈다.송사월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전에는 혹시라도 아직 서유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승하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지만 이제는 그녀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송사월은 서류를 건네받고는 서유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아까 이승하 씨를 지나쳐 나한테 달려올 때 네 마음이 바뀐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어.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제는 내가 아니라고 정신 차리라는 말이 들리더라...”송사월의 얼굴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내가 주는 선물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건 너뿐만이 아니라 이승하 씨한테 빚진 걸 갚는 거기도 하니까.”화진 그룹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건 모두 이승하 덕분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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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정가혜는 선물 때문에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그들을 보더니 한숨을 한번 내쉬고 김태진의 손에 있던 서류를 덥석 집어 들었다.“이건 일단 내가 맡아둘게요. 받을지 안 받을지는 결혼식 끝나고 다시 얘기해요.”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이씨 가문 사람들은 송사월이 아닌 이승하를 택하는 서유의 모습에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이승하는 시선을 돌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송사월은 그의 시선을 느끼고도 여전히 서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 모습이 언짢기도 하면서 또 그가 안쓰럽기도 한 아주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꽉 잡더니 아무 말 없이 뒷마당 쪽으로 걸어갔다.서로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서유는 그에게 손이 잡힌 채로 따라가면서 나지막이 물었다.“혹시 질투했어요?”그러자 이승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가 왜 질투를 해?”아까 서유가 그를 지나쳐 송사월에게로 달려갔을 때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건 절대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서유는 자신의 손을 꽉 잡은 그의 손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혹시 도망이라도 갈까 봐 이렇게 손을 꽉 잡고 있으면서 아니라고 잡아떼는 것이 꼭 어린애 같았다.서유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봐요, 어린이, 우리 이제 어디로 가요?”그 말에 이승하가 그녀를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어린이라니?”서유는 드레스 자락을 쥐던 손을 놓고 그의 팔을 감싸며 웃었다.“승하 씨한테 딱 맞는 별명인데 마음에 안 들어요?”이승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이따 저녁에 가만 안 둘 테니까 각오해.”서유는 상관없다는 듯 이승하에게 잡힌 얼굴을 그를 향해 더 가까이 가져갔다.“어린이가 마음에 안 들면 질투 대마왕은 어때요?”“...”서유는 그의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그래서 우리 결혼식 장소는 대체 어디에요? 이제 얘기해 줘요.”이승하는 애교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화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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